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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국제영화제]Don’t eat the marshmallow YET! - 컬쳐노믹스의 구현과 미래지향적 정체성 필요

#.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자란 고교 중퇴생이었다.  그는 20대 초반에 TV시리즈 <21 점프 스트리트>의 주연을 맡아  인기와 적지 않은 돈을 얻게 되었다. 시리즈 편당 4만 5000달러를 받은 그는, 하지만, 시리즈 도중에 연속극에서 스스로 하차하였다. 할리우드의 ‘제품’이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후 그는 영화<가위 손>을 거쳐 <캐리비안 해적>에서 잭 스패로우 역으로 출연료 1000만 달러를 제안 받았다.  (호아킴 데 포사드의 「마시멜로 이야기」중에서)

작가는 이 책에서 조니 뎁이 세계적인 영화배우로 성공한 것은 당장의 보상을 늦추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니 뎁은  TV시리즈에서 상당한 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장기 목표를 위해 과감히 현재의 달콤함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현재의 보상을 지연시키고 미래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인내한다면,  포기한 보상을 뛰어넘는 창대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조니 뎁의 2004년 시사주간지 <TIME>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목표를 엿볼 수 있다. “내게 도전이란 평범한 영화 개념에 들어맞지 않는 뭔가를 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왜 내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요지는 조니 뎁의 예화처럼,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위해 현재의 마시멜로 먹기를 참는 것이다.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진이 600명의 아이들을 모아 마시멜로 실험을 하였다. 아이들을 한명 씩 각각 다른 방에 두고, 연구원이 마시멜로 한 개를 아이에게 놓아둔다. 아이는 연구원이 방을 나간 후 15분간 마시멜로를 먹지 않게 되면, 마시멜로를 한 개 더 받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있어 눈앞의 마시멜로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실험이 지난 지 10년 후, 100명의 마시멜로 아이들을 추적한 결과, 마시멜로를 먹지 않은 아이들이 당장 먹은 아이들보다 학교성적이 더 좋았고 다른 사람들과도 더 잘 어울렸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은 아이들이 먹은 아이들보다 더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는 당장의 보상을 즐기기지 않고, 인스턴트적인 보상을 요구하지 않으며, 그리고 즉각적인 결과에 초조해하지 않고 인내하게 된다면,  장기에 비약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당장의 보상을 유보시킬 수 있는가이다.  끈기 있게 현재의 보상을 참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는 변화를 그려보는 것이다. 변화란 현재 상태와 바라는 상태와의 긍정적인 차이를  말하는 것인데, 변화를 위해선 우선 목표하는 장기적인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장기 목표를 달성하고  이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설정하게 되면, 마시멜로 참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목표를 알 수 없다면 그 목표를 이룰 수 없게 되고, 이는 마시멜로 먹기를 참을 수 없게 된다. 

작가는 이에 대한 예로  <에이스 벤츄라> <이터널 선샤인>의 할리우드 스타 짐케리의 성공을 언급한다. 

널리 알려진 짐 케리의 성공 예화를 다시 언급하면 이렇다. 그도 조니 뎁처럼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였다.  남을 웃기는 것에 재능을 지닌 그는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그의 할리우드에서의 목표는 1000만 달러짜리 수표를 얻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는 1000만 달러짜리 수표를 써서 늘 몸에 지니고 다녔다. 우울하고 힘들 때마다 수표를 꺼내 보며 지친 마음을 다스렸다.  

꿈은 현실이 된다. 짐캐리는 그가 직접 만든 수표에 기재한 날짜와 비슷한 시기에 1000만 달러 수표를 받게 된다. 

이처럼 비전을 세우고 현재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끈기 있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  비전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표와 전략이 명확해야지 이를 유지하기 위한 동기도 형성된다.  장기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이 없다면, 마시멜로를 당장 먹어치우게 된다. 





◆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의의 

자율성과 투명성 확보를 둘러싼 부산시와 영화인들 간의 갈등으로 예전에 비해 축소된 규모로 치러지고 있는 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정관 개정으로 영화제 내부적인 갈등을 진화하고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영화인들이 요구해왔던 독립성과 자율성과 관련, 정관 33조에 ‘초청작품 및 초청작가 선정에 관한 사항은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 중심으로 구성된 선정 위원회의 고유권한이다’를 규정하여, 작품선정의 자율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제 ‘손 뼘 길이’(palm’s length) 대신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 명문화 된 것이다. 

또한 영화제 재원의 50%를 지원하는 부산시가 강조하였던 투명성과 관련, 정관 49조엔 ‘주요 재원 지원기관 단체에 재무사항과 집행내역을 보고 공표하여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와 ‘행사 종료 이후 2개월 이후에 시민평가 위원회를 구성하고 사후 평가 보고회를 해야 한다’를 명시하여, 영화제의 투명성을 높였다. 

이러한 産痛에 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려 예전에 비해 다소 침체된 분위기로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는 현지의 리포트에도 불구하고,  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김영란법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대한 기대와 자율성과 투명성의 확보로  영화제의 질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에 의의를 둘 수 있다. 


◆ BIFF의 장기목표와 과제 

이제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성장과 발전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BIFF는 영화인들의 축제의 장으로 혹은 문화관광의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공간으로만 자족할 수 없다. 10일간 세계최초의 혹은 제작국외 다른 지역에서 상영된 적이 없는 프리미어 상영작으로 영화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는 지역 문화관광이벤트를 넘어서서, 영화제의  질적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BIFF의 목표는 명확하다.  명실공히(名實共) 세계 5대영화제의 반열에 들어가는 것이다. BIFF는 아시아 최고의 국제영화제이며 세계5대 국제영화제로 불리지만, 이러한 명성은 규모에 근거한 판단이다. 

국제제작자연맹은 국제영화제를 A·B·C등급으로 나누는데, A등급엔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영화제·칸영화제·모스크바 영화제가 속하고 있다. B등급엔 토론토 영화제·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로카르노 영화제가 포함된다. 토론토영화제는 5대 영화제로 꼽히고 있다. BIFF를 포함하여 나머지 영화제는 C등급에 위치하고 있다. BIFF는 여전히 세계적인 영화제엔 질적으로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제영화제는 영화예술과 지역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동시에 담당한다. 


△컬쳐노믹스의 실현 :  중앙정부와 지방간의 협업 필요

지역문화산업과 관련, 부산시는 영화제를 통해 컬쳐노믹스(Culturenomics)의 구현에 목표를 두고 있다.  

부산시가 품고 있는 영화제의 비전은  영화영상산업을 육성하여 부산을 세계적인 영상중심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과거 섬유· 신발중심의 도시에서 문화도시로서의 변모를 꾀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 경제의 바람직한 모습인 컬쳐노믹스의 구체적인 형태이다. 

컬쳐노믹스는 과거 제조업의 하드웨어에 의존한 성장에서 벗어나 예술 문화의 소프트파워를 기반으로 한 성장전략을 말한다.(주유신) 문화를 원천으로 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부산은 2014년 12월, ‘유네스코 창조도시 네트워크’(UCCN)에 영화분야의 도시로 지정되었는데,  UCCN도 컬쳐노믹스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부산은 UCCN을 통해 영화문화와 영상산업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연대를 형성하면서,  문화콘텐츠산업 육성등으로 경제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의 영화영상산업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로드맵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도시로서 그리고  UCCN으로서, 부산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주유신) 장기목표와 비전은 있지만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전략이 제대로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컬쳐노믹스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화전문성 개발을 강조한다. 즉 도시가 산업으로서의 문화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해, 문화적 능력을 보유한 인재와  기간시설로서 자본을 갖추어야한다는 것이다. (임상규)

도시가 산업으로서 문화콘텐츠 생산의 필수요소인 인적자본과 물적자본을 구비하는 작업은 지역의 범위를 뛰어넘는 문제이다. 국가 산업 발전의 청사진에 기초하여, 지역의 개성을 살리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방과 중앙간의 협업은 국가균형발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혹자는 지역분권시대에 전략과 재원을 중앙정부에 기대는 것은 사고의 모순과 충돌을 빚는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수도권의 성장뿐만 아니라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더 설득력이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간의 협업은 외국의 사례에서도 발견된다.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베를린 영화제는 독일 연방정부와 베를린시가 50대 50으로 출자한 베를린 영화합자회사가 준비한 영화제이다. 이처럼 안정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질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 미래지향적인 영화제의 정체성 구축 필요

영화예술 발전과 관련하여,  BIFF 관계자들이 귀가 따갑게 들었을 지적이 아마도 영화제의 정체성일 것이다. 영화제의 정체성은 단순히 영화제의 차별성을 구축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의 계속성과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로 꼽히고 있다. 

예술적인 칸 영화제,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며 아시아등 지역 영화에 관심을 두는 베니스 영화제등의 성장도 영화제의 아이덴티티(Identity)의 덕택이라는 지적이다. (임상규)

특히 베를린 영화제는 정치· 사회적인 이슈를 선도하여 영화제의 위상을 높이는 경우이다. 권력구조 아래서 쉽게 말하기 어려운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다루어, 관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성찰하도록 한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곽정연)

또한 베를린 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축제의 장에 머물지 않고,  문화인재들을 육성하는 미래지향적인 영화제라는 칭찬도 받고 있다. 장차 영화를 만들 차세대영화인과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젊은 영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덧붙여 제3세계의 문화를 이해하고 알리고자 하는 노력도 베를린 영화제의 특별한 장점이다. 월드시네마 펀드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소외지역의 문화를 담은 영화의 생산을 영화제가 돕고 있다. 

부산영화제도 이처럼 미래지향적인 정체성을 구축하여, 장기 도약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마시멜로 참기 : 장기 목표와 그리고 인내 

마시멜로를 참는 것은 삶의 방식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의 발전과 성장에도 이 이론은 적용된다. 지속적인 성공을 이루기 위해선, 보다 높은 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인내와 끈기로 현재의 난관에 도전하는 것이다. 

장기목표를 뿌리 내리고,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 설정하는 것은  보상의 지연과 계속성을 달성하는  필요조건이 된다. 

BIFF는 당장의 보상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질적인 도약을 향해 나아가야할 새로운 출발선에 놓여 있다. 

Don’t eat the marshmallow YET!


<참고자료>
임상규(2013), “부산의 문화도시 위상정립을 위한 부산국제영화제의 발전과제”, 국가위기관리학회
곽정연(2006), “영화제를 활용한 문화연구를 위한 시안-베를린 영화제를 중심으로”
주유신(2015),“영화도시에서 유네스코 영화창조도시로”, 영상예술연구 vol 26
호아킴 데 포사드, 엘런 싱어, 공경희 역 (2012), 「마시멜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