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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마미>리뷰 : 오늘도 아이는 ‘엄마’를 찾아 헤매고 있다

갓난 아이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환성을 지른다. 거울의 모습과 자신이 같다는 놀라움 때문이었다.  

이 아이는 또한 거울의 모습처럼 엄마를 자신과 동일한 존재로 오인한다. 그래서 아이와 엄마 사이에는 틈새가 없다.

엄마의 품에 안긴 아이는 엄마의 보살핌과 사랑으로  충만을 느낀다. 


그런데, 이 아이는 커 가면서 깨닫는다. 거울 앞의 모습이 허상이라는 사실을.  이를 아는 시점은 엄마와 아이 사이의 틈새를 발견하는 시점이다. 

이 틈새는 보통 다른 대상이 끼어들어 생긴다. 아이의 눈에 그 대상은 자신과 엄마 사이를 방해 놓는 훼방꾼이다.  

이 갈라진 틈은 혼돈이다.  엄마와의 동일로 인한 완벽한 세계가 깨지는 아픔이다. 동시에 이는 참을 수 없는 분노이다. 

이 분리의 상실이 커지면 광기로 변한다. 동일시로부터의  분리는 파괴이다. 


이 결핍은  새로운 결합의  욕망을 가져온다.  이 틈새를 메우기 위해 계속 다른 대상과 결합하려 한다. 이 빈자리를  인정, 돈, 권력, 학문, 성등이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대상들로부터 욕구가 충족되어도, 어느 무엇도 과거 아이와 엄마와의 상상의 합일로 인한 충만은 안겨주지 못한다.  그래서 욕망은 무한하게 되고 이 결핍은 지속적이다.  아이는 결핍의 찌끼를 안고 무한히 욕망한다. 

아이는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찾아 배회하면서, 허구의 대상을 잡고자 한다.  하지만 이 허상에는 채워지지 않는 틈새와 구멍이 있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는 ‘엄마’를 찾아 울고 있다. 




영화 <마미>의 1:1의 정사각형 화면 비율은 이러한 아이 스티브의 혼돈과 욕망을 상징한다. 어둑하고 잿빛의 기운을 감싸는  정사각형 프레임에 끼인 듯한 인물들을 보노라면 숨이 멎는 듯하다. 

이 갇힌 프레임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욕구가 가슴을 짓누른다. 어떠한 섬뜩한 장면 때문이라기보다, 정사각형 프레임이 주는 압박 때문이다. 프레임이 공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 그런데, 이 정사각형의 비율이 스르르 직사각형의 화면 비율로 변한다. 숨통이 트인다.  그리고 화면은 빛과 활기를 띠게 된다. 어느 새 화면에서 향기가 난다. 사람들 간의  ‘함께’라는 향기이다. 

잠시 후 다시 닫힌 1:1 화면 비율로 돌아간다. 그리고 스티브의 광기가 흐른다. 아 숨 막혀,,,  결핍과 욕망이 스티브를 짓누른다. 

1989년생 자비에 돌란 감독은 말한다. “내가 그 어떤 곳보다 알고 싶은 단 한 가지, 나에게 무조건적으로 영감을 줄 수 있는 단 한 가지.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내가 사랑하는 단 한가지 만 존재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나의 엄마일 것이다. .....엄마는 항상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2014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138분, social sci-fi, 12월 1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