1905년 미국에 니켈로디언 (Nickelodeon)이라는 영화 전용극장이 등장하였습니다. 니켈로디언은 5센트를 뜻하는 니켈(Nickel)과 극장을 뜻하는 그리스어 ‘오디엄’의 합성어입니다. 극장의 이름이 뜻하듯이, 니켈로디언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을 약 5센트라는 저렴한 비용만 들이면 누구든지 볼 수 있었습니다. 니켈로디언은 이처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상만이 접하는 제한된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열린 문화 공간이었습니다. ◆ 니켈로디언의 확산 배경 – 저렴한 관람료, 빠른 프로그램의 교체 니켈로디언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갑니다. 1907년~1908년에 약 8,000여개의 니켈로디언이 세워졌고, 1908년 ~1909년에 이르면 시골의 작은 지역을 제외하고 미국의 대부분 지역에 니켈로디언이 존재하였습니다. 뉴욕시엔 1906년 4월 니켈로디언이 처음 등장하였는데, 1909년에 약 45만명의 인구에 300~400여개의 극장이 있었습니다. 1910년에 이르면 미국 전역의 도시들에 약 1만여개의 니켈로디언이 성업하였습니다. 일주일에 매주 미국 인구의 약 30%인 2천 6백만명이 극장을 찾을 정도였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니켈로디언이 이렇게 번성한 배경
‘현실은 꿈이 두려워서 깨어나는 곳’이라고 프로이트는 주장합니다. [1] 슬라베니아 출신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이를 “우리는 꿈으로부터 도피하여 다시 현실로 돌아간다.”로 해석합니다. 교착상태에 빠진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꿈 속으로 도피하지만, 환상의 끔찍함에 다시 현실로 돌아간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지젝은 “꿈은 현실을 충분히 견딜 만큼 강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현실은 그들이 마주치는 꿈을 충분히 다시 견딜 만큼 강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된다.”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프로이트의 언명의 충실한 수행자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입니다. 린치는 그의 영화 속에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현대인들의 혼돈과 불안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카프카의 <변신>, 현실과 환상의 세계는 관계 이데올로기를 폭로 ‘영화계의 카프카’라는 수식어를 얻고 있는 린치의 철학은 카프카의 <변신>을 통해 잘 드러나 있습니다. [2] “어느 날 아침의 일이었다.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레고르 잠자’는 잠자리 안에서 한 마리의 큼직한 독벌레로 변한 자신을 깨달았다.” 변신의 시작은 그레고르 잠자라는 인간이 벌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는 색다르다는 평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그의 영화가 꿈에 대한 이해를 두고 주류영화와 간극을 벌이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등의 주류영화에서, 꿈은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안전한 쾌락인 반면, 린치에게서 꿈은 의식의 바깥을 드러내는 불쾌한 악몽입니다. 린치의 영화에서 깊은 강 (Deep River)이라는 단어가 지명 건물명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세계의 이면을 끝없이 유영하는 인물이 꾸는 꿈을 상징합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꿈과 현실의 혼재가 두드러집니다. 꿈과 현실의 관계는 대등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현실이 꿈에 종속되기도 합니다. 꿈이 영화의 핵심 소재로 자리한다면, 내러티브의 인과관계와 개연성은 바래지고, 대신 난해한 이미지들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린치의 영화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제대로 된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고 오히려 스토리의 유형화를 방해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린치 영화는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린치의 영화는 역설적으로 비정상의 쾌감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영화의 기승전결의 도식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탈규격의 충격을 줍니다. 그러므로 린치의 독해는 텍스트의
영화의 진정한 시작은 언제일까요? 이는 어떤 기준을 영화 시작으로 삼을 것인가라는 질문과 상통합니다. 영화의 시작을 규정하는 요건들은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영화촬영기 (movie camera), 영화영사기(movie projector), 스크린 투사방식 (screen projection), 유료 공개상영(paid public screening)이 그것들입니다. 이 요건들을 조합하면, 영화의 진정한 시작은 ‘영화카메라로 촬영한 필름이 영사기를 통해 다수의 유료 관객 앞에서 스크린투사방식으로 상영될 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때가 언제일까요? 달리말해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발명을 누가 했을까요? ◆키네토스코프 – 미국의 딕슨 영화카메라로 촬영한 필름을 상영한 이는 에디슨의 조수 딕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1894년 키네토스코프를 통해 영상 필름을 보여주었습니다. 딕슨은 톱니장치가 필름을 끌어당길 수 있도록, 프레임 양쪽에 네 개씩의 구멍을 뚫어 필름의 연속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딕슨등은 에디슨 실험실 근처에 블랙 마리아(Black Maria)라는 스튜디오를 짓고, 연예인 운동선수등이 카메라 앞에서 실제로 연기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한국 멜로영화들 중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접속(1997)을 꼽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한 남자는 떠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아파합니다. 한 여자는 친구의 애인을 바라만 보는 짝 사랑으로 괴로워합니다. 사람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은 방송국 PD동현(한석규)과 쓸쓸함과 갈증으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홈쇼핑채널 쇼핑 가이드 수현(전도연). 이렇게 가슴에 아물지 않은 흉터를 지닌 두 사람이 우연한 계기로 PC통신으로 접속합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아픔을 어루만져주며 위로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얼굴을 마주보는 접촉을 약속합니다. 동현은 약속장소인 피카디리 극장 앞으로 나가지만, 극장 앞 카페에서 그녀를 바라보기만 합니다. 밤새 기다리는 수현. 마침내 절제된 마음의 문을 연 동현은 수현에게 뛰어나가고, 두 사람은 마주 봅니다. 그리고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가 경쾌하게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https://youtu.be/XhevMscHLsI?list=RDXhevMscHLsI 접속은 관객의 마음을 따사롭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동현과 수현은 겉으론 외로움으로 괴로워 하지만, 안으론 깊이 숨어있는 가지려는 욕망으로 아파합니다. 하지만 이들
고대부터 사람들은 움직임을 재현 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영화의 발명입니다. 영화 제작은 정지된 순간들을 연속시켜 움직임을 만드는 작업인데요, 이는 눈의 환각, 즉 잔상효과가 순간의 연결을 연속된 움직임으로 인식하는 것이지요. 영국의 의사인 피터 마트 로제 박사가 1824년 잔상효과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이후, 사람들은 눈의 환각을 구현하는 놀이기구들을 고안합니다. ◆쏘마트로프 가장 원시적인 잔상효과를 이용하여 정지영상을 움직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영국인 의사 존 에어튼 파리스가 1826년 고안한 쏘마트로프입니다. 쏘마트로프는 요술회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로, 그림이 그려진 판자종이 원판의 회전으로 눈의 환각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편에 새, 다른 한 편에새 장을 그려놓고, 원판을 돌리면 새는 새장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쏘마트로프 제작 방법 https://youtu.be/FkRr4DgQOu4 ◆페나키스토스코프 Phenakistoscope 1832년 벨기에의 물리학자인 조제프 플라토와 오스트리아의 기하학교수인 사이먼 스텝퍼는 페나키스토스코프를 고안합니다. 이 기구는 카메라의 셔터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두 개의 원판으
나루세 미키오 감독은 무성영화의 후기에서 시작해 유성 영화에 이르는 세대의 감독이다. 1930년대부터 1969년에 이르기까지 89편에 이르는 작품을 만든 나루세는 서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리얼리즘의 거장이다. 그는 스타일에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을 출발시킨 로셀리니에 비견된다. 네오리얼리즘이 전쟁 이후 이탈리아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시적인 현실의 문제를 다루었다면, 나루세의 일상적 리얼리즘은 소시민들의 사랑, 욕망, 본능을 스케치하며 치유할 수 없는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그의 작품의 옷은 멜로드라마로 규정되곤 한다. 그가 그리는 멜로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끔찍한 숙명의 중압감에 지배되지만, 다시 그것에 맞서는 기품을 보인다. 나루세의 인물들에게 있어 미래는 없어 보인다. 인물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불길한 운명에 감금되어 있다 하지만 나루세의 멜로드라마의 인물들은 불운의 타격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들은 숙명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곤경의 축적은 체념 혹은 광기로 몰고 가기 십상이지만, 이들은 저항의 힘으로 절망적인 운명에 압도당하지 않는다 이러한 에너지는 여성들을 강하고 긍정적인 존재로 이끈다. 여성들은 겉보기에 남성들의 이기심과 착취로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10월의 멋진 날에, 고전 영화의 위대한 거장들과의 만남은 시네필들에게 더 좋을 수 없는 선택이다. 여성영화의 장인이며, 미조구치 겐지, 오즈 야스지로, 구로사와 아키라와 함께 일본 영화 4대 거장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나루세 미키오. 누벨바그 작가들인 고다르· 로베르 브레송· 에릭 로메로. 누벨바그 감독들에 의해 작가로 호칭된 서부극 장르의 완성자 존 포드. 독일표현주의의 거장인 F.W. 무르나우.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 다양한 실험정신을 추구한 모더니즘의 대표작가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세계영화사에 눈부신 족적을 남긴 이들 감독들의 작품들은 씨네필들에게 사랑의 대상이며 영화의 교본들이다.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오는 10월 6일부터 21일까지 나루세 미키오의 네 작품과 앞의 거장감독들의 걸작 13편을 상영하는 “가을날의 재회”를 개최한다. 특히 멜로드라마의 씁쓸한 정서를 묘사하는 나루세의 작품들은 가을날의 고적함과 한껏 어우러진다. 상영작은 다음과 같다. △일본 -나루세 미키오 :산의 소리(1954), 만국(1954), 부운(1955), 흐트러진 구름(1967) △프랑스 -에릭로메로 : 봄이
가을의 시작과 함께하는 “가을날의 재회” 기획전은 고전의 지혜로움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나루세, 고다르, 비스콘티의 작품들은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명작들이다. ▲<흐트러진 구름> <흐트러진 구름>은 나루세의 유작이다. 나루세 미키오는 그가 태어난 빈민가를 배경으로 서민 여성을 주인공으로 채택하곤 하였다. 특히 연약해 보이는 여성의 강인함이나 생명력을 조밀한 숏과 작은 몸짓 등으로 잡아내어 일본 여성영화의 문을 연 장본인이기도 하다. 영화는 임신 초기의 여성(유미코)이 사고로 남편을 잃고, 남편을 죽인 남자(미지마)를 만나 느끼는 애증(愛憎)을 서서히 풀어낸다. 이와 같은 어두운 멜로드라마는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게 하는데, 관객들은 무의식 중에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도저히 맺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는 일종의 체념이나 침묵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들은 인간적인 감정들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남녀로서 서로를 바라보려 애쓸 뿐이다. ▲산의 소리 나루세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언급한 <산의 소리>는 나루세의 대표적 멜로드라마이다. 나루세의 영화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 파리, 그랑 카페 지하의 인디안 살롱. 관람료로 1프랑을 낸 33명의 관객이 본격적인 대중영화의 개막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관람한 영화는 뤼미에르 형제가 제작한 대략 1분 분량을 한 개의 쇼트(one shot)로 찍은 영화들이었습니다. 뤼미에르 형제가 당시 영화 상영회를 개최했을 때, 신문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좁은 공간에서 이 짤막한 시간에 사람들은 하나의 전 세계가 지나가는 것을 본다. 생명도 움직임도 없는 경직된 영상들로서가 아니라 실제 살아있고 생산하고 창조하는 하나의 세계를 완전히 현실과 같은 그러한 세계를 본다. ...그것은 거의 기적적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신문이 뤼미에르의 영화를 기적이라 표현한 것은 세계가 화면위에서 움직임으로 재생되고 있어서였습니다. 움직임과 움직임의 재현에 대한 사람들의 오래된 소망이 결국 현실로 나타난 것이지요. ◆고대인의 움직임의 재현에 대한 시도 뤼미에르 형제 이전에도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한 시도는 다양했습니다. 움직임에 대한 동경은 기원전 예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를테면 고대인은 라스코 동굴 벽화에 동물의 동적, 입체적 특성을 그려내고자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