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9년 평민들이 국민의회를 구성하고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면서 시작된 프랑스 대혁명의 계기는 프랑스의 재정파탄이었으며, 혁명의 실질적인 도화선은 불공평한 조세부담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베르사이유 궁전 건설등 왕실의 사치와 영국과의 전쟁 및 미국독립전쟁 지원등으로 폭증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성직자· 귀족등 특권계급에 대한 과세강화를 시도하였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날 즈음에, 성직자와 귀족은 다양한 세금혜택으로 평민보다 더 적은 조세를 부담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3가지 계급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제1계급인 성직자와 제2계급인 귀족이 특권층으로 군림하고 있었고, 제3계급인 시민과 농민이 상위 계층을 지탱하고 있었다.
제1계급과 제2계급이 전체토지의 35%를 소유했으나, 이들의 세금부담은 각각 전체 조세의 10%에 불과하였다. 제3계급은 50%를 토지를 갖고 있었으나 세금부담액은 전체 세금의 80%를 부담하고 있었다.
특권층의 낮은 조세부담은 인두세, 1/20세, 토지세등에서의 면세 때문이었다. 직접세로 과세된 인두세는 평민들에게 과세되었지만, 성직자들과 귀족들은 면제되었다. 성직자들이 조세원장 자리를 돈을 주고 샀기 때문이다. 수확의 10%를 납부하는 십일조세는 부동산· 상업· 지대등의 수입액에 대하여 과세하는 1/20세로 변경되어 조세부담이 완화되었으나, 제1,2계급의 대부분이 1/20세에서도 면제 혜택을 받았다. 토지세인 따이유세는 국가의 전비를 조달하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는데, 제1,2계급과 군인등에게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았다.
프랑스는 재정적자와 높은 국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하여 특권층의 낮은 조세부담등을 높이고자 하였으나, 1, 2계급들의 강력한 조세저항이 개혁을 무산시켰다. 개혁을 위해 이 세 계급 대표자로 구성된 삼부회가 소집되었으나, 루이 16세는 귀족계급들의 요청으로 삼부회를 휴회시키고, 3계급의 집결체인 국민의회 사무실을 폐쇄한다.
이에 국민의회 측은 1789년 테니스장에 모여 헌법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을 선언한다. ‘테니스장 선언’이후 평민들은 바스티유감옥을 공격하고 세무서에 불을 지르면서 프랑스 대혁명은 발발한다.
이처럼 특권적 조세혜택을 누리는 제1,2계급에 대한 제3계급의 상대적 빈곤감과 공평한 조세제도에 대한 강한 열망이 프랑스 혁명의 동력이 되었다.
◆ 프랑스 대혁명이 시사하는 점
프랑스대혁명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1789년 8월 국민회의가 선포한 인권선언(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인권선언은 제13조 후단에서 ‘조세는 모든 시민들에게 각자의 부담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부과되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루이 14세 시절 재상이었던 콜베르는 “과세의 기술이란 거위가 가능한 최소한으로 꽥꽥거리게 하면서 가능한 많은 양의 털을 뽑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불합리하게 자신들의 털만 과도하게 뽑힌 거위들의 인내가 한계를 넘게 되자, 참 다 못한 거위들이 비명을 지르며 털 뽑는 이들을 물어버리게 된 것이다.
프랑스혁명의 주요 원인은 부유하고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이에 상응한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 계층들에 대한 제3계층의 불만이었다.
부자가 이에 걸 맞는 부담과 책임을 지게 된다면 상대적 빈곤감은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적절한 소득 재분배가 이루어져 사회후생은 한층 높아지게 될 것이다.
◆ 내수침체를 빙자하여, 원칙을 무너뜨려서야
기획재정부가 다음 달 발표예정인 2015세제 개편에서 개별소비세에 대한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별소비세는 모든 재화와 용역의 공급에 대해 부과되는 부가가치세와 달리 특정 품목과 용역에 대해 부과되는 소비세이다. 부가가치세의 역진성 완화와 소득 재분배를 목표로, 고소득층이 많이 소비하는 사치재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이다. 예컨대 일부 사치품에 대해 기준가격인 200만원 초과금액에 세율 20%를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개정 과세대상은 기준가격 초과 과세 물품으로, 기재부는 이 기준가격을 현행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향조정 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되는 과세물품에는 보석, 귀금속제품, 사진기, 시계, 융단, 가방, 모피, 가구(조당800만원, 개당500만원 초과)등이다.
개소세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높은 개소세로 인해 조세회피가 성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조세회피의 이유는 개소세 회피라기보다 사치재등의 고가 판매로 인한 높은 수입금액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게다가 개소세가 내수를 침체시킨다는 일부 기업의 지적은 적절한 지적이 아니다. 모피, 보석등에 개소세로 부과되는 과세표준은 기준금액 200만원의 초과금액이다. 품목 가격 전체금액에 20%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조세의 형평성에 위배된다. 부담능력에 따라 공평한 세부담이 이루어져야함에도 부담능력이 높은 이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제도는 과세공평성을 해치게 된다.
담뱃세 인상으로 서민들의 간접 소비세는 올리면서, 고소득층이 소비하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보석· 명품가방· 모피등에 전통시장에서 몇 만원에 판매하는 품목에 적용되는 10%세율만을 부과한다는 것이 말이 된단 말인가?
이는 과거 프랑스 혁명의 인권선언에서 ‘조세는 모든 시민들에게 각자의 부담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부과되어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원칙에 근본적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내수침체를 빙자하여 슬그머니 과세형평성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것이다.
서민들의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은 고려하지 않고, 고소득자들의 부에 상응한 세부담 상승은 외면하고, 오히려 이들의 세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펼치려 하는 것이다.
지금은 실질적인 내수 효과도 없는 고소득자 세 부담 완화가 아니라, 고소득자들의 세금을 선진국처럼 상승시켜 우리나라의 낮은 국민부담률을 OECD수준 에 근접하도록 하는 노력이 더 시급하다.
이러한 세수입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이 재원을 소득재분배와 인적자본 투자에 사용하여야 한다. 프랑스의 대혁명의 원인도 재정적자였으며, 그리스의 위기도 높은 국가부채로 비롯된 것이다.
아무리 급하다고 지켜야하는 선까지 무너뜨리면서 막가는 것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