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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야간 비행>리뷰 : 학교폭력으로 상처입은 영혼들에게 위로를 ....

“엄마 아빠 죄송해요. 그 아이가 같이 게임을 키우자며 협박을 하더라고요. 게임에 쓴다고 제 통장의 돈까지 가져갔고, 담배도 피우게 하고 오만 심부름과 숙제를 시켰어요. ...... 피아노 의자에 엎드리게 한 뒤 손을 묶어놓고 무차별적으로 저를 구타했어요.” 

중학교 2학년의 꽃다운 아이가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너무나도 짧은 삶을 끝내고, 생의 마지막 글을 이처럼 남겼다. 

신체폭력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죽음으로 이 괴물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을까? 노예처럼 명령에 무조건 따라야하는 셔틀에  영혼은 얼마나 멍이 들었을까? 

매점에서 빵을 대신 사다 주는 빵셔틀,  담배를 사다 주는 담배셔틀, 숙제를 대신 해주는 숙제셔틀에서  스마트폰  테더링 셔틀, 친구 스타킹에 구멍이 났을 때 자신의 스타킹을 벗어주는 스타킹셔틀까지... 한 인간을 굴욕의 낭떠러지로  내던지는 이러한 야만의 폭력 앞에 우리 아이들이 망가지고 마음에 피를 흘리고 있다.

괴물이 된 가해자 학생들의 약자들에 대한  이러한 폭력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방식이었다.  강자가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강자가 존재감을 인정받고 생존을 유지한다. 폭력의 그룹에는 협동과 질서가 유지되고 그들의 그룹 밖의 소수를 억압하여 자신들의 위상을 확립한다. 

피해자의 아이는  다시 가해자로 위치 바꿈을 한다. 자신이 당한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도리어  자신이 희생양을 찾아 그 위에 군림하며 자신의 생존을 담보 받는다.

결국 그 신체적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해결하는 방법은 영원한 피해자로 살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다면 자신이 그 가해자의 그룹에 속하여 자신이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에 처해져있는 아이들을 보호해주어야 하는 교사들은 아이들의 인격과 안전보다 학생들의  성적에만 관심이 있다.  우열반으로 학생들을 구분하고, 공부를 못하면 닭을 튀긴다는 말로 경쟁을 부추긴다. 친구가 왕따를 당한다는 고발에, 교사는 성적에만 신경 쓰라며 친구를 염려한 학생을 책망한다. 

이러한 왕따와 신체폭력을 주요 모티브로, 우리 학교의 뒤틀린 자화상을  그린 이송희일 감독의 <야간비행>은  꿈과 활기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시기에 우울감과 낮은 자존감 속에서, 영혼의 상처를 싸매며 폭풍의 광야를 맨발로 지나는 10대들을 위로하고 감싸준다.  



◆ 반장 성진과 펀치머신 기택 

악랄하고 잔인하게 괴롭히는 자는 가정에 문제가 있는 학생이 아니다. 가해자는 재력 있는 부모의 자식이며, 공부 잘하는 학급의 반장이다. 그러니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었다. 

반장은 일진 짱의 위력아래에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한다. 다른 학생들이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권력의 수하에 있다는 사실이고, 그의 힘도 그 짱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이었다. 

그는 누군가를 괴롭혀야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다고 믿는다.


펀치머신 기택은 일진들로부터 담배를 사다 바치는 담배셔틀을 당하고 반항하면 집단 폭행을 당한다.  한 인간이 힘 있는 자의 명령에 순종하여 심부름을 해주는 셔틀, 수송선으로 전락한다. 

자신이 왕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절친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자신은 폭력의 가해자 그룹에 속한다. 






◆ 성소수자 용주와 일진 짱 기웅  

용주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다.  담임선생은 용주를 서울대 진학하는 성적기계로 간주한다. 

용주는 성소수자라는 감당하기 힘든 멍에를 지고 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아우팅을 당해 집단폭력의 희생자가 된다. 

일진짱 기웅은 중학교 때 무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였다. 이렇게 당하던 그가 어느새 가해자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아마도 계속 당하다 보니 죽기 살기의 오기로 학교의 짱에 덤벼들어 그를 넘어뜨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일진짱은  우울과 외로움이 가득한 슬픈 자화상이다. 해고노동자인 아버지의 잘못으로 가정이 파탄 되었다는 생각으로 기웅은 늘 우울하고 외롭다. 

이처럼 외로움과 우울 그리고 낮은 자존감 속에서 어둠 속을 헤쳐 나아가는 10대들에게 한줄기 등불은 무엇일까?  기웅은  그에게 진심으로 다가오는 용주에게 서서히 마음이 열리며 그의 외로움을 용주에게 기대고픈 마음이 든다. 

“친구가 없으면 이 세상은 끝이 잖아”라는 용주의 고백처럼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는 혼돈과 방황의 시기에 삶의 버팀목으로 우뚝 선다.  


◆ 꿈을 구체화하고...

“야, 김경호! 점심시간에 담배 가지고 여기로 와. 늦으면 알지?”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경호는 중학교 2학년 때 담배셔틀을 당했다. 담배를 조금이라고 늦게 바치면 구타가 쏟아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복학생으로부터 폭력과 집단따돌림을 당했다. 하지만 경호는 보복이 두려워 부모님께 도움을 청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그의 구세주는 형이었다. 경호보다 두 살 위의 형은 공부, 노래, 운동등 이른바 엄친아였다. 

어느 날 경호와 학교가 달랐던 형에게 경호의 이야기가 형에게 전해졌다. 형은 다음 날 학교를 찾아와 복학생문제를 해결해 준다. 그 후 경호는 학교생활을 견뎌 낼 수 있었다. 

위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경호는 록가수  김경호씨다. 그도 학창시절 학교폭력에 시달렸던 아픈 상처가 있었다. 

김경호씨는 왕따를 당하는 청소년들에게 절대로 혼자 고통과 괴로움을 당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학교폭력을 당하였을 때, 최대한 빨리 부모, 형제, 보호단체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말한다. 보복이 두려워 고통을 홀로 견디면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는 것이다. 

김경호씨가 폭력에 시달려 의미 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을 때,  어둠 속의 야간비행을 가능하게 했던 힘이 그의  ‘꿈’이었다. 그는  청소년가요제에서 형이  동상을 수상하는 모습을 보고, ‘형이 노래를 잘 부르는데 나도 노래를 하면 안될까?’라며 노래에 대한 꿈을 품게 된다. 

그 이후 남 몰래 노래 연습을 하여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하고 가수로 데뷔하여 록 가수로서 정상에 서게 된다. 

이처럼 지금의 어둠 속을 견디고 헤쳐나간다면 반드시 자신을 죽음 같은 고통 속에서 건져내 줄 구세주는 나타난다는 사실을 김경호씨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고통스러워 한 조각의 희망도 보이지 않을지라도,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친구를 찾고  꿈을 구체화 한다면, 김경호씨와 같은 희망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결코 기적적인 일이 아니다.  

134분 2014.08.28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