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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속의 경영이야기] 영화<사랑해 진영아> 를 통해 본 '자기효능감 이론'

 

“야! 김진영! 너 또 내 옷 입어?” 라는 이복동생으로부터의  압박과 설움 속에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신세.

 

이복동생에게 엄마의 사랑을 모두 빼앗겨 엄마를 애달프게 그리워하는 아이.

 

오로지 한길 좀비에 빠져, 좀비를 소재로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우리의 진영.

 

“인생이 팔십까지 라고 봤을 때, 아직 절반도 돌지 않은”그녀의 유일한 자산인 젊음도 조금도 나아 보이질 않는 그녀의 현실에 시들어가고 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생리적 욕구, 가족과의 부대낌 속에 살 냄새를 느끼며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 자신의 자아를 꿈의  실현을 통해  성장시키고자 하는 욕구.

 

인간의 이 기본적 세가지 욕구 중 어느 하나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진영은   당당함에서 점점 무기력으로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마치 ‘잉여인간’의  혼돈과 답답함처럼...

 

‘남아도는 인간’. 진영에게는 세상에 태어나서 세계의 한 모퉁이를 책임지겠다는 야무진 포부대신, 경쟁에서 밀려 뒤쳐져 버린 듯한  무기력과 소외감이 서서히 밀려온다.

 

자신의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하고, 주변의 문제까지 함께 품어주는  주체로서의 변환에 대한  소망은 한낱 신기루일까?

 

Albert Bandura의 ‘자기효능감이론’(self-efficacy theory)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될지 모른다.

 

‘자기효능감이론’은 개인이 특정상황에서 일을 수행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어진다. 자신감과 해낼 수 있다는 활력이 넘친다.  자기효능감이 부족한 경우에는 곤경에서 쉽게 좌절하고 노력의 투입을 낮추지만, 자기효능감이 높다면 자신의 실패를 피드백하고 실패와 목표와의 간극을 좁혀 보기 위한 열정에 가득 찬다. 그래서 남아도는 사람이 아닌 삶의 주도자로 위치 매김한다.

 

Bandura는 자기효능감 문제는  충분히 학습으로 해결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능동적 수련, 대리학습, 언어적 소통(피그말리온 효과)등을 자기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한다.  덧붙여 사랑의 회복도 자기효능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이 된다.


 

#능동적 수련

 

자기효능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자신에 주어진 일에 반복적으로 경험을 쌓는 것이다. 일의 반복성은 동일한 일의 숙련도를 높이고 단위당 시간과 원가를 낮추게 된다. 비선형의  오목한 형태의 학습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생산성의 제고는 그 일에 대한 자신감과 앞날의 확신을 심어준다.

 

진영은 어릴 적 부터 좀비의 매력에 빠져 좀비의 환상과 함께 살아간다. 시나리오의 소재도 줄기차게 좀비이다. 연필로 써낸 좀비 시나리오는 영화 제작자로부터 퇴짜 맞기 일쑤이고, 늘게 된 건 예술적인 연필깎기 실력이다.  그래서 진영이는 “연필깎는 것만 봉준호”이다.

 

하지만 주위의 무시에도 좀비를 배신하지 않고, 좀비와 살고 좀비를 쓴다. 결국 진부한 소재의 시나리오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될 수 있게 된다.


 

#모델을 통한 대리학습

 

다른 누군가가 과업을 수행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자신도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땅콩이라는 별명이 붙은 미국여자골프 LPGA의 김미연 선수가 LPGA의 한 경기에서 우승한 후의 소감이 인상적이다. “세리가 US오픈에 우승한 후, 나도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김미연은 LPGA에서 활약하기 전에 박세리와 국내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골프를 이끌었다.

 

진영의 대리학습의 모델은 누구일까? 다름 아닌 진영을 물심양면 걱정해주고 있는 장난기 심했던 학교선배 황태일이다. 그는 현재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소맥을 만들어 줄 정도의 유명 감독이다. 같은 학교선배가 거장 쿠엔틴의 친구라니...

 

자기효능감 이론은 관찰대상인 모델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일 때 대리학습의 효과가 커진다고 한다. 진영은 학교선배 황태일의 성공을 목도하고,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던  잠재력을  끌어 올렸음에 분명하다. 드디어 진영의 머리속에 상상력의 나래가 펼쳐진다.

 

#언어적 습득

 

누군가가 우리에게 ‘너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었어’라고 확신시켜 줄 때 자신감은 더 커진다. 이는 피그말리온 효과와 유사하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가득 찬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자신만이 사랑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미인을 조각한 후, 그 조각이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 조각상은 실제 여인으로 바뀐다.

 

이는 자기 충족적 예언, 혹은 ‘로젠탈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초등학교의 교사가  평범한 아이들에게 ‘너는 지능지수가 높으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야’라고 믿음을 심어주면, 그 아이들은 그 기대에 부응하여 정말 성적이 높아진다고 한다. 기대와 격려가 갖는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선배 황태일이  진영에게 그 초등학교 교사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진영의 좀비 시나리오를 읽고, 진영을 칭찬하고 작품을 같이 하자고 격려한다. 물론 태일의 진영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섬세한 배려와 격려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진영은 영화 말미에 거장 쿠엔틴 티란티노의 친구인 황태일감독과 영화를 찍게 된다.


 

#사랑의 회복

 

진영에게 자신감과 활력을 불어 넣어 준  결정적 힘은 사랑의 회복이었다.  Maslow가 관계 욕구가 충족되면 자기실현의 욕구로 한 단계 상승하게 된다고 한 주장과 일맥 상통한다.

 

진영은 동생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느끼고, 이는 계모가 이복동생에게 일방적으로 사랑과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 고급 옷과 신발을 신어 온 동생은 엄마가 손수 뜨개질 해 진영에게 입힌 빨간 스웨터가 진정 엄마의 사랑이었음을 알고 있다. 동생은  엄마가 진영의 생모임을 진작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진영이가 모두 알게 된 후 그녀는 모든 박탈감과 소외감에서 벗어나 사랑의 회복을 체험한다. 관계의 회복이 어둠의 동굴에서 빛으로 나아오게 된 결정적 동인이 된다.  마침내 진영은 자신의 꿈과 자아를 찾기 위한  상승계단에  오른다.  

 

진영은 시나리오 작가로서 황태일과  좀비 영화를  찍게 되고, 옛날 가족이 살던 옛집으로 돌아간다. 진영은 이제 잉여인간이라는 자학에서 벗어나, 자신감에 가득찬 소중한 존재로 성장하게 된다.

 

이제 우리 모두 진영이를 이렇게 부른다 “사랑해! 진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