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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일본 소니의 몰락과 그 교훈


일본 소니의 CEO  히라이 카즈오는  바이오브랜드의 노트북등 PC사업부문을 매각하고 TV사업은 분사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발표하였다.     5,000명  이상의 인원 감축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히라이 CEO는 또한 TV사업부문의 매각 가능성도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3월31일 종료사업연도의 순손실은 11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애널리스트 이시노 마자히코는 “그 개혁은 너무 늦게 단행되었다. 시장악화에 앞서 미리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면서, “전자 사업부문은 회생할 희망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브리비아를 생산하는 TV사업은 올해 25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소니는 밝혔다. 10년 연속 손실이다.

 

TV사업은 삼성과 LG에 밀려 세계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분기 8.1%에서  3분기에는 7.5%로 떨어졌다.

 

무디스는 TV와 PC사업부문의 회생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지난달 소니의 장기신용등급을   투기등급(정크본드)으로 강등하였다. 피치도 소니의 회사채를  정크로 분류하였다.

 

과거 세계시장을  호령하였던 소니가 이렇게 몰락하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소니의 붕괴 원인은 우리나라의 기업들에게도 타산지석의  시사점이 될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사용가치 창조의 결핍]

 

소니는 소니다운 사용가치 창출을 등한시하고, 위험선호 대신 익숙한 기술에 기능을 증강시키는 위험회피 전략에 의존하였다.

 

1980년대와 90년대의 소니의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인 워크맨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는  사용가치의 발견이었다.

 

테이프 재생기 제조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크지 않아서, 소니 임원들은 누구나 제조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소니답지 않다고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걸으면서 들을 수 있는 스테레오 카세트 재생기는 소비자들의 새로운 효용을 창조하는 사용가치의 창출이었다. 

 

기존의 기술에 기능을 추가하는 점진적인 변화로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게되고, 결국 그 제품은 곧 성숙기에 접어들게 된다. 성장률은 하락하게되는 것이다.

 

소니는 하지만 기존의 화려한 이력에 사로잡혀, 워크맨 다음단계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력을 소홀히 하게 된다. 음악플레이어의 휴대용테이프플레이어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것이다.

 

과거의 영광에 대한 도취와 자만에 빠져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지못했다.

 

결국 워크맨은 차세대 음악플레이어인 애플의 아이팟에 밀려 과거의 화려함만을 남기고 퇴장한다. 소비자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하는 노력을 게을리한 치명적인 결과인 것이다.

 

 

[제품 브랜드 카니벌라이제이션]

2003년 6월 소니는 Quallia라는 상품시리즈를 내놓는다.  프로젝터, 슈퍼오디오 cd, 트리니트론 컬러 모니터, 소형스틸카메라등에서 새로운 고가 브랜드 라인업을 구성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쿠오리아가 소니의 최고급브랜드로 소개되어, 기존의 SONY브랜드를 잠식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카니발라이제이션이다. 기능이나 디자인이 탁월한 후속제품이 출시되면서 해당 기업이 먼저 내놓은 비슷한 제품의 시장을 깎아 먹는 자기잠식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SONY위의  상위 브랜드가 소니브랜드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은 마케팅과 재무관리에서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가치 창출 대신 가격으로 승부]

소니는 액정TV부문의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치창출의 전략대신 원가절감의 전략을 채택하고, 이는 TV부분의 연속 손실의 결정적인 원인이된다.

 

제품이 경쟁력을 갖추기위해서는  ‘총가치 ÷ 원가’ 로 원가당 가치가 높아야한다. 그러므로 원가를 낮추거나 총가치를 늘려야한다. 소니는 분자인 총가치를  늘리는 노력대신 분모인 원가를 낮추는 전략을 취한다. 

 

소니는 2004년 액정 TV ‘bravia’가 탄생했다. 그러나 시장은 곧 공급 과잉에 빠져 액정TV의 가격 전쟁이 시작되었다. 소니는 원가를 줄여 가격경쟁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표준방송을 HD 화면으로 바꾸어주는  고가의 반도체 칩인 DRC를 탑재하지 않았다.

 
이 전략의 결과는 가격경쟁에서 승리하는 대신, 스트레이트 적자의 오명을 뒤집어 쓸 뿐이었다. 

 

TV 비즈니스의 적자는 2005년 3월 결산기부터 시작되었다. 소니는  3월에 경영악화로  경영진을 교체한다. 이데이 노부유키에서 저널리스트인 외국인 하워드 스트링거가 취임한다.

 

cost cutter라는 별명을 가진 스트링거는 인원감축과 원가절감을 밀어 붙였다.

 

원가절감의 대상은 기술연구원과 엔지니어까지 미쳤다. drc를 개발한  연구소A³를 해체하여 연간 수억엔의 예산을 줄이고자 하였다.

 

A³ 연구소의 책임자였던 곤도는  “TV 산업이 성숙되어 가격경쟁을 하게 되었을 때, 회사는 이제 기술은 필요 없다며   모든 하이엔드 제품생산을 중단하였다.”라고 술회한다.  

 

하이엔드제품의 생산중단은 고화질 고성능전략을 추구한 소니다움에 배치된 결정이었고, 가치하락은 결국 판매하락으로 이어졌다.


 

[기업내부의 논리 vs 사회후생]

기업내부의 논리가 과거의 성공사례에 대한 집착을 낳고, 마케팅실패를 불렀다고  <무엇이 소니를 추락시켰나>의 요코타 히로노부는 지적한다.

 

소니의 과거의 화려함에 젖어 기존의 패러다임을 답습하여  참패를 경험하게된  화근도 사회 전체를 위한 노력대신  기업내부의 공고화된  논리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TV가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우선 액정 패널을 자체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는  원가인상으로 이어졌다.  TV 제조비용을 차지하는 액정패널가격은 전체 비용의 약 70%나 되었다. 액정패널은 삼성으로부터 조달되었다.

 

소니에는 액정패널기술이 이미 존재하였다. 그런데 이 기술을 상품화하는데 있어서 경쟁사에 선수를 빼앗겼고, 그 주요 원인은 ‘기업내부의 논리’이다.

 

회사를 사랑한다면 사회 후생증가를 위해 힘써야 하는 법이다. 사회의 전체 효용을 창출하는 노력을 경주하였다면 결국 이 노력은 소비자의 호응으로 이어져, 기업의 이익창출로 연결되게되는 것이다.


지만 소니는 회사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사회의 후생증대라는 목표에서   벗어난 ‘기업내부의 논리’에 매달리게 되었다. 기업내부의 논리가 강조되면 사회에 둔감한 회사가 된다. 사회에 둔감한 회사는 당연히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수 없고, 곧 실적도 떨어지게된다. 

 


[소니 모르모트론의 실종]

소니의 모르모트론 이론의 실종이 소니를 변화와 혁신의 길로 인도하지 못하였고, 이는 소니의 몰락의 계기가  되었다.

 

모르모트 이론이란 소니가 참신한 상품을 차례차례 내놓으면 다른 기업에서 모방제품을 내놓아 결국 소니는  시장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실험용 쥐인 모르모트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소니는 다른 기업에 공헌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기업에게 소니는 작은 모르모트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모르모트는 경제적으로 다른 기업을 윤택하게 하는 외부성의 경제효과를 발생시킴과 동시에 자신도 성장할 수 있다. 일종의 파레토개선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니는 과거의 이러한 모르모트 정신을 버렸다. 선도기업 대신 따라잡는 후발 주자가 되기를 바랬다.

 

후발주의를 추구하는 기업에는  참신한 신제품을 맨 먼저 선보이지 않는다.  회사실적의 나빠진 상황에서 더 이상의 모험은 하지않는다.  그러나 회사에 정작 필요한 것은 바로 선도적인 모르모트정신에 근거한 위험과 모험이다. 

 

이의 단적인 예가 소니의 로봇개발의 포기이다. 강아지 모양 로봇 아이보는 2006년에 생산을 중지했다. 같은해 인간 모습의  로봇 큐리오의 개발도 중지하였다.  로봇연구소인 소니 인테리전스 다이나믹스 연구소도 해산하였다. 이를 주도한 자는 하워드 스트링거였다.  눈앞의 이익을 우선시한 것이다.

 

하지만 로봇은 기술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의 정점이다.  앞으로 수많은 하드웨어는 소프트 웨어와의 융합을  통해 더욱 로봇화 될 전망이다. 이 장기이익을 소니는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포기하였다.


 

[단기 성과평가기준의 문제]

 

새로운 성과평가기준인  EVA(경제적 부가가치)의 도입은 경영자와 직원들로 하여금 단기적인 영업이익에 몰두하게 하였다. 장기적인 기술개발을 등한시하게 하였다.

 

EVA는 세후영업이익에서 채권자비용 뿐만 아니라 자기자본의 기회비용도 고려한 총자본비용을 차감한 잔액으로 계산된다. 그러므로  EVA는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에서  자본비용을 초과하게 되면 경제적부가가치가 양이 된다.

 

이때 자본비용이란 상대적으로 저렴한 타인 자본비용과 주주의 기회비용의   가중평균값이다.  주주는 영업위험 뿐만 아니라  재무위험도 부담하게 되므로, 주주가 요구하는 자본비용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가중평균자본비용은 채권자의 이자비용만 고려하는 경우보다  증가한다.

 

그러므로 경영자와 직원들은 EVA를 높이기 위해, 높아진 자본비용에 대응하여 영업이익 상승에 집착하게 된다. 이는 결국 장기적인 기술개발보다 단기성과에 매달리게 되고, 가치창출보다 손쉬운 원가하락 전략으로 경제적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한다.

 

사업별 성격에 맞게  장기적 안목기준으로,  회사의 중장기적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성과평가기준이 마련되야 하는 것이다.  소니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선택과 집중의 무시]

소니는 이제 하드웨어 부문을 정리하고 콘텐츠와 네트워크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 부문이 미래의 핵심시장이며, 선택과 집중 전략인 것이다.

 

소니는 1989년 할리우드의 영화사인 컬럼비아픽처스를 34달러에 사들였다. 부채까지 떠안게 되어 인수가는  40억달러을 넘게되었다. 30억 가치인 영화사를 고가매입한 것이다. 

 

소니의  당시 경영전략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컨텐츠)는 수레의 양쪽 바퀴와 같다고 판단하였다.

 

소니가 컬럼비아를 인수한 이유는 베타맥스가 VHS방식의 VTR에 진 이유는 소니가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 판단하였다. 그래서 av(음향, 영상기기)제조사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시너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하드웨어부문을 더욱 키웠어야 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소니는 앞으로 기업가치를 늘리기위해 콘텐츠 분야에 집중해야한다고 강조한다.

 

TV사업등은 앞으로 수익이 창출되기 힘들게 되고, 소니의 강점인 게임과 영화등의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제   TV생산에서 콘텐츠로의 전환이다.

 

 

 

소니의 몰락의 원인은  우리나라의 기업들에게  미래 설계를 위한   교훈이 된다. 현재의 삼성과 LG가 과거의 소니이며, 현재의 중국이 과거의 삼성과 LG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소니의 패착을 거울삼아,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하드웨어부문에 새로운 사용가치를  더욱 강조해야할지, 하드웨어와 콘텐츠와의 융합을 시도해야 할지, 아니면 콘텐츠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할지등, 장기투자의사결정을 새롭게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시장에 영원한 1등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긴장의 고삐를 당겨야 할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