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적분할 후 모기업 주식의 디스카운트 원인
물적분할은 대체로 아래의 세가지 원인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물적분할 시 비지배주주의 지분권의 몰취 △물적분할 후 자회사 주식의 IPO로 인한 더블카운팅 △경영진과 비지배투자자 사이의 신뢰문제
①물적분할 시 비지배주주의 지분권의 몰취 : 자회사 주식에 대한 처분의사결정권의 상실과 구주매각이후 배당에 대한 의사결정권 상실
투자가치를 높이는 주식의 요소에는 자산 처분의 권한, 환금의 용이성등이 포함됩니다.
그런데 물적분할후 구주매각이 이루어질 때, 자회사 주식을 간접보유하고 있는 모기업의 비지배주주는 처분권의 상실, 구주매각이후의 배당 의사결정의 상실을 당하게 됩니다.
이같은 물적분할 후의 비지배주주의 지분권의 몰취는 인적분할 후 유상 증자에서 나타나는 비지배주주의 지분권 행사와 선명히 구분됩니다.
물적분할의 경우, 모기업의 지배주주는 (곧 그의 영향력 아래 있는 대표이사)는 자회사 주식에 대한 처분권, 자회사 주식 매각으로 얻은 현금에 대한 배당 의사결정등을 독점하게 됩니다.
이에 반해 모기업의 비지배주주는 주식 처분에 대한 의사결정, 구주 매각후 현금에 대한 배당 의사결정을 지배주주가 독점하게 되어, 자회사 주식에 대한 의사결정에 전혀 개입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인적분할의 경우, 모기업의 비지배주주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자회사 주식을 팔 수 있는 의사결정권한을 보유하게 됩니다.
이처럼 인적분할을 하면 분사로 독립된 자회사의 상장 프리미엄 이익이 고스란히 모기업의 비지배 주주에게 남게 되지만, 물적분할 후 구주매각은 비지배주주의 처분권을 모기업의 법인 계좌가 독점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결국 비지배주주의 자회사 주식에 대한 처분권과 환금성이 지배주주에 의해 몰취당하는 것은 모기업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비지배주주의 이같은 지분권의 상실이 비지배주주의 이익변동성을 크게 하여 요구수익률을 높이고, 그 결과 주식의 할인율 증가로 인한 기업가치의 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물적분할 공시 직후 모기업 주가의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② 물적분할에서의 자회사 주식의 IPO → 더블카운팅
물적분할로 인해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하나의 동일 자산에서 창출하는
가치가 두 개의 경제적 실체에서 더블카운팅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종속회사인 B사가 IPO(신규상장)를 진행 했을 때 나타납니다.
모기업가치의 디스카운트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물적분할 이전의 모기업의 가치와 분할 후 모기업의 가치는, 비지배주주의 지분권 몰취의 영향을 제외한다면, 장부상 일치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모기업과 자회사의 주요 재무제표는 연결재무제표입니다. 따라서 연결재무제표에는, 모기업과 자회사가 하나의 실체로 연결되어, 두 회사의 가치를 결합한 가치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물적분할 후 모기업과 자회사의 가치는 연결재무제표 또는 지분법이 반영된 모기업의 재무제표에서, 한 실체의 가치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자회사가 IPO를 할 경우, 지분법이 반영된 모기업의 가치(곧 연결재무제표의 가치)와 자회사의 가치가 시장에서 각각의 주식으로 표현되어 거래되게 됩니다.
이 경우에도 적정한 기업의 가치는 지분법이 반영된 모기업의 가치이거나 또는 ‘지분법이 반영되지 않은 모회사만의 가치 + 자회사의 가치’입니다.
하지만 시장에는 자회사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어 자회사 주식가치에 대한 더블카운팅이 발생합니다.
결국 지분법이 반영된 모기업의 가치에서 자회사의 가치만큼을 할인하는 것은 더블카운팅으로 인한 기업가치를 적정한 기업가치로 조정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이러한 조정에 의해 기업실체의 진정한 가치인 연결재무제표의 가치가 시장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③모기업 주식이 훼손되는 근본적 원인 : 경영진과 비지배투자자 사이의 이해충돌
이처럼 회계상 기업실체의 중복 가치의 조정을 위한 수단으로 디스카운트가 행해지지만, 모기업 주식의 디스카운트에 대한 근본적 원인은 일반투자자와 모기업경영자 간의 신뢰 문제입니다.
일반투자자들이 모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이 주식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경영자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들의 투자의 배경에는 특정 사업부의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모기업의 경영자들이 모기업의 주식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비지배주주인 투자자들의 기대와 신뢰를 깨고, 모기업 경영진이 느닷없이 유망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후 적정 수준 이상으로 IPO를 진행할 때, 이같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모기업 주식의 가치를 훼손하는 디스카운트문제를 초래하게 됩니다.
◆ 미국의 Carve-out 후 IPO가 이루어질 때,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80%이상인 이유
한국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물적분할 후 상장의 행태와 비교됩니다.
미국도 Carve-out(물적분할)후 IPO를 추진하지만, 모회사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80%이상의 자회사 지분율을 유지합니다.
이유는 미국이 추진하는 Carve-out의 주요 목적이, 저평가되어 있는 사업부의 재평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미국의 물적분할의 취지는 잠재력 있는 사업부가 모회사 그늘에 가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분할 후 상장하여 시장의 재평가를 받기 위한 것입니다. 유망한 자회사의 가치가 제대로 매겨지고 이에 따른 모회사의 보유주식의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가 미국의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동력이 되는 겁니다.
이처럼 미국의 물적분할 후 상장 비율이 20%이하로 유지되는 것은 미국의 물적분할의 주요목적이 특정 사업부의 대규모 자금조달과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의 물적분할 후 상장 비율이 20% 이하인 것은 미국의 투자환경과 관계가 깊습니다.
Carve-out 후 적정 수준 이상으로 자회사 지분을 매각한다면 지배권 희석이 발생하고, 이는 모회사의 주식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회사에 투자하는 이들은 모회사 경영진이 모회사의 가치를 훼손하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투자자들의 모회사 경영자에 대한 신뢰가 상장비율 20%로 나타나는 겁니다.
미국의 상황과 비교해 볼 때, 한국 주식 시장의 물적분할과 적정수준 이상의 상장으로 인한 모기업 주식의 훼손은 경영진과 비지배투자자 사이의 이해충돌 문제, 곧 신뢰 문제와 깊은 관련성을 보입니다.
결국 물적분할과 종속기업의 상장으로 인한 모기업 가치의 훼손문제는 기업들이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힘쓸 것을 촉구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이윤극대화라는 낡은 신조에서 깨어나, 기업주변의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보듬는, 과거의 고정관념에서 탈각된 모습을 보일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참고문헌>
문태곤 추형석 문두철, “기업분할에 따른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종류주식을 통한 제도 개선방안”
이상훈, “물적분할과 지주사 디스카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