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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기반 괴롭힘 ] 이브의 원죄가 씻기는 세상을 꿈꾸며

[젠더 기반 괴롭힘 ] 이브의 원죄가 씻기는 세상을 꿈꾸며

성적 괴롭힘은 수치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가 남성의 고정된 성적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 이러한 행동을 이끄는 고정화된 가치관과 관련되어 있다는 지적입니다. 때문에 성적 괴롭힘 문제에 대한 접근은 행위자들의 고정화된 성별 가치관에 대한 이해와 변혁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성추행, 성희롱을 바라보는 관찰자마다 상황을 달리 판단할 수 있어 성희롱,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는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찰자들은 피해자의 감정과 달리, 각자의 안경을 통해 거쳐 나온 각기 다른 상황인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치심과 혐오감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성추행은 ‘주관적 목적이나 경향을 불문하고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일체의 행위’(김대군)를 뜻합니다. 법률에서의 성추행은 형법상 강제추행을 말하는 것으로, ‘의사에 반한 또는 강제(폭행 또는 협박)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정도로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성추행과 연관되는 개념은 성희롱입니다. 성희롱 자체는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고 행위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행위입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에서 규정하는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추행이든 성희롱이든 행위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의 문제는, 행위의 성립요건의 하나인 ‘성적 굴욕감(수치심), 혐오감’이 객관성보다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으로 치부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 역시 성희롱의 전제요건인 성적 언동등을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대법원 2007.6.14. 선고 2005두6461판결) 하지만 사회 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을 정도를 벗어난 성적인(sexual)언행 여부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자연스러운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또한 관찰자들이 성추행 성희롱 사건을 처해 있는 정치적 문화적 시선에 따라 달리 바라보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을 어떻게 특정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도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행위자가 ‘손톱에 장식한 네일아트가 예쁘다며 손을 만지거나 둘이서 셀카를 찍자고 하기도 했다. 셀카를 찍을 때마다 얼굴을 맞대거나 불필요하게 신체를 접촉하기도 했다.’면, 행위자를 옹호하는 이들은 ‘친근감에서 한 행동이지, 그게 어째서 성추행이냐. 피해 호소인이 수치심을 느끼는 건 성격이 예민해서 그런 거다.’라며 반박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피해자에게 고통스러운 성추행 성희롱 사건은, 일부 관찰자에겐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발생한 사소한 갈등 정도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권인숙, 문강분 재인용) 성희롱, 성추행이 성적침해라는 인식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많은 걸림돌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권인숙) ◆피해자 중심주의는 곧 정의 직장 내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못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이루어지는 이유도 주관적 감정이 강조되는 성희롱, 성추행의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정되기 어렵다는 현실론과 맞물려 있습니다. 때문에 성추행 성희롱사건에 대한 인식은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원론에 기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관점에 기초하여 아래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우리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 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이처럼 대법원은 피해자중심주의를 배격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국 성적 괴롭힘 언동은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라는 판례의 관점에 근거하면서, 시간과 맥락에 따른 피해자의 주관적 환경에 따른 관점을 함께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민정) ◆성적 괴롭힘의 근원에는 성적 차별, 성적 고정관념이 웅크리고 있어 그런데 성과 관련된 괴롭힘이 성적인 언행이 전제될 때만 성립되는가라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이는 성적 괴롭힘에 내재되어 있는 행위자의 인식에는 성적 차별이라는 가치관이 잠재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성희롱에 해당되는 ‘성적언동’은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 별표 1에 예시로 규정되어 있는데, 크게 △육체적 행위(입맞춤, 포옹등의 신체적 접촉행위, 안마나 애무를 강요하는 행위) △언어적 성적언동(음란한 농담) △시각적 행위(음란한 사진 등을 보여주는 행위-컴퓨터 통신 이용하는 경우도 포함)로 구분됩니다. 이러한 괴롭힘 언동들의 근원에는 성적 차별, 성적 고정관념이 웅크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행위는 가치관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적 괴롭힘은 성적 차별과 고정관념이라는 가치관의 타파에 의해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습니다. ◆젠더기반(gender based) 괴롭힘 이러한 성희롱등 성적 괴롭힘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 태생 된다는 인식은 ‘젠더기반(gender based) 괴롭힘’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젠더기반 괴롭힘이란 특정 성에 기반을 둔 차별적 언행으로, ‘성별 고정관념을 전달하는 언어적 신체적 상징적 언동’을 뜻합니다. 여기서 성별은 생물학적 성별(sex) 뿐만 아니라 사회적 성별(gender)을 포함합니다. (문강분) 상식적인 젠더차별 개념은 보부아르에 빚집니다. 보부아르는 「제2의성」에서,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되어간다.’고 강조합니다. 즉 그는 여성됨을 임신과 출산이라는 생물학적 조건보다 역사적 문화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산물로 이해합니다. 때문에 생물학적 성별인 sex가 아닌 사회적 성별인 gender가 남성과 여성의 속성을 설명하는 적절한 용어가 됩니다. 젠더의 관점에서, 보부아르는 남성을 표준과 가치를 정하는 주체인 ‘제1의 성’으로, 여성을 지배능력이 부족한 타자(other)인 ‘제2의 성’으로 이해하였습니다. 사르트르의 용어를 빌려온다면, 남성은 ‘능동적· 이성적· 의지적· 자율적 존재’인 대자적 존재, 여성은 ‘수동적· 직관적· 감성적· 관계 지향적 존재’인 즉자적 존재로 평가됩니다. 여기서 대자적 존재는 자유하는 인간, 초월하는 인간인데 반해, 즉자적 존재는 아무런 실재적인 활동도 할 수 없는 단지 ‘있다’는 데만 의미를 두는 인간입니다. 그렇다보니 여성은 자율적 독립성을 지닌 자아로 존재하지 못하고,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하여 존재하는 대상으로 취급됩니다. 남성을 위해 단지 ‘있는’ 여성은 자기결정권을 상실한 채 남성의 요구대로 남성을 慰安(위안)하는 존재, 자신의 사진을 휴대폰으로 일방적으로 전송하며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남성으로부터 고통 받아야 하는 존재, 그렇다고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로 성희롱이라고 저항할 수 없는 존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남성에 비해 사회적 지성적으로 열등하여 ‘커피나 타는 존재’인 여성은 임용권자가 운동을 마친 뒤 속옷을 가져다주어야 하는 존재로, ‘자기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 라는 성적 칭찬을 들어야 하는 존재로 격하되게 됩니다. 이들의 삶은 자기결정권을 빼앗긴 채 강요에 의해 일본군의 성노예로 존재하였던 조선 일본군 위안부들의 그것과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습니다. 결국 즉자적 존재로서의 여성은 자기결정권을 상실한 채, 왜곡된 성역할을 담당하는 사람 아닌 사람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젠더에 기반을 둔 성 고정관념의 극복이 곧 성희롱(sexual harassment)문제 해결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 인권법제가 필요한 이유 젠더기반 괴롭힘은 제2의 성으로 간주되는 여성이 제1의 성인 남성과 동등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습니다. 즉 남성과 여성이 각각 행위자와 반응자라는 뒤틀린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상호의존하고 포용할 때 완화될 수 있습니다. 달리말해 성 고정관념에 근거한 상호간의 역할 경계를 무너뜨리고 능력에 따라 역할을 담당하여, 일터 뿐만 아니라 학교등 일터외의 장소에서 상호존중이 살아 숨 쉴 때 젠더 괴롭힘은 극복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성희롱 관련 법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뛰어넘는 인권법제 도입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인권법제는 성희롱, 성추행, 직장 내 괴롭힘을 차별로 보며, 차별을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입니다.(이수연) 우선 누구나 차별 없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고 하에, 피해자 관점에서 피해자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에 초점을 둡니다. 이를 위해, 인권법엔 신속하고 전문성 있는 구제기관의 설치가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노동위원회에 설립되는 전문위원회가 사용자· 임용권자의 직장 괴롭힘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직장 괴롭힘의 신고 수리주체가 사용자로 되어 있는데.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 제대로 피해를 신고하고 처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노동위원회를 신고 수리주체로 규정하는 법률은 피해자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인권법은 종속 근로 외의 노무 종사자를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습니다. 현행 직장 괴롭힘 법제는 근로기준법상 종속근로자에 속한 규정입니다. 따라서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 하도급 근로자,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특수형태 근로자와 5인 미만 사업자의 근로자, 자영업적 고용형태에 종사하는 근로자등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권법은 이들을 포괄하여 괴롭힘에서 보호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권법은 고용부문 뿐만 아니라 비고용부문으로까지 보호 범위를 확대 할 수 있습니다. (이수연) 이를 테면 학교등에서 발생하는 성적 괴롭힘에 대해선 국가인권위원회를 신고수리주체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인권법은, 인격권의 침해를 방지하는 관점에 서서, 직장과 직장외의 장소에서 성적 차별에 따른 괴롭힘을 방지하거나 사후 조치하는 관련 내용을 담는 그릇이 될 것입니다. ◆이브의 원죄가 씻기는 세상을 꿈꾸며 보부아르에 따르면 젠더는 사회화된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여자답다’라는 굴절되어 의식화된 관념이 새로운 물결로 전환될 때 사회화가 다시 태동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물결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존중받아 기존의 역할 경계 짓기를 극복하고, 모두가 주체로서의 소명을 담당하는, 차별 없는 세상을 짓고자 하는 변혁을 말합니다. 이러한 물결이 넘쳐흐르는 세상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자기결정권이 병존하는 곳입니다. 그리하여 모두가 상대를 포용하고 상호 의존하는 곳입니다. 궁극적으로 이브의 원죄가 씻기는 곳, 즉 동등한 존엄과 자존감이 살아 숨 쉬는 땅의 개척은 구별 짓기의 땅에 태어난 우리 모두의 소명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김민정(2019),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적 개념과 성립요건: 직장 내 성희롱과의 비교를 중심으로”이수연(2019),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적 쟁점 분석을 통한 대응방안 모색”문강분(2020), “직장 내 괴롭힘 법제화와 여성운동”김대군(2015), “윤리교육에서 성희롱 예방교육”


[능력주의 ②] 우리사회가 다짐할 가치체계는?

[능력주의 ②] 우리사회가 다짐할 가치체계는?

“여우는 많은 것을 안다. 그러나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안다.” 미국의 철학자 드워킨(Ronald Dworkin)이 언급한 이 말은 一以貫之에 대한 설명입니다. 많은 것을 알지만 이것들을 하나로 꿰지 못하는 여우와 달리, 고슴도치는 가치들을 하나의 원리로 통합하여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가치들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 하나로 이해하는 고슴도치적 태도에 대한 사례가 자유와 평등이 하나의 통일체로 작동하는 원리입니다. ◆자유주의적 평등론과 교육개혁 능력주의 사상을 담고 있는 자유주의는 타고난 재능과 여건을 마음껏 발휘하여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여기에 생산적인 노력이 더해져서 지위와 부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합니다. 이를 위해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도록 법적· 제도적· 관행적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능력주의는 파레토 균형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이끌어, 자본주의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합니다. 또한 개인의 상승욕구를 채워주게 되어, 계급의 유동성을 촉진시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주의는 가정의 문화자본등 여건이라는 우연변수가 성과를 좌우하는 불공정성을 초래하여,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즉 형식적 기회균등이 보장된 능력주의는, 신분사회의 계급을 자본주의의 계급으로 대체하였을 뿐, 오히려 계급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하였다는 겁니다. 실질적 기회균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한 응답은 ‘자원의 배분은 선택에 민감하고 여건에 둔감해야 한다.’라는 드워킨의 언명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를 경쟁에 대입해 본다면, 공정한 경쟁은 실질적 페어플레이에 따라 행해지는 경쟁이며, 그 실질성은 여건의 우월에 따라 경주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격차를 여건의 보완을 통해 수정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여건이 둔감해지는 자원배분은 국가를 소환합니다. 경주의 출발선에 나란히 설 수 있기 위해선, 국가만이 대세적으로 자연적 여건을 조정하여 여건을 개선시키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입니다. 무엇보다 국가는 여건의 불평등 중 가장 나쁜 불평등인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데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와 여당이 교육개혁에 둔감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잠재력을 키우는 교육의 효과는 경제 성장률, 고용률등에 즉각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케인즈이론을 신봉하는 진보좌파 정부의 시각에선 교육에 투자하는 재정으로 도로나 건물 하나를 더 짓는 것이 성장률을 높이는 첩경이 됩니다. 반면 사람을 소중히 하는 진보진영의 가치는 사람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과 조응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우수한 문화자본을 갖춘 가정을 학교가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국가가 교육기회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있는 유아와 아동들이 잠재력을 계발하여 생산적인 노력을 다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이들에게 실질적 교육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5~6세를 대상으로 하는 국공립 유아학교를 설립하고 학제를 개편하는 교육개혁에 나서는 것이 국가가 공정과 정의를 제대로 세우는 길이 될 것입니다. ◆자연적 사실에 의한 불평등과 조세 개혁 이렇게 실질적 기회균등이 이루어졌다 해도, 타고난 재능등 자연적 사실에 의해 불평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롤즈는 이러한 자연적 사실은 부정의한 것도 비도덕적인 것도 아니라며, 자연적 자질을 용인합니다. 문제점은 자연적 불평등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연적 사실로 인한 이득의 차등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부정의하다는 겁니다. (황경식) 방치로부터의 탈출은 천부적 재능을 활용하여 창출한 이득의 일부를 최소 수혜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기여하도록 국가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사회의 불평등은 용인 된다는 게 롤즈 정의론의 핵심입니다. 이득의 차등의 조정은 조세제도의 정비를 통해 가능합니다. 특히 소득세는 천부적 재능의 결과물이 명확히 나타난 세금으로, 이를 재분배하는 것이 운의 불평등성을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득세에서 개편이 필요한 분야는 종합소득세의 소득공제 항목입니다. 고세율의 납세자가 높은 세율로 인해 저세율의 납세자보다 인적공제나 신용카드소득공제 혜택등을 많이 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는데도, 세법은 인적공제· 신용카드 소득공제 항목등을 소득공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득공제항목을 모두 세액공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이럴 경우 저 세율 구간에 속하는 납세자는 결정세액이 0이하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 국민개세주의를 위해 최저한세 설정도 고려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가치체계 우리사회가 다짐하고 수용해야 할 가치체계의 원리는 가치가 분열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자유주의와 평등을 이분법적 개념으로 이해하기보다, 이 둘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자유주의적 평등(liberal equality)’론이 우리사회가 수용해야할 고슴도치적 태도가 될 수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분열성을 극복하는 방안은 자연적 사실에 의해 작동되는 능력주의를 수용함과 동시에 운의 불평등으로 인한 결과를 보정하는 통합적 사고의 적극적 수용에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국가가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공정한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동시에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며, 나아가 자연적 사실로 인한 이득의 일부를 최소수혜자에게 제공하는 등의 일련의 가치체계가 우리사회에 확립될 때, 공동체 성원들은 통합적 가치에 대한 다짐을 새기면서, 개인의 꿈과 공동체의 연대를 함께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강정인, “계급과 평등:기회균등과 능력주의의 문제점 및 그 한계” 황경식, “분배정의의 이념과 사회구조의 선택”

[능력주의 ①] 능력주의에 대한 편향적 이해 극복해야

[능력주의 ①] 능력주의에 대한 편향적 이해 극복해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검색 직원 정규직 전환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희소한자원의 공정한 배분원리에 대한 논쟁으로 읽혀집니다.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공정한 자원배분의 원칙은 능력주의, 즉 능력에 따른 보상입니다. 타고 난 재능과 노력으로 자유롭게 경쟁하여, 이러한 능력에 비례하여 지위나 부등을 배분받는 것이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은 그의 저서 ‘The Rise of Meritocracy’에서 능력주의(meritocracy)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지나친 능력주의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하였습니다. 따라서 능력주의는 일면적 편향적 해석으로 이해 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형식적 기회균등에 근거한 능력주의 ①능력주의와 형평성: 능력주의는 능력과 보상의 비례적 상관관계를 강조하는 자원의 배분원리입니다. 마이클 영에 의하면, 타고난 천부적 재능과 노력의 총화인 능력(능력=IQ+노력)이 인간의 지위나 부를 결정합니다. 능력이라는 투입이 지위를 산출하는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능력주의가 지지하는 자원배분의 공정성은 투입에 따른 산출의 크기가 아니라 투입비율의 형평성(衡平)입니다. Adams의 공정성이론에 의하면, 자신의 투입산출 비율과 비교 대상의 그 비율이 같다면, 형평이 이루어졌다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비교대상이 투입을 산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특권을 누림에 따라 투입에 비해 과다 산출을 얻게 된다면, 그의 보상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 이 때 상대가 누리는 과다 비율로 인해 불공정성과 상대적 박탈감이 나타납니다. ② 능력주의의 전제, 기회균등: 이러한 형평의 붕괴는 법적인 기회균등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됩니다. 능력을 계발하고 발휘하는데 장애가 되는 법적 관행적 요인들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능력이라는 잠재력은 성과와 보상으로 구체화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회균등을 실현되기 위해선, 지위의 결정에서 학벌· 스펙· 부모의 사회적 지위· 인종· 성별· 장애등 차별적 요소들이 배제되고, 단지 능력이 판단의 척도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원리에 기초하여 지위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 모든 개인은 사회가 제공하는 자원의 분배에 균등하게 참여할 기회를 얻습니다. 결국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에 특권을 부여하거나 특별한 장애물을 두지 않음에 따라, 희소한 자원을 획득하고자 하는 경기에서 누구나 동등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기회균등의 목표입니다. ③능력주의와 계급의 유동성: 지위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야 한다는 기회균등에 근거한 능력주의는 계급 유동성을 보장하는 원리로 작용합니다. 지위가 세습에 의해 상속되는 봉건제도는 특정 지위나 부가 일부 사람에게만 할당되었습니다. 그 결과 계급의 수직적 유동성은 차단되어 사람의 신분 상승 욕망은 제한되었습니다. 봉건제도 후의 자본주의는, 우선적으로 노예나 농노도 귀족과 다름없이 고유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원칙을 수용합니다. 이러한 평등주의에 기초하여, 지위를 신분이나 정실주의가 아닌 능력에 따라 배분하게 됩니다. 이처럼 능력주의의 철학인 능력과 지위의 비례적 상관관계는 계급의 수직적 유동성을 보장하는 원리로 작용하였습니다. ④능력주의와 자본주의 원리: 그런데 능력주의를 단순히 개인들의 형평성 확보, 계급유동성이라는 관점으로 만 파악하는 것은 능력주의에 대한 제한된 인식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능력주의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미시적으로 사회적으로 공헌도가 높은 능력에 높은 보상이나 혜택을 지불하는 것은 자원의 효율적배분에 부합합니다. 자원의 투입과 이를 가공하는 노력이 많다면, 이에 대한 비례 보상이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방식이 됩니다. 또한 거시적으로 높은 능력을 요하는 중요한 역할에 상응한 보상이 뒤 따르지 않는다면, 노동은 질적 양적인 부가가치 극대화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실제로 스웨덴의 의사들이 그 예입니다. 힘든 의학 공부와 고된 일에 비해 보상이 적다보니, 젊은이들은 사명만 강조되는 의사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스웨덴은 의사 부족에 직면하게 되어 국민들에게 만족스러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의료 서비스 적체를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의사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능력과 보상의 비례적 상관관계는 자본주의를 운영하는데 불가피한 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강정인) ◆실질적 기회균등 그런데 기회균등이 확보된 능력주의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자원의 배분 기준으로 합당한가라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능력주의가 지지하는 공정성이 정의롭고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겁니다. ①형식적 기회균등에 근거한 능력주의는 정의로운가? : ‘능력 있는 자라면 출세할 수 있다.’는 주장은 능력주의의 의미를 함축한 말입니다. 재능과 노력의 정도에 따라 계급상승의 길이 열려있다는 게 능력주의의 구호입니다. 이러한 능력주의가 의존하는 기회균등은, 재능과 노력에 의해 지위가 획득되는 경주에서 그 출발선에 서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법적 관행적 요소들이 제거 될 때, 확립됩니다. 그런데 능력주의가 내포하는 문제의 초점은, 지위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있다손 치더라도, 모두가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즉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기회활용은 불가능하다는 게 능력주의의 한계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청년들이 취업하길 희망하는 최고의 공기업, 인국공의 사무직에 인문계 청년들이 지원하고 싶어도 탁월한 영어 실력, 즉 만점에 가까운 토익점수를 갖추고 있지 않다면 지원자체가 불가능합니다. 900점 이상의 토익점수와 상관관계가 있는 변수의 하나는 소득입니다. 기회균등에 관한 한 연구에서, 통역이 가능할 정도의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할 예측확률은 소득10분위의 경우 1,77%인데 반하여, 소득1분위에선 0,32%로, 두 그룹간의 차이는 5.5배에 달하였습니다. (구교준외)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은 우리사회의 교육기회불평등 현상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소득이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교육이 역량을 강화하고, 역량이 기회를 제공하며, 최종적으로 우월한 기회가 준수한 지위와 소득을 얻기 위한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소득이 소득을 낳는다는 게, 이 흐름의 요약입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위가 동등하게 개방되어 있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회균등에 근거한 능력주의는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진정한 기회균등은 이같은 형식적 기회균등인 법률상 기회균등이 아니라, 기회를 활용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균등화되는 실질적 기회균등입니다. (강정인) 이러한 요소들엔 재산· 소득등의 사회경제적 지위, 교육수준, 가정환경등이 꼽히고 있는데, 기회를 낳는 요소들이 불평등하다면, 그 기회는 사실상 불평등하다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풍부한 문화자본이 갖추어진 가정에서 우연하게 태어나 우월한 교육기회를 가진 행운아는 유리한 인생전망을 누리며, 이를 나면서부터 박탈당한 불운아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는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인가라는 비판이 나오게 됩니다. 때문에 드워킨은 기회는 사실 평등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②노력의 질은 내생적 : 특히 능력주의 옹호자들이 이에 대한 반대자들을 물리치는데 강력한 무기는 노력입니다. 그런데 노력의 질 또한 외생적이라기보다 내생적입니다. 우수한 문화자본을 가진 가정의 아이들은 이 자본의 토대위에서 시간을 투입하게 됩니다. 이러한 우월한 여건으로 인해 투입을 신속하게 양질의 산출로 전환합니다. 결국 노력의 질도 여건의 함수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공정하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능력주의는 진정한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③형식적 기회균등이 보장된 능력주의와 허의의식 : 여건의 불평등이 기회의 불평등과 생산적 노력의 제한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위가 동등하게 개방되어 있어 출발선이 동등하다는 개념의 기회 균등과 이에 근거한 능력주의가 공정성 원리로 수용된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사회 경제적 지위· 교육· 문화자본등 우월한 사회적 여건을 갖춘 중산층이 이러한 여건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배분방식으로 능력주의를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여건의 불평등을 지위를 재생산하거나 상류층으로의 계급이동을 위한 손쉬운 수단으로 파악한 것입니다. 따라서 형식적 기회균등에 근거한 능력주의 구호는 우월한 문화자본을 갖추고 있어 신분 상승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중산층 부르조아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고안해 낸 허위의식이라는 비판은 설득력을 얻습니다. (강정인) 결국 삶의 정도가 사회적 우연성의 함수라는 원리를 인정할 때, 사회적 우연성을 완화하여 경주에서 실질적인 출발선의 차이를 보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됩니다. ◆능력주의의 공과 능력주의는 이에 대한 일방적 비난이나 찬양으로 이해 될 수 없는 가치입니다. 형식적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능력주의는 개인의 이기심과 야심이 경쟁을 통해 경제적 진보를 이룬다는 아담스미스의 논리와 부합됩니다. 반면 기회는 실질적으로 평등하지 않다는 여건의 불평등을 받아들일 때, 능력주의는 또 다른 현대판 계급제도를 부추기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능력주의를 功過를 모두 내포하는 가치로 이해하는 것이 편향성을 극복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강정인, “계급과 평등:기회균등과 능력주의의 문제점 및 그 한계” 황경식, “분배정의의 이념과 사회구조의 선택” 구교준외, “우리는 기회가 균등한 사회에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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