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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북미 정상회담 ② ]not having and resting, but growing and becoming

-동등하지 않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

상호 관계에 따른 성과는 개별적인 결과물보다 더 크다는 분석은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진실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실험자가 4명의 그룹을 만들고 각 개인에게 1,000원의 초기 자금을 줍니다. 각 개인은 1,000원 중 일부를 기부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자는 각 개인이 기부한 돈들을 합하고, 이를 두 배로 하여, 4명에게 다시 균등하게 배분합니다.


전원이 전액을 기부하면,  전체이익은 8000원이 되어 각 개인의 이익은 2000원이 됩니다. 반면 전원이 기부하지 않게 되면, 각 개인의 이익은 초기 금액인 1,000원에 머물게 됩니다.

이처럼 상호 협력하여 힘을 합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협력의 한계 : 무임승차


문제는 관계 속에서 무임승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임승차자는 자신의 부담 없이 상대의 희생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예에서 자신은 한 푼도 기부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만 기부한다면, 자신의 이익은 얼마가 될까요? 자신의 기부액은 0원이고 나머지 3명이 전액을 기부한다면, 자신의 몫은 2,500(1,000 + 1,500)원이 됩니다. 반대로 자신은 1,000원 전액을 내고 다른 세 명은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몫은 500원으로 쪼그라듭니다.


이 때문에 경제적 인간은 무임승차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전원이 그렇게 생각하므로 기부금액은 제로가 되며, 각 개인의 몫은 초기금액과 일치하게 됩니다.



◆ 무임승차를 막는 방안 : 처벌


이와 같은 무임승차를 막고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안은 처벌입니다.


무임승차자가 적발 될 경우, 그는  형벌・ 벌금・ 악평・ 따돌림등의 처벌등을 받게 됩니다.  이로 인해 처벌은 협력적인 행동을 추동한다는 실험의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완전한 무임승차자라도 처벌에 의한 이익의 감소에 대한 두려움으로 협력행동을 취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이 협력하면 나도 협력하고, 타인이 비협력적이면 나는 처벌합니다.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는 상호성이 협력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처벌이 협력을 저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적어도 한 쪽이 상대를 신뢰하고 있는 경우에, 처벌은 오히려 협력 아닌 신뢰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신뢰게임에서 처벌의 공언등은 상대의 비협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처벌은 처벌자가 자신의 이익을 늘리려는 이기적인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호혜적 인간과 경제적 인간


상호성은 눈에는 눈의 게임처럼 일반적으로 자신과 상대 모두의 호혜성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자신과 상대 중 한쪽 만 이라도 호혜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이들의 관계는 상호성을 띤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예컨대  경제적인 사람과 호혜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각각 재산을 갖고 있는데, 서로 재산을 교환하면 양쪽 모두 만족도는 커집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직접적인 교환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교환하기 위해 재산을 상대에게 發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죄수의 딜레마 구조와 유사합니다.


양쪽 모두 경제적 인간이라면 재산을 발송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죄수의 딜레마 구조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B가 호혜적 인간이고 A가 경제적 인간이라는 가정을 해봅니다. 


B는 A가 경제적 인간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재산을 발송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인간인 A는 B가 호혜적 인간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재산을 B에게  발송합니다. 재산을 받은 B도 이에 대한 교환으로 자신의 재산을 A에게 발송합니다.


이처럼 A와 B의 교환이 성립된 것은  호혜적 인간 B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A는 경제적 인간이지만 B가 호혜적 인간이라면, 두 사람의 협력은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결국 경제적 인간이라도 상대가 호혜적 인간이라고 믿고 있다면 협력적인 관계가 구축될 수 있습니다.  호혜적 인간의 존재가 협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 not having and resting, but growing and becoming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은 이와 같은 호혜성의 중요성이 부각된 회담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을 밝힌 것은 북한의 호혜성을 신뢰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한미의 군사훈련의 중단 결정에 북한은 상호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한 것입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 대등한 협상파트너로 인정하였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북한은 제거의 대상이 아닌 세계 속에서 함께 존재하는 동등한 국가라는 점을 수용하였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상대와의 관계에서 협상력이 우세한 쪽이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쪽에게 협상의 결과를 강요하는 모양새에  익숙해 왔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고정관념과 습관이 협상을 깨는데 기여하였다는 점입니다. 우월한 협상자는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고압적인 태도로 협상의 목표와 타임 테이블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이행의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때문에 이제는  ‘이러한 고정관념과 습관에 신선하고 자유로운 사고의 물줄기를 갖다 댈 때’입니다. 기존의 굳어진 사고와 행동의 습관을 떠다니게 만들어, 공존과 어울림의 새로운 습관을 구축할 때입니다.


북미 정상 회담의 합의문에서 이러한 새로운 협상의 패러다임이 구체화되었습니다. 합의문에서 통상 표현되는 결과를 말하는  ‘~한다’의 프레임 대신,  되어감을 말하는 ‘~노력한다’의 프레임이 등장한 것입니다. 


일부 진영들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문에 기록된 ‘~~수립해 나가기로 한다’, ‘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두고, 합의 된 게 없다며 북미합의에 불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러한 프레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인 것은 ‘고정(having)’과 ‘안정(resting)’에 익숙하고 ‘변화(growing)’와 ‘되어감(becoming)’엔 불안감을 보이는 딱딱한 사고의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나타난 안정과 고정이 결국 허울 뿐인 겉모습만의  안정이었다는 교훈을  망각한 탓입니다. 


상대를 대하는 고압적이고 우월적인 인식과 태도에 우선적인 변화가 없는 한, 기대하는 실질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새겨야 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동등함의 수용은 서로를 이해하는 전제가 됩니다. 상호관계, 상호의존성등 함께 존재하는 복수성(plurality)을 강조한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만일 사람들이 동등하지 않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도 또 이전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으며 미래를 계획하거나 장차 올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예견할 수 없을 것이다.”


<침고 문헌>

도모노 노리노 「행동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