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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 스태그플레이션 ] “No Pain, No Gain.”

우리나라의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주장이 일부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부 경제학자는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의 판별기준에 의거해 볼 때, 현재시점에 우리나라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또한 향후 경제주체들이 적극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저지에 동참할 때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

“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세상에 공짜 점심이란  없다.) 

이 말은 어떤 것도 거저 얻어 질 수 없다는 뜻입니다. 

수익 창출에는 이에 상응하는 (기회)비용이 반드시  수반된다는 이 ‘법칙’은 거시경제의 현장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 또는 경기회복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이 이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달리말해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trade off 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이 수익은 희생을 요구한다는 원리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실례가 2020년 미국 연준의 헬리콥터 식 돈 살포입니다. 

2020년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1.2%에 이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미국 연준은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석 달간 3조 달러를 풀었습니다. 이는 2008년 9월 금융위기 직후부터 6년 동안 세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공급한 규모와 유사한 수준이었습니다. 이후에도 2조 달러라는 막대한 유동성이 글로벌 경제에 공급되었습니다.(안동현)  

경기는 다음 3분기에 바로 33.8%로 회복되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풀면 돈 가치는 하락하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의 불씨가 되었고, 풀린 돈의 일부는 원유· 곡물시장에 투기자금으로 활용되어 다시 인플레이션을 부추겼습니다. 

이처럼 경제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급한 정책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보복을 만나게 됩니다.  역시 공짜점심은 없는 법입니다. 


◆ 스태그플레이션은 고용과 성장간의 trade-off관계에 역행 



물가상승 없이 경제성장 또는 경기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가장 이상적인 경제성장의 모습은 물가의 안정이 동반된 경제 성장입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경제성장 또는 경기회복에 있어 주요 과제는 어떻게 하면 물가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실업을 최소화 할 수 있을지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실업의 감소와 경제성장이 등가로 취급된 것은 오쿤의 법칙에 따라 총산출량이 증가하면 고용량이 증가하고 실업률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오쿤의 법칙은 실업률 갭과 총산출량 갭 사이의 음(-)의 상관 관계를 말합니다. 이 법칙에 의하면,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에서 1%상승할 때마다, 총 산출량이 약 2.5%감소하게 됩니다.)

그런데 경제성장이 높아지고 실업률이 감소하면  물가가 필연적으로 상승한다는 고용과 물가간의 trade off관계에 역행하는 경제상황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편이 개선되면 다른 한 편이 소홀해지는 이율배반의 관계가 아닌, 양 편이 모두 악화되는 역 trade off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처럼 경제 정체에 의한 낮은 성장률(높은 실업률)과 소비자 물가지수의 지속적 상승이  공존하는 답답한 경제 상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역 trade off 경제상태의 대표적인 외관이 stagflation입니다.  stagnation(정체)과 inflation(일반물가지수의 지속적 상승)의 합성어인 stagflation은 고용감소와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의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stagflation 판별 기준

스태그플레이션은 고용감소와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의 모습을 보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모습이 모두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예단 할 수 없습니다. 경기침체와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의 외관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충족시키는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판별하기 위한 기준으로 Knotek(Edward S. KnotekⅡ)은 △정체수준 △인플레이션 수준 △지속기간을 제시합니다. 

① stagflation정의에 적합한  stagnation: GDP갭이 음(-)의 상태
스태그플레이션은 불황 또는 경기침체와 구분됩니다. 불황은 실질경제성장이 하락하여 GDP갭이 음(-)이 되면서, 물가도 하락하는 경기침체를 말합니다. 

( GDP갭이란 실제GDP와 잠재GDP의 차이를 말합니다. GDP갭 음(-)의 상태는 디플레이션 갭이라 불리는 것으로, 자연실업률 상태에서의 생산량인 잠재GDP에 실제GDP가 미치지 못하여 경제가 침체되었음을 나타냅니다. 반대로 GDP갭 양(+)의 상태는 인플레이션 갭이라 불립니다. ) 

경기침체와 달리, 스태그플레이션은 GDP갭 음(-)의 상태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런 점에서,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침체되었다고 단순히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묶어 정의 내릴 수 없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에서의 stagnation(정체)은  경제가 침체되었다는 뜻이라기보다, GDP갭이 음(-)의 상태에 높여있음을 뜻합니다.  

②스태그플레이션 정의에 적합한 inflation 수준: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장기 평균보다 최소한 1표준편차 이상 높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③지속기간: 경기침체 지속기간이 2분기 이상
경기침체가 GDP갭 음(-)의 상태에 높여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장기평균 보다 최소한 1표준편차 이상일지라도, 이러한 상태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판별할 수 없습니다.  경기침체가 최소한 2분기 이상 지속되어야 스태그플레이션 정의에 적합한 경기침체로 판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은 GDP갭 음(-)의 상태가 2분기 이상 지속되고, 인플레이션이 장기 평균보다 최소한 1표준편차 이상 높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Knotek 기준으로 판단해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는 현재 스태그플레이션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또한 앞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높지 않습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는 9일 “국내 경제상황을 보면 확률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낮은 확률로 생각한다.”며, “현재 여전히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박 부총재보는 “민간 소비는 거리두기 완화로 견조하게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국내 경기는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넘는 정도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한, 우리나라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스태그플레이션 저지를 위해

우리나라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 근거로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경기상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관련하여, 전년 동월대비 3월에 4.1%, 4월에 4.8%, 그리고 5월에는 5.4%까지 상승하였습니다. 

경기상황과 관련하여,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3월과 4월에 각각 전월대비 0.2%포인트 하락, 0.3포인트 하락을 기록하였습니다.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3월부터 하락 전환하여, 3월과 4월에 각각 전월대비 0.2%포인트 하락, 0.3%포인트 하락을 나타냈습니다.

지표만으로 볼 때,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이며, 경기는 전환되어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판단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경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해 있거나, 혹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다고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비록 외생충격에 의한 물가상승일지라도 통화당국과 재정당국이 현명하게 대처하고 경제주체들이 스태그플레이션 저지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은 충분히 저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통화당국의 물가통제 의지와 경제주체들의 통화당국에 대한 신뢰가 높다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완화되어 지속적인 물가 상승은 억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세부담이 완화된다면 인플레이션 상승이  억제 될 수 있습니다. 

기업과 가계에 있어서 조세부담은 추가적 비용이 되어 인플레이션을 직간접적으로 증대시켜 스태그플레이션을 촉진시킵니다. 따라서 법인 개인 모두의 조세부담 완화는 스태그플레이션 저지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재정당국의 인내도 인플레이션 억제에 기여합니다.  

정부당국은 에너지 위기와 같은 외생충격이 갖는 경기침체를 조기에 타개하기 위해 경기자극책을 사용하라는 사탄의 유혹에 넘어 갈 수 있습니다. 또한 자연실업률을 넘어서 실업률을 저하시키는 경기자극책을 도입하라는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 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유혹에 넘어간다면, 이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영국이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에 실패하여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 주요 요인이 재정당국의 얇은 인내심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국은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서야 비로소 경기부양책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세계적 인플레이션 상황 하에서 노조와 소속 근로자들이 돌 반지를 기부한다는 심정으로,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상황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근로자들이 임금상승률에 물가상승률을 완전히 반영하지 않을 경우, 실질임금의 하락으로 노동수요가 증가하여 산출량의 감소도 억제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스태그플레이션 저지를 위한 물가 억제는 경제주체들의 고통과 인내를 필요로 합니다. 

IMF때 국민모두의 단합된 극복 노력이 다시 요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경기침체의 조기 극복을 위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인내하는 정책당국의 자세도 강력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의 인내가  고통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No Pain, No 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