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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고정화된 틀과 범주] 고정된 통념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야

- 장수는 주어진 상황에 맞는 융통성 있는 대응책 마련해야
- 통념의 정석에서 벗어나는 혁신이 필요
-應形無窮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했을 때, 승패는 뻔한 듯이 보였다. 나폴레옹은 계속해서 러시아 안으로 밀고 들어갔고 어렵지 않게 모스크바를 점령하였다. 


하지만 침략군을 맞이한 것은 불에 탄 도시였다. 러시아인들은 도시에 불을 지르고 떠난 것이다.


나폴레옹은 불에 탄 도시와 혹독한 겨울로 퇴각 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러시아 군대는 퇴각하는 나폴레옹 군대를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전쟁의 승리는 결국 나폴레옹을 상대한 노련한 적장, 미하일 쿠투조프에게 돌아갔다. 


쿠투조프의 勝因(승인)은 나폴레옹에겐 찾을 수 없었던 융통성 있는 전술이었다.

 

나폴레옹은 상황을 무시하고 통념에 근거한 고정적인 전술을 사용하였다. 그는 상대편의 움직임에 신경 쓰지 않았고, 오로지 프랑스군의 신속한 진군과 모스크바 점령만 생각했다.


반면 쿠투조프는 나폴레옹의 진군 상황에 맞춰 전략을 세웠다.  시기적으로 겨울이고 병참선에서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 나폴레옹의 침공은 패배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에 따라 그는 군을 일시 퇴각 시킨 후, 공격의 기회를 노린 것이다.


이처럼 쿠투조프는 상황에 맞는 관점과 전술을 구사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  손자병법 : 장수는 주어진 상황에 맞는 융통성 있는 대응책 마련해야


상황에 맞는 융통성 있는 전술의 강조는 중국의 병법에도 기술되어있다. 

 

<손자병법>에 따르면 장수는 융통성을 발휘하여 상황에 맞는 전술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손자병법의 九變(구변)편은 장수의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구’는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는 의미이고 ‘변’은 융통성을 발휘한다는 것으로, 장수는 주어진 상황에 맞는 전술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길 중에, 장수와 군이 그냥 지나갈 수 있는 길도 있지만 지나가면 안 되는 길이 있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정상적인 길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절대로 지나 갈 수 없는 길도 있다.


그러므로 장수는 임기응변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원칙을 따를 필요가 없다. 원칙을 따르게 되면, 군이 오히려 위험에 처할 수도 있어서다. 그러므로 장수는 주어진 상황에서 예리한 판단으로 필요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손자병법에 따르면, 싸움에는 정석이 있지만, 장수는 때와 장소에 따라서 정석을 깨뜨리는 방법까지 알고 있지 않으면 진정한 싸움을 할 수 없다.




◆ 통념의 정석에서 벗어나는 혁신이 필요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은 현대경영의 영역에도 적용된다. 통념의 정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석을 수립하는 것, 기존의 틀 에서 벗어나 새로운 범주를 만드는 것은 革新(혁신)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 아르키미데스가 목욕을 하던 중 넘치는 물을 보고도 목욕만 했다면 대 발견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편협한 관념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혁신이다. 


이러한 혁신은  기업의 死活(사활)과도 결부된다. 


1980년대 중반, 인텔은 메모리 칩으로 세계의 전자업계를 선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1985년 인텔의 공동창업자인 앤디 그로브와 고든 우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메모리칩 인텔은 죽었다.”라고 선언했다.  당시 인텔의 성장 동력이자 주력 사업이었던 메모리칩은 일본전자업체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인텔의 공동 창업자들은 캐쉬카우였던 메모리 칩을 파괴하고 비메모리 반도체로 사업 방향을 과감히 트는 모험을 감행하였다.  인텔은 결국 과거의 인텔과 결별하고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받아들여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재도약하였다.


이처럼 기업이 과거에 형성한 틀 안에서 한 가지 방식에 안주하면 새로운 도약은 없다. 오히려 도약 없는 安住(안주)는 갑작스런 위기로 인해 퇴보와 소멸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 고정화된 통념의 범주는 정상범주로, 이를 벗어난 범주는 비정상범주으로 간주돼


고정화된 틀과 통념의 침잠은 개인의 선입견의 위험을 불러오기도 한다. .


개인이 기존의 범주에  젖어들면,  비정상적인 고정관념이 머릿속에 자리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어떤 대상에 대한 정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면 그 인상이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비정상적 고정관념이 자라게 된다. 


예를 들어  지체장애자의 몸이 불편하면 정신에도 문제가 있다는 통념, 여자 외과의사는 믿을 수 없다는 느낌, 미혼모와 그 자녀는 비정상이라는 생각,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노동자는 더럽고 미개하고 게으르다는 관념등이  낮과 밤, 여름과 겨울처럼 뇌 속에 획정되어 자리한다. 


이렇게 고정화된 통념의 범주는 ‘정상범주’에 속하고 이를 벗어난 범주는 ‘이상한 범주’로 규정되는 것이다.



◆ 應形無窮(응형무궁)


기존의 고정된 범주에 머물고 새로운 범주를 만들지 못하게 되는 것은 외부 공격의 빌미가 된다.


또 우리가 새로운 범주를 만들지 못하고 고정화된 통념에 머물게 되면, ‘정상범주’라는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다. 


결국 계속성을 보장하고 비정상의 오류에서 벗어나는 길은 통념에 근거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손자병법에 따르면, 이는 應形無窮(응형무궁), 즉 쉼 없이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서 대응 변신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따뜻한 아랫목에서 잠을 자거나 TV를 보기보다, 자신을 변형시킬 수 있는 무엇을 찾는 고달픔이 새로운 범주를 창조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엘렌 랭어, 이양원옮김 (2015), 마음챙김

김희경(2017), 이상한 정상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