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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드워드 호퍼의 소외, 소통의 단절, 고독에 관한 고발

에드워드 호퍼 작품속의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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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에서는 밤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바삐 활동하고, 야심한 카페도 불을 밝힌 채 찻잔을 기울이는 남녀를 맞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심지어 나란히 앉은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사이에서도 아무런 정서적 교감이 없다. 모두 자기의 고독만 씹고 있다. 그 핵분열적 고립과 소외의 극한을 보여준다.

 

에드워드 호퍼가 시도했던 회화적 기법들은 현대인이 느끼는 소외감과 주변상황과의 분리, 타인과의 단절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대도시의 한쪽 구석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삶의 체험이 깔려있고 불안한 생활에서 오는 비애를 담고 있다. 그들도 ‘안녕하지못했던’것이다.

 

▣ 호퍼작품들의 특징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고립된 익명의 이방인들이며 일시적인 사람들이다. 이 인물들은 현대의 개인의 고독과 소외를  드러내고 있다.

 

대표하는 일반적인 단어는 외로움, 소외감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산업화된 도시로부터, 일상의 타인으로부터, 혹은 그 자신 스스로에게서 분리되어 있고 소외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만의 생각에 몰두하고 있으며 주변으로부터 자신을 떨어뜨려 놓는다.

 

호퍼의 작품이 그러한 관점에서 당대의 삶에 대한 현실 직시적인 태도에 초점을 맞추어갔다. 

 

역사상 뛰어난 작품은 시대의 산물인 동시에 그 시대를 반영하게 된다. 예술의 역할은 단지 예술을 위한 예술에 머무르거나 극단적인 부정과 허무주의 속에서 그 긍정적 역할마저 망각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호퍼는 달랐다. 당대의 현실 속에서 예술의 실제적인 역할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여 그 시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었다. 그는  이 시대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시대의 반성을  촉구하였다.

 

 

▣ 시대배경과 호퍼의 도전

 

미국은 19세기에 풍부한 자원과 프론티어 정신으로 세계제일의 공업국으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1929년의 경제공황은  경제적 사회적 위기게 직면하게되고, 이 불확실한 현실에서 사람들은 시대에 대한 환멸과 반항, 냉소, 허무의 감정들을 갖게 되었다.

 

1908년에 여덟 화가들은 감상성이라는  의미를 띤 예쁜 그림들에 대항하여,  ‘Ash can school'을 결성하여, 미국적이며 토착적인 정경을 인간의 내면성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Ash Can School, 쓰레기통 화파는  대도시의 초라한 일상을 주제를로 삼아, 쓰레기통을 도시 삶의 추한 리얼리티를 표현하기위한 은유로 사용하였다.

 

에드워드 호퍼는 그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는 인간소외를 드러내는 방법은 인간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농업환경이 주를 이루던 시대에는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하였지만, 산업화 시대에는 더 이상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인간이 기계 문명속에서 하나의 부속품과 같이 통제되고 제어 받는 수단이 된다 . 인간소외의 출발이다.

 

1930년대는 미국이 경제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던 시기이다. 사회적으로 Taylor의 과학적 관리론의 대두하면서 산업적, 경제적으로 극대화된 능률성을 올리게 되지만 인간의 소외 현상은 심화된다. 또한 심각한 빈부의 격차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도시는 더 이상 경쾌한 즐거운 공간이 아니고 어둡고 경직된 모습으로 변모한다.

 

그는 냉혹하고 경험적인 실상을 달콤하고 현혹적인 이미지로 변화시키는 미국적인 시도를 거부하고, 황량하고 거대한 도시와 그 도시에 묻혀 존재감을 상실해가는 인간을 대비시켜 인물들의 고독감을 증대시킨다. 거대해진 도시에 의해 내몰아진 작고 힘없는 인간의 모습을 포착함으로서 인간 존재에 있어서의 문제를 제시한 것이다.


 

▣ 소외의 상태와 호퍼 작품과의 상관관계

 

현대적 개념의 소외는 「조직이나 집단의 구조적 제약으로 자신의 문제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고 느끼는 무력감, 목적과 수단의 괴리에 기인된 심리적 갈등인 아미노, 사회적으로 수용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움에서 오는 고립감, 실체적  합리성을 외면하고 목적합리성을 숭상하는 무의미성,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느끼는 자아이탈」등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러한 개별적인 소외의 개념에 대응하는 호퍼의 작품표현을 연결시켜, 소외의 이해와 그 깊이를 탐구해본다. 이러한 진지한 탐구를 통해서만  대안의 모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무력감 powerlessness:
그 자신의 행위가 행위에 대한 보상이 생기도록 자신이 통제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다. 그 통제력은 외부적 힘, 강력한 타인, 행운, 혹은 운명에 맡겨져 있다. 자신의 힘은 통제력에서 벗어나 있다.

 

 

<일요일>
이 작품 속 인물은 현대도시의 부수적인 존재로서 재현된다. 무기력하게 팔을 끼고 앉은 그는 잘 짜여진 구도 내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배경건물에서 내려오는 수직선은 남자의 조끼를 따라서 연결된다. 화면의 인물이 배경건물의 부속품과 같음을 강조하고 있다.

 

화면전체를 지배하는 색조는 밝다. 그러나 그의 색조에는 다른 작가들에게서 보여지는 온기가 없다.

 

2차원의 한부분이 되어, 그는 어느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없다. 인간은 더 이상 물질문명 시대에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불필요한 존재이고 나아가 제거되어야 할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 무의미성 meaninglessness :
 

사회가 목적의 효율적인 실현만을 추구하고, 그 가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외면하는 시대사조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에 대해 명석하게 대처할 수 있는 행위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의 진행을 예측 할 수 없고 만족할만한 결과를 예측 할 수 없다.

 

 

<자율식당>

당시 현대 기계문명의 진보와 발전의 상징인 패스트푸드를 파는   인기 있고 분주한 카페테리아를 무시무시 할 정도로 정적만이 있는 공간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그 속에 단 한 사람만이 등장하는 텅 빈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유리창은 외부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식당 안에 켜진 전등의 행렬만을 되비치고 있다. 이를 통해 탈 인간화로 가져온 자동화의 허상을 보여준다. 이 여성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 위치에서 언제 소외될지 모르는 상황에 불안해 하고 있음을 그녀의 의기소침하고 피곤해하는 얼굴에서 찾을 수 있다.


 

◆ 무규범성 normalessness

 Emile Durkheim의 아노미의 서술이다. 전통적 윤리규범은 빠른 속도로 붕괴되는데, 개인의 행동을 규제하는 사회적 규범이 붕괴되었거나, 행위의 법칙으로서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한다.

 

Merton은  현대인의 심리적 갈등은 이질적 윤리규범이 섞여있기 때문이라기보다, 문화적 목표와 제도화된 수단의 괴리에 기인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릴때부터 아이들은 경제적 성과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문화적 가치를 내면화하면서 성장한다. 그러나 경제적 성과에 이르는 제도적 수단, 즉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평등하지 않다.  이와 같이 그는 문화적으로 강조되는 목표와 제도화된 수단의 괴리를 아노미적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목표와 수단의 괴리에 기인된 심리적 갈등인 아노미가 현대인이 느끼는 지배적 소외형태라는 것이다.

 

 

<맨해탄 브리지 루프>

거대한 도시의 구조물과는 대조적으로 인물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진다. 화면 가장자리의 그림자에 묻혀서 재현된 인물은 기술문명과 진보의 상징으로 제시된 육중한 다리와 비교되면서 인간의 존재감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큰 다리에 묻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인물은 도시에서 소외되고 혼자 떨어져 외로운 느낌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는 그의 목표과 수단의 괴리 앞에 더욱 작아지고 초라해진다.

 

◆가치상의 고립감 isolation

 

이는 자기가 소속된 집단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기위해 스스로 자초한 고립이다.  끝없는 부의 축적이자 경제적 성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화적 가치를 거부하는 경우, 즉 사회에서 친숙하게 만연되어있는 가치에 대한 개인의 거부를 말한다. 지식인이나 작가 예술가들의 통용되는 가치에 대한 거부를 말한다.

 

<주유소> <뉴욕영화관>

 

이 작품의 주유소는 우리에게  친숙한 주유소와의 경험과는 상이한 모습이다. 이 작품에는  기존의 주유소가 지닌 분주함이 제거된 다소 섬뜩하리 만치 한적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 주요소는 황혼의 시골길에 혼자일 때 느끼는  불안감을 환기시킨다. 이 그림에서 인물은 명백히 고립되어 있다.  밤이 찾아오고  모든 번잡함과 소음은 일시에 차단되고 주유소의 주인은 홀로 남게 된다.


그의 행동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기름을 넣는다 해도 주변에 자동차가 들어 올만한 공간이 없다. 이를 통해 주요소가 가져왔던 씩씩한 인물도, 차도 없으며 오로지 황량함 뿐이다.

 

 

 

 

영화관 역시 친숙한 도시의 풍물이다. 호퍼는 이러한 친숙한 도시의 풍물들에 항상 잠재하고 있는 소원함을 날카롭게 찾아내어 그러한 풍경의 친숙함을 비껴서서 적막과 공허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영화에 몰두하고 있는 관객들과 외따로이 떨어져 자신만의 생각에 몰두하고 있는 안내윈의 모습은 친숙한 영화관이란 공간속에서 생소한 이미지를 지닌 존재이다.

 

 

◆자기 이탈 self estrangement

 

프롬처럼 스스로를 이방인으로서 경험하는 유형. 현대인은 그 자체로서 존엄한 목적적 존재이어야 하는 본연의 모습에서 이탈하여 도구적 존재로 전락한다. 서로를  서로의 도구로서 이용하려는 숨은 기도이다,

 

 

<뉴욕의 사무실>

사무실 한 벽면이 유리로 되어있는 공간은 그 투시성으로 인하여 개인의 사적공간을 제거시키고, 내부, 외부를 가시적 공간으로 만든다. 사무실의 설계자들은 벽을 제거함으로써 사무능률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하루종이 서로 볼 수 있도록 노출되면 잡담이 줄어들게 되고 자기일에 더울 열중하게 된다.

 

누구든지 서로를 감시하게 되는 경우에는 사교성이 감소하고, 침묵만이 자신을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 감시와 통제가 만연화 된 사무실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개인에 대한 신념은 사라지고 감시와 통제만이 남은 왜곡된 이미지만이 남는다.


 

◆사회적고립 social isolation
 
지배집단으로부터의 분리, 집단의 기준으로부터의 고립이라는 감정이다.
고독감, 거부, 거절의 감정이다.

 

 

 

<호텔창문>
호퍼가 인간의 소외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탐구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여성이 창문 밖 어느 지점을 응시하는지 또는 개인적 상념에 잠겨 있는 건지 확실하지 않으나, 창문 너머 바깥 풍경은 죽은 공간내지 연극무대와도 같은 인상이다. 거리에는 조명이 거의 없고 길 건너에 있을 법한 집들도 보이지 않는다.  여성의 자세가 굳어있고 흘러내린 망토는 어딘가 어색한 모습으로 바람에 의해 부풀어 있는 듯하며 이는 그녀의 내적긴장감 과 외로움을 표출하고 있다.

 


 

<카페안의 햇빛>
대낮의 환한 빛 가운데 실내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장면이 연출되어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여성은 무엇인가에 몰두하고 있과 창문너머로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굳은 표정의 남성은 질서정연한 구도속에서 대립되고 있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좌석열차>
인간의 고독한 심리에 대한 호퍼의 탐구는 좌석열차에서도 엿보인다. 높은 천장, 닫힌 창문,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눈부신 햇빛이 어우러진 객실 실내는 지나치게 커 보인다. 의자들 또한 사람들의 체격에 비해 버겁다.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지만, 그 응시는 결코 만남으로 이어질 수없다. 그들은 모두 자기만의 의자에 붙박힌 영원한  타인들인 것이다. 


 

결국  ‘조직이나 집단의 구조적 제약으로 자신의 문제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고 느끼는 무력감, 목적과 수단의 괴리에 기인된 심리적 갈등인 아미노, 사회적으로 수용되기를 기대하기 어렵하는 데서 오는 고립감, 실체적  합리성을 외면하고 목적합리성을 숭상하는 무의미성,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느끼는 자아이탈, 사회적 고립감등’의 소외감과 불통을 호퍼는 극적으로 묘사하였고, 관객들로 하여금 시대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품도록 한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13점을 소재로 한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이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