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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고르디우스의 매듭]문제는 이대로에 멈춰 서 있는 것, 껍질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야

-과감한 발상으로 고정화된 상식에 맞서야
-아오모리현의 특별한 사과
- 원인론에서 목적론으로

기존 방법과 해석으로 문제를 풀 수 없을 경우, 대담한 행동과 완전히 새로운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는 원인론의 테제를 목적론의 안티테제로 전환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어집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프리기아 왕국에는 소달구지(oxcart)를 타고 오는 자가 왕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내려왔습니다. 농부 고르디우스와 그의 아들이 소달구지를 타고 프리기아에 들어오자 고르디우스는 왕으로 추대되었습니다.


고르디우스는 그 소달구지를  신전기둥에 복잡한 매듭의 줄로 묶어 두었습니다. 그러자 신전의 여사제가 ‘이 매듭을 푸는 자는 아시아의 왕이 된다.’는 예언을 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의 통치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듭을 풀고자 하였으나 아무도 매듭을 풀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상식적인 틀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그도 다른 이들처럼 복잡하고 정교하게 묶여져 있는 매듭 풀기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매듭이 어떤 방식으로든  느슨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렸습니다.


칼로 매듭을 자르는 것은 반칙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지만, 그는 예언을 ‘매듭을 풀다(untie)’대신 ‘해결(undo)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는 겁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아오모리현의 특별한 사과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타임지가 선정한 1923년 이후 최고의 영어소설 100선에 포함된 유일한 그래픽 노블(DC 코믹스)인 앨런 무어의  <왓치맨>에 등장하는  대사 하나를 연상하게 합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틀에 박힌 해결책 밖에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감한 발상은 고정화된 상식에 대한 안티테제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 실례가 일본의 아오모리현(青森県)의 ‘특별한 사과’이야기입니다.


사과산지로 유명한 일본의 아오모리현에 큰 태풍이 불어, 전체 사과의 90%가 익기도 전에 땅에 떨어지고, 10%만이 나무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나머지 사과조차 맛이 형편없어, 농부들은 올해 사과농사는 망쳤다고 탄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한 농부가 기발한 마케팅 전략을 생각해냈습니다. 이 농부는 태풍을 견디고 남아 있는 사과가 다른 어떤 사과도 갖지 못한 특별한 콘셉트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습니다.


그는 남아 있는 사과가 초속 53.9m의 강풍에 견딘 특별한 사과, 1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사과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1개에 평소 100엔에 팔던 사과를 3,000엔씩 팔았습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가격의 사과를 누가 사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10대1의 경쟁력을 뚫은 사과라는 콘셉트의 상품은 대학 입시 합격 선물로,  초속 53.9m의 강풍에 견딘 사과라는 콘셉트의 상품은 병원의 환자 회복 기원 선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습니다.  결국 아오모리현은 그해 예년을 뛰어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오모리현의 ‘특별한 사과’가 주는 교훈은 시장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면 대담한 발상과 행동으로 게임의 룰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문제는 현재의 자리에 멈춰 서고자 하는 욕구


틀에 박힌 사고는 행동을 제약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원인론에 입각하여 상황을 이해합니다. ‘A라서 B를 못했다.’라는 인과관계를 실패의 주요 구조로  먼저 생각합니다. 


예컨대 누구는 아버지가 부자고 누구는 예쁘고 해서 성공했는데, 열등한 환경의 소유자인 나는 이 모양 이 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상대를 비교하고 열등콤플렉스에 시달립니다.


문제는 원인론에 사로잡힐 경우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상상은 자신을 사고의 우물에  가두어 두어,  집 밖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히키코모리로 전락 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인과법칙이 역전되어 목적을 먼저 내세우는 이론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는 테제인 원인론에 대한 안티테제입니다.


원인론의 통념을 전복시키고 목적론을 강조하는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의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는 그 실례로 赤面공포증을 가진 한 여학생의 사례를 듭니다.


한 여학생이 아들러를 찾았습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 얼굴이 빨개지는 赤面공포증으로 인해, 인간관계가 힘들어서였습니다.


그는 학생에게 ‘이 신경증이 나으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지?’라고 묻자, 학생은  짝사랑하는 남자친구에게 고백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이 학생은  남자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것은 적면공포증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러는 학생이 거짓말을 한다고 지적합니다. 학생은 A라서 B를 할 수 없다는 그릇된 인과관계를 내세우고 스스로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적면공포증이라는 원인 때문에 고백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인생의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외려 역으로 고백을 하기 싫어서 적면공포증이라는 핑계거리를 내세웠다는 겁니다. 


이러한 구실은 삶의 과제를 회피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사실 그 여학생은 적면 공포증을 고칠 수 있는데도 고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그 학생에게 직면한 내면의 문제는 현재의 자리에 멈춰 서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누구와의 관계를 맺어 지금의 자리에서 한 발 앞으로 내딛는 것을 무섭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단점과 열등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어 앞으로 나아 갈 수 없고, 내딛는데 요구되는 노력과 고통을 감내하기 싫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그녀는 자신의 단점에 지배당해 자신을 자학하고 자신의 껍데기 안에 틀어박혀 있고자 합니다.


아들러는 그 여학생은 어떤 인과관계도 없는 것을 중대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핑계를 대고 자신이 안고 있는 본질적 문제를 회피한다고 지적합니다. 학생의 문제는 자신의 껍질을 깨고자 하는 용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지 적면공포증이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원인론에서 목적론으로


상식의 테제를 믿는 이들은 두렵고 거대하게 보이는 원인을 신처럼 신봉하여 그 힘에 짓눌림을 당합니다. 자신을 합리화 하고 있는 껍질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험을 감행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과 한계 안에서 대안을 결정하다보니 위험을 회피하는 의사결정이 내려집니다. 이는 더 이상의 진보도 성장도 없는 무력감을 낳을 뿐입니다.


이제는 상식의 테제인 원인론에서 안티테제의 목적론을 내세울 때입니다. 적면공포증에 사로잡혀 있기보다 관계를 통해 세상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목적을  우선적으로 내면에 무장해야 할 때입니다.  이럴 경우, 우리는 목적이 원인변수에 의해 굴복당하는 좌절을 경험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관계일지라도 마주하는 것을 회피하고 뒤로 미뤄서는 안 돼. 가장 해서는 안되는것이 이 상황, 이대로에 멈춰 서 있는 것이라네.”(미움 받을 용기 중에서)



<참고문헌>
기시미이치로외, 「미움 받을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