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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 ② ] 한국형 재정 준칙이란?

[재정준칙 ② ] 한국형 재정 준칙이란?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재정준칙은 동시에 신축적인 재정을 요구한다.」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에 있어서의 고민은 아마도 형용모순인 이 표현으로 집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쪽은 준칙이 유약하다고 비판하고,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옹호하는 쪽은 준칙이 경직적이거나 불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재정이 악화되기 전에 법제화된 재정준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또 한편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기회복을 위해 준칙은 유연함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처럼 상충되는 두 가지 재정 목표, 즉 재정건전성의 강화와 재정의 신축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달성할 것인가가 한국형재정준칙 도입의 핵심요소가 됩니다. 우선 재정의 지속가능성(fiscal sustainability)을 확보하기 위해 헌법이나 법률에 재정준칙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이번 발표된 재정준칙은 국가재정법에 준칙의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적 경기침체기에 재정의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해 준칙 예외조항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한국형 준칙에는 전쟁이나 글로벌 경제 위기등의 상황에서 준칙 적용이 면제되고, 경기 둔화 상황에서 통합 재정수지 적자가 4%까지 허용되는 규정이 담겨 있습니다. 발표된 재정준칙에는 재정 목표들의 충돌을 조화롭게 해소하기 위한 고민이 엿보입니다.. 그런데 한국형재정준칙 도입의 과제는 어떠한 재정준칙들이 재정지속성과 경기회복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준칙들인가라는 점입니다. ◆유형별 준칙의 장단점 이번 발표된 재정준칙은 채무준칙(Debt Rule, DR)과 균형재정수지준칙(Budget Balance Rule, BBR)입니다. 2025년부터 국가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60% 그리고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을 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수치적 한도(numerical ceiling)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DR과 BBR에는 커뮤니케이션과 감독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기 순응적이어서 경기안정화 기능이 미비 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예컨대 정치인들이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압력에 처하면, 경상지출보다 삭감이 쉬운 투자지출(자본지출)을 줄여 투자지출에서 경기순응성을 높이는 정책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겁니다. (김정미) [DR이 재정정책(으로 인한 재정지출)의 변동성을 유의하게 줄이므로 재정건전성 확보에는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김정미)] 반면 지출준칙(Expenditure Rule, ER)에는 단기 년도 평균지출이 아닌 다년도 평균 지출액을 산출하면 경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세입 제약이 없어서 이것만으로는 재정건전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ER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Pay-go 준칙이 함께 채택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Pay-go 준칙과 예산법률주의 신규 의무지출에 대한 재원마련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Pay-go준칙[pay-as-you-go, 지출이 증가할 때(go)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pay)]이 지출준칙과 함께 입법화 된다면, 수입측면도 함께 고려되어 재정수지개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준칙 발표에서 지출준칙과 Pay-go 준칙이 예상과 달리 배제되었습니다. 복지지출 억제와 국회의 입법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Pay-go 준칙의 단점이 준칙으로서의 채택을 막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Pay-go 준칙이 작동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못한 점이 준칙 적용을 저해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Pay-go 준칙 적용의 기반은 예산법률주의입니다. Pay-go 준칙 적용의 원칙적 경로는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예산 총량과 상임위원회별 예산 배분이 이루어진 후, 배분된 예산에 근거하여 정책 우선순위에 따른 예산법안이 발의됩니다. (염명배외) 결국 이러한 ‘톱다운 방식’을 취하는 예산법률주의와 조세법률주의가 상호작용하여 자원배분합의와 자원조달을 가능하게 합니다. 예산법률주의가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 국가는 미국입니다. 미국 행정부는 예산을 편성하여 ‘대통령 예산안(President's Budget Proposal)’이라는 형태로 의회에 제출합니다. 의회는 이를 바탕으로 예산결의안과 세출 예산법을 의결하게 됩니다. 의회 예산위원회(Budget Committees)에서 심의·의결하는 예산결의안은 의회 예산심의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예산총액· 상임위별 예산배분· 예산심의에 관한 지침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임위별 한도에 기초하여 각 상임위는 전권을 가지고 개별사업을 심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의회는 법률의 형식으로 세출 예산법(Appropriation Act,지출승인법)을 의결하고, 행정부는 이를 근거로 예산을 집행하게 됩니다. 예산법률주의를 우리나라에 적용해보면, 분리 심사형식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국가재정 총량의 결정, 상임위별 예산의 배분, 그리고 재량지출의 예산심의를 담당하고, 일반 상임위원회는 배분된 예산의 한도 내에서 각 소관의 의무지출 예산을 심사하도록 합니다. (김월래) 상임위는 Pay-go 준칙이 적용되는 예산들 중에서 시급한 예산 법률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의무지출 예산과 재량지출 예산을 의결하여 본회의에 송부하고, 본회의에서 단일안건으로 의결하는 것이 아니라 항별 또는 소관별 예산을 각각 의결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산법률주의가 도입되기 위해선, 통치구조· 재정분야에 있어서의 의회와 행정부의 권한 배분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개헌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반면, 예산법률주의를 헌법에 규정하는 경우, 국회의 예산법률안 심의권이 제약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따라서 개헌보다 국회의 예산관련 심의권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어떤 경우든, 우리나라의 국회가 미국의 사례를 준용하여 예산심의권을 확대하는 것이 재정건전성과 재정민주주의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연금의 재정준칙 한국형 지출준칙의 도입에 있어 시급한 과제는 스웨덴의 재정준칙 사례처럼 연금 재정준칙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스웨덴은 2000년부터 균형재정수지 준칙인 BBR(중앙정부는 GDP대비 2% 흑자 목표)과 중앙정부와 연금에 대해 지출 상한을 두는 ER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7월에 발표한 ‘4대 공적연금 장기재정전망(2020~2090년)’에 의하면, 연금재정수지가 2020년 0.6조원 흑자에서 2090년까지 226.7조원으로 적자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정수지 적자의 GDP대비 비율도 점점 증가하여 2078년에 6.1%로 최고수준을 보인 뒤, 2090년 5.5%로 감소할 전망입니다. 이는 4대 공적연금의 전체수입이 연평균 0.9%증가(불변가격 기준으로 2020년 55.7조원에서 2090년 104.4조원으로 증가)하고 전체지출은 연평균2.6%증가(2020년 55.1조원에서 2090년 330.9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각 연금별 전망은 더욱 암울합니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경우, 적립금이 각각 2055년과 2048년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무원연금은 2020년 2.1조원에서 2090년 32.1조원으로, 군인연금은 2020년 1.7조원에서 2090년 6.7조원으로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공적연금의 특징인 수혜를 받는 측과 비용을 부담하는 측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편익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그 비용부담은 다수에게 분산되는 현재의 불공평한 공적연금 제도는 시급히 개혁되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금의 재정준칙은 어떠한 준칙보다 선행되어 채택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념이라는 프로크루스테스 침대 재정지속성과 경기회복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한국형 재정 준칙들로, 예산법률주의에 기반한 지출준칙과 Pay-go 준칙 도입이 고려됩니다. 또한 연금재정의 건전성을 위해 연금 준칙의 도입도 깊이 고민해야할 시점입니다. 이번 준칙을 두고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과 유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영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정부의 이번 재정준칙의 도입은 변화무쌍한 우리나라의 대내외 환경에서, 지속가능성과 신축성을 동시에 담보하는 최적의 재정준칙 채택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어떠한 정책이든 숙성되는 시간과 이를 가공하는 땀이 함께 어우러져야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국민의 후생을 높이는 경제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기에, 한국형 재정준칙을 본격적으로 토론하여 최적의 한국형 준칙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준칙 선택과 관련하여 경계해야 할 점은 정책이 진영의 이념에 함몰되는 것입니다. 이념이라는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의 크기에 맞게 정책을 재단하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국민과 국가의 안녕에 가장 합당한 정책이 도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백웅기(2016), “우리나라 재정준칙의 도입방안”염명배, 이성규 (2015), “페이고제도에 의한 실사구시적 논의: 한국형 페이고 제도의 모색”김정미(2018), “재정준칙이 재량적 재정지출의 변동성에 미치는 효과”김월래(2018), 「예산법률주의 도입 방안에 관한 연구」, 중앙대 석사학위논문


[재정준칙 ① ] 재정준칙 도입 왜 필요한가? :성장과 관련하여

[재정준칙 ① ] 재정준칙 도입 왜 필요한가? :성장과 관련하여

정부가 5일 재정준칙을 발표하였습니다. 재정준칙이란 재정지출, 국가채무, 재정수지등 재정지표에 대해 구체적 목표를 채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부 부채등에 수치적 한도를 설정하는 것은 부채 수준이 성장의 임계점을 넘게 될 때 성장이 저해된다는 점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 정부부채 증가와 성장의 관계는 역 U자형 정부부채의 증가에 따른 성장의 변화는 역 U자형을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연구 결과입니다. (김성순, 한국금융연구원) 부채가 낮은 중·단기에, 정부 부채의 증가는 성장을 촉진합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총수요를 끌어올려 균형국민소득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부채가 어느 수준을 넘어선 장기에, 부채의 긍정 효과는 부정 효과로 전환됩니다. 부채가 임계점을 지나게 되면 이러한 부정적 효과는 정부부채가 증가할수록 더욱 커지게 되는 겁니다. ECB의 한 보고서는 정부부채 증가에 따른 성장의 형태가 역 U자형이라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 재인용 Mika) 우선 부채가 중· 단기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총 가처분 소득 대비 정부부채비율이 10% 상승할 경우 1인당 GDP의 3년간 증가율은 0.12%~0.14%p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부채가 1인당 실질 GDP와 음(-)의 관계를 보였습니다. 이유는 위험프리미엄의 상승등으로 인해 (자본비용의 상승으로) 자본축적이 감소하고, 소비주체의 미래 세금인상등의 기대가 생활수준을 장기적으로 상승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단기에는 케인즈 이론에 따라, 정부부채 증가를 통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총수요를 자극하여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을 높입니다. 하지만 장기에는 임계점을 지난 정부부채의 증가는 1인당 GDP의 감소를 초래합니다. 리카르도의 동등성 이론이,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부채와 경제성장간의 관계를 적절히 설명하는 논리가 된다는 겁니다. ◆정부부채수준의 임계치 정부부채 증가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가 역U자형을 나타낼 때, 관심사는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변곡점, 즉 정부부채수준의 임계치에 모아집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1946년부터 2009년까지의 선진국 데이터를 사용한 실증분석에서 GDP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90%에 이를 때까지 경제성장률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다가 90%를 넘어서부터 급격히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금융연구원, 재인용 Reinhart and Rogoff) 결국 정부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성장의 변곡점을 넘어서면 경제성장에 음(-)의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재정준칙 법제화 이유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정부부채가 중장기적으로 성장의 임계점을 넘어 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저출산 고령화등 미래 다가올 인구구조 변화, 지출의 비가역성이 특징인 의무지출의 증가, 공적연금등의 사회보험 지출 부담 증가등이 국가부채 증가 속도를 가속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의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0 장기재정전망’에 의하면, 현행제도가 유지될 경우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0년 44.5%에서 2040년엔 97.6%로 두 배 이상 상승하고, 2060년 158.7% 그리고 2070년엔 187.5%수준으로 증가합니다. 정부는 예정처와 달리 ‘2020년~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국가채무비율이 2045년 99%로 정점을 기록한 후, 2060년 81.1%로 낮아질 것으로 낙관합니다. 그런데 2060년 국가채무를 정부의 분석처럼 80%대로 낙관적으로 낮추어 본다 해도, 국가채무의 포괄범위에는 비영리공공기관의 부채, 비금융공기업 부채, 그리고 연금충당부채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결국 정부부채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 재정준칙을 법제화하여 중장기적으로 재정의 목표 수치를 관리해야, 정부부채가 성장의 임계치를 넘어서지 않게 될 것입니다. ◆ 국가부채의 포괄범위를 조정해야 국가채무는 D1으로 중앙 및 지방정부의 회계·기금만을 포함합니다. 국제 비교기준은 D1에 비영리공공기관이 포함된 일반정부부채 D2입니다. 2018년 결산기준 D1(국민계정 기준연도를 2015년으로 설정)은 35.9%, D2는 40.1%를 나타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D1의 수준은 D2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D2에 비금융공기업부채가 포함되는 공공부문 부채 D3에서 얘기가 달라집니다. D3가 56.9%로, 국가부채가 D2에서 크게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달리 선진국의 경우, D2와 D3의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한국의 D2(비교국가 자료를 이용하기 위해 국민계정 기준연도를 2010년로 함)는 42.5% D3는 60.4%인 반면, 호주의 D2는 64.6% D3는 72.7%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영국의 D2는 92.9%, D3는 93.9%를, 캐나다의 D2는 110.3%, D3는 118.3%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D3와 D2의 격차가 크다는 점은, 재정의 건전성과 재정의 보수적인 정보전달을 위해, 영국의 사례처럼 공공부분 순채무를 줄이는 채무준칙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영국은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운용해오던 균형재정준칙과 채무준칙을 2009년 폐지하고, GDP의 1%까지 공공부문 순채무를 줄이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재정준칙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D3를 기준으로 해도 선진국 D2보다 낮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비교 국가에 비해 현격히 낮은 출산율을 고려할 때, 국가부채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포괄범위를 현금주의 D1에서 발생주의 D2로 확정하고 아울러 공공부문 부채인 D3를 보조지표로 활용하여, 국가 부채를 보수적으로 관리 해야 할 이유입니다. <참고문헌> 한국금융연구원(2018), “부채수준이 유로지역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김성순(2014), “공공부채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분석”

[옮음과 좋음의 중용]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의 배경 원리는?

[옮음과 좋음의 중용]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의 배경 원리는?

코로나19의 재 확산으로 인해 4차 추경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번 추경은 피해가 집중되는 소상공인, 고용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으로 구성된 2차 재난 지원금의 패키지입니다. 이번 재난 지원금은 피해 맞춤형 지원과 보편적 지원이 혼합된 hybrid형 지원인데, 각각의 지원은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전자의 원리는 유사연대라 할 수 있는 ‘옮음’에 근거한 정의의 원리에 도출되며, 후자는 개인의 善인 ‘좋음’의 원리에 성립됩니다. ◆‘옮음’에 근거한 정의의 원리 피해 맞춤형 지원의 배경 원리는 유사연대인 옮음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①정의의 원리 :자원이 희소하다는 조건하에서 재화와 서비스가 배분되어야 할 때, 다양한 배분기준과 이념들이 제시됩니다. 이 때 충돌하는 주장들 사이의 균형을 잡아 줄 원리가 요구됩니다. 롤즈는 이 원리를 정의의 원리라 칭합니다. 특히 경제적 자원들의 공정한 배분 기준은 제이원리인, 차등의 원리 (최소수혜자의 이익을 극대화 할 때 불평등은 정당화된다는 원리)에 근거합니다. 정의의 원리는 롤즈의 이상적인 인간관에 의해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롤즈에 의하면, 배분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표출될 때, 사람들은 ‘정의의 감각’을 위한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대립되는 이념들은 사람간의 협동에 의해 해소될 수 있는데, 사람들은 협동적 제도들을 위한 원리에 순종함에 따라 정의의 원리가 성립된다는 겁니다. ②유사연대 :이러한 협동적 제도는 연대성의 제도화로도 바꾸어 말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일반적인 연대는, 개인과 단체가 도덕적이고 자발적인 관점에서, 어떤 요인에 의해 물질적으로 궁핍해진 사람과 집단을 위해 희소한 재원을 재분배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특수한 연대로서 복지국가의 연대는 개인이 법적제도를 통해 희소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의 관료기구에 의해 익명으로 자원이 제공되고 있어 강제적 성격을 지닌 ‘유사연대’(quasi-solidarity)라 불리기도 하고, 자선· 형제애등의 관념들이 개입되는 자발적인 연대와 달리 사람이 만드는 ‘인공적’(artificial) 연대라 설명되기도 합니다. (서유석) ③유사연대의 옮음으로의 치환 :그런데 유사연대는, 롤즈의 논리인 옮음의 원리로 치환될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제도화된 협동에 순응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정의의 감각이 자원을 인공적으로 배분하는 유사연대와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복지국가의 연대의 방식은 정의(옮음)의 원리로 설명됩니다. 공동체 성원이 곤궁에 직면할 경우, 공동체의 구성원은 국가의 제도화된 유사 연대를 통해 최소 수혜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정의의 원리가 자신의 이익의 울타리를 벗어난 ‘더 넓은’ 공동체에 적용되게 됩니다. 이러한 유사연대인 옮음의 원리가 이번 2차재난 지원금의 구성항목의 하나인 피해 맞춤형 지원의 배경 원리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 ‘좋음’에 근거한 선의 원리 피해 맞춤형 지원과 달리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의 배경원리는 개인의 ‘선’, ‘좋음’ ‘합리성’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희소한 자원의 배분에 있어 정의의 감각을 위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그것이 자발적인 연대이든 유사연대이든 간에)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협동의 원리도 개인의 善, 좋음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여기서 선, 좋음은 ‘인간이 합리적 계획에 의해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상원) 그런데 사람들은 합리적 삶의 계획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소득등의 경제적 자원뿐만 아니라 기본권, 존엄, 자유등의 정신적 자원도 갖추어야 합니다. 실제로 코로나 19로 인한 국민의 고통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분리와 단절로 비롯되는 정신적 고통도 포함됩니다. 후자는 모든 구성원이 대체로 경험하는 고통으로 코로나 블루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우울감은 분리로 인한 고통의 지배에 의해 자유와 가치를 상실당하는 괴로움입니다. 이때 국가는 국민의 이러한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국민을 향해 유대의 손길을 펼칩니다. 국가는 공동체 구성원과의 접촉을 통해 상실된 자유로 고통 받는 구성원을 위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 국민 통신료 2만원 지원은 경제적 효과와 수령자가 느끼는 체감정도를 떠나, 국가와 국민간의 접촉과 연결의 상징입니다. 개인의 선인 자유와 가치의 상실을 국가도 함께 아파하고 있다는, 국민을 향한 유대의 의사 표시라 할 수 있습니다. ◆ 옮음과 좋음의 중용 정의의 원리가 작동하여, 이웃의 경제적 고통이 완화되도록 경제적 자원을 공급하는 것은 공동체 성원의 타당한(reasonable) 의무입니다. 또한 권리와 자유등 선의 가치를 추구하며 자기 자신의 삶의 계획을 꾸려나가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합리적(rational) 본능입니다. 그런데 경계해야 할 것은 타당성의 옮음과 합리성의 좋음 중에서 한 쪽에만 치우쳐 파편화된 사고를 가지는 것입니다. 옮음만 강조될 경우, 인간 개개인이 누려야 할 비지배의 자유가 상실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좋음만이 내세워질 경우, 협동의 가치가 외면 된 채 자신만의 좋음이 득세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균형 있는 총체적, 통전적 (holistic) 관점을 지녀야 할 이유입니다. holistic 사고는 특히 기독교에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십자가의 수직선과 수평선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기독교의 신앙적 태도는 하나님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개인의 구원을 갈망하는 수직선과,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협동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수평선이 함께 조화되는 총체적 신앙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수직선만을 강조하는 것은 지나친 개인주의에 함몰될 수 있고, 수평선만을 강조하는 것은 기독교의 본질인 구원과 복음 전파를 소홀히 할 수 있어서입니다. 결국 수직선과 수평선 간의 균형 잡힌, 통전적 신앙을 내세우는 교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맥락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비대면 예배는, 하나님과의 인간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으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안정을 바라는 균형 있는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국가도 옮음의 가치와 좋음의 가치사이의 균형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유사연대의 원리에 의해, 개인들 간의 다양한 이념들을 조정하여 협동의 정의를 만들고자 합니다. 또한 국민 모두와의 정신적 유대를 통해, 구성원 개인의 자유의 상실을 공감하고 아파합니다. 이러한 옮음과 좋음을 중용적으로 접근하는 자세, 또는 국가적 위기의 상황에서 정의의 감각이 합리적 삶의 계획을 통제하여 ‘타당한 것이 합리적인 것의 울타리를 쳐주며 굴복 시키는’ 탄력적인 태도가 구성원 모두가 자유와 존엄의 가치를 회복하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결국 국가는 국민의 ‘작은 신음’에 응답하여, 협동과 연대의 제도화를 마련함과 아울러 국민의 ‘善’인 자유 회복에 힘쓸 때, 국민은 국가를 신뢰하여 자신의 합리적 삶의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이상원, “존 롤즈의 정의론 :공정성으로서의 정의 (Ⅰ)”서유석, “연대 개념에 대한 철학적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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