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조항은 국가의 규제와 조정을 정당화합니다. 이러한 국가의 개입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 할 수 있어, 개인의 사적자치와 국가의 개입 간의 충돌, 또는 자유와 자유의 제한 사이의 대립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이해대립은 헌법 제119조의 해석 논쟁으로 연결됩니다.
◆헌법 제119조 제1항과 제2항의 관계에 대한 해석
헌법 제119조 해석 논쟁은 제1항과 제2항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논란입니다.
이는 경제상의 자유를 존중하여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제1항과 경제상의 실질적 평등을 이루기 위해 기본권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제2항이 이해충돌적인 요소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1항과 제2항의 관계에 대한 해석은 다양한데, 크게 ①양자를 원칙과 예외로 규정하여 다시 이를 1항 우위론과 2항 우위론으로 구분하는 견해 ②양자를 양립하는 동등조항으로 보는 견해로 구분됩니다.
◆제119조 제 2항 우위론
우선 국가의 개입과 실질적 평등을 명시하는 2항 우위의 관점은 제헌헌법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제헌헌법 제84조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의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라고 명시하여, 사회정의와 평등이 개인의 기본권보다 우위에 서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처럼 제헌헌법은 개인의 자유보다 경제적 균등의 실현을 보다 강조한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회주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북한과 체제경쟁을 벌이고 있는 당시 政勢에 비추어 볼 때, 자유를 평등의 한계에 가두는 헌법 내용이 구체화 된 것은 하등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와 제119조 제1항 우위론
현행 헌법의 제119조 해석에 있어, 1항 우위의 견해가 통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즉 제1항에서는 우선적으로 경제상의 개인의 기본권을 선언하고, 제 2항에서는 예외적으로 경제영역에서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국가 개입을 표방한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일반론으로 수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지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논리와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경제구조에 따른 경제운용의 방식이라 할 수 있는 경제 질서는 크게 자유로운 경쟁과 시장을 기본으로 하는 자유시장 경제 질서와 생산수단의 국유화와 국가의 주도하에 계획과 조정을 중심으로 하는 계획경제 질서로 구분됩니다.
이러한 양극단의 경제 질서 사이에, 수정자본주의의 원리인 사회적 시장경제질서가 위치합니다.
우리나라의 다수 학자들과 헌재의 일부 판례들은 우리나라의 헌법상 결제질서를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 보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다음과 같이 정의내립니다.
“우리나라의 헌법상 경제 질서는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자유시장 경제 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모순들을 제거하고 사회복지·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헌재 1996, 4.25, 92헌바47)
이처럼 우리나라의 헌법상 경제 질서는 자유시장 경제를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실질적 평등을 이루기 위해 국가가 규제와 조정을 담당하는 (사회국가의 요소를 추가한) 경제체제로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견해에 비추어 볼 때, 헌법상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헌법 제119조의 해석논쟁에서 제1항 우위론과 논지를 나란히 합니다. 헌법 제119조의 해석에 있어 제1항 원칙론이 통설로 수용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제1항과 제2항의 균등론
이에 반하여 제1항과 제2항의 관계에서 양 조항들이 서로 양립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는 경제 질서의 관점에 보자면, 우리나라의 경제 질서를 혼합경제질서로 파악하는 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의 한 판례가 이 주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영업제한과 관련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2015 11.19. 선고2015두295) ‘개인의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의 존중’이라는 기본원칙과 ‘경제의 민주화등 헌법이 직접 규정하는 특정 목적을 위한 국가의 규제와 조정의 허용’이라는 실천 원리로 구성되고, 어느 한쪽이 우월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견해에 근거하면, 헌법 제119조 제1항의 개인의 경제상의 자유는 개인의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자유라기보다 실질적 자유를 의미합니다. 또한 제2항은 1항에서 의미하는 실질적 자유를 누리기 위한 조건을 마련해 주어야 할 국가의 목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신현탁외)
따라서 국가의 개입은 보충적 요소가 아니라 그 자체로 정당성이 부여됩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의 해석 논쟁 :경제조항의 제37조 제2항 후단의 적용여부
헌법 제119조 제1항과 제2항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은 궁극적으로 제37조 제2항 후단의 논쟁으로 연결됩니다.
제 119조 1항(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은 제 37조 1항(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을 경제의 관점에서 구체화한 조항으로 이해되어집니다.
또한 제23조 1항(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은 제119조 1항을 재산권의 관점에서 접근한 조항입니다.
이러한 개인의 기본권, 특히 경제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들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면,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제한 뿐만 아니라, 후단에 이와 충돌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즉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후단에는 “····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경제조항의 제37조 제2항 후단의 적용여부를 두고 헌법학자간의 다툼이 있습니다.
이 논쟁의 핵심은 ‘경제규제 법률등은 기본권의 일반적 법률유보에서 도출되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에 구속되는가’라는 점입니다. (김형성)
공공복리를 우선시하는 이들은 제37조 제2항 후단의 본질내용침해금지의 원칙이 경제조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 근거의 하나로, 헌법 제120조의 천연자원등의 사회화와 헌법 제126조에서의 사기업의 국공유화를 가능하게 한 조항들이 직접 기본권의 본질내용의 침해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반면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강조하는 이들은 경제조항의 법률유보에 근거한 기본권제한도 헌법 제37조 2항 후단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 주장의 논지로, 경제적 자유와 경제적 능력이 다른 기본권을 실현시키는 결정적 전제가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나친 경제규제 조항이 기본권의 空洞化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도 비례원칙을 준수해야
경제조항의 제37조 제2항 후단의 적용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헌재의 한 판례는 논쟁 해법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헌재 (2006. 07.27, 2003헌바18)는 “재산권의 사회적 기속성에 기한 제한 역시 다른 기본권에 대한 제한입법과 마찬가지로 비례원칙을 준수하여야 하고···”라고 선언합니다.
또한 헌재(헌재 2001. 5.31 99헌가18)는 “제37조 2항 후단에 따라, 계약의 자유는 사회적 약자의 보호, 독점방지, 실질적 평등, 경제정의등의 관점에서 법률상 제한 될 수 있는데, 그 제한이 계약의 자유나 소유의 제한등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는 사적 자치의 본질적 내용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합니다.
결국 헌재의 판결의 요점은 국가의 개입이 불가피할지라도, 입법자는 국민의 사적 자치권이 되도록 덜 침해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헌재2003. 5.15. 2001헌마98)
달리말해 규제와 조정을 통한 경제민주화는 비례원칙을 준수하여, 계약의 자유와 소유의 자유를 뜻하는 사적자치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참고문헌>
김형성, “경제헌법과 경제정책의 헌법적 한계”
김명수(2017), “경제질서와 사회국가원리에 대한 재조명”
김용섭(2018), “헌법 제119조 경제질서와 경제민주화에 관한 법적 쟁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