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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헤일, 시저!>리뷰 : 존재와 당위간의 긴장사이에서

#1.찬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씨에 외투도 없이 재킷만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포크가수 르윈,  아무도 들어주지도 않는 음악과 작별하고 따뜻하게 배를 채워야하는가 아니면 순수와 꿈을 위해 가수로 자신의 길을 계속 걸어야하는가.<인사이드 르윈>

#2. 1950년대 할리우드 영화사인 캐피틀 픽쳐스의 대표로, 쏟아지는 사건과 스캔들을 처리하느라 밤낮없이 일을 하는 에디 메닉스(조슈 브롤린).  생활의 여유와 안락함을 보장하는 핵폭탄 제조사인 록히드사의 스카웃 제의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바쳐온 영화에 대한 열정을 지속할 것인가. <헤일 시저>

코엔 형제의 명성은 아마도 전작에 비해 변주가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다는 점일 것이다. 

그들은 3년 전 작품이었던 <르윈 인사이드>의 주제의식을 다시 꺼내들었다. 즉 <헤일시저>에도  존재와 존재해야하는 것과의 갈등이라는 철학적 명제를 제시한다. 하지만 전작과 동일한 관심사에 풍성함과 치밀한 깊이가 더해졌다.  

풍성함과 깊이는 영화에 대한 그들의 헌사와 관련된다. 코엔 형제는  ‘봐라!  영화(예술)가 이렇게 눈부시지 않은가’ 라며 자신감 넘치게 캐피틀 픽쳐스의 작품들을 화면에 수놓는다.  

조지 클로니의 로마시대의 서사극 ‘헤일시저’, 스칼렛 요한슨이 인어로 등장하는 수중발레 영화 ‘조나의 딸’, 체닝 테이텀의 탭댄스와 노래가 황홀함을 선사하는 뮤지컬 ‘흔들리는 배’등에서, 코엔형제는 자신들의 엘리트주의를 유감없이 과시하며 관객의 환상을 실현해준다. 

영화에서 발군의 연기를 선보인 배우는 신예 엘든 이렌리치(호비 도일역)이다. 능청스러운 유쾌함에서 예리한 치밀성까지, 여백이 있는 배우라는 찬사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  






에디의 고민은 무엇이 진정 행복을 가져오는가에 있다. 

풍요와 여유는 일상의 행복을 가져온다.  하지만 풍요를 통한 만족은 행복이라는 의식은 허위욕구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활인은 세상이라는 기계의 톱니바퀴의 하나로 자족할 뿐이다. 

반면 이러한 동질화된 삶과 현상유지로부터 탈출구를 찾는 이도 있다. 즉  존재와 당위간의 긴장사이에서, 그 현실을 부정하고 존재하길 바라는 것에 대한 소망을 품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픈 차원 다른 이성이다. 

에디는 영화라는 예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빚어내고 싶어 한다. 예술은 사람들의 일상적 삶의 근심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고, 건전한 자아를 형성하는데 기여한다고 믿는다. 에디에게 있어 자신의 안락보다 세상을 향한 뜨거움이 더욱 강렬하였다.  

이러한 사고는 환경적 토대가 생각에 영향을 미치기 보다, 역으로 강건한 가치가 새로운 경제적 환경을 만든다는 확신에 근거한다.  

그러므로 일단 생산과 부가 쌓이게 되면 과거의 관계는 변화된다는 주장을 거부하게 된다. 영화에서 그룹 <미래>의 이론이 이러한 물적 토대가 가치의 상부를 결정한다는 논리이다. 

예술의 차원은 감성의 영역이다. 이 영화는 감성이 이성의 하위에 있다는 그릇된 선전대신, ‘새로운 감성’이 틀을  주조한다는 사고의 물구나무서기를 요구한다.  

보편성에 물든 일차원의 이성의 아우라를 넘어, 예술이 품고 있는 새로운 감성에의 헌신이 기적의 힘을 가져온다는 희망은 헛된 환상이 아니라는 점을 코엔형제는 말하고 있다. 

(개봉 3월24일, 106분, 66회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