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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리뷰 : 따뜻한 질감의 한 폭의 파스텔화



# [작전명: 개를  훔쳐라] 
-훔칠 개의 조건: 초등학생이 들고 도망갈 수 있는 적당한 크기 
-훔친 후의 계획: 개를 찾는 전단지를 발견한다 →  주인에게 개를 돌려 준다 → 사례금 500만원을 받는다 → 분당 옆 ‘평당’에 ‘500만원’의 집을 구한다. 

집 대신 미니 봉고에서 남동생 지석이 그리고 엄마와 함께 생활 해 온 지소는 자신의 생일 파티를  번듯한 집에서 친구들을 모아 치르고 싶어 한다. 

지소는 부동산 중개소에 붙어있는  ‘평당 500만원’ 이라는 거래표를 보고, 전세금 500만원을 마련하고자 한다.  고심 끝에 개를 훔치고자 결심한다. 지소는 개를 완벽히 훔치고 사례금을 받아,  평당 집에서 생일 파티를 열수 있을까?

영화<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갈색 바탕에 녹색 톤의 그림을 묘사한 파스텔화를 떠올리게 한다.  


◆  갈색 

이 파스텔화의  바탕색인 갈색은 짙은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현재 그리운 대상으로부터 자신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없으면 나도 없는데, 그런 그가 내 곁에 없다. 그래서 가슴은 애달파, 서글프게 그를 찾는다. 

레스토랑 마르셀의 주인, 노부인의 집무실의 벽과 책상은 갈색 톤으로 장식되어 있다.  노주인의  그리움이 갈색 배경을 통해 진하게 전해온다. 

그리움에는 유효기간이 있다고 한다. 그 대상이 사라지면서 그리움은 다가오고, 이후에  망각이 머리를 지배할 때, 그리움은 떠난다.   

그래서  이 그리움이 망각으로 저편으로 사라지기 전에  영원히 이를  부여잡고자 한다. 자신의 주위에 또 다른 ‘그’를 곁에 두고자 한다.  이때 그리움의 유효기간은 무한대이다. 


◆ 녹색 

하지만 도화지의 갈색바탕에 그려진 그림은 녹색 톤 이다. 싱그럽고 경쾌하고 심지어  섬세하기까지 하다. 

초딩 설계 케이퍼 무비. 아이들이 치밀하게 계획을 짤 때 고개가 끄덕여지고, 실행에 옮길 때는 은근히  긴장감이 넘친다. 훔친 후에는  피자가게 ‘공범’을 협박(?)하여 신나게 도망간다.  벽을 타는 묘기와 자동차로 도로를 곡예 하는 장면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신, 김성호감독은 미소와 웃음을 관객에게 안겨준다. 

게다가 이 녹색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부드럽고 경쾌한 색조가 더해진다.  

바라는 것 없이 개집을 지어주고, 엄마의 고장 난 차를 고쳐주는 이 노숙자 아저씨는 작전 성공의 일등 ‘공범’이다. 그의 천진난만한 미소 한 편에도 그리움이 묻어있다.


◆ 혼색 –회색 위의 노란색 

이 영화의 또 다른 파스텔 톤은 회색위의 노란색이다. 잿빛의  파스텔 위에 정착액을 뿌리고,  다시 이 위에 노란 색 희망이 덧칠해진다. 

집 대신 차 안에서 기거하는 남매와 엄마. 아빠는 집을 나가고 엄마는 변변한 직업조차 없다. 밤에 몸을 씻을 곳이 없어, 공공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생수병 물로 고양이 세수를 한다. 

그런데 이 회색위에 스프레이가 뿌려진다. 그리고 이 위에 희망의 노란색이 덧붙여진다. 이 희망은 용서와 반성 그리고 순수함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마치 마을 앞의 오래된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매달아 놓은 듯한 희망이다. 
  
마침내  여러 색감들이 서로 부딪힘이 없이 조화되어  따뜻한 질감의 한 폭의 파스텔화가  완성된다.  그리움, 순수, 그리고 희망은 우리 곁에  머물면서,  우리의  든든한 벗이 된다.  


◆ 진정성 있는 연기

각 배우들의 연기는 가식 없는 진정성으로 영화를 돋보이게 한다.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을 표정으로 섬세히  묘사한 노부인역의 김혜자는 이 영화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지소역인 이례는  <소원>이래, 연기의 키가 한층 커졌다. 전체 영화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지소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묘사하였다. 이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또한 노숙자역의 최민수는 아이들의 든든한 친구로, 천진하고 순수한 모습을 꾸밈없이 연기하였다. 최민수의 지난 'MBC 연기대상'에서의 수상 거부가 뜬금없는 행동이 아님을  이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 

지소의 친구인 채랑도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여 영화의 맛을 돋운다. 철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든든한 울타리를 쳐주는 엄마의 모습을 치열하게 그린 엄마역의 강혜정도 눈길을 끈다. 

(109분, 드라마, 상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