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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이트의 불안] 영화 <다가오는 것들>리뷰 -- 거절의 고통은 지적 충만과 공감으로 해소

Question

안녕하세요?  거절남(rejected man)입니다. 

제가 저의 별명을 스스로 이렇게 붙인 이유는 아무도 저를 원하지 않는다고 느껴서 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니, 불안하고 두렵고 심지어 공포감마저 느껴집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수십 번의 낙방 후에 간신히 작은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게다가 지금 다니는 회사 사장님은 제가 불필요한 인력이라며 책상을 빼 주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무엇보다 훨씬 참기 어려운 고통은  여자 친구의 이별통보였습니다.  진실과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 친구가  느닷없이 ‘나, 다른 사람이 생겼어’라며 저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그 때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아끼고 키워 온 소중한 꽃과 같은 사람으로부터 거절당했다는 배신감에 심장은 폭발해 버릴 지경이었습니다. 

전 분노와 좌절의 상처를 잊기 위해 이전에 멀리하였던 술과 담배에 젖어 있습니다. 술기운이 떨어지면  아픔이 다시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다시 오늘도 술을 마십니다.    

쓰라린 거절의 상처가 지금도 아물지 않고 빨갛게 남아 있는데, 어떻게 하면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을까요? 


Answer



안녕하세요, 지그문트 프로이트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곪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버려졌다는 생각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황하는 당신에게 제가 어떻게 감히 위로의 말을 건 낼 수 있을까요? 

아무도 자신을 원치 않아 외로움과 상실감에 빠지게 하는 거절은 자신과 가까운 이들로부터의 외면입니다.  부모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였거나, 배우자로부터 거절을 당하는 경우 등입니다. 믿었던 이로부터의 배반과 수치가 견디기 힘든 고통을 한층 배가시킵니다. 


◆불안과 방어기제

거절을 당할 경우, 현실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거절되어 홀로 남겨졌다는 사실은  자신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없어졌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는 자신이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는 거지요.  저는 이러한 불안을 현실적 불안(realistic anxiety)이라 부릅니다. 

이러한 불안의 원천은 태아가 갓 태어난 후 겪는 불안입니다. 이를 출산 외상(birth trauma)이라고 하는데요, 엄마와 결합되어 보호받던 태아가 엄마와의 분리로 세상과 접촉을 시작하면, 아이는  외부의 자극으로  충격을 받게 됩니다. 아이에게 있어 분리로부터 비롯된 불안은 충격적입니다. 

이렇게 불안이 머리를 짓누르면  사람들은 불안을  통제하기 위한 방어벽을 구축합니다.  저는 이를 심리적 방어기제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현실과 불안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어벽은 현실을 否定하는 것입니다.  거절남처럼 슬픔과 현실적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을 마시며 아픔과 두려움을 잠시 잊고자 합니다. 

(엄격히 말하면 불안, 두려움, 공포는 각각 의미를 달리합니다. 특정 대상이 없는 막연한 두려움을 불안, 구체적인 위험물이 있을 때의 위협을 두려움, 주로 외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여 위협적인 대상을 처리할 능력이 없을 때 나타나는 두려움을 공포라고 각각 구분하기도 합니다.) 

부정이 심화되면 退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한 좌절로 부정이 연속되면 정신적 유아기로 후퇴하는 것입니다. 평소에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던 사람들이 상식 밖으로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는 거지요. 

예를 들어 퇴행은 충동에 따라 행동을 하도록 합니다. 권위를 비웃고, 절차를 유치한 것으로 여기거나, 혹은 다수의 바람을 거스릅니다. 

또한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로 投射가 있습니다. 투사는 무의식에 품고 있는 충동이 자신과는 무관하고 남의 것이라며, 이를 타인에게 떠넘기는 것입니다. 

저도 투사의 공격 대상이었습니다.  제가 ‘幼兒 성욕설’을 주장한 적이 있는데요, 비엔나의 학자들과 중산층들이 저의 이론에 반기를 들고 일어났습니다. 절 심각한 도덕적 결함이 있는 자로 몰아붙인 겁니다. (유범희) 

하지만 비엔나의 중산층들이 저를 부도덕하다고 비난한 것은  자신들의 성충동을 숨기기 위함이었습니다. 자신들은  직접 성을 구매하면서 자신들은 깨끗한 척 합니다. 그러면서  성욕에 대해 언급하는 저를  비난한 것이지요.

이처럼 투사는 고통스러운 현상의 원인을 자기 탓이 아닌 남 탓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개 투사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이를 채우기보다, 남의 부족함에 대해서만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투사의 역사적인 예가 나치 독일의 히틀러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 입니다. 히틀러는 독일 국민들의 피폐한 삶이 당시 독일 경제를 지배하고 있던 유대인의 이기심에 비롯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들의 분노를 유대인들에게 투사한 것입니다.(유범희)  


◆ id가 ego를 지배할 때, 

이러한 퇴행과 투사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는 이드id가 에고ego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심을 대표하는 슈퍼에고superego도 성격을 설명하는 핵심개념입니다.) 

이드는 말馬이며 에고는 말을 통제하는 기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격성과 충동성의 욕구라는 이드가 야생마처럼 날뛰면, 말을 다스리는 기수의 역할을 에고가 담당하여 이드를 제어하게 됩니다. 

먼저 이드id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말하는 것으로, ‘쾌락원칙’에 지배됩니다. 무의식적인 소망을 채우고 싶은 욕구에 따라 이드는 흥분에너지를 그대로 외부로 배출하여 긴장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이드와 달리 자아 즉 에고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성을 말합니다. 에고는 ‘현실원칙’을 따릅니다. 현실원칙의 목적은 욕구의 에너지의 방출을 잠깐 보류시키는 것입니다. 어떤 욕구를 만족시킬 실제적인 대상을 발견 할 때 까지 에고는 이드의 에너지 표출을 막습니다. 

이드는 자아와의 상호작용에서, 두 개의 출구를 가집니다. 자아의 영향에 복종하거나 아니면 자아의 힘을 누르고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에너지를 표출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드가 에고의 힘에 지배 통제 된다면, 이드는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논리적 사고인 자아가 본능적인 이드의 활동을 제어합니다.   

하지만 이드가 에고를 지배하게 되면, 충동적인 행동이 벌어집니다. 예컨대 충동적으로 지나가는 사람의 다리를  걸고 넘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에고의 통제에서 탈출한 이드는  충동 에너지를 외부로 쏟아 붓게 됩니다.   

그러므로  충동을 유발시키는 투사와 퇴행은 이드가 에고를 지배하고 있는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思考하지 않고 所望하기만 하는 이드가 공격 혹은 자포자기의 대리자의 역할을 행하여, 충동적인 행동을  부추깁니다.  


◆자아를 강화시키는 방법, ‘1차 과정’과 ‘2차 과정’

그렇다면 이드와 에고가 평화로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 건강한 에고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에고가 健康해진다면 이드의 변덕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자아가 건강해진다는 것은 성숙(成熟)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배고프다고 아무것이나 먹게 되면 엄마의 꾸중을 듣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긴장과 참고 견디는 법을 배워 나갑니다. 자아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강해지는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드는 인격이 형성되는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아를 강화시키는 방법을 ‘1차 과정’과 ‘2차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차과정이란 목마른 나그네가 물을 상상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목마름은 이와 연관된 물을 떠올리게 하는 거지요. 

이러한 물에 대한 心象은 갈증에 대한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꿈도 1차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요,  소망하는 것을 꿈속에 떠올림으로써 긴장이 감소하게 됩니다. 저는 긴장을 완화시키위해 어떤 상상을 하는 것을 ‘소망성취’wish fulfillment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1차 과정만으로 갈증을 해소할 순 없습니다. 그러므로 연상을 성취로 이끄는 2차과정이 필요합니다. 2차과정은 현실원칙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선 무엇이 중요할까요? 이는 ‘현실검증’입니다. 현실검증의 결과가 효과적인지 아닌지를 반복적으로 검증해야합니다. 그래서 저는 2차 과정을 ‘문제해결과정’ 혹은 ‘사고과정’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한 번이 아닌 되풀이 하는 사고과정에서 올바른 해결을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마침내 목마른 사람이 연상한 물을 여러 번 검증한 후 물을 마시는 성취를 이루게 됩니다.  제가 현실원칙의 목적이 유보라고 말했는데요, 이드의 즉각적인 분출을 억제하는 인내는 사고과정인 2차과정이 제대로 기능해야 작동할 수 있습니다. 


◆  공감, 성숙한 자아의 뿌리

유보와 인내를 강조하는 현실원칙에 기초해서  반복적인  현실검증을 한다면,  성숙한 자아 그리고  강한 자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저는 여기서 정신분석학의 또 다른 대가이며 미국정신분석학회 회장을 지낸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성숙한 자기애’란 개념을 동원해 보겠습니다.  

코헛은 타인에 대한 ‘공감’을 습득하게 되면 성숙한 자아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먼저 그는 창의적 활동(creative activity)을 지적합니다. 자신의 작업과 연구를 통해 ‘지적으로 충만’하게 된다면, 자신감을 획득하고 자존감을 드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자아를 튼튼하게 유지하도록 합니다. 

또한 타인의 심리적 경험을 공감하는 능력( ability to be empathic)은 성숙한 자아를 이끕니다.  다른 사람들의 느낌과 생각 그리고 소망을 잘 지각할 수 있게 되면, 이드의 충동적인 에너지를 억제하는데 기여하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자신도 상대를 사랑해야 한다는 거지요. 

유머 humor도 성숙한 자아를 완성시킵니다. 예컨대 미국 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 저격을 당했을 때, 간호사가 황급히 다가와 지혈을 했습니다. 그러자 레이건은 ‘낸시(레이건의 부인)에게 허락 받았냐’고 농담을 했다고 합니다. 유머는 성숙한 방어기제 입니다. (이지연) 

거절남님! 당신은 지금 외면당하고 거절당하여 비참함의 소나기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욕망의 분출을 일단 제어하고 반복되는 사고과정을 거치게 되면, 당신의 자아는 한층 건강해질 것입니다. 창의적인 지적 활동, 상대에 대한 공감, 그리고 유머라는 과정을 거친다면, 성숙한 자아의 성장으로 앞으로의 어떠한 고난에도 이를 헤쳐 나갈  능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저는 현재의 고통은 승화되어  훌륭한 자아를 형성하는 뿌리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 뿌리 위에 튼튼한 가지와 탐스런 열매가 맺게 될 것임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from 프로이트



<참고자료>
캘빈S. 홀, 김문성옮김 (2015), 「프로이트의 심리학 입문: 정신분석의 대가」
유범희(2016), 「다시 프로이트, 내마음의 상처를 읽다」
이지연 박신혜, (2013) 「내 생애 첫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