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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패션 폴리틱스 ] 우리나라 정치 리더가 경계해야 할 패션폴리틱스

패션 폴리틱스(Fashion Politics)가 정치권과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리더의 넥타이를 두고 언론은 정치적 함의를 찾습니다.  

이처럼 정치적 리더에게 패션은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이며,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패션 폴리틱스는 개인적 집단적 취향을 드러내는 패션에서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아비투스가 공적영역으로 넘어온다면 대중과 구별짓기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 오바마의 패션 폴리틱스

패션 폴리틱스를 제대로 활용한 미국의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그는 취임식 때, 미국의 남성복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의 코트와 스카프, 장갑을 착용하여 링컨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자신의 정치적 철학을 패션으로 대중들에게 인식시켰습니다. 

브룩스 브라더스의 코트는 링컨 대통령이 취임식 때, 그리고 그가 저격 당 할 당시 입었던 브랜드로, 코트 소매의 안쪽에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문양과 ‘하나의 국가, 하나의 운명’(One Country, One Destiny)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은 패션폴릭틱스 품목의 하나였습니다. 


◆ 케이트 미들턴의 상업적 효과와 동조성

영국의 왕세손빈인 케이트 미들턴은 대중과 소통을 이룬 패션 폴리틱스 리더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미들턴은 계층적 동조현상을 형성한 정치 셀러브리티였습니다. 그녀는 기존의 왕실의 의복행동규범과 다른 대중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옷을 선택하여 왕실스타일을 대중이 모방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였습니다. 

미들턴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올 때 입었던 50파운드(약9만원) 블루 드레서와 게리 발로우 자선공연에서 입었던 튤립 드레스(12만원)는 품절되는 현상을 나타냈습니다.  

이처럼 미들턴의 패션은 ‘미들턴 효과’를 나타내어 자국의 패션 브랜드를 홍보하면서 상업적 이윤 창출에 기여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셸의 패션 폴리틱스 : 혁신, 회복의 가치, 소통의 가치를 전달 



패션 폴리틱스로 대중과 상호작용을 이룬 여성리더로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꼽히고 있습니다. 

미셸은 패션으로 혁신이라는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하였고, 지쳐있는 대중들에게 회복의 가치를 불어넣어주었습니다. 또한  중저가 패션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을 추구하였습니다.  

우선 검은 피부의 재클린이라는 칭송을 얻은 미셸은 패션의 고정관념을 전복시켜 혁신을 몸소 실천한 리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녀는 T.P.O에 따른 착용규칙을 파괴하여, 공식석상에서 포멀한 의상 대신에 편안하고 격식을 벗어난 캐주얼 복장을 선보였습니다. 예컨대 커다란 리본 모양의 장식이 있는 클래식한 화이트 블라우스에 캐주얼 카디건을 매치하고 폭이 넓은 대담한 벨트로 스타일링을 완성하여,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미셸은 자유로운 의상 코디뿐만 아니라, 보석에서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났습니다. 

상류층에서 값비싼 보석은 여성의 위치와 신분을 표출하는 도구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미셸은 모조보석을 애용하여, 보석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여성의 해방을 강조하였습니다. 노블함과 경박함이 뒤섞인 미셸의 화려한 모조보석은 그녀의 자유로운 감성을 돋보이게 했다는 평가입니다. 

또한 미셸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미국 국민들에게  패션으로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하고자 하였습니다. 즉 그녀는 퍼스트레이디들이 흔히 선택하는 어둡고 중간 색상 대신, 강렬한 원색의 밝고 화려한 컬러의 의상을 착용하여 대중들에게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시키고자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미셸은 엘리트주의 대신 대중주의의 패션을 택하여 대중들과 소통을 이루고자 하였습니다. 

그녀는 상류층의 최고급 패션의 표상인 오트 쿠튀르 (‘오트’는 ‘고급의’, ‘쿠튀르’는 ‘맞춤복’을 뜻하는 말로, 오트 쿠튀르는 고급 주문복 컬렉션 또는 패션쇼)나 프레타포르테 (명품 기성복 컬렉션)의 디자이너보다, 무명의 신진 디자이너의 의상을 자주 택하였습니다. 미셸이 오바마 대통령 1기 취임식에서 착용한 옷은 제3세계 쿠바계 디자이너의 의상이었습니다. 

이처럼 미셸은 무명 디자이너의 의상과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를 적절히 믹스해서 착용하여 서민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그녀의 복식은 대중동조현상을 발생시켜, 그녀가  미국 리테일 시장을 살리기 위한 솔선수범을 보였다는 칭송을 받았습니다. 이는 미셸이 대중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 우리나라 정치 리더가 경계해야 할 패션폴리틱스와 전달해야 할 메시지 

패션을 입는 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구별짓기라는 기호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분 짓기는 개인 취향의 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이점에 비추어, 순수한 미적 판단이 가미된 고급 패션의 선택을 두고 비난할 수 없는 것은 모차르트를 즐겨 듣는 이의 취향을 특권층의 아비투스라고 공격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로 해석되어집니다. 

어차피 아비투스는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의 결과물로, 자신이 속한 계급과 집단에서 무의식적으로 체화된 사회적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패션 소비도 아비투스의 일환으로 이해됩니다. 

패션이 순수한 미적 판단으로 받아들이든, 특권적 위치의 표현이든, 패션이 사적 영역에서 소비될 경우 개인의 아비투스의 한 부분으로 이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지점에서 타고난 운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분배할 수 있는가라는 논쟁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패션입기가 공적 영역에서 이루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정치적 리더의 공적 영역에서의 패션은 더 이상 순수한 미적 태도, 집단의 아비투스, 그리고 사회적 구별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으로부터 거리를 둡니다.   

만약 정치리더가 개인적 아비투스를 공적영역으로 끌어 온다면, 그 리더는 대중과의 단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의 패션폴리틱스가 이에 대한 실례입니다. 
 
그는 취임식장에서 이태리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의 정장을 착용하여,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정치인으로서 부르주아 우파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후 지속적으로 명품을 애호하는 패션폴리틱스를 선보였습니다. 

그러자 대중들은 그를 사치를 하며 허세를 부리는 ‘bling-bling 대통령’으로 인식하였습니다. 이처럼 그의 명품 선호 패션폴리틱스는 정치적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계기기 되었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패션폴리틱스에서  실패한 것은 리더의 패션은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소통의 도구라는 패션폴리틱스의 본질적 의미를 그가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적 영역에서처럼 공적 영역에서 패션을 순수한 중립적 차원에서의 미적 판단의 관심으로 접근하였습니다. 그 결과 대중들의 팍팍한 현실의 삶과 거리를 두고  자신에 체화된 계급적 버릇과 습관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내어,  리더가 금기시 해야 할 아비투스에 의한 구별짓기를 행한 것입니다.  

정치리더의 패션은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 공적 가치를 표현하는 이미지의 도구로 작용합니다.  

우리나라가 현재 요구되는 사회적 가치의 열쇳말은 회복, 혁신, 그리고 소통으로 집약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좌절의 나날을 견디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선 회복의 가치가,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혁신의 가치가, 그리고 문화적 자본과 경제적 자본의 부족으로 인간의 존엄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에겐 소통의 가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패션 폴리틱스의 성격도 이러한 가치들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패션 폴리틱스 리더는  현실의 삶과 거리를 둔 중립적 미학적 가치를 누리는 자리에서 탈피하여, 우리나라가 요구되는 회복, 혁신, 소통의 가치를 몸소 실천해야 할  인물들입니다. 

사적영역에서의 ‘디올’이 주는 미적가치의 향유는 예술의 영역에선 용납되어도, 정치리더의 디올은 대중과 구별 짓기를 하는 장벽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문헌>
김미경, “리더의 스타일에 표현된 패션 폴리틱스 현상이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