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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 과세] 재능과 계급은 ‘내 것’ 인가 ‘임의적인 것’인가 -기본소득으로 기회불평등 보정해야

“가수 김장훈 있잖아. 기부를 40억원 했다는데, 25평 아파트에 산다며.”
“제 정신이 아니지. 김장훈, 공황장애 걸려 그랬을 거야.” 

몇 년 전 지하철에서  이런 남녀의 대화가 들려왔다. 김장훈과 두 남녀는 소득과 부에 대한 관점이 명확히 달랐다. 소득 처분에 대한 태도도 차이가 있었다.   


◆경제적 지대와 우월한 계급 :  천부적 자산은 성공의 열쇠

김장훈이 벌어들인 소득은 지대(rent)에 해당한다. 지대란 노동력등 생산요소의 공급이 고정되어 있을 경우, 고정된 요소 공급에 대한 대가로 지불되는 보수를 말한다.  김장훈의 소득은 엄밀히 말해 경제적 지대이다. 

경제적 지대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연예인, 운동선수, 혹은  자격증 보유자들이 얻는 소득으로, 기회비용(이전수입)을 초과한 소득을 말한다. 이들의 억대 소득은 재능 혹은 자격증 보유자의 공급이 제한되어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경제적 지대를 독점하고 있는 이들은 지대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지대추구행위의 예가 변호사 협회에서 로스쿨 선발인원 제한을 요구하거나 사시존치를 반대하는 등이다. 

이처럼 경제적 지대는  타고난 재능, 미모등 자연적 자산에 힘입은 바가 크다. 

경제적 지대뿐만 아니라 계급이라는 사회적 자산도 부를 선점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부모의 직업, 경제력 등으로 본인의 수저가 결정된다는 이론인 ‘수저론’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은 (born with a gold spoon in one’s mouth) 사회내의 특정 지위를 얻기 위한 경주를 ‘흙수저’ 출신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출발점에서 시작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공뿐 만아니라 타고난  자연적, 사회적 자산인 천부적 자산이 성공의 열쇠가 되고 있다 


◆재능과 계급은 ‘내 것’ 인가 ‘임의적인 것’인가 

재능과 계급은 타고난 권리일까 아니면 행운일까? 예를 들어 김장훈의  타고난 가창력은 우연적인 행운인가 혹은 그 만의 배타적인 권리인가?  이러한 경제적 지대와 타고난 계급을 이용해 쌓은 부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 모두 같지가 않다. 

천부적 자산이 행운이란 임의성을 가진다면,  이러한 자연적 사회적 자산은 공동자산의 성격을 띠게 된다. 따라서 행운으로 창출된 소득의 처분은 자산에 대한 공유의식을 초래하여 소유자의 도덕적 의무가 될 수 있다. 그들의 임의적 재능으로 얻어진 소득과 부를  행운을 얻지 못한 이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면 개인의 행운은 ‘내 것’이라는 인식에 강한 방점이 찍힌다면,  천부적 자산의 보유는 권리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자산을 사용해 벌어들인 소득과 부는 소유자의 독점적 소유물로 인정될 수 있다. 그리고 자산의 소유자는  소득과 자산의 처분에 대한 도덕적 의무감에서 자유로워진다.  

이러한 자유지상주의자들은 25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40억을 기부하는 행위를 절대 이해 할 수 없으며,  이러한 상식 밖의 행위는 공황장애등 정신적 장애의 탓이라 치부한다.  





◆ 초고소득자들에게 초과 과세, 정의 vs  따뜻한 배려 

자유주의자들은 정부가 초고소득자들에게 초과 과세를 할라치면, 정부가 현대판 홍길동인가라며 과세에  저항한다. 

하지만 고소득자 초과과세는 사회의 후생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자 한명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여 거둔 돈으로 가난한 100명에게 나누어 준다면, 전체의 후생은 증가하게 된다. 가난한 이들은 한계소비성향이 부자보다 높기 때문에, 이들의 소비는 부자의 그것보다 많게 된다. 

(참고: 재정정책과 관련해서  부자에 과세하면 조세승수는 (-)이지만, 이렇게 거둔 돈을 저소득자들에게 이전 한다면 이전지출 승수도 같은 양으로 (+)가 된다.) 

하지만 자유지상주의자들은 부자에게 높은 세금을 거두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강제행위로 본다. 만약 누구를 돕기 위해 사회복지가 필요하다면, 이는 옮음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따뜻한 배려’로 수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어떠한 분배방식을 선호할까?

타고난 자산으로 인해 발생한 소득의 격차가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배타적인 권리는 개인에게 전적으로 귀속한다는 인식은 현실적으로 실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황주홍)

실제로 자유주의사상가의 대부인 노직도 자유주의적 사고에 회의를 품었다. 

노직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최소 국가가 바람직한 국가 형태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노직에 의하면, 국가가 개인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여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 이는 국가의 강제행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그는 <성찰된 삶>에서 이러한 자유 지상주의적 사고는 젊은 날의 무책임이라며 자기 반성을 하였다. (황주홍)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떠한 분배방식을 선호할까? 미국학생들을 대상으로 한Frohlcih/Oppenheimer의  실험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제시한다. (김유찬) 그리고 이 답은 Rawls의 차등의 원칙에 가깝다.  

학생들은 다음의 4가지 분배원칙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1)최하위 소득의 극대화 2).평균소득의 극대화 3) 기본소득을 보장하면서 평균소득의 극대화 4)최상위 소득과 최하위 소득의 격차를 극대화 하면서 평균소득의 극대화

대다수의 학생들은 3)을 선택하였다.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은 최하위 소득을 극대화하는 것이며, 평균소득의 극대화는 개인의 재능과 노력의 합으로 창출된 부를 단순 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기본소득이란 정부나 부자의 시혜에 의한 배려를 뜻하지 않는다.  생산물에 대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평등한 권리에 의해 누리는 평등을 말한다.(곽노완) 이는 타고난 행운이 주어지지 않은 이들에게 천부적 자산을 보유한 이들이 제공하는 분배정의를 말한다. 

그러므로 타고난 기회의 불평등을 편평하게 하기 위한 조정 장치가 기본소득인 셈이다. 

기본소득의 재원은 경제적 지대, 혹은 우월한 계급의 힘으로 비롯된  특권소득이다. 이를 조세로 환수하여 현물 혹은 현금으로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베짱이’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이렇게 우월한 행운의 수혜자들에게서 거두어들인 재원은 보편적 복지에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초중고생 무상급식, 무상보육, 청년들의 취업지원금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평균소득은 각자의 재능과 노력으로 얻게 되는 소득이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는 배제되지 않는다. 

결국 사회구성원들은 각자의 노력을 넘어서는 행운에 대한 기회의 평등으로서 기본소득을 얻고, 아울러 자신의 재능과 노력의 대가로 평균소득을 획득하게 된다.  그러므로 개개인의 인센티브 시스템과 분배시스템의 컴비네이션이 되는 사회제도가 가장 정의로운 사회라고 롤즈는 판단하고 있다. (김유찬)  


◆ 사회는 상호이익이 되기 위한 협동체

타고난 행운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최소 수혜자들에게 행운의 수혜자들로부터 거둔 소득을 이전하는 것은 기회의 불균등을 보정해주는 정의로운 행위이다. 
  
롤즈는 사회의 협동을 강조한다.  ‘사회를 상호이익이 되기 위한 협동체’로 파악한 롤즈는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 정의라고 인식한다. 

그렇다면  협동과 연대를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타고난 더 나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그들의 자산을 공공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즉  최대 수혜자가 정의에 대한 개념을 달리하여, 이들이 천부 자산을  배타적인 권리가 아닌 임의적인 행운으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행운의 사용에 대한 도덕적 의무감을 품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적 인식이 일반화 될 때, 국가의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정책은 정당성을 얻게 된다. 


<참고자료>

김유찬(2015), “다른 경제사조들에 비교한 롤스의 정의론의 차별성”, 경상논총 33권 4호 
마이클 샌델 ; 김명철 옮김 (2014), 「정의란 무엇인가」
장동진(2000), “노직의 자유지상주의 : 소극적 자유의 이상”, 정치사상연구 3집
황주홍, “자유지상주의의 정치철학자, 로버트 노직”, 한국논단 
김선현, “분배적 정의론 <롤즈의 정의론을 중심으로>”, 부천대학 논문집 제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