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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연말정산 논란] 야당, 수권능력 길러야

2013년 근로소득자의 소득공제 중 특별공제 일부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세법개정이 올해 연말정산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우선 정부가 대기업등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거두지 않고,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렸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야당의 서영교원내대변인은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재벌들의 세금은 끊임없이 깎아주고 이제 서민들의 1월 보너스 였던 소득공제 혜택을 13월의 공포로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실정”이라며,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부족한 세수를 메꾸려는 박근혜정부의 정책에 국민들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당의 ‘비즈니스 프렌드리’라는 기본 철학은 2013년 세법개정 뿐만이 아니라, 지난해 세법개정에도 어김없이 등장하였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과 최저한세율 인상 주장을  논외로 제쳐두었다.  야당은 서슬 퍼런 여당의 기업 지키기에 여당의 방어 벽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단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중 허울에 불과한 대기업 기본공제율 폐지라는 떡고물만 받아 챙겼다.  

정부여당은 증가하는 복지예산문제를  매년 5조원이상의 세수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담뱃값 인상으로 해결하였다. 대기업등의 부자감세 철폐 대신,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부족한 세수를 충당한 것이다. 

 

정부의 거짓 발표 의혹 일어

이번 연말정산에서  일고 있는 또 다른 논란은 정부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의 전환으로 인한 세 부담 효과를  제대로 계산 하지않았거나 거짓 발표 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이다.  

정부는 2013년 세법개정에서 “연봉 5500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자들에게 증세는 없다.”면서 “5500만원~7000만원 구간에서 2만원~3만원의 세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세금이 증가하는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미혼 2360만원~3800만원이하 직장인의 세 부담이 대폭 늘어났다. 이를테면, 본인 기본공제와 4대 보험료만 공제받는 3000만원의 미혼직장인은 2013년보다 세금이 17만3250원이 증가하였다. 이는 근로소득공제의 축소로 증가한 세금에  비해 근로소득 세액공제의 한도 증가로 인한 세부담 완화 효과가 적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가 많을수록, 세부담이 늘었다. 예컨대 연봉 5000만원에 본인공제 및 4대 보험료를 제외한 다른 공제가 전혀 없는 근로자가 6세 이하 자녀 2명을 둔 경우, 세 부담 증가는  11만 2750만원이었다.  또한 기본공제와 4대보험료, 연금저축 400만원, 보장성보험료 100만원만 공제 받는 경우, 6세 이하 자녀가 2명이면 세 부담은 27만7750만원 증가하였다.  

이는 근로소득공제의 감소, 자녀공제인 6세 이하 양육비 공제와 다자녀 추가공제의 소득공제  폐지로 인한 세부담증가가 자녀 세액공제와 근로소득 세액공제의 증가로 인한 세 부담 감소보다 크기 때문이다. 

납세자연맹은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정부가 거짓말을 했거나 세법개정 효과를 제대로 측정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지적하였다. 


◆ 정부 여당의 옹골찬 이데올로기 사수 

이처럼 여당의 옹골찬 기업 지켜주기 정책은 기실 경제이론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 여당의 정치적 의사결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여당이 법인세를 인상하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는 실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이 쌓아놓은 막대한 유보가 있고, 또한 재벌기업들의 실효세율이 16%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법인세 인상 절대 불가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법인세율 인상은 실질적 효과도 미미할뿐더러 당의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부분이라 절대 받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치 이데올로기가  정책을 결정하는데 주요 역할을 한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미국도 정치적 이념이 정책의사결정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몇 년 동안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간에 벌어지고 있는 Keystone XL사업 승인 논쟁도 이와 동일한 연장선에 놓여있다.(관련기사: 미국 Keystone XL사업)

이 사업은 캐나다-미국 간에 오일샌드를 배송하기 위한 송유관 구축 사업으로, 공화당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하에  에너지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여 송유관건설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은 환경론자들의 입장에서 송유관건설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문제 제기하며 송유관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이도 결국 보수와 진보의 이데올로기 논쟁인 것이다. 

결국  여당은 2013, 2014세법 개정에서 일관되게 이데올로기를 사수하기 위해 어떠한 야당의 협박과 애걸에도 꿈쩍도 하지 않은 것이다.   


◆ 야당은 시뮬레이션도 안했나?

정부가 관련 정보를 그릇되게 발표한 것과 관련, 야당도 일말의 책임을 지고 있다. 

정부가  2013년도 8월에 3,450만원을 분기점으로 세부담이 증가하는 법안을 내놓은 후, 여론의 반발이 거셌다. 이때 야당은 근로자들의 호주머니 털기라며 거세게  비난하였다. 

이후 정부는 세금 증가 기준점을  5500만원으로 하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연봉 5500만원~7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세 부담 증가는 2만원~3만원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연말에 여야는 합의하에  이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과 함께 소득세 최고세율을 1억5천만원으로  낮추는 세법개정도 동시에 통과되었다. . 

문제는  야당이 그 당시에  왜 정부 수정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가 이다.  결국 야당이 정부가 발표한 세부담 증가액을 그대로 믿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야당이  여러 사례를 들어 세액공제를 적용한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작업은 몇 가지 사례만 들면 충분히 가능한 단순 작업인데, 야당은 이 작업을 게을리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와서  서민들 호주머니 운운하는 것은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하는 야당의 본분을 게을리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 야당은 만년 야당으로 끝나나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 야당에서 근로자의 특별세액공제율을 15%에서  20%대로 인상하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야당 소속의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세액공제율 15%를 5% 높이는 법 개정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당도 중산층 근로자들의 반발에 적지 않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이 내년으로 목전에 다가왔는데, 선거에서 당락을 가르는 연봉 3450만원~7000만원의 핵심 부동층이  정부여당에 등을 돌리면,  여당은 총선에 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연말에 다시 근로자의 특별세액공제와 관한 세법개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부여당이 힘없는 서민과 중산층의 어깨에 부담을 지워 세입을 확충한다는 문제와 관련,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야당의 주장대로 법인세 인상을 시도할 개연성은 여전히 낮다. 이는 보수당의 철학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야당이 원하는 법인세 인상, 서민 호주머니 털기를 막기 위해서는 야당이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거나, 대선에서 승리하는 정공법이 유일한 해법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야당이 수권정당으로 위상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수권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만 믿고 이를 추종하기보다 정책의 실효성을 각각 분석하는 치밀함과 부지런함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처럼 야당이 정부 여당을 향해, 법인세는 인상하지 않고 서민들의 주머니만  터는가라는  비난으로  중산층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보다, 실제로 수권정당이 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야당은 현재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당대표 후보들은 수권정당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민주정책연구원의 예산을 확충한다는 공약 정도이다. 

아무리 당내 선거일지라도 조직 선거에 앞서 정책으로 경쟁하는 선거가 되어야 함에도, 야당이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실력을 갖추겠다는 공약은 찾을 수 없다. 이러면 야당은 만년 야당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