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2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나눔

[세월호 참사: 심리치료 ① ] 세월호 생존자들에게 지속적인 사회적 지지 필요


 「삶은 이제 더 이상 선하거나 정의롭지 않다. 세상은 안전과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 

한때는 새벽에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을 들을 때,  풀잎에 맺힌 이슬을 바라볼 때, 사랑과 삶의 소망을 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아니다.

머리는 찐득거린다. 현기증이 난다. 멍해진다. 공포감이 밀려온다. 자신이 몸과 분리되는 느낌이다. 」


위와 같은 증상은  외상적 사건에 노출되어   나타나는 스트레스 장애의 한 예이다. 

외상사건(traumatic event)이란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이나 심각한 상해, 또는 개인의 신체적 안녕을 위협하는 사건을 본인이 직접 경험하거나, 타인에게서 발생한 것을 목격하는 경험을 의미한다. 

외상사건에는 △지진,태풍등의 자연재해 △비행기, 선박, 자동차등과 같은 사고성 사건 △ 폭력, 살인과 같은 인위적 사건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고는 강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되고, 즉각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을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로 발전이 된다고 지적한다. 

세월호 참사는 이제 세월호 생존자들의 이와 같은 심리적 위기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때이다. 일상적인 범위 밖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건에 노출된 생존자들은 개인의  일상적인 대처 및 문제해결 능력이  붕괴될 위험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  그들의 스트레스 대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 PTSD

외상사건에 직면한 경우의 임상 양상은 위협적이었던 사고에 대한 반복적 회상이나 악몽에 시달리는 등의 외상경험의 再경험이다. 이러한  플래시백은 우울, 불안, 일상생활에 대한 집중곤란, 흥미상실, 대인관계에서 무관심, 멍청한 태도, 짜증, 놀람, 수면장애등의 증세를 보인다. 

이러한 증상은 지킬과 하이드에서 발견되는 해리증상, 공황발작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적절한 심리치유가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무기력과 멍함으로 삶의 의욕을 잃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수동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어 미래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불안과 공포가 가족으로 전이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피해자의 마음을 닫고 얼어붙게 하여, 가족 등과의 관계의 벽을 쌓아올린다. 그 결과  상호 불신의 골이 깊어지게 되고, 가족들도 피해자의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받게 되어, 피해자의 증상의 일부를 공유하게 된다. 


◆ 치유 과정 

인생의 의미와 믿음을 발견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게하는  PTSD의 치유는 삶의 복원을 위해 긴급히 그리고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심리 전문가들이  정리한 치유작업에 열심히 노력함으로써 도달하게 되는  A~Z 과정은 다음과 같다. 

-무서운 어떤 일이 나에게 일어났고 그것은 그저 상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외상의 생존자라는 사실에 화가 난다. 

-신과 권력자등 외상의 가해자에게 심한 분노를 느낀다. 

-가족 이외의 지지자들에게 나의 외상 경험에 대해 상의한 적이 있다.

-나의 외상경험을 가족 구성원들과 상의한 적이 있다.

-외상적 사건을 겪은 동안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의 일부를 재경험했고, 그와 관련된 감정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그 사건은 나의 잘못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과 관련한 개인적인 책임감 같은 쓸데없는 죄책감을 버리기 시작했다. 

-나는 외상 당시에 내가 할 수 있었던 가장 최상의 방법으로 적절하게 행동했다는 것을 안다.(적절하지 않았던 것은 외상적 사건 바로 그것이다.) 

-외상적 사건들이 나의 현재 대인관계와 행동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외상적 사건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나의 삶과 나 자신의 어떤 측면들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친밀한 대인관계를 맺고 있다. 

-나는 긍정적인 자아감을 가지고 있으며 나의 자존감은 계속 향상되고 있다.

-나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었던 사람들을 용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했다. 

-용서함으로써 나 자신의 내적인 힘을 되찾고 있는 중이다. 

-나의 분노 감정을 잘 인식하고 있고 더 이상 그것에 의해 지배당하지 않는다.

-나의 영적인 힘에 대해 긍정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러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감에 따라 외상경험의 치유가 이루어지게 된다. 


◆ 외상 대처는 어떻게?

개인의 심리적 위기 상황인 외상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외상에 노출된 이들은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려는 노력으로써 적극적으로 부딪혀 해결하는 ‘대처’에 집중해야 한다고 심리전문가들은 조언한다.  

Folkman과 Lazarus는 대처방식을 문제 중심적 대처, 사회적 지지 추구 대처,  소망적 대처, 정서 중심적 대처 등으로 구분하였다. 

이중 문제 중심적 대처, 사회적 지지 추구 대처를 적극적 대처로, 소망적 대처, 정서 중심적 대처를 소극적 대처로 구분하였다. 

문제 중심적 대처는 개인이 문제가 되는 행동을 변화시키거나 환경적 조건을 변화시키는 방식이다. 자기효능감이 높다면 능동적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사회적 추구 대처는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의논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주위의 자신의 지지자들과 함께 문제를 토의하고 그들의 조력을 받는 것이다.  

정서 중심적 대처는 PTSD등,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된 불안이나 초조등의 정서적 고통을 술이나 약물로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말한다. 이 방식은 현실을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자기 기만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소망적 대처는 자신이 원하는 감정이나 사고를 내부로 투여하는 대처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대처에 있어서 문제 중심적 대처, 사회적 지지 추구 대처등의 적극적 대처 방식은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었으나, 소극적 대처는 문제 해결에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 사회적 지지 

상처받는 이들이 보호받고 사랑받으며, 존중되고 가치를 인정받고, 어떤 관계 속에 있다는 신념을 갖게 해주기 위해서는 이처럼 사회적 지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사회적 관계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지지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 돌봐주고 사랑하고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사람의 존재 또는 이용 가능성”이라고 설명된다.  여기서의 지지자들은 가족, 동료, 심리상담사, 그리고 사회 구성원등이다. 

사회적 지지는 하위구성으로 물질적 지지, 정보적 지지, 정서적 지지, 평가적 지지등이 있다. 

정보적 지지는 문제해결, 의사결정, 적응, 위기등의 상황에서 제공되는 충고, 조언, 지도를 말한다. 심리상담사와의 심리치료가 이에 해당된다. 

물질적 지지는 경제적, 물질적 지원, 시간, 돈, 물건, 노동 등이 포함된다.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제공되는 국민적 지원이 이에 해당된다. 

정서적 지지는 개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존경, 애정, 신뢰, 관심을 보이는 행위이다. 이는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효과적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자기효능감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 자신감을 의미한다. 자기효능감이 높을수록 심리치료에서 긍정적 감정관계를 형성하여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력의 양을 더 많이 투자하여 인내하며 스트레스 상황을 극복하려 한다. 

지지자가 ‘너는 이 일을 할 수가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었어.’ 라고 확신시켜 줄 때 자신감은 더 커진다. 피그말리온 효과와 유사하다. 피그말리온이 자신이 조각한 아름다운 조각상이  사람이 되기를 갈망하자 조각상이 여인으로 바뀌었다. 기대와 신뢰를 기초로 하는  정서적 지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 세월호 생존자들에게 지속적인 사회적 지지 필요 

위기적 상황에서 탈출하였으나 외상적 사건으로 PTSD의 위험에 직면한 세월호 생존자들은 생존자의 죄책감과 사고의 고통으로 고통받고 있다. 또한 세상이 친절하지도, 선하지도 않는 사실에 그들은 안정감을 상실하고 심리적 늪에 빠져있다. 

그들의 고통은  거짓과 위선의 사회를  조장한 우리들  전체가 짊어져야 하는 멍에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긍정적 자아감, 긍정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회복 할 때 까지 우리 사회전체가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죄송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