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세법

[주민세 인상] 소득역진성 조세인 개인 균등분 주민세, 조세저항 초래 가능성 높아

고소득자들의 세금은 깎아주면서, 저소득자들의 호주머니를 털다니..

1990년 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영광을 누렸던 연합왕국 영국에서 전국적인 격렬한 국민 시위가 벌어졌다.  런던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된 이 시위들은  대처수상의 허수아비 화형식, 건물과 승용차 파괴등의 폭력시위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이 시위의 발단은 인두세(poll tax)인 주민부담세(Community Charge)으로의 지방세 개정이었다.


◆ 영국의 인두세인 주민세 도입

영국의 1990년 이전의 지방세는 레이트(rates)제도이다. 이 과세방식은 우리나라의 재산세처럼 건물의 재산가액에 과세하는 방식과 달리, 건물의 소비에 대해 사용자가 부담하는 간접세이다. 레이트의 과세표준은 주택, 점포, 사무실, 공장등 과세대상 부동산의 연간 임대가치이다. 즉 레이트는 임대가치가 높으면 세액이 늘어나는 부동산 소비세였다. 

이러한 레이트제를 폐기하게 된 배경은 대처의 신자유주의정책에 기인하고 있다. 대처는 작은 정부, 고소득자 감세를 정책기조로 내걸었다.  따라서 지방세입 부족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지방소득세의 도입은 거부되고, 대처정부는 지방정부의 과다 지출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주민세제도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지역 유권자가 직접 부담하는 인두세를 부과하면 유권자들은 공공지출의 증대가 자신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이는 결국 유권자들이 재정지출 확대를 바라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공공서비스의 이용자의 상당수가 이에 대한 세금을 부담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인두세의 추진의 배경이 되었다. 그 당시 유권자의 수는 3,500만 명에 달했으나 레이트납부의무자는 1,800만 명이었고 이중 300만 명은 전액 환불을 받았다. 저소득층이 실질적으로 레이트를 납부하지 않아, 공공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두세를 부과하여 지방정부의 공공재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직접적으로 부과시킴으로써 응익부담의 원칙을 달성하고자 하였다. 


◆ 인두세의 소득 역진성 

하지만 인두세는  빈익빈 부익부의 폐해를 초래하는 역진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18세 이상의 등록된 성인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의 세금을 내야하는 주민세는 소득이 많아질수록 부담세율이 낮아지는 소득 역진적 조세였다. 즉 인두세에는 소득의 증가에 따라 납부액이 증가하는 능력에 근거한 세금부담의 조세형평성은 무시되었다. 

실제로 경북대 오영수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레이트제도는 소득에 따라 부담세율이 증가하는 구조이나, 인두세는 큰 소득 구간에는 인두세가 레이트세보다 더 낮은 비중을 보였다. 또한 고소득구간에는 인두세에 의해 이득과 손해를 보는 사람의 비율이 64:36인 반면, 저소득구간에는 40:60의  대조를 보였다. 이처럼 인두세가 역진적 조세라는 반증인 것이다. 

영국의 당시의 인두세 성격의 주민세 도입으로 인한 격렬한 국민적 조세저항은 소득이 많은 자가 세금을 당연히 더 부담해야한다는 기본원칙이 무너진 것에 대한 분노였다.  가혹하게 세금을 거둔다는 ‘가렴주구’는 절대금액의 과도한 액수뿐만 아니라, 이러한 형평성의 왜곡을 지칭할 때 사용될 수 있다. 


◆ 한국의 주민세 인상주장 

영국의 이러한 주민세 개정으로 비롯된 혼란과 유사한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발생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인두세 성격인 균등분 개인 주민세를 향후 2년 동안 1만 원 이상으로 인상하는 지방세 개편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방정부는  균등분 개인 주민세를   1만원의 상한에 지자체의 조례로  탄력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주민세는 균등분 주민세, 재산분 주민세, 종업원분 주민세로 구분된다. 균등분 주민세는 다시 개인· 개인사업자· 법인으로 나뉘어 과세되고, 재산분은 사업소의 건축물 연 면적에 대하여 정액으로 과세된다. 종업원분은 급여총액의 5/1000원가 과세된다. 

서울의 경우는 개인균등분 주민세의 본세는  4,800원이다. 이에 덧붙여  본세의 10%가  지방 교육세로 부과된다. 경기도 성남, 수원, 고양등은  본세가 4,000원이다. 시도별 2013년도 개인균등분 주민세의  평균세액를 살펴보면, 서울· 부산· 대구는 4,800원, 경기는 4,774원이며, 충북이 6,600원으로 가장 높다. 여기서 두 배 이상을 올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주민세 인상에 대한 찬성론자들은 세수의 실질가치 보전을 찬성의 근거로 제시한다. 

주민세 인상 찬성론자들은   제한세율하의  탄력세율이 적용되는 현행 과세방식으로는  세수입이 소득수준의 상승이나 지방재정 수요증대에 상응하여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한다. 
또한 찬성론자들은 개인균등분 주민세는 세원대비 징수업무가 과다하다고 지적한다. 세수와 비교할 때, 우편료, 반송료 부담, 체납시 우편 고지료, 고지서 발행, 인건비등 징세비가 과중하다고 말한다. 

또한 민선자치단체장의 장과 지방의회에서 주민들의 표를 의식하여 세율인상을 기피한다고 말한다. 탄력세율 적용 노력도를 보통교부세 인센티브 항목으로 적용하고 있어도, 이러한 정치적 이유로 인접 자치단체 대비 높은 세율 적용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리고 찬성론자들은 개인균등분 주민세는 인두세의 과세방법이  오히려 조세형평성에 부합된다고 주장한다. 개인균등분 주민세는 일종의 공동체 회비(membership fee)로,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공공재의 사용에 대한 응익부담의 성격을 가지므로,  일괄정액세가 과세방법으로 적정하다는 논리이다. 


◆ 고소득자들의 세금은 깎아주면서, 저소득자들의 호주머니를 털다니..

우리나라의 균등할 개인 주민세는 인두세이다. 인두세는 가장 대표적인 중립세(neutral tax)로 불린다. 납세자들의 행동에 의해 조세회피가 가능한 일부 세금들에 비해, 중립세는 납세자들이  어떠한 조세회피 노력을 기울여도 조세부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없는 세금이다. 

인두세는 1인당 동일한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에, 죽기까지는  조세를 회피하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조세저항이 강한 전근대적 세금이다. 

또한 영국의 주민부담세처럼 인두세인 주민세는 일괄 정액세로, 세부담의 역진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소득이 증가하면 이에 상응하게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조세 평등에 부합된다. 하지만 역진적 조세는 능력에 따른 응능부담의 원칙이 아닌,  소득이 낮을수록 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게 되어 부담세율이 증가하는 구조이다. 부담능력이 높은 고소득 납세자는 오히려 부담세율이 낮아지게 된다.   

엄격히 말해, 이 균등분 개인 주민세는 가구별로 세금이 부과되어 가구원수에 따라 1인당 세금 부담액이 달라진다. 하지만 개괄적으로 개인 균등분은 소득수준이나 자산가치금액과 무관하게 모든 가구(사람)에 동일한 금액이 매겨진다. 강남에 사는  재벌 회장이건,  강북에 사는 일용직 근로자건  모두 같은 세금이 부과된다. 

물론 영국의 인두세와 우리나라의 균등분 개인 주민세는 일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지방세는 자산중심의 단일세목인 반면, 우리나라의 지방세는 취득세, 재산세, 주민세, 지방소득세등 다양한 세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영국 런던의 1990년 당시의 인두세가  368파운드인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주민세와 영국의 인두세는  절대 금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이 두 세금은 역진적 조세라는 면에서 동일한 성격을 품고 있다. 

게다가 지난 달 발표한 배당소득세제는 고소득자가 25%로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만약 균등분 개인주민세의 세율이 인상된다면, 정부가 고소득자들의 세금은 깎아주면서, 저소득자들의 호주머니를 턴다는 비난과 함께 국민적 조세저항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1990년 인두세에 대한 저항으로 발생한  폭력시위로부터 약 10개월이 채 못 되어 1990년 11월 20일, 수상이 된 지 11년 째였던  대처수상은  전격적으로 사임하게 된다. 대처의 수상직 사임의 결정적 계기는 이 전국단위 시위들이였으며, 이 시위의 근저에는  이러한 역진적 조세인 주민세에 대한 영국민들의 저항이었다. 

영국은 대처의 사임이후 인두세를 폐기하고 과거 레이트세와 유사한, 8개의 자산 가격대 밴드로 구성된 카운슬세(Council Tax)를 도입하고, 현재까지 이 제도가 지방세로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