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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해

[영화와 세상 ① ] (영화의 탄생 : 정지와 움직임) 영화는 정지에 대한 도전

- 영화의 출현은 움직임에 대한 원초적인 갈망의 표현
-활동사진의 원리는 잔상효과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 파리, 그랑 카페 지하의 인디안 살롱. 관람료로 1프랑을 낸 33명의 관객이  본격적인  대중영화의 개막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관람한 영화는 뤼미에르 형제가 제작한 대략 1분 분량을 한 개의 쇼트(one shot)로 찍은  영화들이었습니다.


뤼미에르 형제가 당시 영화 상영회를 개최했을 때,  신문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좁은 공간에서 이 짤막한 시간에 사람들은 하나의 전 세계가 지나가는 것을 본다. 생명도 움직임도 없는 경직된 영상들로서가 아니라 실제 살아있고 생산하고 창조하는 하나의 세계를 완전히 현실과 같은 그러한 세계를 본다. ...그것은 거의 기적적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신문이 뤼미에르의 영화를 기적이라 표현한 것은 세계가  화면위에서  움직임으로 재생되고 있어서였습니다. 움직임과 움직임의 재현에 대한 사람들의 오래된 소망이 결국 현실로 나타난 것이지요.



◆고대인의 움직임의 재현에 대한 시도


뤼미에르 형제 이전에도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한 시도는 다양했습니다. 


움직임에 대한 동경은 기원전 예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를테면 고대인은 라스코 동굴 벽화에 동물의 동적, 입체적 특성을 그려내고자 하였습니다.  동굴 벽이나 천장의 울퉁불퉁함을 이용하거나 돌이 가진 고유의 색으로, 동물 몸의 명암을 표현하는 치밀함까지 보였습니다.


 이는 움직임을 포착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의지가 고대부터 존재하였음을 의미합니다.



◆ ‘고여 있는 존재’ vs  ‘생성하는 존재’


영화의 출현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원초적인 갈망의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래는 결정이 아닌 움직임으로 만들어 진다고 합니다. 멈추지 않는 활동이  새로운 것을 끝없이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고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움직임의 힘으로 ‘생성하는 존재’라는 지적입니다.  움직임의 부재는 정체와 퇴보를 초래한다는 것이지요. 


영화를 활동사진Motion Pictures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요, 움직임에 대한 갈망이 정지된 이미지를 활동으로 변환시키고자 하였고, 결국 활동사진으로 실현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잔상효과


영화 즉 활동사진은 고정된 이미지의 움직임으로의 재현입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원리가 고정을 활동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까요?


우리는 불붙은 나뭇가지를 돌리면 그 움직임이 원 모양을 이루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또  원판의 한편에 새, 반대편에 새장을 그려놓고, 그 원판을 회전시키면, 새가 새장 속에 들어가 있는 듯 한 느낌을 얻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왜 나타날까요? 이는 ‘잔상효과’에 의한 눈의 착시현상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것을  보고 난 후 그것에서 시선을 떼면, 그 이미지는 사라집니다. 하지만 약 1/10초 동안  여전히 그것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낍니다.  영국출신 의사인 피터 마크 로제박사는 1824년 논문에서  이러한 효과를  잔상효과(persistence of vision)라 명명하였습니다. 


이렇게 ‘잔상 효과’는 시각적으로 한 번 본 것이 아주 짧은 시간동안 뇌 속에 남아 있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잔상효과로 인해  고정된 이미지를 움직임으로 착각합니다.  여러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연속해서 보면,  바로 이전에 목격했던 이미지가 눈의 망막에 남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잔상이 뒤의 것들과 겹쳐 일어나면, 우리는 이미지가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되지요. 


 

◆ 활동 사진, Motion Picture


영화도 잔상효과를 이용한 것입니다. 동영상의 원리도 잔상효과로 인한 우리의 착각에 의한 것입니다.


영화는 연속적인 정지사진들의 모임인데요, 여러 장의 프레임(정지 사진 하나)이 스크린에 연속적으로 영사되면, 관객들이 느끼는 잔상 효과로 인해 영상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영화의 또 다른 표현인 활동사진 Motion Picture이라는 용어가 생겨난 배경입니다.   


현재 1초당 24개의 프레임이 연속적으로 영사되어, 우리의 눈은 정지화면을 움직임으로 받아들입니다. 사진 토막들이 1초에 몇 개 보이는지를 나타내는 프레임 레이트 (단위로는 fps : frames per second)는 무성 영화 시절에는 1초당 16프레임 이상, 유성 영화의 경우는 1초당 24프레임이었습니다.



◆ 영화의 탄생 -정지를  움직임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도전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시도를 통해 영화의 정신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정지에 대한 도전입니다.  


영화 발명가들이 품었던 영화의 목적은 단지 우리들에게 신기한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것에 있었다기보다,  운명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 것들에 변화와 움직임을 생성하고자 한 시도에 있다고 믿습니다.


결국 영화의 탄생은 우리의 미래가 정지를  움직임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도전에 의해 결정된다는 교훈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영화용어 해설] 쇼트

쇼트란  촬영의 최소단위를 말한다. 감독이 한 장면을 찍기 위해 ‘레디 액션’이라 외치면 카메라가 돌아가고, 감독이 장면을 다 찍은 후 ‘컷’이라 하면 카메라의 작동이 멈추게 되는데,  쇼트는 카메라가  켜진 후 꺼질 때까지 촬영한 일련의 필름화면을 말한다.



[참고문헌]


-모리노 다쿠미, 마쓰시로 모리히로, 『고대유적』 (들녘, 2001)
-앙마뉘엘 툴레(김희균 옮김), 『영화의 탄생』 (시공사, 1996)
-스티븐 파커(이충호 옮김), 『세계를 변화시킨 12명의 과학자』 (두산동아, 2000)
-제프리 노웰 스미스(이순호 옮김), 『옥스퍼드 세계 영화사』 (열린책들, 2005)
-크리스틴 톰슨, 데이비드 보드웰 저, HS Media 번역팀 역, 『세계영화사(Film History)』 (지필미디어, 2000)
-C. W. Ceram(1965년) Eine Archaologie des Kinos. Rowohlt. 권기돈 · 이영미 옮김, 『사진으로 보는 영화의 역사』 (새물결, 1996)
-루이스 자네티 저, 김진해 역, 『영화의 이해』 (현암사, 1999)
-송성수, 『사람의 역사, 기술의 역사』 (부산대학교출판부,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