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한국노동연구원의 안군원이 작성한 “자영업자와 소득불평등” 보고서(2024.5.30.출판) 일부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한국의 인구구조가, 저출산으로 인해, 고령층의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시장에서 고령층의 비중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같은 고령층의 노동시장참여 비중의 확대는 저소득계층의 비율을 높일 수 있다. 노동시장에 참여한 고령층이 비정규직 임금근로나 저소득 자영업에 종사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고용안정성 강화와 사회보장체계의 개선이 필요한 이유이다.
◆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이유
노동시장의 구성은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로 구분될 수 있는데, 한국의 자영업자의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아래 그림은 2010년과 2021년의 국가별 자영업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의 자영업비율은 4.9%p하락하였지만, 한국은 튀르키예와 그리스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자영업 비율을 기록하였다.
한국의 노동시장이 이처럼 높은 자영업의 비율 수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저출산, 고령화에 기인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인구구성에서 중고령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고령자들은 퇴직 후 架橋일자리로서 자영업을 택하였거나, 불안정 고용 상태에 있다가 퇴출 당한 후 자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 자영업의 비율 수준이 여전히 높게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자주: 架橋일자리는 주된 직장 퇴직 후 완전은퇴까지의 일자리를 말한다. 사람들은 가교 기간 이전에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으로, 가교 기간 이후에는 연금과 금융소득으로 살아간다.)
◆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
이처럼 가교 일자리로서 자영업을 선택하는 고령층이 많아지고 있는 현상은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도 나타난다. 2000년과 2023년의 자영업자의 연령별 구성의 차이가 그것이다.
2000년의 연령별구성에서, 20대 이하가 6.2%, 30대 25.5%, 40대 31.5%, 50대 19.2%, 60대 이상이 17.6%를 차지하여, 30대와 40대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그런데 20년이 넘게 흐른 2023년의 연령별 구성에서, 20대 이하가 3.4%, 30대 12.4%, 40대 20.5%, 50대가 27.3%, 60대 이상이 36.4%를 점유하여, 50대와 60대 이상의 비율이 60%를 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노년층의 자영업 선택 비율이 증가한 영향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인구 고령화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향후 고령인구 비율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구성 역시 이와 유사한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 고령층의 생산가능인구와 경제활동인구의 증가
고령인구의 증가와 자영업자의 비중이 증가하는 관계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엄밀히 바라볼 때 명확히 이해될 수 있다.
노동시장의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생산가능인구와 경제활동인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고령인구 비율의 증가는 생산가능인구와 경제활동인구의 증가에서 명확히 나타난다.
(기자주: 생산가능인구는 총인구중 15세 이상 인구를 말한다. 생산가능인구는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뉜다. 비경제활동인구에는 일할 의사가 없는 학생, 주부, 일할 능력이 없는 노약자, 환자등이 포함된다. 경제활동인구는 생산가능인구 중에서 비경제활도인구를 뺀 수치를 말한다. )
우선 생산가능인구와 관련하여, 2013~2023년 기간 동안 가장 큰 폭의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겪은 집단은 15~19세와 30대이다. 10대의 경우 저출산의 영향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였고, 30대의 경우 역시 1970년대생 대비 1980년대생의 상대적으로 낮은 출생아 숫자로 인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나타났다.
반면 가장 큰 폭의 생산가능인구 증가는 60대 이상의 집단에서 확인될 수 있다. 해당 집단의 생산가능인구는 2013년 대비 2023년 520만 명 이상 증가하였다. 이러한 증가는 다른 연령 집단의 감소 폭을 상회하였다.
또한 경제활동인구 변화는 대체적으로 생산가능인구의 변화와 유사한 방향성을 보였으나 그 규모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60대 이상의 경우, 생산가능인구가 520만 명 이상 증가한 가운데 경제활동인구도 307만 명이 증가하였다.
50대의 경우, 생산가능인구가 약 80만 명 증가한 데 비해 경제활동인구는 98.1만 명 증가하여 경제활동참가 인구가 더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60대 이상의 자영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증가했다는 사실은 경제활동인구의 증가와 임금근로자 증가의 차이에서 발견된다. 이 집단의 경제활동인구가 307만 명 증가한 반면, 임금근로자는 224.1만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자영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증가하였다는 점을 반증한다.
◆고령층의 자영업으로서의 비자발적 전환을 감소시키기 위해
고령층의 자영업으로서의 비자발적 전환을 감소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중ㆍ고령층의 고용 안정성 강화와 사회보장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경제적 필요에 의해 자영업을 선택하는 고령층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안정적인 고용 기회의 창출과 노후 보장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확대와 더불어 질적 개선을 위한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의 제공이 필요하다. 기술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경제 구조가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고령층이 이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교육 훈련을 국가가 제공한다면, 이 집단들은 자영업으로의 전환대신 임금근로자로 노동을 제공할 수 있다.
(기자주: 최근 국가적 아젠다의 하나가 노후보장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연금개혁이다.
그런데 노년층은 생활안정을 위해 연금에만 의존할 수 없다. 고령층, 예컨대 70세 이상은 노동에 의존하지 않고 연금으로 생활 할 수 밖에 없는데, 미리 연금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고령층은 연금액의 부족으로 생활의 곤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주된 직장 퇴직 이후 연금으로 생활해야 하는 시기 이전까지, 즉 가교기간에 연금액 부족에 충당할 자금이 노동을 통해 비축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가교일자리가 노후보장을 위해 강조된다.
결국 정부는, 고령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연금개혁에 덧붙여 질 좋은 가교일자리를 마련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중고령층의 심리적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