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입법예고

[원샷법] 기업활력제고법, 어떻게 볼 것인가?

‘원샷법’, 즉 기업활력제고법이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기활법은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의 주요 논쟁 법안으로 부상되어 왔다. 정부여당은 기활법을  경제활성화의 핵심법안으로 꼽고 있는 반면, 야당과 일각에서는  재벌의 경영권승계나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는 법안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박근혜대통령이 7일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모아 ‘경제살리기의 골든타임’을 강조하며, 기활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등의 정기국회 통과를 압박하였다.  

이에 대해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현안 서면브리핑에서  “국회가 할 일에 대통령이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는 것은 삼권분립에도 명백히 위배된 일”이라며, “대통령이 대놓고 ‘날치기를 해서라고 통과 시키라’는 식으로 새누리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며 황당하다고 말했다.

 
사업재편이란?

기활법은 합병 분할의 장애물들을 완화하는데 제도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상법, 세법, 공정거래법을 단일 특별법으로 묶어(원샷), 합병 분할 요건 완화, 절차 간소화, 지주회사 규제 완화, 그리고 세제지원등으로 기업의 사업재편을 촉진시킨다는 취지이다. 

이 법안은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과당경쟁으로 과잉공급에 처해있는 기업들을 구조조정하여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에 규정되어 있는  ‘사업재편계획’과 ‘특정사업재편계획’은 우리나라의 기활법의 대강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은 생산성향상등이 입증된 인수합병에 합병절차의 간소화와 세제감면을 일괄 승인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업A가 핵심부문이외의 사업을 분할하여 매각한다. 기업B는 이 분할된 사업을 합병승계하여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 기업A도 자신의 핵심사업에만 집중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사업재편계획)  

혹은 기업C와 기업D가 공통의 관련 사업부를 분할하여 기업E를 설립한다. 기업 E는 이 사업에 집약하여 경영효율화를 도모하게 된다.(사업재편계획)

또 다른 예는 기업A의 a사업과 기업B의  b사업을 분할하여   a+b=C의 기업을 신설한다. 신설기업C는 A, B기업의 경영지원을 받아 a+b사업을 동시에 수행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킨다.(특정사업재편계획)

일본의 사업재편의 실제 사례는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제작소의 합병이다. 이 두 회사는 미쓰비시 히타치 위시스템즈를 설립하여, 독일 지멘스와 미국GE에 이은 발전산업 분야 세계시장 3위에 위치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기활법상의 사업재편제도 

기활법하의 지원을 받기위해서는 지원요건을 갖춘 기업이 분할 합병등의 사업재편 신청서를 제출하게 되면,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여 승인기업을 선정하게 된다. 

기활법은 상법의 특례와 공정거래법의 규제완화가 두드러진다. 


1. 상법상의 특례 

승인기업의 사업재편의 상법상의 핵심혜택은 분할 합병의 요건을 완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데 있다. 사업재편을 위한 주주총회는 이사회승인으로 대체되고,  분할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한도 없다. 또한 채권자보호절차도 간소화된다. 기업측 입장에서는 신속한 사업재편이 가능하게 된다. 


①사업재편 요건 완화 
우선  신설법안인 소규모분할특례이다. 분할의 승인을 위해서는 주총특별결의(출석주주 의결권의 2/3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1/3이상)가 필요한데, 이 과정을 이사회승인 으로 대체할 수 있다.  

‘소규모’는  분할을 통해 설립된 기업의 순자산액이 분할법인(분할되는 승인기업) 순자산가액의 10%에 미달되는 경우이다.  게다가 분할을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를 승인기업에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승인기업은 이사회 승인만으로 사업재편 기간인 5년간 자산을 10%씩 쪼개어 분할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존의 합병을 간소화 하는 제도인 소규모합병과 간이합병의 요건도 완화되었다. 

현행 상법의 소규모합병은 존속하는 합병법인의 주총특별결의가 이사회승인으로 대체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소멸하는 회사에 대해 합병법인이 지급하는 대가가 경미하여야 한다. 현행상법은 존속회사가 합병으로 인하여 발행하는 신주의 총수가 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 초과해서는 안되는데, 기활법은  소규모 합병 요건을 10%에서 20%로 완화하였다. 

간이합병은 합병으로 소멸하는 법인의 주총특별결의가 이사회승인으로 갈음하는 것으로, 간이 합병을 위해서는 존속회사가 소멸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90%이상을 소유하고 있어야 했다. 기활법은 2/3이상으로 완화하였다.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과 관련, 소규모합병은 주식매수청구권이 반대주주에게 부여되지 않지만, 간이합병은 법인이 소멸되므로 청구권이 부여된다. 이점은 현행상법과 기활법 모두 동일하다. 


②절차의 간소화 
우선 합병 분할승인을 위한 채권자보호절차의 간소화이다. 

합병의 이해관계자는 주주와 채권자이다. 따라서 회사는 채권자에게 합병에 대한 이의를 제출하도록 통지 공고해야 한다. 현행법에서는 회사가 알지 못하는 채권자에 대해 합병결의일로부터 2주내에 1월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이의제출공고를 하게 된다. 기활법은  이의제출기간을  10일이상의 기간으로 단축하였다. 아는 채권자에 대한 최고의무도 없어졌다. 

또한 기업이 채무에 대한 은행지급보증 또는 보험증권등을 제출하여 채권자에 대한 손해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게 되면, 채권자보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일반 합병의 반대주주의 주식매수 청구권과 관련, 합병법인은 반대주주의 주식을 합병결의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매수하여야 한다. 현행 상법에는 합병법인은 2개월 이내 매수해야한다. 따라서 합병법인의 자금흐름에 다소 숨통을 트게 하는 면이 있지만, 주주에게는 4개월간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2. 공정거래법 규제완화 

사업재편에 대한 공정거래법관련 특례는 지주회사 요건을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지주회사는 상장회사인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20%이상, 비상장회사인 경우 40%이상을 소유하여야 하는데, 현행법에는 이 기준의 충족 유예기간을 1년(비상장회사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활법에서는 규제를 완화하여 유예기간을 최대 3년+ 1년으로 연장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기활법에서 증손회사 지분율(100%), 부채비율, 비계열회사 출자규제등의 유예기간을 기존 1년에서 사업재편기간(최대 3년+1년)으로 연장하였다.  

또한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을 현행 100%에서 사업재편기간동안 50%로 완화하였다. 

기존에 금지되었던 자회사들의 공동출자도 사업재편기간동안 허용하였다. 현행법에서 자회사는 손자회사에 단독출자만 가능하다. 

특히 자산총액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대해 채무보증제한기업내에 채무보증을 사업재편기간동안 허용하였다. 이어 순환출자 및 상호출자 해소유예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였다. 



◆기활법 반대, 왜? 

기활법을 반대하는 주요 논거는 합병 분할등의 주총특별결의가 회피 될 여지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우선 소규모분할을 통해 주총특별결의 없이 이사회결의로 10%씩 분할법인의 자산을 쪼개어 분할한다. 소규모분할에는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후  분할로 신설된 법인을 다시 합병법인의 이사회결의만으로 소규모 합병한다. 소규모 합병에는 주식매수청구권도 없다. 

이러한 분할과 합병이라는 절차를  여러 차례 되풀이 한다면, 지배주주의 의도대로 합병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상법의 합병에 대한 규정은 무력화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소규모합병의 요건을 20%(합병으로 인해 발행하는 신주의 총수 ÷ 합병법인의 발행주식총수)로 완화하였는데, 규모가 큰 기업이 규모가 다소 적은 법인을 수월히 합병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합병법인이 되는 기업이 미리 시장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하여 총발행주식수를 줄이게 되면, 20%요건은 용이하게 충족된다는 것이다. 

간이합병의 경우도 요건을 90%에서 2/3으로 완화하였는데, 이는 간이합병으로 소멸되는 법인의 소액주주 권리가 침해된다는 것이다.  

특히 채권자보호절차의 이의제출기간을 단축하고 주총 소집절차 공고기간을 2주에서 1주로 줄인 것도 회사의 핵심이해관계자인 채권자와 주주의 보호를 소홀히 하였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또한 공정거래법의 채무보증특례와 관련 계열사 채무보증허용은 1997년 외환위기 처럼, 개별회사의 부실을 그룹전체로 확산시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심의위원회의 투명성 강화 필요 

일부 전문가들은 사업재편과 관련 정부의 과도한 정부개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선제적 구조조정은 매우 필요하나 이 과정에서 과도한 정부개입은 원칙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며 “기업의 자기책임원칙 훼손, 금융시장등을 왜곡시킬 가능성”을  지적하였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사업재편 계획을 통해 직접 혹은 간접으로 부당한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공급과잉규정이 분명하게 특정화되어 있지 않다”라며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은 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가 말한다. 

공급과잉여부의 판단은 일본에서도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기업 자발적인 사업재편 신청과 달리,  일본 정부가 사업자의 사업분야가 공급과잉구조에 있는지 여부를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유력일간지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원래 정부가 과잉이다’라고 적확하게 판단할수 있는가? 과잉의 해소가 과점을 초래 하고 소비자이익을 손상시키지 않을 것인가“라고 비판한다. 

아사히신문은  이어 과당경쟁에 빠진 것은 “극진한 공적금융등이 보호정책이 원인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우리기업의 과잉공급에 대한 원인과 유사하다.  

이처럼 과거 특혜금융등으로 성장한 재벌기업에게 다시 구조조정의 혜택을 부여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 기활법의 불가피성을 언급한다.  

위평량 연구위원은 “과거 잘못된 정책과 관행으로 빚어진 현재의 구조를 감안하면 법안의 불가피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 법안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미래지향적인 제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기활법에서 독소조항으로 지적되고 있는 소규모 합병의 요건완화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는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회계사)은  “소규모 합병의 경우, 합병회사와 피합병회사 간의 규모의 차이가 크게 발생하는데, 합병이 이루어져도 작은 회사인 피합병회사의 지배주주가 지배권을 확대할 유인이  높지 않다.”고 지적한다. “피합병회사의 지배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  합병비율을 조작 할 유인은 낮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합병회사가 조작이나 조정등으로 주식가치를  2조에서  4조로 부풀린 후  시가 40조 규모의  합병회사와  합쳐도  합병 후 회사에서의 피합병 회사의 지분율 증가는 미미하게 된다.  채회계사는 “이렇게 조작의 효과가  낮은데  조정의 유인이 발생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또한 간이합병의 경우 소규모합병과 달리 합병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가 부여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활법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의 역할에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공급과잉판단여부, 사업재편 승인, 승인취소, 승인기준 설정등은 심의위원회의 몫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에서는 사업재편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 생산성의 향상의 기준을 수정 ROA2%p향상, 유형고정자산회전율 5%향상등으로 엄격히 법률에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생산성향상 기준 수치설정등을 기활법에서의 심의위원회에서 규정하게 된다. 

채이배 회계사는 “심의위원회의 투명성 강화와 권한에 대한 책임을 높여야 한다.”며 심의 위원회의 공정한 운영이 기활법 성공의 핵심 포인트라고 지적한다.  위평량 연구위원도 “이 법안이 부여하는 특혜적 조치의 최소화, (승인)절차와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기활법 제10조에 ‘사업재편 계획의 주된 목적이 생산성 향상 보다는  경영권의 승계나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강화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심의위원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조치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손영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안상 사업재편을 위한 법정책적 고찰', 2015
김동환,'일본의 산업경쟁력 강화법과 기업구조조정', 2015
박명금,'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