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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고흐는 자살했나?] 사회적 편견과 굳어진 관행을 넘어서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작품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별이 빛나는 밤>은 1889년 그가 프랑스 상 레미의 정신병원에서 그린 것이다. 

캔버스엔 강렬하고 생동감 있는 6월의 밤이 펼쳐진다. 초승달이 남청색 하늘 우측에서 이글거리고, 별들은 심장의 박동처럼 소용돌이친다. 구름은 휘돌다 감긴다.  

싸이프러스 나무는 구름 소용돌이를 뚫고 하늘을 향해 치솟는다. 나무와 대립한 채, 마을은 고요히 침묵에 빠져있다. 세상과 별 반 다를 것 없는 교회의 뾰쪽한 탑은 순종대신 오만과 편견으로 하늘을 향하고  있다. 

올려보기보다 내려 보면서 홀로 빛나고자 하는 세상 사람들에겐, 불꽃 기둥의 싸이프러스는 심지어 광기로 비쳐지기도 한다. 

마치 나무와 별의 합일을 뜻하는 듯, 싸이프러스 나무 곁으로  커다란 별이 다가와 머물고 있다. 황홀하고 맥동하는 푸른 밤하늘에,  고흐의 영원한 존재와의 일치에 대한 추구가 초월적으로 빛나고 있다. 


◆ 고흐는 자살했나? (김소희 2009)

고흐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아이러니다. 37세의 나이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정리한 고흐는 살아생전 무능력자로 천대 받았다. 하지만 그는 사후에 가장 위대한 예술가의 한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는 평생 동안 <붉은 포도밭> 단 한 작품을  400프랑을 받고 팔았을 뿐이다. 그러나 상 레미 정신병원에서 그의  주치의였던 가셰를 그린  <의사 가셰의 초상>은  1990년 크리스티 뉴욕에서  8,250만 달러에 팔렸다. 아마도 현재 그의 작품이 경매시장에 나온다면 수억달러를 호가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시 미술 비평가들은 그의 작품에 나타난 거친 모습, 그림의 색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고 한다. 그의 아방가르드의 새로운 화풍은 기존 범주가 포용할 울타리를 넘어선 것이었다. 외려  범주의 재구성을 요하는 것이어서, 그의 창의는 고립과 단절로 이어졌다.   

기존의 시각에 대한 또 다른 독창적 논리의 개입은 고흐를  경제적 궁핍으로 내몰았다. 그의 능력은 인정받지 못하고 경제적 궁핍은 정신적 압박과 좌절로 이어졌다.  작업비용을 전적으로 동생 테오에 기대고 있었던 고흐는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무능력의 자괴감을 나타내고 있다.

“나의 그림은 무가치하고, 그걸로 많은 돈을 쓴 게 사실이며, 심지어 종종 피와 두뇌까지 희생했어.”(고흐 편지 632)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유용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세상에 쓰일 수 있을까. .......네가 나를 불청객이나 게으름뱅이로 보게 된다면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 나으리라는 느낌이 든다.”(고흐 115)

‘가족 가운데 비상식적이고 냄새나는 존재, 신용할 수 없는 인간, 누구에게 도움이 될 수 없는 인간’이라는 무능력의 낙인이 찍힌 고흐는 절망과 자기연민,  심지어 존재의 위기에 내몰린다. 

자신이 열정적으로 새롭게 범주화하고자 하는 규범이 무시당하자 그의 열정은 광기로 변한다. 사회의 지배적 패러다임이 혁신적인 독창성을 차단하자, 그의 작업은 광기의 몸부림으로 치환된다. 

그는 그의 귀를 자르며 자른 귀를 창녀에게 바친다.  

이러한 일탈은 그에겐 신성한 의식의 일종이었다. 사회에서 버려지고 하찮게 취급받는 존재를 동등한 인격으로 감정이입한 것이다. 고흐는 창녀를 ‘폐품’으로 취급하는 세상의 시선에서 ‘우리의 친구이자 누이’로 대한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권총자살로 37세의 생을 마감한다.  

일각에선 그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탁월한 존재를 쓸모없는 자로 추락시킨 사회적 편견이나 굳어진 관행이 그를  열정에서 광기로, 결국 자기 파괴로 몰아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흐의 자살은 기존 사회의 ‘범주화의 힘’에 대한 저항의 성격을 띤다.  


◆차이와 다양성은 비정상

기존 규범으로의 획일화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소통과 단절의 세계로 몰아낸다. 

질서화 된 범주에 속하지 않게 되면, 범주 외에 속한 이들은  무능력자로 비난받는다. 차가운 몰이해와 냉대가 범주 밖의 이들에게 쏟아진다.  

차이와 다양성은 비정상이며, 인격적 장애로 처벌받는다.   

이러한 다중 처벌의 대상들은 누구인가?  혁신가, 한부모, 독신녀, 독신남, 백수, 미취업자, 매 맞는 여성, 난민, 이주노동자, 장애인, 창녀등이다. 

기존의 범주는 이들에게 관대하지 않다. 이들은 불순 혹은 능력 없음과 등치이며, 조롱과 비난의 전위이다.   
 
고흐가 그렇게 갈망하였던 영적 존재와의 합일은 어둠속 마을이 뿜어내는 공고한 범주화와 비정상의 배격에 대한 응전이었다. 


◆ 사회적 편견과 굳어진 관행을 넘어서 

2016년의 별과 달이 빛나기 시작했다.  <별이 빛나는 밤>의 눈부시게 빛나는 별들, 소용돌이 치는 구름, 그리고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사이프러스는 말하는 듯하다. 

2016년엔 사회적 편견과 굳어진 관행이 범주의 밖에 있는 이들을 처벌하지 말며, 냄새 난다며 경멸로 이들을 내치지 않으며, 차가운 몰이해와 냉대로 모욕을 주지말기를....... 

이렇게 다른 비정상이 정상의 자리로 뿌리내리고 차이가 환대를 받을 때, ‘사이프러스’와 ‘마을’의 단절에 소통의 다리가 놓여져,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소박한 꿈을 꾸어볼 수 있을 것이다. 


◆ ‘Vincent’ sung by Don Mclean

고흐의 열망과 대립은 가수 멕클린(Don Mclean)이 1971년 발표한 팝송 ‘Vincent’에 묘사된다. 세상의 냉대와 무관심, 그의 신과의 합일에 대한 열망등이 애절한 목소리를 통해 살아 울려 퍼진다. 

「Starry starry night 
Flamin flowers that brightly blaze,
Swirling clouds in violent haze」 

‘별이 빛나는 밤에... 보라 빛 안개속의 소용돌이치는 구름’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y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

‘사람들이 귀 기울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참고문헌>
김소희 (2009), ‘창의성의 시각에서 바라다 본 고흐 광기 이해의 새로운 교육적 지평’, 교육사상연구
조규택(2012), ‘별이 빛나는 밤을 통한 휘트먼과 고흐의 예술적 만남’, 영미어 문학 
신재기(2005), ‘삶과 예술에 대한 자의식의 통로: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수필과 비평. 제14꿘 제4호 통권78호  
빈센트 반 고흐, (2005),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신성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