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세계적 대유행이 된 이후, 공적마스크는 국민의 기초생활필수품이 되었다. 공적마스크도 코로나19, 대기 오염등으로 인해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물품에 속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기초생활필수품이란 소득의 크기와 무관하게 생활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재화 및 용역을 말한다. 예컨대 김치, 수돗물, 시내버스이용등이 기초생활필수품에 속한다.
그런데 당연한 얘기지만, 공적마스크 구입에도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다. 최종소비자는 재화와 용역의 소비를 위해선 부가가치세 10%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세법의 이론으로 접근해 보면, 모든 재화에 부가가치세 10%가 붙는 것은 아니다.
이를 테면 김치를 구입 할 때는 김치에 일반세율 10%가 붙지 않는다. 김치는 면세재화이기 때문이다. 김치는 기초생활필수품인 관계로 10% 적용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세 부담이 완화되는 재화인 것이다.
그렇다면 마스크는 어떨까? 마스크도 기초생활필수품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으므로, 부가가치세 부담을 줄여 면세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걸음 더 나아가, 부가가치세 부담을 아예 없애는 것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면세와 영세율
부가가치세 부담을 줄이는 방법, 즉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방법에는 부분면세(partial relief)인 면세(exemption)와 완전면세(total relief)인 영세율(zero rating)이 있다.
①면세제도
부가가치세법의 면세제도는 면세대상거래의 매출에 과세하는 매출세액을 면제한다. 또한 전 단계에서 재화를 매입할 때 거래징수 당한 매입세액에 대해서는 돌려받을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즉 매출세액은 공급가액×0%가 되고 이미 전 단계에서 지불한 매입세액은 환급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면제재화를 공급하는 사업자는 매입세액을 원가에 가산하여 소비자에게 이 금액을 전가하게 된다.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공급가액×0% - 수취 세금계산서상 매입세액(다음단계에 전가)’
따라서 면세재화를 구입하는 최종소비자의 부가가치세 부담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완화된다. 면세재화공급의 직전단계에서 발생하는 매입부가가치세를 최종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완화된다’는 의미는 부가가치세 부담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일부를 부담한다는 뜻이다. 이는 면세재화를 공급하는 사업자는 자신이 전 단계에서 부담한 매입세액을 돌려받을 권리가 없어, 자신이 부담한 매입세액을 다음 단계의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면세제도는 부분면세라 불린다.
②영세율
부가가치세법의 영세율제도는 매출세액을 면제하고, 매입세액도 환급해 준다. 즉 매출세액은 0원이 되고,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한 납부세액은 음수(-)가 되어, 매입세액이 환급된다.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공급가액×0%(매출세액) - 세금계산서상 매입세액(매입세액)= 매입세액 환급세액’
이처럼 영세율제도는 매출세액을 징수하지 않고, 그 전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에 대해 과세된 매입세액도 환급해주는 제도이다. 따라서 영세율이 적용되는 재화를 구입하는 최종소비자의 부가가치세 부담은 완전히 제거된다. 영세율제도가 완전면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과세 vs 면세 vs 영세율
면세제도와 영세율제도는 최종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최종소비자가 지불하는 소비자 가격은 일반과세, 면세, 영세율의 순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직포공장→ 마스크공장→ 최종소비자‘의 순으로 거래가 이루지고 있다. 마스크공장에 각각 일반과세, 면세, 영세율을 적용할 때, 최종소비자가 부담하는 실제 소비자가격을 비교해보자.
공적 마스크 공장 사장은 원재료로 부직포를 100원에 매입하였다. 그리고 부직포로 마스크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500원(VAT제외)에 판매한다. 따라서 마스크 공장의 부가가치는 400원이다.
①일반과세10%
우선 마스크공장 사장은 부직포를 100원에 매입하면, 부가가치세 10%인 10원을 지불한다. 그리고 500원의 마스크를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 부가가치세 50원을 추가로 징수한다. 결국 마스크 소비자 가격은 550원이다.
이후 마스크공장 사장은 징수한 매출세액 50원에서 자신이 부담한 매입세엑 10원을 제한 40원을 국세청에 납부한다.
②면세
마스크공장이 면세라면, 소비자의 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완화된다.
마스크 사장은 일반 부가가치세율 10%인 50원을 붙여 판매할 수 없다. 면세사업자는 재화나 용역의 공급에 대해 매출세액을 납부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즉 면세재화에 매출세율은 0%이다.
그렇다고 마스크 소비자 가격은 500원이 될 수는 없다.
판매가격은 자신이 희생한 원가의 총합계인 매입가격에 부가가치를 더하여 결정된다. 따라서 매입비용은 부직포100원과 매입부가세10원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판매가는 매입110원에 부가가치 400원을 더해 510원으로 결정 된다.
결국 최종소비자 가격은 510원이다.
③영세율
마스크공장에 영세율이 적용된다면, 소비자는 부가가치세를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
우선 마스크에 적용할 세율이 0%이므로 매출세액은 없다. 그리고 부직포를 구입할 때 부담한 매입세액 10원은 국세청에서 환급된다. 결국 ‘매출세율×0% - 매입세액 10원 = (10)환급’의 식이 성립된다.
따라서 마스크 최종소비자 가격은 500원으로 결정된다. 마스크공장에 영세율이 적용될 때, 부직포100원에 부가가치 400원을 가산하여 마스크를 500원에 판매하게 되는 것이다. 최종소비자는 부가가치세가 완전히 제거된 순수 판매금액만을 마스크공장사장에게 지불하면 된다.
결국 최종소비자가 지불하는 소비자가격은 영세율(500원), 면세(510원), 일반과세(550)의 순으로 결정된다.
◆ 부가가치세제도의 개혁을 고대하며
영세율과 면세제도는 사업자의 부가가치세 부담을 완화시키려는 제도가 아니라, 최종소비자의 세부담을 제거 또는 완화하기 위한 제도이다.
따라서 저소득층의 조세 부담을 덜어 기초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선, 과세재화를 면세 또는 영세율대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면세대상인 기초생활필수품이 경제의 발전과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생활필수품은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재화와 용역을 말한다. 부가가치세법에는 미가공식료품(쌀등), 수돗물, 연탄, 여성용 위생용품, 시내버스· 시외버스·일반철도등의 여객운송용역, 주택임대용역등이 기초생활필수품으로 포함된다.
하지만 2022년 시점의 생활필수품과 현 부가가치세법에 반영된 기초생활필수품은 현격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현 시점의 생활필수품으로 휴대폰, 공적마스크, 생수, 기초상비약등을 들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유아와 노인을 위한 물품도 기초생활필수품에 속할 수 있다. 또한 청년의 기초적인 삶에 필수적인 재화와 용역도 기초생활필수품과 관련된다.
때문에 현행 기초생활필수품에 현 시대에 조응되는 필수품을 새롭게 추가하여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나 적용되던 필수품을 자동차가 자율로 움직이는 시대에 법조문에 그대로 고정시켜 두고 있다는 것은 정부당국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올만하다.
정부가 좀 더 너른 품을 보인다면, 일부 기초생활필수품에 면세대신 영세율을 적용하여 저소득층의 생활안정을 돕는 것도 유의미한 변화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줄어드는 세수는 어떻게 보충해야 할까?
이를 위해 EU 대부분 국가들이 적용하고 있는 복수세율을 채택해 봄직하다. 부가가치세의 복수세율은 일반 재화와 용역에 일반부가가치세율을 적용하고, 사치성 재화등에 대하여 차등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차등세율과 유사한 제도가 우리나라에는 개별소비세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배기량2,000cc 이하의 승용자동차에 개별소비세를 추가로 붙이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경승용차는 이제 생활필수품에 속하는데 외부불경제를 가져오지도 않을뿐더러 소비억제가 필요한 사치품도 아닌데 말이다.
또한 사치품의 범위를 확장하여 소득재분배를 달성할 필요도 요구된다.
따라서 개별소비세를 폐지하고 선진국처럼 차등세율을 도입하는 것은 저소득층의 생활안정과 세수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제 종부세, 법인세를 두고 싸울게 아니라 부가가치세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By 조성규
■ 영세율 제도와 면세 제도의 차이
① 기본 원리의 차이
영세율 제도는 매출세액에 기존 10%의 세율 대신 0%의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이다. 이와 달리 면세 제도는 납세의무 자체를 면제하는 제도이다.
② 이론상 성격의 차이
영세율 제도는 이론상 ‘완전 면세’, 면세 제도는 이론상 ‘부분 면세’이다.
영세율 제도는 일반적인 과세거래에서 세율이 바뀐 것이므로,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부가가치세 효과가 완전히 제거되는 ‘완전 면세’이다.
반대로 면세 제도는 매출에 대한 납세의무를 면제받았으나, 이미 지출한 매입세액에 대한 공제는 받을 수 없는 ‘부분 면세’이다.
③ 적용 대상의 차이
영세율은 재화의 수출, 용역의 국외공급, 외국항행용역의 공급 등 주로 수출과 관련한 거래에 적용한다.
면세는 기초생활필수품, 국민후생 및 문화 관련 재화·용역, 생산요소 등 주로 기초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재화 또는 용역에 적용한다.
④ 사업자의 협력의무 차이
영세율을 적용받는 사업자는 납세의무자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법상 협력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면세사업자는 부가가치세 납세의무가 없으므로 부가가치세법상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협력의무는 사업자등록 의무, 장부의 작성 및 보관 의무,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 등을 의미한다.
<참고문헌>
임상엽 정정운, "세법개론"
By 주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