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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음과 좋음의 중용]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의 배경 원리는?

-타당성의 옮음과 합리성의 좋음이 조화되어야 -국가적 위기에선 탄력적 균형 필요

[옮음과 좋음의 중용]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의 배경 원리는?

코로나19의 재 확산으로 인해 4차 추경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번 추경은 피해가 집중되는 소상공인, 고용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으로 구성된 2차 재난 지원금의 패키지입니다. 이번 재난 지원금은 피해 맞춤형 지원과 보편적 지원이 혼합된 hybrid형 지원인데, 각각의 지원은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전자의 원리는 유사연대라 할 수 있는 ‘옮음’에 근거한 정의의 원리에 도출되며, 후자는 개인의 善인 ‘좋음’의 원리에 성립됩니다. ◆‘옮음’에 근거한 정의의 원리 피해 맞춤형 지원의 배경 원리는 유사연대인 옮음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①정의의 원리 :자원이 희소하다는 조건하에서 재화와 서비스가 배분되어야 할 때, 다양한 배분기준과 이념들이 제시됩니다. 이 때 충돌하는 주장들 사이의 균형을 잡아 줄 원리가 요구됩니다. 롤즈는 이 원리를 정의의 원리라 칭합니다. 특히 경제적 자원들의 공정한 배분 기준은 제이원리인, 차등의 원리 (최소수혜자의 이익을 극대화 할 때 불평등은 정당화된다는 원리)에 근거합니다. 정의의 원리는 롤즈의 이상적인 인간관에 의해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롤즈에 의하면, 배분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표출될 때, 사람들은 ‘정의의 감각’을 위한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대립되는 이념들은 사람간의 협동에 의해 해소될 수 있는데, 사람들은 협동적 제도들을 위한 원리에 순종함에 따라 정의의 원리가 성립된다는 겁니다. ②유사연대 :이러한 협동적 제도는 연대성의 제도화로도 바꾸어 말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일반적인 연대는, 개인과 단체가 도덕적이고 자발적인 관점에서, 어떤 요인에 의해 물질적으로 궁핍해진 사람과 집단을 위해 희소한 재원을 재분배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특수한 연대로서 복지국가의 연대는 개인이 법적제도를 통해 희소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의 관료기구에 의해 익명으로 자원이 제공되고 있어 강제적 성격을 지닌 ‘유사연대’(quasi-solidarity)라 불리기도 하고, 자선· 형제애등의 관념들이 개입되는 자발적인 연대와 달리 사람이 만드는 ‘인공적’(artificial) 연대라 설명되기도 합니다. (서유석) ③유사연대의 옮음으로의 치환 :그런데 유사연대는, 롤즈의 논리인 옮음의 원리로 치환될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제도화된 협동에 순응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정의의 감각이 자원을 인공적으로 배분하는 유사연대와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복지국가의 연대의 방식은 정의(옮음)의 원리로 설명됩니다. 공동체 성원이 곤궁에 직면할 경우, 공동체의 구성원은 국가의 제도화된 유사 연대를 통해 최소 수혜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정의의 원리가 자신의 이익의 울타리를 벗어난 ‘더 넓은’ 공동체에 적용되게 됩니다. 이러한 유사연대인 옮음의 원리가 이번 2차재난 지원금의 구성항목의 하나인 피해 맞춤형 지원의 배경 원리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 ‘좋음’에 근거한 선의 원리 피해 맞춤형 지원과 달리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의 배경원리는 개인의 ‘선’, ‘좋음’ ‘합리성’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희소한 자원의 배분에 있어 정의의 감각을 위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그것이 자발적인 연대이든 유사연대이든 간에)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협동의 원리도 개인의 善, 좋음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여기서 선, 좋음은 ‘인간이 합리적 계획에 의해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상원) 그런데 사람들은 합리적 삶의 계획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소득등의 경제적 자원뿐만 아니라 기본권, 존엄, 자유등의 정신적 자원도 갖추어야 합니다. 실제로 코로나 19로 인한 국민의 고통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분리와 단절로 비롯되는 정신적 고통도 포함됩니다. 후자는 모든 구성원이 대체로 경험하는 고통으로 코로나 블루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우울감은 분리로 인한 고통의 지배에 의해 자유와 가치를 상실당하는 괴로움입니다. 이때 국가는 국민의 이러한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국민을 향해 유대의 손길을 펼칩니다. 국가는 공동체 구성원과의 접촉을 통해 상실된 자유로 고통 받는 구성원을 위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 국민 통신료 2만원 지원은 경제적 효과와 수령자가 느끼는 체감정도를 떠나, 국가와 국민간의 접촉과 연결의 상징입니다. 개인의 선인 자유와 가치의 상실을 국가도 함께 아파하고 있다는, 국민을 향한 유대의 의사 표시라 할 수 있습니다. ◆ 옮음과 좋음의 중용 정의의 원리가 작동하여, 이웃의 경제적 고통이 완화되도록 경제적 자원을 공급하는 것은 공동체 성원의 타당한(reasonable) 의무입니다. 또한 권리와 자유등 선의 가치를 추구하며 자기 자신의 삶의 계획을 꾸려나가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합리적(rational) 본능입니다. 그런데 경계해야 할 것은 타당성의 옮음과 합리성의 좋음 중에서 한 쪽에만 치우쳐 파편화된 사고를 가지는 것입니다. 옮음만 강조될 경우, 인간 개개인이 누려야 할 비지배의 자유가 상실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좋음만이 내세워질 경우, 협동의 가치가 외면 된 채 자신만의 좋음이 득세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균형 있는 총체적, 통전적 (holistic) 관점을 지녀야 할 이유입니다. holistic 사고는 특히 기독교에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십자가의 수직선과 수평선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기독교의 신앙적 태도는 하나님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개인의 구원을 갈망하는 수직선과,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협동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수평선이 함께 조화되는 총체적 신앙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수직선만을 강조하는 것은 지나친 개인주의에 함몰될 수 있고, 수평선만을 강조하는 것은 기독교의 본질인 구원과 복음 전파를 소홀히 할 수 있어서입니다. 결국 수직선과 수평선 간의 균형 잡힌, 통전적 신앙을 내세우는 교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맥락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비대면 예배는, 하나님과의 인간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으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안정을 바라는 균형 있는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국가도 옮음의 가치와 좋음의 가치사이의 균형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유사연대의 원리에 의해, 개인들 간의 다양한 이념들을 조정하여 협동의 정의를 만들고자 합니다. 또한 국민 모두와의 정신적 유대를 통해, 구성원 개인의 자유의 상실을 공감하고 아파합니다. 이러한 옮음과 좋음을 중용적으로 접근하는 자세, 또는 국가적 위기의 상황에서 정의의 감각이 합리적 삶의 계획을 통제하여 ‘타당한 것이 합리적인 것의 울타리를 쳐주며 굴복 시키는’ 탄력적인 태도가 구성원 모두가 자유와 존엄의 가치를 회복하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결국 국가는 국민의 ‘작은 신음’에 응답하여, 협동과 연대의 제도화를 마련함과 아울러 국민의 ‘善’인 자유 회복에 힘쓸 때, 국민은 국가를 신뢰하여 자신의 합리적 삶의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이상원, “존 롤즈의 정의론 :공정성으로서의 정의 (Ⅰ)”서유석, “연대 개념에 대한 철학적 성찰”


[주거권] 한 단계 높은 복지체제를 향하여

[주거권]  한 단계 높은 복지체제를 향하여

주거권과 관련된 국가의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하나는 저소득층의 주거불안 해소와 또 하나는 중산층의 주거사다리 정책개발입니다. ◆ 저소득층의 주거불안 해소 ①주거권은 국민의 권리: 인간다운 생활은 개인의 희망을 넘어 국민의 권리입니다. 헌법 제35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며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요소의 하나로 주거권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집은 추위, 열기, 비바람등 물리적 위험을 막기 위한 수단이 됩니다. 더 나아가 물리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함이 더해 질 때 삶의 질은 높아지게 됩니다. 집이 건강· 안전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때, 주거권은 강화됩니다. 그런데 위험으로부터의 회피와 쾌적한 환경등이 주거권의 충분조건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조건에 덧붙여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할 때, 국민의 주거권은 보장됩니다. 주거권의 존속보장과 적절한 차임수준등이 제도화될 때, 국민은 주거를 권리로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주거기본법 제2조는 국민의 주거권 (Housing Right: The right to Adequate Housing)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관계 법령 및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 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 ② 저소득계층의 주거불안 현상을 해소해야 하는 이유: 안정적인 주거 환경은 주거권 보장 정책들 중에서 우선순위가 앞서는 국가의 과제입니다. 수도권등에서의 적절한 주택 확보는 국가에 의한 주택의 효율적인 배분에 의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즉 자산축적이 쉽지 않은 수도권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소유가 힘들다는 점에서 내 집 마련보다 주택의 안정적인 배분이 우선시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점은 소득계층별로 주택점유유형이 양극화 되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주택 점유형태의 변화에 대한 한 연구에 의하면, 고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의 경우, 종전 전세에서 자가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저소득계층의 경우 전세에서 월세로 혹은 자가에서 월세로(노후불량 주택의 멸실등으로 인해) 전환되는 특징을 보였습니다.(정건섭외) 또한 저소득의 월세가구는 전세 또는 자가로 상향이동하기 보다 월세로 점유형태가 고착되었습니다. 반면 고소득의 월세가구는 월세에서 자가로의 상향이동을 유의적으로 드러내었습니다. 이처럼 주거권 확보와 관련된 우선적인 정책 과제는 저소득계층의 주거불안 현상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③주거권보장을 위한 법제: 주거권보장의 법제로 주거권 존속보장, 차임인상제한, 그리고 신규임대차의 차임 통제등이 꼽힙니다. 주거권 존속보장을 위해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이 건물임대차의 갱신거절이나 해지통고를 할 수 없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당사유로 차임의 지속적인 지불 의무 위반, 임대인 및 가족등의 주거, 기간 만료 후 해당주택을 철거하거나 수리등이 포함됩니다.) 이에 더해 임차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차임인상이 제도화될 때, 안정적인 주거권 존속 보장이 가능하게 됩니다. 예컨대 지방자치단체의 담당자는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주택의 상태등을 감안하여 임대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임대료, 즉 기준임대료(Local Refefence Rent)를 설정하여 차임의 폭등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밀집지역에 위치한 주택에 대한 최초 차임에 상한 규제가 부여된다면, 신혼부부, 청년층등 수도권 신규세입자의 임대료 부담이 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산층의 주거사다리 정책개발 한국 사회의 갈등 요소의 하나로 계층 간 유동성이 제약된다는 점이 꼽히고 있습니다. 정부가 계층 이동성을 높이는 정책을 개발해야 할 이유입니다. 주거사다리 정책개발도 이러한 계층 이동을 유연화 하는데 기여합니다. 위험 회피를 넘어 쾌적한 정주기능이 갖추어진 주택을 선호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품는 작은 소망일 것입니다. 때문에 국가는 국민의 꿈을 실현하는데 다양한 정책으로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즉 월세가구의 월세점유가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월세에서 전세로, 월세에서 자가로 상향 이동하도록 돕는 것이 국가가 담당해야 할 주거권 보장의 기능입니다. 특히 전세에서 월세 전환가능성이 높은 20-39세 청년가구와 내 집 마련의 꿈이 큰 40대 전세가구가 자가로 이동하기 위해, 도심 내 공공 분양 주택 공급 확대등 계층별 맞춤형 정책수단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 한 단계 높은 복지체제를 향하여 주거권은 국민의 권리입니다. 집은 먹을 것과 옷처럼, 생존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며, 더 나아가 쾌적한 집은 정체성을 표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서울과 강남에 거주하는 정주감을 천박하다고 비난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국가가 국민의 주거권의 존속을 보장해주는 것은 임대인의 권리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차 시장에서 소유주 편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조성하는, 인간 존엄의 회복 운동입니다. 또한 국가가 중산층의 주거상향 이동에 힘쓰는 것은 국민의 꿈을 실현하는데 기여하는 일입니다. 헌법 제35조 3항은 이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주택개발 정책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에 의해, 주거권 확보는 국가의 의무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결국 국가는 저소득층의 주거 불안정을 해소해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주거의 상향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이 같은 주거권 보장의 법제화는, 한국이 마침내 이를 통해 한 단계 높은 복지체제 건설을 향한 의지의 일단을 드러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국가와 시장의 힘보다 개인의 힘이나 가족등의 비공식적 도움에 의해 삶을 영위하도록 이끄는 기존의 복지체제에서 탈피하여, 공동체의 힘· 시장의 힘 ·그리고 국가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복지체제로의 상향이동은 모든 시민의 존엄과 인권을 보장해주는 인간다운 삶의 토대가 됩니다. (최근 부양가족이 있어도 생계급여를 주는 법제화는 복지체제의 의미 있는 전진으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유교주의적 복지체제를 공동체· 시장· 국가의 힘이 정립(鼎立)된 복지체제로의 변화는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입니다. 주거권 보장을 위한 일련의 법제화가 진행되어 가는 가운데, 이 목표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거센 저항에 정부와 국민이 함께 어깨 걸고 맞서 싸워야 할 이유입니다. <참고문헌> 박상현(2017), “주택임대차의 존속보호와 전월세인상률 상한제에 관한 연구” 한만희, 박준(2017), “ 민간임대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한 정책 대안분석” 정건섭, 김성우, 배정환(2018), “주택 임대시장의 월세화 진행과정에서 점유형태의 변화요인 분석”

[젠더 기반 괴롭힘 ] 이브의 원죄가 씻기는 세상을 꿈꾸며

[젠더 기반 괴롭힘 ] 이브의 원죄가 씻기는 세상을 꿈꾸며

성적 괴롭힘은 수치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가 남성의 고정된 성적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 이러한 행동을 이끄는 고정화된 가치관과 관련되어 있다는 지적입니다. 때문에 성적 괴롭힘 문제에 대한 접근은 행위자들의 고정화된 성별 가치관에 대한 이해와 변혁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성추행, 성희롱을 바라보는 관찰자마다 상황을 달리 판단할 수 있어 성희롱,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는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찰자들은 피해자의 감정과 달리, 각자의 안경을 통해 거쳐 나온 각기 다른 상황인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치심과 혐오감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성추행은 ‘주관적 목적이나 경향을 불문하고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일체의 행위’(김대군)를 뜻합니다. 법률에서의 성추행은 형법상 강제추행을 말하는 것으로, ‘의사에 반한 또는 강제(폭행 또는 협박)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정도로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성추행과 연관되는 개념은 성희롱입니다. 성희롱 자체는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고 행위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행위입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에서 규정하는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추행이든 성희롱이든 행위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의 문제는, 행위의 성립요건의 하나인 ‘성적 굴욕감(수치심), 혐오감’이 객관성보다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으로 치부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 역시 성희롱의 전제요건인 성적 언동등을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대법원 2007.6.14. 선고 2005두6461판결) 하지만 사회 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을 정도를 벗어난 성적인(sexual)언행 여부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자연스러운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또한 관찰자들이 성추행 성희롱 사건을 처해 있는 정치적 문화적 시선에 따라 달리 바라보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을 어떻게 특정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도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행위자가 ‘손톱에 장식한 네일아트가 예쁘다며 손을 만지거나 둘이서 셀카를 찍자고 하기도 했다. 셀카를 찍을 때마다 얼굴을 맞대거나 불필요하게 신체를 접촉하기도 했다.’면, 행위자를 옹호하는 이들은 ‘친근감에서 한 행동이지, 그게 어째서 성추행이냐. 피해 호소인이 수치심을 느끼는 건 성격이 예민해서 그런 거다.’라며 반박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피해자에게 고통스러운 성추행 성희롱 사건은, 일부 관찰자에겐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발생한 사소한 갈등 정도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권인숙, 문강분 재인용) 성희롱, 성추행이 성적침해라는 인식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많은 걸림돌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권인숙) ◆피해자 중심주의는 곧 정의 직장 내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못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이루어지는 이유도 주관적 감정이 강조되는 성희롱, 성추행의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정되기 어렵다는 현실론과 맞물려 있습니다. 때문에 성추행 성희롱사건에 대한 인식은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원론에 기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관점에 기초하여 아래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우리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 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이처럼 대법원은 피해자중심주의를 배격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국 성적 괴롭힘 언동은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라는 판례의 관점에 근거하면서, 시간과 맥락에 따른 피해자의 주관적 환경에 따른 관점을 함께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민정) ◆성적 괴롭힘의 근원에는 성적 차별, 성적 고정관념이 웅크리고 있어 그런데 성과 관련된 괴롭힘이 성적인 언행이 전제될 때만 성립되는가라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이는 성적 괴롭힘에 내재되어 있는 행위자의 인식에는 성적 차별이라는 가치관이 잠재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성희롱에 해당되는 ‘성적언동’은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 별표 1에 예시로 규정되어 있는데, 크게 △육체적 행위(입맞춤, 포옹등의 신체적 접촉행위, 안마나 애무를 강요하는 행위) △언어적 성적언동(음란한 농담) △시각적 행위(음란한 사진 등을 보여주는 행위-컴퓨터 통신 이용하는 경우도 포함)로 구분됩니다. 이러한 괴롭힘 언동들의 근원에는 성적 차별, 성적 고정관념이 웅크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행위는 가치관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적 괴롭힘은 성적 차별과 고정관념이라는 가치관의 타파에 의해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습니다. ◆젠더기반(gender based) 괴롭힘 이러한 성희롱등 성적 괴롭힘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 태생 된다는 인식은 ‘젠더기반(gender based) 괴롭힘’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젠더기반 괴롭힘이란 특정 성에 기반을 둔 차별적 언행으로, ‘성별 고정관념을 전달하는 언어적 신체적 상징적 언동’을 뜻합니다. 여기서 성별은 생물학적 성별(sex) 뿐만 아니라 사회적 성별(gender)을 포함합니다. (문강분) 상식적인 젠더차별 개념은 보부아르에 빚집니다. 보부아르는 「제2의성」에서,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되어간다.’고 강조합니다. 즉 그는 여성됨을 임신과 출산이라는 생물학적 조건보다 역사적 문화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산물로 이해합니다. 때문에 생물학적 성별인 sex가 아닌 사회적 성별인 gender가 남성과 여성의 속성을 설명하는 적절한 용어가 됩니다. 젠더의 관점에서, 보부아르는 남성을 표준과 가치를 정하는 주체인 ‘제1의 성’으로, 여성을 지배능력이 부족한 타자(other)인 ‘제2의 성’으로 이해하였습니다. 사르트르의 용어를 빌려온다면, 남성은 ‘능동적· 이성적· 의지적· 자율적 존재’인 대자적 존재, 여성은 ‘수동적· 직관적· 감성적· 관계 지향적 존재’인 즉자적 존재로 평가됩니다. 여기서 대자적 존재는 자유하는 인간, 초월하는 인간인데 반해, 즉자적 존재는 아무런 실재적인 활동도 할 수 없는 단지 ‘있다’는 데만 의미를 두는 인간입니다. 그렇다보니 여성은 자율적 독립성을 지닌 자아로 존재하지 못하고,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하여 존재하는 대상으로 취급됩니다. 남성을 위해 단지 ‘있는’ 여성은 자기결정권을 상실한 채 남성의 요구대로 남성을 慰安(위안)하는 존재, 자신의 사진을 휴대폰으로 일방적으로 전송하며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남성으로부터 고통 받아야 하는 존재, 그렇다고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로 성희롱이라고 저항할 수 없는 존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남성에 비해 사회적 지성적으로 열등하여 ‘커피나 타는 존재’인 여성은 임용권자가 운동을 마친 뒤 속옷을 가져다주어야 하는 존재로, ‘자기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 라는 성적 칭찬을 들어야 하는 존재로 격하되게 됩니다. 이들의 삶은 자기결정권을 빼앗긴 채 강요에 의해 일본군의 성노예로 존재하였던 조선 일본군 위안부들의 그것과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습니다. 결국 즉자적 존재로서의 여성은 자기결정권을 상실한 채, 왜곡된 성역할을 담당하는 사람 아닌 사람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젠더에 기반을 둔 성 고정관념의 극복이 곧 성희롱(sexual harassment)문제 해결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 인권법제가 필요한 이유 젠더기반 괴롭힘은 제2의 성으로 간주되는 여성이 제1의 성인 남성과 동등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습니다. 즉 남성과 여성이 각각 행위자와 반응자라는 뒤틀린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상호의존하고 포용할 때 완화될 수 있습니다. 달리말해 성 고정관념에 근거한 상호간의 역할 경계를 무너뜨리고 능력에 따라 역할을 담당하여, 일터 뿐만 아니라 학교등 일터외의 장소에서 상호존중이 살아 숨 쉴 때 젠더 괴롭힘은 극복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성희롱 관련 법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뛰어넘는 인권법제 도입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인권법제는 성희롱, 성추행, 직장 내 괴롭힘을 차별로 보며, 차별을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입니다.(이수연) 우선 누구나 차별 없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고 하에, 피해자 관점에서 피해자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에 초점을 둡니다. 이를 위해, 인권법엔 신속하고 전문성 있는 구제기관의 설치가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노동위원회에 설립되는 전문위원회가 사용자· 임용권자의 직장 괴롭힘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직장 괴롭힘의 신고 수리주체가 사용자로 되어 있는데.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 제대로 피해를 신고하고 처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노동위원회를 신고 수리주체로 규정하는 법률은 피해자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인권법은 종속 근로 외의 노무 종사자를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습니다. 현행 직장 괴롭힘 법제는 근로기준법상 종속근로자에 속한 규정입니다. 따라서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 하도급 근로자,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특수형태 근로자와 5인 미만 사업자의 근로자, 자영업적 고용형태에 종사하는 근로자등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권법은 이들을 포괄하여 괴롭힘에서 보호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권법은 고용부문 뿐만 아니라 비고용부문으로까지 보호 범위를 확대 할 수 있습니다. (이수연) 이를 테면 학교등에서 발생하는 성적 괴롭힘에 대해선 국가인권위원회를 신고수리주체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인권법은, 인격권의 침해를 방지하는 관점에 서서, 직장과 직장외의 장소에서 성적 차별에 따른 괴롭힘을 방지하거나 사후 조치하는 관련 내용을 담는 그릇이 될 것입니다. ◆이브의 원죄가 씻기는 세상을 꿈꾸며 보부아르에 따르면 젠더는 사회화된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여자답다’라는 굴절되어 의식화된 관념이 새로운 물결로 전환될 때 사회화가 다시 태동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물결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존중받아 기존의 역할 경계 짓기를 극복하고, 모두가 주체로서의 소명을 담당하는, 차별 없는 세상을 짓고자 하는 변혁을 말합니다. 이러한 물결이 넘쳐흐르는 세상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자기결정권이 병존하는 곳입니다. 그리하여 모두가 상대를 포용하고 상호 의존하는 곳입니다. 궁극적으로 이브의 원죄가 씻기는 곳, 즉 동등한 존엄과 자존감이 살아 숨 쉬는 땅의 개척은 구별 짓기의 땅에 태어난 우리 모두의 소명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김민정(2019),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적 개념과 성립요건: 직장 내 성희롱과의 비교를 중심으로”이수연(2019),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적 쟁점 분석을 통한 대응방안 모색”문강분(2020), “직장 내 괴롭힘 법제화와 여성운동”김대군(2015), “윤리교육에서 성희롱 예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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