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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개헌]개헌에 대한 해법은 단계적 개헌

-사악한 문제는 장기의 협력적 거버넌스로
- 순한 문제는 당장 전문가의 분석으로


요즘 여의도 정치권의 핵심 논쟁은  권력구조 개편을 개헌의 핵심 내용으로 다루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야당은 “권력구조 개편이 배제된 개헌은 속 빈 강정”(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지방분권을 말하는 것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라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우선적으로 손 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야당은 정부 실패의 직접적인 원인을 막강한 대통령제 시스템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개헌의 핵심내용도 정부형태의 변경에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부형태의 개헌등은 장기적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과 협상 난망의  ‘사악한 문제’에 대한 협력적 거버넌스의 필요성 때문입니다. 



◆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


“오크나무에 앉아 있는 딱새를 매가 발견하고 낚아 채 붙잡았다. 딱새는 매에게 자신은 허기를 채우기에 너무 작으니 좀 더 큰 새를 찾는 게 좋을 거라고 설득하며 자신을 놓아달라고 간곡히 애원했다. 매가 말했다. ‘지금 당장 눈에 띄지도 않는 새를 잡으려고 내 손에 잡힌 먹이를 놓아준다면, 나는 아마 바보겠지.”(이솝우화)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 이야기의 매는 왜 작은 새를 놓아주지 않을까요? 매는 비록 적지만 확실한 이익인 작은 새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지금의 작은 새를 포기하고 앞으로 더 큰 새를 잡을 수 있을 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매는 요즘 시장의 용어로, 위험을 회피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의미는 ‘손 안의 새 한 마리가 숲속의 새 두 마리보다 낫다.’ (A bird in the hand is worth two in the bush.)라는 속담의 뜻과 유사합니다. 


숲속의 새 두 마리가 있는 경우와 손안에 새 한 마리가 있는 경우, 사람들은 대체로 손 안의 새 한 마리를 숲 속의 새 두 마리보다  더 선호합니다. 그 이유는 숲속의 새가 위험 면에서  더 크기 때문입니다.


숲 속에선 몇가지 상황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숲 속을 헤치며 새를 다 잡는 경우입니다.  두 마리 모두 먹을 수 있어,  숲 속의 새 두 마리가 손안의 한 마리보다 더 이득입니다. 하지만 숲 속에서 두 마리 모두를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심지어 한 마리도 못 잡을 수 있습니다.


반면 손 안의 한 마리  새는 곧 확실한  수익으로 연결됩니다.


그러므로 위험회피자인 일반적인 사람은 손안의 새 한 마리를 위험이 더 큰 숲 속의 새 두 마리보다 더 선호하게 됩니다. 숲 속에 새를  잡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선, 내 손 안에 있는 지금의 새 한 마리의 가치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결국 앞의 우화와 속담은 미래 수익이 현재 수익보다 크게 보일지라도, 현재 확실한 수익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의사결정이 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미래의 상황은 현재의 확실한 상황보다 더 나빠질 위험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헌의 내용도 숲속의 새와 손안의 새처럼 구분될 수 있습니다.


정부형태의 개헌은 숲속의 새들에 비유 됩니다. 이는 협상이 쉽지 않아 손에 쥐어지는 해법이 없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여서 이에 대한 해법을 찾을  경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러므로 정치권은 이 문제에 몰두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반면 지방분권등의 개헌은 손안의 새에 비유됩니다. 견해의 차이가 크지 않아 손안의 새처럼 확실한 해법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헌도 의사결정의 우선순위에 직면하게 됩니다.


all or nothing이라는 위험 선호를 추구하는 이들은 불확실한 숲 속의 새를 먼저 찾아 나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을 회피하는 사람은 손안의 새 한 마리를 숲속의 새 두 마리 보다 더 선호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개헌의 해법도 접근의 우선순위를 요합니다.  손안의 새처럼 해법이 쉬운 문제를 먼저 다루고, 이어 숲 속의 새처럼 난해한 불확실한 문제에 도전하는 것이 접근의 순서가 됩니다.


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숲속의 새에 먼저 다가선다면, 아무런 수익도 없는 결과에 이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번번이 개헌이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 해법에 몰입하는 정공법은 결국 아무런 수확도 가져오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구조적인 문제라 불리는 정부형태의 개헌을 우선 주장한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됩니다.



◆사악한 문제와 순한 문제

개헌의 내용은 ‘사악한 문제’와 ‘순한 문제’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악한 문제는 협력적 거버넌스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사악한 문제 (wicked problems)는 이해당사자의 선호와 관점등의 차이로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를 말합니다. 당연히 윤리적인 문제와는 무관합니다.


반면 순한 문제(tame problems)는 수학문제를 떠올리면 됩니다.


수학문제는 난해하고 복잡하지만 명쾌한 해법이 있습니다. 순한문제도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전문가의 자료수집과 분석을 통해 답의 도출이 가능합니다. 이는 이해당사자의 선호, 관점, 이해관계등에서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부 개헌 내용들은 순한 문제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순한 문제엔 지방분권,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등이 포함됩니다.


순한 문제, 즉 지방분권과 일부 기본권문제의 경우, 여야간 관점과 이해관계등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때문에  순한 문제는 전문가들의 자료수집과 분석등을 통해 당장 다루어야 할 항목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반면 여야 간의 핵심쟁점으로 꼽히고 있는 정부형태, 기본권 중 일부 조항, 경제민주화 관련 조항등은 사악한 문제에 해당됩니다. 문제 해결의 공감대 형성이 어렵고, 전문가조차도 자신들이 속해 있는 진영의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열망으로 객관적인 해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악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개헌과 저출산 고령화


개헌의 해법은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해법을 연상시킵니다. 


저출산 해소 정책은 장기 문제와 단기문제로 구분됩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비혼 만혼, 일자리 양극화등은 구조적 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정책으로, 일가정 양립등은 적용가능하고 효율적이어서 당장 추진해야할 효과적인 정책으로 분류됩니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는  장기적 접근을 요하는 구조적 문제와 당장 다루어야 할 효율적이고 적용가능한 문제로 구분되어, 각각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므로 비혼 만혼, 일자리 문제는 구조적이고 근본 문제여서, 이에 대한 접근방식은 장기적이야 한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개헌의 내용도 일괄처리보다 장단기의 문제로 구분하여 시계열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악한 문제를 장기문제로, 협상의 간극이 크지 않은 순한 문제를 당장 처리해야 할 문제로 구분하여, 개헌을 다루어야 한다는 겁니다.



◆ 사악한 문제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그렇다면 사악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 할 까요?  협력적 거버넌스가 그 답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개헌의 내용 중 사악한 문제는 정부 부처만의 협력, 정치권 만의 협상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형태와 일부 논쟁적인 기본권 조항등 사악한 문제는 여야의 협상으로 해결되기 힘들고  국민이 참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보와 자원이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도 존재하는 경우 정부와 민간 부분과의 수평적 협력이 사악한 문제의 현실적 방법이 된다는 겁니다.


결국 개헌은 내용별로 접근 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악한’ 개헌 문제는 노력과 시간의 투자를 통한 협력적 거버넌스로, 그리고 ‘순한’개헌문제는 당장 전문가들의 분석으로 해결되는 투트랙 방식이 요구됩니다. 


때문에 개헌 내용의 일괄처리는 결국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는 쳇바퀴를 달리는 넌 센스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권이 이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영화 <1987>에서   단련된 강철처럼 의식의 성장을 이룬 연희가  버스천장에 올라 외치는 그 구호를 우리도 <2018년>에  외쳐야 할 것입니다.  "護憲 철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