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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 상속세와 이중과세 > 상속세의 부담수준 논쟁 [ 상속세 ① ]

상속세는 어떻게 어떤 수준에서 부과되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옳음의 기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상속세는 무겁게 부과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부의 평등화 관점에서 상속세를 바라봅니다. 반면 상속세는 소득세보다 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중과세 관점에서 상속세를 이해합니다. 


◆ 상속세 도입의 역사 

상속세는 역사적으로 오래된 조세 중의 하나입니다.  

독일의 재정학자 샨츠(G. Schanz)에 의하면, 기원전 7세기경 이집트에서 재산을 소유ㆍ변경하는 경우에 그 변경에 과세 되었고, 기원전 4세기경에는 상속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 이전에 대하여 세금이 부과되었습니다. 세율은 5~10%였습니다. 

로마제국에서는 서기 6년부터 노병의 연금을 재원으로 하여 로마시민이 사망할 때 유산의 20분의 1이 사망세로 과세되었습니다. 그 후 세율이 10%로 인상되었으나, 6세기에는 상속세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세 말기에 이르러 이탈리아에서 상속세가 부활되어, 제노아에서 최초로 1395년에 상속세가 과세되었습니다. 

그 후 17세기경부터 유럽 각국에 상속세가 보급되어, 네덜란드에서는 16세기말부터 17세기 중반 경까지, 영국에서는 17세기 말에, 프랑스는 18세기 초에 각각 상속세가 도입되었습니다. 

독일에서는 17,18세기에 상속과세가 시작되었으나 일반적으로 널리 실시되고 완성된 때는 19세기입니다.  

미국에서는 독립전쟁 당시에 이미 상속세가 도입되었습니다. 이후 상속세는 전비조달을 위한 한시적 입법으로 남북전쟁세, 스페인전쟁세를 거쳐 1916년에 항구세로 제도화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러일전쟁때 전시재정계획의 일환으로 상속세가 도입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일제강점기인 1934년 조선상속세령을 거쳐 1950년에 상속세법 과 증여세법이 각각 마련되었습니다. 


◆ 상속세 폐지 논쟁

상속세(相續稅)는 자연인의 사망을 계기로, 무상으로 이전되는 재산을 과세물건으로 하여, 그 취득자에게 과세하는 조세를 말합니다. 

우선 상속세는 재산의 무상 이전과 관련됩니다.(transfer of value)

재산의 무상이전은 살아있는 사람들 간에 이루어질 수도 있고, 재산을 소유한 자연인의 사망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전자는 생전에 가치의 무상이전으로, 증여세의 문제이며, 후자는 사후에 유산을 이전하는 것으로 상속세의 문제입니다. 

또한 상속세는 사망세입니다. 따라서 사람을 화나게 하는 惡稅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1765년 영국의회가 Stamp Act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Benjamin Franklin는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보다 더 확실성이 있는 것은 없다(In this world, nothing is certain but death and taxes). 그러한 세금을 부과함에 있어서 사람의 사망을 과세사건으로 하거나 또는 조세징수자에게 돈벌이가 되는 사건으로 하고 있는 아이디어는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게다가 사망세인 상속세는 도덕적 관점에서도 적절하지 않는 세금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상속세는 폐지되어야 하는 세금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상속세는 생존이 끝날 때 남긴 재산에 과세하는 세금인데, 사후에 재산이 남아 있다는 것은 피상속인이 살아있는 동안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입니다. 이렇게 근면하게 살아온 사람에게만 세금을 징수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겁니다. 

가족의 관점으로 본다면, 상속세는 성실하고 이타적인 가족을 선별하여 과세하고, 낭비하는 가족은 방치하는 세금이 됩니다.   

상속세에 대한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상속세는 과연 사망세라고 비난받아야 할 것인가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상속세 지지자들은 사망은 상속과세의 부담을 발생시키는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생존자 간의 증여에 대해서도 상속세의 보완세인 증여세 납세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의 사망이 과세의 필요조건이 될 수도 없다는 겁니다. 

특히 이들은 상속세를 소득세의 보완 장치로 이해 합니다. 상속세 납부는 미실현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와 관련되어 있어, 소득세를 마지막으로 정산(a final settlement)하는 것으로 파악합니다. 

즉 상속세 과세 대상의 대부분은 사망자가 생존하고 있을 때 보유기간에 발생한 미실현 자본이득으로, 이러한 미실현 자본이득은 보유자의 사망 전에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상속과세가 없다면 미실현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누락 된다고 주장합니다.  

무엇보다 상속세가 없을 경우, 부유층에게 횡재를 안겨주고 조세회피로를 열어주는 결과를 초래하여 과세의 공정성이 무너진다고 주장합니다. 


◆상속세 부담 수준 논쟁

상속세가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라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상속세를 어느 정도로 부과하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됩니다.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어느 수준에서 부담시켜야 하는지를 두고 두 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우선 상속증여세를 무겁게 부과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상속재산은 자신의 노력으로 축적된 것이 아니라 무상취득되는 재산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즉 상속세의 과징을 주장하는 이들은 상속재산은 불로소득이며  우발적 횡재이므로, 상속세 또는 증여세는 세금부담이 무겁도록 과세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국가는 무상취득재산에 대해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특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사망한 사람에 대하여 느끼는 슬픔의 정도에 따라 그 부담의 수준이 달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망한 사람에 대하여 자녀와 먼 친족이 느끼는 슬픔 사이에는 그 직접성, 심각성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차별적 과세를 주장하는 이들은 친척촌수가 가까운 상속인 등에는 낮은 세율로 상속세를 과세하고, 그 촌수가 멀면 멀수록 높은 세율로 상속세를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 독일 상속세에서 상속범주의 분류

이 주장은 독일 입법례에서 적용되고 있습니다.  

독일 상속,증여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피상속인과 상속인 그리고 증여인과 수증자의 관계에 따라, 상속 범주를  3개의 등급으로 나누고, 해당 등급에 따라 공제금액과 세율을 차등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피상속인과 상속인 간의 관계가 가까운 정도에 따라 상속 범주는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분류됩니다. 

1등급에는 배우자, 자녀, 손자녀 등이 포함됩니다. 2등급에는 형제자매, 조카, 양부모와 이혼한 배우자등이 포함됩니다. 3등급에는 1, 2등급 이외 모든 다른 재산의 취득자(법인)가 적용됩니다. 

이러한 상속범주에 따라, 인적 공제 금액과 세율이 달라집니다. 

1등급에는 배우자가 50만 유로, 자녀나 사망한 자녀의 자녀가 40만 유로, 손자가 20만 유로를 공제받습니다. 세율은 상속자산의 가액에 따라 7~30%가 적용됩니다. 

2등급에는 2만 유로의 공제와 자산 가액에 따라 15~43%의 세율이 적용되며, 3등급에는 2만 유로의 공제와 30~50%의 세율이 부과됩니다.


◆ 상속세의 이중과세 문제와 적정 상속세

그런데 독일에서 직계비속등에게 높은 공제금액과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실질적 이유는 피상속인과 가장 가까운 자들의 생계를 보장해 주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상속세가 이중 과세라는 점 때문입니다. 

상속세는 소득세와의 관계에서 이중적인 과세입니다. 이유는 유산의 원천이 이미 과거에 과세 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상속인이 상속과세의 대상이 되는 유산을 취득할 때, 그 재원의 원천은 피상속인이 얻은 소득의 저축이며, 그 저축에는 이미 소득세가 과세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미 과세된 재원에 상속세가 다시 과세되면, 이는 이중 과세 문제를 초래합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공제금액이 높아지거나 세율이 낮아져야 합니다. 독일이 상속세 적용에 있어 직계비속등에게 높은 공제금액과 낮은 세율을 적용한 이유입니다. 


◆ 기회의 평등과 논리적 정합성

상속세 과세 수준의 논쟁과 관련하여, 상속세 과징론과 완화론이 맞서고 있습니다. 

전자는 상속세 부담자는 횡재를 한 무상취득자이므로 상속세는 무겁게 징수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의 상속세가 이에 속합니다. 

반면 후자는 사람의 죽음에 과세하는 사망세로, 피상속자가 살아있는 동안 원본에 대해 소득세를 납부하고  상속자가 동일 재원에 대해 다시 상속세를 낸다면, 이는  이중과세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런 점에 유의한 많은 국가들이, 피상속인이 부를 축적하는 단계에서 이미 과세된 재산에 다시 과세하는 이중과세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였습니다.

예컨대 피상속인에 상속세 부담과 관련하여, 상속공제액을 높이거나 상속세율을 소득세율보다 낮게 유지하여 이중과세를 해소하고자 하였습니다. 

실제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23개 국가중 15개국에서, 이중과세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독일의 경우, 직계비속의 상속세율(최고세율30%)이 소득세율(최고세율45%)보다 낮습니다. 

반면 한국은 상속세 이중과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상속세 최고세율(50%)이 소득세 최고세율(45%)보다 높은 실정입니다. 상속세와 소득세를 합하면 실제 최고세율은 95%에 이르게 됩니다.(물론 다양한 공제가 존재하여 결정세액은 이보다 낮습니다.) 

우리의 미래에는 기회의 평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논리 정합성에 대한 관심도 무시될 수 없습니다.  평등의 과정에 논리적 정합성이 배제된다면, 이러한 평등은 절대적 평등에 대한 집산주의자들의 갈망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최소수혜자들의 이익이 증가하는 한 불평등은 용납될 수 있다는 롤즈의 통찰은, 그래서, 타당한 논변입니다. 


<참고문헌>
김병일, “상속세 및 증여세제의 개편방안”
임동원, “현행 기업승계 상속세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keri bri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