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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최저임금제도]최저임금인상, 고용증가에 부정적 vs 긍정적

-의도된 확증편향 전략, 진실을 이길 수 없어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확증 편향적인 사람은 어떤 상황을 판단할 때 모든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확증하는 증거만을 찾습니다.


때문에  자신의 믿음과 모순이 되는 정보는 외면하거나 비판적으로 무시해 버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믿고 싶은 대로 보기 위해 정보의 선택편향을 보이는 것입니다. 심지어 그것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   타당한 논리를 무너뜨리고자 합니다.


요즘 확증편향적 태도는 정치권에서 경쟁상대의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한 심리 전략으로 곧잘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2분기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교해 단지 5,000명이 증가하고  소득격차가 악화된 것은 최저임금인상 탓이라는 보수진영의 주장도 의도된 확증편향적 전략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또한  최저임금의 영향 분석을 위해 완전경쟁시장뿐만 아니리 불완전경쟁시장에서의 효과도 함께 파악되어야 하는데도, 완전경쟁노동시장의 부정효과만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시도도 확증편향적 전략으로 설명됩니다.



◆최저임금제도와 고용간의 음(-)의 관계


최저임금제도는 정부가 임금시장에 개입하는 가격규제의 일종입니다. 경기불황등으로 노동의 과잉공급이 발생하면, 노동시장에서 설정되는 균형가격이 너무 낮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지 못합니다. 이 때 정부는 시장수준보다 높게 임금수준을 정하도록 가격하한설정에 관여합니다.


때문에 최저임금제도는 총수요를 높이는 경제효과 뿐만 아니라 약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사회정책효과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마치 정설처럼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전통적인 견해에 의하면, 균형가격보다 높은 가격하한선이 설정될 경우, 노동자의 초과공급이 발생합니다. 이 때 일자리를 유지하는 노동자는 임금상승의 혜택을 누리지만, 미숙련노동자들은 초과공급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용감소는 결과적으로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소득을 줄여 소득격차를 악화시킨다는 겁니다.


정부의 시장개입에  비판적인 자유 방임론자들은 미숙련노동자들을 도와주려는 선한 정책이 그들에게 오히려 큰 손실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 최저임금제도와 고용간의 정(+)의 관계


그런데 잘 알려진 것처럼, 경제학 교과서에는 이 주장과 상반되는 논리도 실려 있습니다. 최저임금제의 실시가 미숙련노동자의 고용을 늘려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최저임금설정이 고용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현상은 노동시장에 어떠한 불완전성이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즉 기업이 노동을 독점으로 수요하거나, 노동자와 고용주 사이의 실질적 교섭평등관계가 유지되지 않을 때  나타날 수 있습니다.요소의 수요독점의 예로 프로야구 구단의 연고권을 들 수 있습니다. 부산 연고권을 가진 롯데자이언츠가 부산지역 고등학교 출신 신인을 지명하면, 그 선수는 다른 구단에 갈 수 없습니다.


기업이 노동수요독점력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은 노동시장에서 마찰력의 존재입니다.  노동자가 다른 일자리를 찾는데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경우, 노동자는 당장 이직하지 못하게 됩니다.  기업이 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을 지불하여도, 노동자들은 이러한 임금수준을 수용하게 되는 겁니다.


때문에 기업은 완전경쟁시장에서의 균형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임금을 결정하고, 노동자는 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수준을 수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설정한 임금수준보다 높은 최저임금이 도입되면 임금상승과 고용증가가 나타납니다.


또한 노동자와 고용주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지 못할 때, 완전노동시장의 균형가격보다 낮은 임금이 설정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최저임금과 고용간에 정(+)의 상관관계가  나타납니다.


시장균형가격보다 낮은 저임금의 상황은 노사 간 힘의 교섭불균형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노조등 결사체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노동자들은 불평등한 종속관계 속에서  시장균형가격보다 낮은 임금을 수용하게 됩니다. 



◆ 요소 수요독점상황과 고용간 관계에 대한 실증분석


미숙련노동자가 수요독점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최저임금제도는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이론을 입증하는 국내외 실증 연구가 다수 제시되고 있습니다.


1992년 4월에 Card와 Krueger는 1992년 4월에, 미국 뉴저지주에서의 18%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늘렸다는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준구) 주로 햄버거나 피자가게 같은 외식업체에서 일하는 10대 청소년들의 고용이 최저임금 제도의 적용을 받아 증가했다는 겁니다.


국내연구에서도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감소로 인한 빈곤악화를 야기한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연구가 발견됩니다. (이시균2013) (김유선외 2004) (이병희2007)


예를 들어 2005~2010년간의 노동패널자료를 이용한  국내  한 실증분석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빈곤탈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시균2013) 


근로빈곤에서 근로비빈곤으로의 이행의 경우, 최저임금인상이 근로빈곤의 탈출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최저임금인상정책으로 근로빈곤에서 실업으로의 이행은 통계적 유의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미숙련노동자들에 대한 수요독점 상황에서, 최저임금제도가  반드시 고용을 늘려 근로빈곤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수요 독점 상황에서도, 고용량이 최저임금제 실시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겁니다. 


(참고:  이에 대한 조건은 최저임금이 MRPL= MFCL이 성립하는 점보다 높은 수준에서 설정되는 경우입니다. 즉 노동을 더 고용할 때 추가로 얻는 수입(MRPL)이 노동을  더 고용할 때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과 일치하는 점(MFCL)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설정되면, 최저임금제도의 효과가 약화됩니다. 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단기간의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결국, 최저임금제도는 불완전노동시장에서 고용 증가와 근로빈곤으로부터의  탈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의도된 확증편향 전략은 진실을 이길 수 없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최근의 일자리 감소는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인구구조변화, 경기악화, 산업경쟁력 저하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도입등이 모두 고용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과 일부언론들은 지난 7월 고용지표 둔화와 분배지표 악화의 원인을 최저임금인상 탓으로 돌리고, 최저임금제도를 연일 정밀 타격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경제 변수를  최저임금제도 문제로 압축 단순화시키는 전략, 즉 ‘한 놈만  패기 전략’의 일환입니다.  이 전략은 궁극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또한 정책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완전경쟁시장 뿐만 아니라 불완전경쟁시장에서의 효과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분석의 기본인데도, 보수진영은 최저임금제도가 불완전시장에서 고용에 미치는 긍정 효과를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도 ‘한 놈만 패기’ 전략의 일환으로 읽힙니다.


이 같은 보수진영의  전략은  의도적인 확증편향 전략으로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일치되는 증거에만 무게를 두고, 자신의 신념을 지지하지 않는 정보를 편향적으로 배제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상대의 약점에만 집중시키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이러한 확증편향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어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지지도 하락의 요인으로 보수진영의 정보 필터링 전략을 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전략이 계속 유효할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겁니다.  확증편향 전략은 진실을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실이 어둠을 뚫고 모습을 드러낼 때,  그 전략은 외려 부메랑이 될 수 있습니다.


진실은 언제 쯤 모습을 드러낼까요? 최저임금인상의 부정효과는, KDI의 지적처럼, 단기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임금인상이 소비, 투자를 늘려 총수요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중장기에 최저임금인상은 경제의 부정적인 효과를 완화시키는 버퍼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예상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화폐시장을 통해 생산물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총수요 증가를 약화시킬 때,  최저임금인상은 생산물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화폐시장에 의해 촉발된 총수요약화를 상쇄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 즈음해서, 위기대응카드로서  최저임금제도의 효과가 빛을 발할 것입니다. 이는 종전선언과 맞물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를 다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확증편향의 화면이 진실의 화면으로 디졸브 되는 때도 머지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참고문헌>

이준구(2008), 미시경제학 5

한광수(2013), “최저임금제의 소득재분배적 의미와 구체적 내용에 대한 고찰

이시균(2013), “최저임금이 근로빈곤 탈출에 미치는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