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높이는 일은 개인의 과제로만 남겨 둘 수 없습니다.
함께 아파하고 고통을 나누는 누군가의 존재가 상처에 새 살이 돋아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선안남) 상처 입고 아파하는 이를 꼭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다친 자존감은 아물어 간다는 겁니다.
이처럼 친구・ 이웃・ 공동체・국가로부터의 사회적 지지는 낮은 가치감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데 기여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롤즈는 권리와 자유, 기회, 소득, 부, 그리고 자존감을 사회적 기본 가치 (primary goods)로 언급하면서, 이들 중 가장 중요한 기본적 가치로 자존감을 지목합니다. (홍성우)
롤즈는 자존감의 자원으로 무엇보다 상호존중을 강조합니다. 자존감은 타인들의 존중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타인을 수단이 아닌 도덕적 인격으로서 존중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러한 인식하에서 롤즈는 자존감의 토대로 세 가지 방식을 말합니다.
첫째, 그것은 극빈자의 기대치를 증진시켜야 한다. 둘째, 공정한 기회균등을 허용하여야 한다. 셋째, 평등한 정치적 자유들의 공정한 가치를 제고하여야 한다.
우선 평등한 정치적 자유는 헌법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보장될 수 있습니다.
우리 헌법을 이에 적용해 볼 때, 국민의 기본권 강화, 경제민주화의 강화, 선거제도의 개혁, 현실 상황에 조응하는 권력구조 확립등이 제안될 수 있습니다.
공정한 기회 균등의 실현과 관련하여, 롤즈는 의미 있는 일과 직업에 관한 기회의 결여는 시민들의 자존감을 파괴한다고 지적합니다.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한 기회란 자아실현을 하기 위한 기회를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보장은 결국 교육과 훈련에 접근성을 높이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극빈자의 기대치를 높이는 것은 최소 수혜자들에게 최대 이익이 되도록 정책 의사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롤즈에게 있어, 최소수혜자 계층은 부의 중앙치의 절반 이하를 갖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는 우리 자신의 가치감은 어느 정도까지는 소득의 몫에 달려 있다고 보았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의 소득이 최저 생계비 이하일 경우에는 이런 낮은 소득의 일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결국 롤즈의 차등의 원리는, 소득은 가치감의 추구를 위한 자원으로 기능하므로, 최저 소득과 임금은 노동의 강도와 무관하게, 업종과 규모에 대한 구분 없이, 동등하게 제공되어야 시민의 기본 자존감이 보장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주류경제학의 아버지, 신자유주의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아담 스미스를 불러온다면, 이기심을 위해 빵을 구울 지라도 한편으로 同感을 외면할 수 없다는 스미스의 통찰을 고려할 때, 롤즈의 최저소득의 차등의 원리는 보편타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동감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관찰자가 행위자의 상황과 동일한 처지에 있다고 가정할 때 그 행위자가 느끼는 감정을 감지하고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중략)..관찰자가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행위자가 직면한 상황과 처지에서 느끼는 감정과 판단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반추하는 능력이다.”
스미스의 동감의 논리에 비추어 볼 때, 아무리 시장의 자원의 효율적 배분도 중요하지만, 이웃의 최저소득을 보장해주어 그들의 자존감을 높이고자하는 동감이 우리 사회에서 배제된다면, 사회는 차등과 수치심의 낙인을 찍는 곳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결국 평등한 정치적 자유, 기회 균등, 그리고 최소수혜자의 소득 보장은 시민의 자존감을 보장해주는 기초입니다. 이 세 가지는, 사람의 이념이 어디에 위치하든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시민의 가치감 보장을 위한 자원이 됩니다.
<참고문헌>
홍성우(2011), “롤즈의 자존감 이론”
선안남(2011), 「자존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