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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Life & Movie] <기생충>의 사회적 의미 : 봉준호, 무엇을 외치나?

창의는 관습(convention)의 변형(variation)이라고 합니다.


반복되는 관습에의 익숙함은 안락한 즐거움을 주는 반면, 관습의 변형이 주는 생경함은 불편함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이 같은 당장의 당혹함은 이내 새로운 질감의 대중적 효익으로 이어집니다. 


때문에 변형을 향한 진통과 갈등은 새로운 비상을 향한 고단한 날개 짓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컨벤션에서 탈구하여 새로운 변형을 갈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이에 대한 모범을 제시한 성공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 봉준호 장르 – 변화를 통한 공익적 열망의 표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영화사적 의미는 봉준호 영화가 장르의 한 갈래로 자리매김했다는데 있습니다. 


기존 장르의 공식과 관습의 경로에서 탈선하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는 ‘봉준호 영화’가 마침내 틀의 구축과 그 안의 구성을 완성하여 새로운 장르를 정립한 것입니다.  


이는 정태적 우리 속에 갇혀 있기를 거부하는 봉준호의 고통스러웠을 하지만 즐거운 변형의 몸부림을 엿보게 합니다.  


봉준호의 장르는 마치 관객이 송파를 향하는 300번대 버스를 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9000번대 광역버스를 타고 분당에서 내리는 경험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생충>은 관객들에게 이 같은 체험을 선사합니다. 


위트와 유머로 오락영화의 맛을 던지더니, 이어 팽팽한 서스펜스로 관객을 영화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게 다인가 싶더니 목덜미를 서늘하게 하는 공포를 겪게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질감들의 주름에 휘감기던 관객들은 자신이 그린 내러티브가 예기치 못하는 곳으로 향하는 낯설음으로 인해 스토리 전개에 대한 예단을 포기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어두운 영화관을 빠져나가면서 장소화 된 공간과 공간들의 대비가 품고 있는 알레고리의 의미로 인해  한숨과 슬픔을 토합니다.


종합적으로 <기생충>은 평면적으로 코믹과  스릴러의 결합으로 느껴지나, bird-eye view로 볼 때  블랙 코미디의 특징을 드러냅니다.


아마도 사회파 감독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봉준호에겐 유머와 사회 단면이 주는 아픔을 아우르는 블랙코미디가 전작 <옥자>를 거치면서 감독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틀거리로 자리한 듯합니다.


그렇다고 이 틀이 다시 관습에 발목 잡힐 우려가 없는 이유는 그 구성에 재즈의  임프로비제이션(즉흥연주)과 흡사한 작가적 터치를 창의적으로 변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記標는 기존의 장르들의 질감에 의존하나, 종합적 記意는 달콤한 슬픔의 블랙코미디에 호소하는 봉준호 장르는, 익숙하고 어두운 공간은 고통스런 변화의 계단을 거쳐 밝은 장소로 변형되어야 한다는 봉준호의 지치지 않는 공익적 열망의 표지로 읽혀집니다.



◆ <기생충>의 사회적 의미


公益에 대한 갈망은 정량적인 의미로, 공익이 정태적 집단이 과거를 고수하여 얻는 효익을 압도한다는 사실로부터 비롯됩니다.  달리말해 공익이 공익을 창출하는데 드는 비용(절차적 비용, 갈등의 협상비용, 전통의 효익등)을 뛰어넘게 된다는 사고에 근거한 것입니다.


때문에  절차적 비용만을 강조하고 그 비용을 웃도는 공익을 배제하여 변화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행태는, 개별  집단이 공정한 경쟁에 밀린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함과 아울러  공익보다 집단의 이기심을 드러내는 구성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점을 노출시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기존 장르영화를 해체하거나 새롭게 쓰고자 하는 봉준호의 <기생충>은  관습의 뒤틀림을 용인하지 않는 개인, 집단, 사회등 기득 보수세력들에게 변화의 절박성을 호소하는 외로운 외침으로 들립니다. 


( 기생충, 2019.05.30. 개봉, 13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