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기자가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기자는 카네기에게 성공의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카네기는 이렇게 반문했다. “질문에 답하기 전에, 대체 성공이란 뭐란 말인가? 내가 벌어들인 돈을 보고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기자가 그렇다고 하자 카네기는 “그게 자네가 말하는 성공의 의미라면 내가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 그게 궁금하다면 말해주지. 우리 사업체에는 마스터 마인드(Master Mind)라는 게 있는데, 이건 회사의 감독자, 경영진, 회계, 실험실 연구원, 그리고 다른 여러 사람들로 이루어진 마음이지. 조직에 속해 있는 한 사람만으로는 이 마음이 생기지 않고 전 조직원의 마음이 조화로운 협력의 정신으로 확실한 목표를 향해 협력되고 조직되고 이끌어질 때 돈을 벌어다주는 힘이 생기는 거지.” ( <나폴레온 힐 성공의 법칙>에서)
카네기는 앞의 인터뷰에서 성공을 위한 두 가지 요건을 말한다. 먼저 성공을 위해선 확실한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혹시 꿈 있어” “미래의 꿈? 그런 질문 처음 받아봐”라는 영화 <아메리칸 허니>의 남녀 청춘의 대화처럼, 사람들은 인생의 ‘명확한 중점 목표’ 없이 인생의 바다에서 표류하기도 한다.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겨운데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조차 사치스럽다는 것이다.
두 번째의 성공요인은 마스터 마인드이다. 명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힘은 조직화된 조화로운 협력이다.
카네기와 인터뷰한 젊은 기자는 나폴레온 힐이다. 그는 조직화된 협력과 연대를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성공의 원천으로 파악한다. ‘두 명이상의 사람들 사이의 조직화된 협력’이 혼자만의 힘으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연대한 협력은 어떻게 힘을 발휘할까? 연대는 곧 자본이기 때문이다. 연대에 기초한 네트워크가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 자원 지식 정보를 교환하거나 공유하는 매개가 되어, 생산의 시너지를 창출하게 된다. 상호협력의 징김다리인 사회자본이 신뢰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다.
그러므로 역으로 연대와 조화의 결핍은 실패에 이르는 첫 번째이자 마지막 원인이 된다. (나폴레온 힐)
◆사적인 조화로운 협력, 사회전체의 조화에 걸림돌 될 수 있어
그런데 성공의 지름길인 협력과 네트워크가 사회전체의 맥락에서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적인 조화로운 연대가 배타성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본이 소속 집단의 좁고 깊은 관계에 국한되면 공동체 외부와의 폭넓은 연결망이 차단될 수 있다. 국지적 집단 내부의 사회적 자본의 극대화는 집단 간 갈등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재열)
집단 내부의 배타적인 이기적 연대는 전체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사회적 파당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럴 경우 보편적인 사회적 규범에 의한 통합을 저해하게 된다. (이재열)
결국 이러한 집단내부의 연대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효율성을 높이지만, 집단 외부자들과의 열린 연결망이 차단된 채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을 유발한다.
◆ 기업의 책무가 무엇인가? ①기업의 책무는 기업의 이윤 극대화
이러한 염려는 기업의 책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이윤 극대화가 기업 활동 의사결정의 유일한 판단기준인가? 아니면 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주요 요소인가?
전통적으로 기업의 역할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이론이 이윤극대화론이다. 기업의 최상의 가치로 인정되어 온 기업의 책무는 이윤을 높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윤혜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이 가져야 할 주된 사회적 책무는 이윤을 극대화하여 “주주들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라 했다. 기업의 이윤추구활동과 주주이익극대화는 결국 사회전체의 후생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사회적 부를 증대시키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익의 총량을 극대화’(maximize overall interest)하라는 것과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시장의 결정에 맡겨라’(let the market decide)고 주장한다. (윤혜진)
하지만 이런 기업의 주주이익극대화는 부정적 금전 외부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는 시장의 가격기구를 통해 제3의 경제주체에게 손해를 입히는 금전적 외부효과를 초래하여, 소득분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노동생산성증가율에 비해 임금인상률이 낮아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고 자본 몫이 커지는 현상은 금전적으로 부정적 외부효과를 낳는다. 주류경제학은 요소비용이 두 배 늘어 생산도 두 배 증가할 경우, 노동기여분과 자본기여분 만큼 실질보수가 지급되면 생산물은 완전배분 된다는 주장을 한다. (금전적 외부효과는 시장가격기구에 의해 발생하는 외부효과이므로 시장실패를 초래하지 않는다. 시장실패는 시장구조와 관련 없이 발생하게 된다.)
◆기업의 책무가 무엇인가? ②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
이러한 주주이익 극대화 이론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론이 대두되고 있다. 기업은 주주들에게 한정되지 않고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고용주 주주 고용인 소비자 지역주민 일반시민 협력업체등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을 포함한다. 이처럼 이해관계자 이론은 기업의 폭넓은 사회적 책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사회적 이익을 배제한 채 주주들의 이익증진 만을 위한 이윤추구 활동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 사회 속에서 기업과 영향을 주고받는 모든 당사자들 그리고 자연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 기업은 주주 이익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윤혜진)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구체적으로 네 가지 책임을 요구한다. 경제적 책임으로 기업은 이익을 창출해야 하며, 법률적 책임으로 지역 국가 및 국제적 법률을 준수해야 하며, 윤리적 책임으로 사회 구성원들 간에 자율적으로 지켜야 할 규범을 준수해야 하며, 재량적 책임으로 기업은 공공의 기대를 만들고 충족시켜주는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이돈희)
기업의 윤리적 재량적 책임은 사회자본의 관점에서 닫힌 집단 내부의 네트워크에서 사회적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열린 네트워크로의 발전을 의미한다. 내부적인 신뢰와 협력은 집단 외부의 연대와 협력에 관심을 기울이는 새로운 사회적 통합으로 발전해야한다는 것이다.
◆아담스미스와 프로이트의 공감능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흔적은 고전학파 경제학의 아버지인 아담스미스의 논리에서도 발견된다.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생산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 아담스미스도 그의 저서 <도덕감정론>에서 공감능력(sympathy)을 강조한다.
사람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 공평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에게 나의 의사결정에 대한 도덕적인 판단을 의뢰한다. 이는 타인의 상황에 감정이입하여 상대의 입장에서 그 상황을 느껴보는 것과 같다. 스미스도 시장의 자기조절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파악한 것이다.
프로이트의 관점에서도 아담스미스의 공명정대한 관찰자의 그림자가 나타난다. 통제되지 않는 이기심인 이드는 자아의 고삐를 필요로 한다. 말(馬)을 통제하는 기수역할을 하는 에고(자아)가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말(이드)을 제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타인의 심리적 경험을 공감하는 능력인 성숙한 자아(에고)는 충동적이고 욕망에 젖어 있는 이드를 억제해야 한다.
그러므로 공감능력의 중요성에 근거하여, 기업은 집단 내부의 효율성과 주주의 이윤극대화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포괄적 이해관계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배태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게 된다.
결국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기업 외부와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자원과 정보를 교류하는 협동과 협력의 연대이다. 공감의 능력을 통해 열린 관계망을 형성하여 사회적 협력의 기반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SK그룹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CSR도 공감의 한 예이다. 또 대기업들이 연간 이익의 일부를 사회적 활동에 사용하도록 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관계자들에 대한 공감의 발로이다.
◆공동체외부와의 연대, 포지티브섬게임으로 귀착
이제 공동체 내부의 통합성은 공동체를 넘어선 연대성을 위해 길을 터 주어야할 때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울콕(Michael Woolcock)은 원초적인 집단을 넘어서 확장될 수 있는 사회적 연대를 강조한다. 공동체는 집단 내부의 배태성과 통합성에만 그치지 않고, 공동체 외부의 상황에 공감하는 자율성과 연계성을 추구해야한다는 것이다.
만약 공동체의 통합성의 연대에만 그치고 공동체 외부와의 연결망을 형성하는 연계성이 낮다면, 이는 가족주의에 그치게 된다. 울콕은 이를 지대를 추구하는 ‘비도덕적 가족주의’라 비판하였다.
울콕은 닫힌 공동체의 문제에 우려를 나타낸다. 열린 연계성이 맺어지지 않게 되면 경제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경우 공동체의 지속가능하지 않고 공정하고 참여적인 경제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파악한다.
①계급적 성적 불평등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증가하는 경우 ②빈곤이 내재적인 동시에 사회안전망에 의해 체크되지 않는 경우 ③보편적인 법률체계가 미비하거나 불공정한 경우 ④지배적인 집단과 종속적인 집단이 공동의 성과를 두고 그 몫을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 ⑤만성적인 불완전 고용으로 질서의 예측가능성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이 훼손된 경우 ⑥사회적 소수자들이 공공연히 차별받는 경우, 경제발전의 전망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발전의 장애물로 나타나게 된다.
국가는 골칫거리이며,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겐 위의 조건들에 동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담스미스의 공평한 관찰자의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 볼 경우, 집단외부와의 연계성을 거부하고 공평한 관찰자의 공감능력을 상실할 때 집단내부의 자생성도 보장받기 힘들 수 있다.
결국 공동체내부의 연대를 넘어 새로운 공동체외부와의 연대로 공감을 넓히는 열린 마음은 공동체 간의 제로섬게임이아니라 포지티브섬게임으로 귀착될 것이다.
<참고문헌>
마이클 울콕, “사회자본과 경제발전”, 「사회자본 이론과 쟁점」
윤혜진(2017),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교양교육연구 제11권 제2호
이돈희(2014), “사회자본이 지속가능 SCM CSR 성과에 미치는 영향”, 경영경제 제47집 제1호
이재열(1998), “민주주의 사회적 신뢰 사회적 자본”, 계간사상 여름호
은종환(2013)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자본”, 지방행정 2013 11월호
나폴레온 힐, 김정수 편역 (2015), 「나폴레온 힐 성공의 법칙」
영화(2017) <아메리칸 허니:방황하는 별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