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영

[영화 속의 경영이야기: 겨울왕국] 조하리의 창과 Blake와 Mouton의 갈등관리방식 : 그들아닌 우리로

“괴물이다.” 엘사공주의 손에서 얼음마법이 나온다. 그녀가 분수대에 손을 대자 분수대에서 뿜어 나오던 물들이 순식간에 얼음덩이로 변한다. 

그렇게 감추고 싶고 그래서 격리되어 살아왔던 엘사공주의 비밀이  철없는 동생 안나의 실수로 세상사람들에게 드러나게 되었다. 

엘사의 선택은 단 하나. 궁궐을 떠나  괴물이라는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외딴 곳에서 홀로 살아가는 것이다. 

엘사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궁궐에서 도망친다. 그리고 높은 산 꼭대기에 얼음궁전을 짓고 엘사는 마침내 자유를 만끽한다.

그리고 그녀는 <let it go>를 노래 부른다. 

「오늘밤, 눈이 하얗게 산위에 덮여 빛나네. 발자국 하나도 보이질 않아. 고립의 왕국, 내가 여왕인 것 같아.   

바람이 내안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네.  더 이상 그것을 내안에 숨겨둘 수 없어. 하늘은 알거야 내가 노력한 것을. 

그들을 받아들이지마. 그들이 보도록 해서는 안돼. 착한 소녀가 되어야해. 

숨겨야해, 느끼지마, 그들이 알아서는 안돼. 하지만 그들은 알게 되었네.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어. 그냥 내버려둬. 그냥 내버려둬 

돌아서서 쾅 문을 닫아버려. 그들이 뭐라 말해도 난 관심 없어. 폭풍아 몰아쳐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겨울처럼 차갑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폭발하고, ‘우리 관계’가 아닌 ‘그들 관계’가 노출되어,  누군가를 괴물로 낙인찍고 소외시킨다. 

‘우리관계’란 같은 시대, 같은 조직에서 생활하고 몸을 담고  같은 공동운명체라고 인식하는 관계이다. ‘그들 관계’란 같은 조직에 몸을 담고 있지만 공동운명체로 깨닫기는 커녕, 그 ‘괴물’을 멀리하고 소외시킨다. 

여기서의 괴물은 무시무시한 도깨비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힘없는 약자들이다. 육체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자들,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자들, 뒷 배경이 없는 자들이다. 힘 있는 자들의 눈에는 힘없는 자들은 괴물이다.


개인 간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는 모델의 하나가 조하리의 창이다.조하리의 창은 인간관계를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한다. 자기 자신을 자신이 잘 알고 있으나 타인은 이를 알지 못하고 있는 비밀영역(unhidden area),  자시자신은 자신을 모르나 타인은 잘 알고 있는 맹인영역(blind area), 자기 자신을 자신은  모르고 타인도 모르는 영역 (unknown area), 자기 자신도 알고 타인도 아는 공개영역 (open area)등이다.  



 이 세상의 ‘괴물’은 ‘비밀영역’을 구축한다. 자신에게는 잘 알려져 있으나 타인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은 비밀영역에 침잠해 있다.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면 가차없이 공격의 화살이 날아오기 때문이다. 엘사도 얼음마법을 드러내지 않기위해 ‘비밀 영역속’에서 20세까지 격리의 삶을 살아간다. 


◆ 엘사의 갈등처리 : 회피
 
그녀의 마법의 비밀이 폭로되자 괴물이라는 오명과 비난을 감당하지 못해  엘사는 겨울왕국에서  나 홀로 살아간다. 그녀의 이러한 의사결정은  일종의 회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주위의 배타와 따돌림에서 비롯된 자기 방어일 뿐이다. 

갈등의 처리방식은  (타인에 대한 관심 A, 자신에 대한 관심 B)을 각각 x축과 y축에 두고 이를 조합하여 5가지의 측면을 구성한다. 

(A 小, B 大) 경쟁,  (A 소 ,B 소) 회피, 
(A 대, B 소) 수용,  (A 대, B 대) 협동, (A 중, B 중) 절충과 타협

회피현상은  자기주장이 약해지면서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더더욱 멀어지는 현상이다. 엘사가 부른 <let it go>에서  “let it go 그냥 내버려둬. 그냥 내버려둬”라며 “돌아서서 쾅 문을 닫아버려. 그들이 뭐라 말해도 난 관심없어. 폭풍아 몰아쳐라”라고 겨울로 변한 왕국에 대해 한줌의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바람직한 갈등해소 형태인 서로 상대방의 관심사를 만족시키기 원하는 상호이익과 협동은 엘사에게는 느낄 수 없다.


◆ 안나의 갈등처리 방식 : 협동과 대면 회합 방식

관계의 개선은 ‘그들 관계’를 ‘우리 관계’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파괴하려는 공공연한 행동, 물리적 공격, 협박, 공격적인 비난, 사소한 의견이나 오해등에서  괴물이 아닌 한 인격체로서의 존중과 인정으로 그들을  울타리안으로 품고 보듬고 가야한다. 

Blake와 Mouton은 5가지 갈등 관리방식을 제시한다. (x,y)축에 각각 (생산에 대한 관심, 사람에 대한 관심)을 두고, 이들을 조합한다. 그 결과 각각의  축 별로 9개의 척도로 구분하고, x와 y를 조합하여 81개의 격자를 구성한다.  

(1,1)형은 회피, (1,9)형은 완화,   (9,1)형은 강제,  (9,9)형은 대면회합 혹은 협동, (5,5)형은 타협형이다.



강제는 생산에 대한 높은 관심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낮은 방식으로, 갈등을  달성의 장애물로 보고 즉시 처리되어야한다고 지각한다. 

완화는 생산에 대한 관심을 희생시키더라도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는 스타일로 갈등은 회피되어야한다고 것이다. 

최고의 갈등해소 방식은 대면회합인 (9,9)형이다. 생산과 사람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다. 갈등을 공개적으로 논의하여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한다. 

이 대면회합 협동방식은 얼어 붙은 왕국을 떠난 언니를 찾아가는 동생 안나의 갈등해소 방식이다.  언니 엘사의 마법으로  겨울이 된 아란델 왕국을 여름으로 돌려 놓겠다는 생산의 관심과 언니와의 관계를 회복하여 서로의 애정을 회복시키겠다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안나는  동시에 품고 있었다. 

엘사의 이러한 노력은  어떠한 변동에도 유연히 반응 할 수 있는 강자가 비탄력적으로 상황에 대응할 수 없는 약자를 배격하는 세상이 아닌,   우리 모두가 공동운명체라는 확신을 품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엘사와 아란델 백성과의 아름다운 동거를 안나는 꿈꾸는 것이다. 

또한 언니와 어린 시절 눈사람을 만들며 행복하게 살아왔던 과거의 사랑스런  관계를 회복시키겠다는 소박한 희망을 가슴에 품었다.


◆ 공개영역과 true love 

마침내 겨울의 왕국에서 언니를 만난 안나는 언니에게 마법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나 엘사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이 와중에 언니의 얼음마법이 안나의 가슴을 치고 한나의 심장은 얼어 붙기 시작한다. 

안나의 거시적이며 동시에 미시적인 이 소망들은  결국 조각조각 부서져 버리는 걸까?  이 해결책은 돌요정들의 합창 <Fixer-upper>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의 길에 사랑을 던져봐, 그러면 그들은 최고의 것을 발휘할 거야. 참된 사랑은 그들로 하여금 최상을 만들어내지, 

모든 사람은 낡은 집 같아. 수선이 필요하지. 

아빠, 자매, 형제, 우린 서로를 일으켜 세워 힘을 북돋워 주어야 해.  모두는 낡은 집 같이 수선이 필요해. 하지만 낡은 집을 수선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수선자는 true,  true,  true, love이야.」 

이 노랫말은 안나의 희생을 은유하고 있다. 

맹목적으로 사랑했던 한스가 언니를 처형하고 아란델을 소유하려는 음모를 깨달은 안나는 한스가 칼로 언니를 죽이려는 순간, 안나가 두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한스의 칼을 온몸으로 받는다. 그리고 얼음이 된 안나에 부딪힌 칼은 조각이 난다. 

그런데 얼음이 된 안나, 언니를 위해 희생한 안나를 껴안고 엘사가 흐느낄 때, 안나는 얼음에서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고 아란델은 겨울에서 여름으로 돌아온다. 

안나의 소망은 이제 이루어졌다. 안나의 진실한 사랑과 희생이 왕국을 구하고 언니를 구하고, 모든 관계를 회복시켰다. 이제 ‘그들’이 아닌, 모두가 ‘우리’가 된 것이다. 

언니는 어떻게 이러한 저주의 마법을 풀 수 있었을까? 이것은  안나의 조하리창으로 설명된다. 안나는 자신의  사랑과 희생을 품고 있다. 하지만 언니는 안나의 언니에 대한 사랑을  모른다. ‘비밀영역’인 것이다. 하지만 안나의 희생으로 언니도 안나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결국 '비밀영역'이 '공개영역'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질적 변화는 ‘공개영역’을 확대하는 것이고, 나도 알고 상대도 알게 하기  위해서 그 매개로서  누군가의 사랑과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이제  이른바 ‘괴물’엘사와 아란델 백성들의  행복한  동거가 이루어진다.   누구를 질책하고 손가락질하며, 심지어 폭력을 행사는 ‘그들’의 사회가 아니라, 함께 우리가 되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모두의 한바탕의 잔치가 시작된 거다.  

또한 엘사와 안나는  서로의 애정을 확인함으로서 불신과 회피대신 협동과 믿음의 관계가 회복되었다. 

이제 겨울왕국은 여름 왕국으로 다시 출발이다. 눈사람 올라프도 자신만의 구름 밑에서 여름을 즐기는, ‘트루 러브’의 여름 왕국이 시작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