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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잉여들의 히치 하이킹> :자칭 '잉여'들의 도전과 반전

 

그들의 유럽여행의 교통수단은 도로에서 치켜 올린 엄지손가락이다. 숙식은 물물교환, 숙박업소 홍보영상을 찍어주고 그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는다. 20대 초반의 영화과 자퇴생들은 유럽에서 비틀즈에 버금가는 대성할 가수를 발굴하여 뮤직비디오를 찍는 꿈을 품는다.

 

우리네 상식으로 가당치도 않는 일이 정말 꿈처럼 펼쳐졌다. 겁 없고 무모한 4명의 자칭 ‘잉여인간’들의  무모한 도전은 그들이 이 세상의 불필요하고 남아도는 잉여, surplus가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존재임을 보기 좋게 실증한다.

 

그들은 단지 주류의 틀과 규칙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임을 의미하는 ‘잉여’로 남기를 바란다.


 

▣ 억울함과 자의식을 내려놓고

 

단군이래 최고의 실력과 스펙을 보유하고 있다는 우리 한국 20대들. 그래서 부가가치는 어느 누구 못지않게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는 그들이지만 모두에게 공평히 나누어 줄 자원은 제약되어 있다. 자원의 희소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富는 소수로 집중되어 가고 있다.

 

열심히 노동해도  아르바이트 임금으로는 한 학기 학비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 4명의 잉여들이 학교를 자퇴한 이유이다.

 

주류들은 중심부에 진입하지 못하는 그들을 ‘너희들은 필요없다. 너희들 없이도 우리는 잘 살 수 있다.’라며 ‘잉여인간’이라고 깍아 내린다.

 

잉여들은 이제 버려지고 무용함의 자의식에 빠진다.  콘베이어 벨트에서 양품검사에서 탈락된 불량품이라는 자괴감이 가슴팍에 박힌다. 그러자 억울함과 자의식은 자신들을 ‘I am a loser.'라고 읖조리게 한다.

 

하지만 이 4명의 잉여들은 억울함과 자의식을 훌훌 털어버리고, ‘주류’들의 상식을 뒤엎는 반란을 꿈꾼다.

 

그들은 시스템의 부조리만 탓 하며, 자리에 드러누워 있지 않았다. 바뀌지 않은 채  더욱 멀리 그들로부터 멀어져가는  비우호적인 시스템이 우호적으로 바뀌길 기다리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가 시스템을 개척하고자 하였다.

 

그들은 확률과 계산을 뒤로 하고,  운동화 끈을 다시 동여 매고 유럽을 그들의 발아래 두고 뚜벅뚜벅 진군한다.


 

▣ 자신의 탈렌트를 찾아서

 

일어서서 도전하는 자만 살아남게 된다.  그리고 살아남는 비법은 자신에게 부여된 재능을 계발하여 이를 발휘하는 것이다. 이럴 때 그들에게만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게 된다. 문을 열도록 지혜가 주어지거나. 도움의 손길이 은연중에 다가온다.

 

그들은 무전 여행 중에 결국  돈이 거의 바닥 나  유럽투어가 중단할 위기에 직면한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그들의 뮤직비디오와  다큐멘터리 제작은  여기서 결국 좌절되는 걸까?

 

그때 그동안 무심하게 닫혔던 하늘에 한줄기 빛이 내려 왔다. 하늘에서 내려준 ‘만나’는 그들에게 주어진 재능, 탈렌트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잉여들의 누적된 실력이 드디어 발휘되는 순간이다.

 

영화과 학생들인 그들은 마지막 시도로 인터넷에 호스텔 광고영상을 제작해준다는 광고를 하고, 기적적으로 영상주문 메일을 받게 된다. 포기하려는 순간 신은 그들에게 가장 적절한 시점에 그들의 탈렌트를 발휘 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노숙생활을 해오던 그들에게는 평범한 호스텔은 별천지였다. 그들은 특별 날 것도 없는 호스텔을 멋지고 화려한 영상으로 꾸며 놓는다. 길거리가 집이던 그들에게는 심지어 화장실 변기조차 소중하고 귀한 물건이기에, 그들은 이를 번쩍이는 보물처럼 둔갑시킨다.


 

▣ 不用아닌 效用

 

시스템의 은혜만 바라보는 자들이 아니라, 자신이 시스템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자들에게는  이제 그들의 꿈은 더 이상 신기루가 아니다. 그 꿈은 희망이 아닌  현실로 만져진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버려지는 잉여가 아니라 부름 받는 소중한 잔존이다.

 

잉여 4인방들은  그들의 창의성과 삶의 전투장에서 습득한 체험이 적절히 조화되어, 그들이   더 이상 不用이 아닌, 누적된 실력의  效用임을 과시하게 된다. 그들은 유럽 호스텔의 홍보제작 스타로 떠오르게 되고, 마침내 그들의 꿈인 뮤직비디오 영상 제작의 기회도 얻게 된다.

 

그들은 참 잘 기다려 왔고, 잘 살아 남았다. 그리고 더욱 더 멋지게 살아 남을 것이다. 그들의 잡초 같은 강인함과 무모하리만치 겁 없는 용기는  ‘설마 될까’ 라는 회의 대신 ‘설마 안 되겠어’라는 믿음의 반전을 꿈꾸게 한다.

 

잉여가 세상의 거기에 있어야 한다는 정당성은 명백하다. 단지 잉여 스스로가 그 가려진 정당성을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잉여 4인방은 그 사실을 우리들에게 일깨워주기 위해 이 다큐를 찍었음에 분명하다.

 

이제 the survival of the fittest가 아니라, the survival of the surplus의 세상이 빛나고 있음을 자각하는 때가 도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