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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리뷰: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 미 언론들의 "Fruitvale Station"의 시각차이



22살의  흑인청년 오스카 그랜트는 친구들과 새해 전야 축하파티를 즐기고, 프루트베일행 BART(Bay Area Rapid Transit:샌프란시스코灣 지역의 장거리 전철)로  East Bay로 돌아가고 있었다.  

BART는 2009년 새해 전야 파티를 하는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연장 운행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오스카가 탄 맨 앞 칸에   싸움이 벌어진다.

12명 가량의 승객이 엉켜 싸움을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BART경찰은   프루트베일역에서  오스카와 몇몇 승객들을 끌어내고 그들을 체포한다.   경찰은 저항하는 오스카를 플랫폼 바닥에 엎드려 눕히고 수갑을 채우려 한다.  

그  와중에 총소리가 나고, 오스카의 등에 피가 흥거니 흘러나온다.  뺨이 바닥에 닿은 채 엎드려 누워 있는 오스카를 향해   경찰이  총을 쏜 것이다.  그 모든 사건 진행 과정은 승객들이 찍은 핸드폰에 담겼다. 

이 사건에서의  경찰의 총격이  우발적인 실수로 인한 것인지,  고의적인 인종차별주의적 ‘처형’인지를 두고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오스카에 총을 쏜 경찰은 결국 involuntary manslaughter (우발적인 과실치사)를 선고받고  2년 복역 후 석방되었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원제목: Fruitvale Station)는   프루트베일 지하철역에서의 이 사건을 촬영한  실제 동영상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오스카의 마지막  24시간을 감독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재구성한다. 

Michael B. Jordan주연의 Fruitvale Station(오스카 그랜트의 하루)은  2013년 선댄스영화제에서 극영화부문 심사위원대상( grand Jury prize for dramatic film)과 드라마 분야 관객상 (drama category's audience awards )을 수상하였다. 


이 영화가 개봉되자 미국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인종차별주의를 부각시켜 ‘정의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영화라는 주장(Forbes紙)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라며 인종차별주의를 향한 도덕적 분노를 터트리는  비평(New York Times)으로 나뉘었다.  

이 사건은 우발적인 실수와 연관되어 있다고 강조하는 자들은  Ryan Coolgler감독(27세)이 오스카 그랜트에 대한 동정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연출하였다고 비판한다.  허구를 영화 속에 삽입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사실처럼 느끼도록 묘사했다는 것이다. 

오스카가 차에 치인 개를 돌보는 장면은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허구이다. 또한 오스카가 마리화나를 버리는 신 또한 감독의 상상이다. 그리고 지하철안에서 승객들이 흥겹게 춤을 추고  신년 카운트다운을 하는 장면도 픽션이다. 

이러한  감독의 장면 설정은  오스카의 인간적인 면과 새해에 새로운 사람으로의 거듭남을 강조함으로서 관객들로 하여금 오스카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조작이라는 것이다. 
 
또한 오스카가 감옥에 들어간 이유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오스카가 불법총기소지죄로 수감된 것을 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허구는 오스카가 인종차별주의의 희생양이며, 의도적으로 정의를 부각시키기 위한  포장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이 영화의 비판론자들은 오스카의 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오스카에게 총을 발사한 경찰 Johannes Mehserle는  미리 오스카에게 ‘전자총격기를 사용한다’고 말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사건 발생 전에 총기 관련 사건이 터져 극도로 경찰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Mehserle가 전자충격기를 총으로  착각해서 발생한 우연한 사고였다고 지적한다.   

반면에 이 영화를 옹호하는 자들은 이 영화의 휴머니즘을 강조한다.  Coolgler감독도 선댄스영화제 수상식 연단에서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을 때, 이 영화는 휴머니티에 관한 영화이다.”며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차에 치인 개를 돌보는 장면은  오스카를 선량한 천사로 묘사하기보다, 오스카의 죽음에 대한  은유라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계급과 인종문제를 다루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과거 마약밀매자이며 상습적으로 직장에 지각하여  해고당하는 불량한 존재이고, 여자친구를 속이고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는 무책임하고 정직하지 못한 자이지만, 그럼에도 그는 가치 있고 소중한 생명의 소유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사건의 핵심은  인종주의적 차별이며, 이 불평등이 이번 사건의   주요 역할을 하였다고 말한다. 오스카가 백인이라면 이러한 끔찍한 일이 벌어졌겠는가? 오스카의 가족은 경찰들이 체포 중에 인종모독의 욕설을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는 완전한 인격체이고 그도 존중 받아야 한다.  흑인은 대중문화에서 무시당하고 인권이 박탈되고 있으며, 이 사건도 이러한 불공평한 환경과 맞닿아 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차별이 존재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탈북자들에 대한  멸시등  내국인이 외국인에 대한 인격적 무시와 차별이 있다. 

또한 한국인 간에는  성차별, 연령차별, 학력차별, 가난한 자에 대한  차별, 지역 차별, 중소기업에 대한  차별과 편견등이  만연하고 있다. 강자가 약자를  배격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울타리를 치고 있는 사회이다. 

 이러한 영화를 보는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라고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동시에 우리들도 우리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우리 스스로가 은연중에 누군가에게 강자의 자리에서 이와 비슷한 차별과 무시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누구를 탓 할 것도 없다.  우리 스스로가 조장한 편견과 불평등 일 수 있다.

 2014년은 뿌리박힌  한국사회의 차별과 편견의 철옹성을 어떻게 부수고 이를 해체하여, 다시 어울림과 조화를  일구어야 하는지 곱씹어 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