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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룸>리뷰 : ‘너’가 곁에 있어...


빈 자리에 공간이 들어선다. 그리고 그 공간에 사물과 사람이 담긴다. 공간은 살아 숨 쉬면서 공간 속의 사람을 지배한다. 

이를 테면 집이란 공간이 있다. 이 공간에는 편안함과 안도가 있다. 어머니의 따뜻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집 문을 나서면 세상이라는 공간이 기다린다.  그곳에서  공간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밀고 당긴다. 여기에  다툼과 불안이 공간을 휘감는다.  

그렇다고 이러한 세상의 공간이  주어지고 던져진 공간이라며 체념할 수 없다. 
대립의 공간이 소통의 공간으로 바뀌기 위한 노력이 주어질 때 공간은 거주의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될 것이다.   

영화 <룸>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눌림의 공간이 아닌 자유와 소통의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말한다. 

무의미하고 공허한 공간이 충만한 공간으로 바뀐 것은 사랑하는 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의 존재로 인해 공간은 머물 만한 곳, 살만한 곳이 된다. 

영화가 주는 묵직한 톤에 순수한 색깔을 덧입혀 동화속의 그림을 창조한 것은 전적으로 잭을 연기한 아역 배우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덕택이다. 삼손의 긴 머리 탓인지 여자 아이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외관은 관객들의 심장을 흔들어 놓는다. 이 아이를 지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에겐 행운이다. 

엄마 조이역의 브리 라슨은 닫힌 공간에서의 심리묘사로 연기가 경이롭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개봉 3월 3일, 118분, 실화 드라마) 
(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등 4개 부분 노미네이트) 

★이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엄마의 치아는 잭의 위로

빛이 천장에 뚫린 자그만 창으로만 숨을 쉬고 있다.  세 평도 채 안 되는 공간에, 다섯 살 잭의 친구는  화분, 테이블, 세면대, 1번 의자, 2번 의자, 변기, 달걀 껍질들을 이은 달걀 뱀이다. 

문은 밖으로 잠겨져 태어나서 한 번도 룸 밖을 나서지 못하였지만, 잭에게 있어 이 공간은 살만한 곳이며 피난처이다. 

잭에게 열여섯 걸음 만에 한 번 왔다 갈 수 있는 닫힌 공간이 자유의 공간, 친근한 공간 그리고 거주의 공간이 된 것은 엄마 조이가 늘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충치는 잭의 위로가 된다. 


◆잭의 머리카락은 엄마에게 힘이 되고 

외부의 힘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속에 사람과 사물들은 배치된다. 공간은 조이에게 거주가 아닌 불안과 공포를 준다.  

17세에 납치되어 감금된 공간에서 납치범의 아이까지 낳은 조이에게 있어, 룸은 숨통을 조이는 고통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탈출이 불가능하다면, 혹은 공간이 세상의 전부라고 받아들여진다면, 억압의 공간을 거주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힘은  바로 ‘너’이다. 

조이에게 공포를 견디게 해준 힘은 아들 잭의 존재인 것이다.  

던져진 공간이  ‘너’로 인해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하고 살만한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이 닫힌 공간에서 영원히 머무를 수는 없다.  ‘너’를 통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면, 다시 ‘너’를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의 탈출을 도모한다. 

새로운 공간과의 경계인 문을 열어젖힌 것도 잭의 존재이다. 마침내 조이는 경계를 넘어 쉼터로서의 공간, 자유의 공간에 거주하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공간이 항상 살 만한 장소임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공간 속의 낯선 부딪힘으로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향수가 일어날 수 있다. 

조이는 열려진 공간이 던지는 갈등에 적응하지 못하여  과거 폐쇄된 공간으로 도피한다. 두 번째 탈출이다.  

이 때, 과거로의 도피를 다시 현재로 돌리도록 한 힘도 잭이다. 과거로 도망간 조이를 불러들인 힘은 엄마에게 보낸 잭의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이 조이를 일으켜 세운 힘이 된 것이다. 

이렇게 살만한 공간, 머물고 싶은 공간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함으로 탄생된다. 

“내게는 들판과 숲과 바위와 정원이 언제나 공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대가 그곳들을 장소로 만든다.” (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