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ent going cold turkey.’ 라는 말이 있다. ‘차가운 칠면조’라는 이 표현은 중독성이 있는 상품 소비와 관련되어, 중독 치료 과정 없이 자신의 의지로 당장 담배를 끊는다는 뜻이다. 즉 금연치료 약에 의존하지 않고 100% 본인의 자율 의지로 담배를 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이러한 ‘차가운 칠면조’ 전략이 금연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중독성 상품의 경우 다른 상품과 달리 과거 소비의 효용이 현재 효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담배의 현재소비는 적어도 과거소비량을 유지하게 된다.
결국 현재소비는 과거소비로 인해 유지되므로 외부충격으로 서서히 소비량을 줄이는 방법은 금연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만약 현재소비량이 과거 소비량에 다소 미달되면, 금단현상이 발생하여 과거소비량이상을 소비해야 안정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단호한 결심으로 차라리 단번에 담배를 100% 끊어야지만 지속적인 금연이 된다는 것이다.
위의 단호한 결심은 사실상 쉽지 않은 경우다. 오죽하면 옛말에 이런 독한 사람을 멀리하라고 했을까?
▲ 현실적인 금연
현실적으로 금연을 위해 중독을 만성질환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담배의 중독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차라리 설득력을 얻는다.
이 중독재의 감소는 ‘소비의 비가역성’과도 유사한 형태이다. 일단 소득이 늘어 지출을 늘렸다고 가정하자. 이후 소득이 감소되어도 과거소비량은 유지된다. 소득감소에 비례하여 소비량이 줄지 않게 되어 소비감소가 톱니형태를 보이게 된다. 서서히 소비량이 줄게 되어 장기에 비로소, 소비가 소득감소와 비례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이처럼 외부충격의 힘으로 중독성 있는 상품의 소비를 줄이거나 끊기 위해서는, 치료와 인내심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 담배수요의 단기 가격탄력성은 낮아
중독성의 치료에는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은 담배수요의 가격탄력성으로도 설명된다. 흡연자가 담배가격인상이라는 충격에 직면하게 되어도, 이에 반응하여 담배소비량을 급격히 줄이거나 금연하는 경우는 적다는 것이다. 즉 담배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낮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연구에 의하면 담배수요의 가격탄력성은 -0.4로 보고되고 있다. 담배가격이 10% 상승하면 담배 소비량은 4% 감소하게 된다.
결국 담배 가격 인상으로 인한 흡연량의 감소량이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기위해서는 장기간의 가격충격이 지속 되어야 결국 금연하는 흡연율이 줄게 된다는 의미이다.
강영준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담배는 단기가격탄력성은 비탄력적이지만 장기가격탄력성은 높은 수준을 보인다는 지적한다. 장기간 추세로 국민전체의 흡연율은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담배가격의 인상은 담배수요의 단기 가격탄력성이 비탄력적이므로, 실제적인 흡연감소는 제한적일 수가 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숙자 부연구위원의 조사에 의하면 담배가격 인상 이후에 남성흡연율이 2005년 52%에서 2007년 45%로 감소한 후, 2008년부터 다시 상승하여 48%대의 정체를 보이고 있다.
또한 고연구위원은 금연할 의사가 있는 평균 담배 가격은 약 8,900원대로 추정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00원 담배가격 인상은 금연을 위한 인상액에는 한참 미달된다.
이러한 이유로 저소득층의 가격인상에 대한 부담과 맞물려, 담배인상에 대한 반대여론이 비등하다. 담배의 중독성으로 인해 이 담배흡연율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언급되는 담배가격 인상이 그다지 효과를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 정책 효과는 장기적 안목으로
그렇다면 담배가격인상이 실제로 흡연효과가 미약한, 단지 세수확보를 위한 정책일까?
단기에 담배 가격이 인상 되어도 흡연율이 제한적이므로 이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면, 역설적으로 담배의 강한 중독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국민의 흡연율을 줄일 유인은 찾기 힘들게 된다. 담배의 소비는 구입 즉시 이루어지지만 담배로 인한 대부분의 비용이 건강 악화등으로 미래에 발생하게 되어, 제품의 속성상 소비자들은 근시안적 안목으로 현재의 만족감만을 고려해 담배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담배가격 인상은 즉각적인 만족도에 의해 결정되는 담배소비에 대한 최소한의 제약이 될 수 있으며, 단기적 의사결정을 미래의사결정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정책 효과는 장기적 안목으로 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 흡연율 대폭 줄여야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국민 전체의 흡연율을 감소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청소년 흡연을 대폭 감소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성세대의 흡연율감소 효과는 장기간 걸쳐 미래에 나타나게 된다. 결국 현재 청소년시기 부터 흡연을 줄이거나 예방하면,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무렵에는 미래에 국민 전체의 흡연율은 대폭 감소하게 된다.
흡연 감소의 실제적인 대상은 하드코어 흡연자이다. 외부충격이든 자신의 의지든 간에 담배소비를 줄이기 힘든 하드코어 흡연자가 흡연율을 떠받치고 있다. 하드코어 흡연자는 26세 이상의 흡연자가 매일 5년 이상 흡연하고, 하루 15개비 이상을 피우는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 일 년 간 금연시도를 경험한 적이 없으며, 향후 6개월 내 금연계획이 없는 경우, 하드코어 흡연자로 분류된다.
이러한 담배의존도가 높아져 금연이 자발적으로 힘들어지는 우리나라의 하드코어 흡연자 비율이 2010년 기준으로 남자 27.7%, 여자는 10.7%로 조사되었다.
하드코어 흡연자가 될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조경숙박사는 “흡연시작 연령이 어릴수록, 흡연기간이 길수록, 흡연량이 많을수록, 그리고 금연교육을 받지 않을수록 하드코어 흡연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조박사는 이들의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의 흡연시작 자체를 예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흡연율감소와 금연의 목표와 대상은 청소년임을 알 수 있다.
청소년의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남자 12%, 여자 7%가 흡연자이고, 우리나라 청소년 흡연율도 남학생 10.2%, 여학생 8.1%이다. 일찍 흡연을 시작한 경우 하드코어 스모커가 될 확률이 높으므로, 흡연시작 자체를 조기에 차단해야한다.
청소년의 흡연을 차단하는 효과적인 정책을 사용하여 그들의 흡연을 막게 되면 결국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대폭 줄어든다.
▲ 청소년흡연의 가격탄력성
청소년의 흡연을 예방하고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 중에 담배가격인상은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소년이 담배가격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소비량을 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담배가격 인상은 청소년의 금연뿐만 아니라, 흡연시도를 차단하는데도 기여한다는 것이다.
담배가격은 나이가 낮을수록 담배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조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 질병통제센터에서는 청소년의 담배수요에 대한 가격탄력도는 –0.9~-1.5로 보고하고 있고, 세계은행에서는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담배수요의 가격탄력도가 3배나 크다고 말한다.
조박사는 2011년 전국 800개 중학교 및 고등학교 75,643명을 대상으로 흡연과 관련한 익명의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전체 75,643명의 청소년 중, 현재 최근 30일 동안 담배를 한 개비라도 피운 적이 있는 흡연자는 8,988명이었다. 이들 중, 만약 담배가격이 현재보다 오르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계속 흡연하겠다는 응답이 26.6%이었고, 흡연량을 줄이겠다는 응답은 31.7%, 금연하겠다는 응답은 41.7%였다.
그리고 중학생보다 고등학생이, 소득에 따라서는 소득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이, 담배가격 인상 시에도 계속 흡연할 의향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12월말 담배가격 인상 6개월 후, 청소년의 20.5%가 흡연량을 줄였고 11.7%가 금연하였다. 특히 그 당시 청소년의 담배수요에 대한 가격탄력도는 –1.56으로, 성인 남성의 담배수요에 대한 가격탄력도인 –0.55에 비해 3배정도 커서, 청소년이 성인에 비해 담배가격에 더 민감하다는 기존 이론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청소년이 성인에 비해 지불능력이 낮기 때문이다.
조박사는 청소년이 자발적인 금연이 어려운 하드코어흡연자가 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정부의 가격정책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흡연 치료 프로그램이 성인과 별도로 마련되어야한다고 지적한다. 학교 흡연예방교육만으로는 흡연을 예방하고 금연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대상을 더욱 세분화한 금연 캠페인과 교육프로그램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기성세대의 희생이 존재해야
정부의 담배가격 2000원 인상 발표에 대해 시민 뿐만 아니라 다수의 언론과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하지만 배로의 지적대로 우리는 미래지향적 소비자일 필요가 있다.(9/24일자 ‘리카르도의 동등성정리’기사 참조) 부모가 자손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감세로 인한 소득증가분을 소비하지 않고 저축을 하는 합리적 소비자처럼, 우리 부모세대도 근시안적인 안목보다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안목을 지닐 필요가 있다.
부모가 자신들의 담배소비를 위해 자손들에게 건강의 적인 흡연 습관을 방관한다면 이는 미래지향적소비자가 아니다. 세월호 침몰로 꽃다운 청소년들의 죽음을 애달파한다면, 담배가격인상에도 청소년 흡연에 대한 안타까움이 적용되어야한다. 청소년의 건강과 직결되는 흡연은 기성세대가 적절히 차단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어른들의 효용을 위해 청소년들의 건강을 내팽개쳐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담배가격인상문제는 뚝딱 건물 짓고 이후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이고 단기적인 효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미래지향적인 안목에서 후세대를 염려하며, 장기적인 효과를 바라는 마음으로 끈기 있게 다가서야 한다. 이러한 기성세대의 희생이 존재해야, 비로소 향후 미래 우리나라의 높은 흡연율은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