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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해

[고전영화 기획전; 가을날의 재회 ② ] 나루세, 고다르, 비스콘티의 작품들, 영화사에 큰 획을 그어

가을의 시작과 함께하는  “가을날의 재회” 기획전은 고전의 지혜로움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나루세, 고다르, 비스콘티의 작품들은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명작들이다.




▲<흐트러진 구름>


<흐트러진 구름>은 나루세의 유작이다.


나루세 미키오는 그가 태어난 빈민가를 배경으로 서민 여성을 주인공으로 채택하곤 하였다. 특히 연약해 보이는 여성의 강인함이나 생명력을 조밀한 숏과 작은 몸짓 등으로 잡아내어 일본 여성영화의 문을 연 장본인이기도 하다.


영화는 임신 초기의 여성(유미코)이 사고로 남편을 잃고, 남편을 죽인 남자(미지마)를 만나 느끼는 애증(愛憎)을 서서히 풀어낸다.


이와 같은 어두운 멜로드라마는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게 하는데, 관객들은  무의식 중에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도저히 맺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는 일종의 체념이나 침묵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들은 인간적인 감정들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남녀로서 서로를 바라보려 애쓸 뿐이다.



▲산의 소리


나루세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언급한 <산의 소리>는 나루세의 대표적 멜로드라마이다.


나루세의 영화는 단순하다. 화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기교성을 지우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이는 고전 헐리우드 영화의 불가시 편집 (invisible editing)을 연상시킨다. 불가시 편집이란 내러티브의 개연성을 중점에 두고 시공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편집체계를 말한다. 그러므로 관객의 시선을 끄는 점프 컷은 금지된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리듬은 실상 의식적으로 절묘하게 계획된 결과이다.


이러한 리듬을 잘 살린 작품이 <산의 소리>이다.



▲미치광이 삐에로
 
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뉴 웨이브)의 대표주자 장 뤽 고다르의 작품이다.


그는 기존의 관습적 기법에 대항하기 위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감독이었다.장면을 튀어 보이게 하는 점프 컷을 사용하여 연속성을 깨뜨리기도 하고, 단편적인 콜라주 구조를 사용하거나 B급 영화 오마주 등을 동원하기도 하였다. 또 고다르는  다큐멘터리적 자료들, 즉 군중, 광고, 책자, 만화 등을 이리저리 병치한다.


<미치광이 삐에로>는 불륜을 저지르고 도망친 남녀(페르디낭과 마리안느)가 일으키는 사건을 중심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애정의 말로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보니 앤 클라이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영화에서 마리안느는 도피 여행 내내 페르디낭을 삐에로라고 부르는데, 페르디낭이 나는 피에로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장면이 수십 번은 반복된다. 종국에 정말로 삐에로가 되어 버리는 페르디낭과 떠나는 마리안느의 모습에서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도망친 값이 역설적으로 묘사되었다


이 작품은 고다르의 초기작 <네 멋대로 해라> 만큼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현대 관객들의 뇌리에 여전히 각인되고 있다.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르는 주인공들이 나른하고 심각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아이러니함과  빨갛고 파란 현란한 원색의 시각적 즐거움등이 작품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고다르의 후기작품은 인간 그 자체에 렌즈를 맞춘다. 고다르는 그가 만든 혁명적 영화 그룹(지가 베를토프 집단)이 해체된 후, 정치적, 사회적 이념보다 인간관계에서의 소외나 불소통의 문제를 지적하는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센소>와 <레오파드>
 
이탈리아 사실주의 감독 루키노 비스콘티의 작품이다. 그는 대담하고 거친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표현하여, 논란과 배급 중지를 연달아 겪기도 하였다.


비스콘티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미장센과 소품을 사용하는데, 사치스러운 옷을 입고 의미 없는 무도회를 밤새도록 벌이는 인물들의 모습이 괴로운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마약 투약 행위와 겹쳐 나타난다.
 
<센소>, <레오파드>는 그의 대표작 <강박관념>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인데, 두 작품 모두 전통 귀족과 신흥 부유층, 서민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센소>는 기득권과 운동권의 갈등을, <레오파드>는 기성세대와 청년의 갈등을 큰 줄기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