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산매입축소가 마침내 결정되었다. 연준은 공개시장위원회 (FOMC)의 미팅에서 매달 850억달러의 자산매입에서 100억달러를 줄여, 내년 1월부터 750억 달러의 자산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테이퍼링이 미국,신흥국,우리나라의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각각 정리해본다.
▣양적완화
양적완화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이다. 이는 자본비용의 역할을 하는 단기채 금리인하를 통한 유효수요증가, 소득증가의 사이클이 작동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장기채권이나, 모기지채권을 매입하여 자산의 부의 효과로 경기부양을 시도하는 통화정책이다.
장기채권을 매입하여 장기채권의 수요증가로 채권가격이 상승하고, 장기채 이자율이 하락한다. 장기채이자율은 가계대출이자율과 모기지채권의 이자율에 영향을 끼친다. 이들 이자율이 장기채이자율을 벤치마크하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이자율과 모기지채권의 이자율이 하락하면 주택수요가 증가하고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부의 증가는 「소비증가 → 유효수요증가 → 기업의 생산증가 → 소득증가 → 소비증가」의 선순환을 이루면서 고용이 증가하게 된다. 그 결과 주가가 상승하게 된다.
또한 통화량의 증가로 중앙은행의 자산매입으로 풀려나온 잉여자본이 이자율이 높은 신흥국등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자본축적단계인 신흥국은 저축보다 투자가 더 많은 구조이다. 그러므로 투자에 비해 자본이 부족하게 되고, 그 부족분을 해외로부터 자본을 차입하여 충당하게 된다.
이러한 잉여유동성이 인도등의 신흥국의 자본시장으로 유입되어 「주식시장의 활황 → 주가상승→ 자산가치상승 →소비증가 →소득증가→소비증가」 의 경로를 거치게된다. 이 주가상승은 기업의 내재가치가 증가했다기보다 돈의 힘으로 자산버블이 형성된 경우이다. 언제든지 터져버릴 수 있는 자산거품인 것이다.
▣ 양적완화축소
◆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예상정책
양적완화축소는 양적완화가 초래한 영향의 반대효과를 가져온다.
양적완화축소는 장기채와 모기지채권의 매입량을 줄이게된다. 연준은 매달 850억달러의 자산매입에서 100억달러를 줄여, 내년 1월부터 750억달러의 채권을 매입하게 된다. 장기채등의 자산매입이 줄게 되면 채권수요의 감소로 장기채가격이 하락하게 되고 장기채 이자율이 상승하게 된다.
장기채이자율과 모기지채권의 이자율상승은 주택매매수요의 감소, 투자의 감소, 부동산가격 하락, 자산가치하락을 초래한다. 富의 효과의 반대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의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에 대한 정책방안은 정책금리를 제로금리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단기채 금리를 저금리로 하여 자본비용을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펼치게 된다.
차기 연준 의장인 옐런은 양적완화보다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는 정책을 가장 기본적인 통화부양 수단으로 선호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옐런은 지난해 연설에서 고용과 물가중 다른 하나를 위해 하나를 희생시키는 것을 ‘균형잡힌 접근법의 요체’라로 강조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우선 고용회복에 무게중심을 둔다. 이러한 관점에서 FOMC가 제시한 정책금리인상 시기는 2015년 6월말이나, 옐런은 ‘최적의 통화 정책’이라고 제시한 금리인상 시기를 2016년초로 보고 있다.
특히 옐런은 지연된 금리인상 스케쥴을 제안하고 있다. 최초의 금리인상 이후의 계획에서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딘 속도의 금리인상 국면을 제시하여, 경제회복이 강화된 뒤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고도의 통화부양책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초과부양을 통해 연준의 고용목표가 달성된 후, 비로소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는 긴축정책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통화정책을 위해 연준은 선제지침 ‘Forward Guidance'의 정책을 강조한다. ‘Forward Guidance'는 미래 정책금리의 전개구도를 미리 공개하는 정책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부터 ’실업률 6.5%와 물가상승률 전망 2.5%‘를 제로금리 정책이 추구하는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 목표가 충족되기 전에는 금리상승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선제지침의 경제효과는 대중들의 기대심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옐런은 통화정책의 효과는 연준이 설정한 미래실업률 및 물가목표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심리에 의존한다고 확신한다. ‘대중의 기대심리변경’을 통화정책의 요체로 생각하는 것이다.
앞으로 수년간 연준이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어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끌어내릴 계획인지에 대한 ‘기대심리’를 바꿔, 경제주체들의 소비와 투자 형태를 변경시키고 이를 통해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시킨다는 것이다.
덧붙여 이러한 정책목표를 유지하기위해 선제지침과 함께, 단기채금리를 조절하기위해 전통적 통화정책인 공개시장조작을 시행할 수도 있다.
◆ 신흥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신흥국은 미국의 장기채 이자율의 상승으로 저축·투자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해소자금의 조달이 어려워지게 된다.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간 잉여유동성이 미국으로 다시 환류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달러 통화 공급이 줄게 되어 달러의 통화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달러가치상승으로 신흥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달러로 환전한 금액의 수익이 환율 상승전보다 줄게 되어 환차익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므로 미국으로의 잉여자본의 이동이 가속화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흥국은 정책함정에 빠지게 된다. 자본이탈을 방지하기위해 이자율을 올려야하나, 이자율의 상승은 기업의 투자를 줄여 경제성장을 방해하게 된다.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에 빠져있는 나라가 F5(fragile 5)인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공, 터키등이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과 금리인상은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자산버블이 터지면 「자산가치폭락 → 소비감소 → 생산의 감소 →고용감소 →기업도산」의 경로를 가져오게 된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와 대응
양적완화축소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은 금리상승이다. 미국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 자본이탈가능성이 높게 되고, 이는 국내금리상승요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외국투자자들의 채권매도로 채권가격하락, 금리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QE Tapering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가 국내은행 경영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테이퍼링으로 시장금리상승, 대출금리상승, 차주의 채무상환부담이 늘고,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우선 분석의 전제는 테이퍼링이 본격화될 경우에는 금리 환율 주가등의 국내가격변수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채권 주식시장이 불안정해지면, 직접금융에 의존하던 우량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은행으로 몰리게 된다. 이러한 시기에는 주식·펀드 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약화되면서 은행예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금수요가 은행으로 집중되는 상황에서는 은행들이 우량대기업에 대한 대출을 우선 취급하고, 비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기피하게 된다. 이에 따라 비우량기업들의 경우 자금조달여건악화, 이자부담증가로 결국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부족으로 부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금리상승으로 차주의 이자부담이 늘어날 경우, 차입의존도가 높고 현금창출능력이 낮은 차주를 중심으로 채무불이행 위험이 상승 할 것으로 보았다. 특히 조선·해운, 건설·부동산업종등이 이러한 채무불이행 위험이 큰 금리취약기업으로 분류되었다. 금리취약기업이란 고정이하여신비율 및 요주의여신비율이 일반기업에 비해 크게 높은 기업들이다.
또한 한국은행은 저소득, 다중채무, 高LTV가계차주의 부실화가능성이 증대할 것으로 보았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가계대출 차주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채권의 대손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파악되었다. 특히 비은행권을 이용한 차주의 경우 연체와 대손가능성이 높게 된다.
특히 저소득층의 차주의 경우 여타차주보다 이자부담이 늘어날 경우 연체위험이 상대적으로 더커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금리상승은 대출의 건전성악화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증가로 은행의 수익성이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수익률의 상승시 은행보유채권의 평가손실은 2,500억원 내외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기타포괄손익에 반영되는 매도가능 증권의 평가손실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을 0.25%하락시키는 효과가 있게 된다. BIS자기자본비율이 (자기자본 ÷ 위험가중자산)×100이고, 매도가능증권평가손실은 자기자본의 구성요소인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해당되어, BIS비율의 분자인 자기자본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상승은 차주의 이자부담 증대 대출의 건전성악화 대손충당금적립 증가 의 경로를 통해 은행의 수익성이 감소될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업의 자금조달금리가 100bp상승 할 경우 은행의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은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같은 분석에 비추어 한국은행은 중소기업 금융의 경색상황에 대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저소득가계의 채무상환능력증대를 위해 사회적 기업활성화등 일자리창출을 통한 저소득계층의 소득여건개선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그리고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부당하게 가산금리를 인상하거나 고LTV 주택담보대출 차주에 대해 과도하게 대출을 회수하는 형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해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