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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리뷰 :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보고 싶었어.”

사랑하면 엔돌핀이 나오고 싸우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엔돌핀은 면역력을 높이고 아드레날린은 분노를 끌어올린다. 그러므로  건강하게 살려면 사랑하라고 한다.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치유도 사랑에 빚지고 있다.  자존감과 자신감도 관계 회복과 사랑의 결과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상처로 마음의 살이 도려내진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의 사랑과 성장 이야기이다. 

*(이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조제  

새벽, 할머니가 끄는 큰 유모차가 새벽을 헤쳐간다. 유모차는 늘 담요로 덮여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 한다. 

유모차엔 다리가 불편한 조제가 실려 있다. 그녀는 남에게 내어 보이기 창피한 수치라고 할머니는 생각한다.  조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이다.

마음에 상처를 예리하게 내는 이는 다름 아닌  가족이다. 결점 많은 아이, 내세울 것 없는 아이는 부모에게 부끄러운 짐이 된다.  부모의 위신을 위해 부족한 아이를 숨기고, 아이에게 무관심과 언어폭력을 휘두른다. 

조제는 호신용 권총을 구입하고자 한다. 칼로 도려낸 듯한 상한 마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신과 분노를 품게 한다. 

결점 많은 아이의 잠재의식에는 거절의 상처가 선명히 낙인찍힌다. 아이는 세상과 벽을 쌓고 자신의 쪽방에서 몸을 누인다. 



 
◆호랑이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보고 싶었어.” 조제가 세상에 나올 때 보고 싶었던 것은 호랑이다. 

심야 마작게임장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는 새벽에 경사진 도로를 내려가던 유모차를 만나게 된다. 츠네오와 조제의 만남과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누군가가 자신의 수치를 받아들인다는 것, 섬세히 돌봄을 받는다는 것, 이는 비록 연민이라 할지라도 차가운 마음에  봄의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  

자신의 상한 마음을 보듬어 주고, 자신이 지은 밥을 맛나게 먹어주는 이 남자.  이 사람과 함께라면 두려움은 자신감이 된다. 그렇게 그와 세상의 문을 열고 무서운 호랑이를 보러 간다. 


◆ 물고기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상한 마음이 건강한 자아로 돌아오는 지점은  관심을 받고, 가치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고, 애정이 강물처럼 넘쳐흐를 때이다.  

그런데 츠네오, 이 남자 수상하다. 조제를 버거워 하는 듯하다. 츠네오는 연민으로 조제의 고통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여자 친구(우에노 주리)를 떠나 조제를 택하였다. 하지만  앞날은 막막하고 두렵기만 하다.  

이제 조제는 그를  놓아주고 세상의 바다를 홀로 헤엄쳐 나간다. 

삶은 계속되는 것.  누군가에게 자신의 미래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수치대신 당당함으로, 세상이 주는 두려움과 맞서 나아간다. 

자신의 존재가 수용되고, 자신의 가치를 창조하고, 자신감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힘은  단절된 관계의 회복이다. 

(3월 17일 재개봉, 117분,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