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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코헛의 자기(self)심리] 중독, 성도착 왜 나타나나? : 건강한 자기를 세우는 힘은?

-지속적인 자기 대상(selfobject)과의 관계는 자기의 자양분
-양육을 위한 사회적 여건 조성과 부모교육필요

“어쩜 이렇게 우리 아가는 예쁠까?” 우리 아기는 천사 같다며 엄마는 아기의 볼에 입을 맞춥니다.


“우리 아가, 정말 잘했어요.” 엄마는 한 발 한 발 뒤뚱거리며 걷는 아기에게 힘을 북돋아 줍니다.


“우리 아가, 잘 커라” 엄마는  다정한 손길로 아기를 안고 젖을 먹입니다.


이렇게 아기는 엄마의 따뜻함을 느끼며 평화롭게 성장해 갑니다. 아기와 엄마와의 공감적 관계를 통해  아기의 자기는 발달합니다. 엄마가 아기의 욕구를 채워주는 에너지원으로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기에 대한 엄마의 공감적 돌봄이 없어 아기와 엄마와의 관계가 사랑스럽게 연결되지 못한다면, 아기는 욕구를 충족시킬 길이 없습니다. 이러한 자기 결함을 지닌 아기가 성인으로 성장하게 되면, 그는 채워지지 못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대상을 찾아 지속적으로 방황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 접하는 중독, 성 도착등은  부모 혹은 양육자의 공감적 돌봄의 결여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자기’(self)와 ‘자기대상’(selfobject)과의 관계를 통해 ‘자기 심리’를 분석한 학자는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분석학자인 하인즈 코헛(Heinz Kohut)입니다.



◆자기와 자기대상



코헛의 자기심리의 핵심은 자기(self)라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self는 ‘물은 셀프’처럼  ‘손수 무엇을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정신세계의 중심’으로 그 사람의 심리적 구조, 인간의 모습을 의미합니다.


특히 코헛은 인간 본성의 핵심 구조를 ‘핵 자기’ (nuclear self)라 불렀는데, 핵자기는 두 개의 축, 즉 ‘과대적 자기’와 ‘이상화된 부모원상’으로 구성됩니다.


먼저 과대적-과시적 자기 (grandiose-exhibitionistic self) 축은 유아의 자기 중심적 인식을 말합니다.


유아는 자신이 완벽하여 (I am perfect.) 자신을 모든 것의 중심이며 전능한 존재라고 인식합니다. 그러므로 과대-과시적 유아는 칭찬과 인정을 받고자 하는 과대과시 욕구를 지니게 됩니다.  


이상화된 부모 원상(idealized parent-imago)의 축은 유아의 부모 이상화를 말합니다. 유아는 부모를 전능하고 완벽한 사람으로 이상화하여 그 완전함에 의지하려는 욕구를 품게 됩니다.


이러한 과대-과시 욕구와 이상화된 부모 원상의 욕구는 자기대상으로 역할을 담당하는 부모의 공감적 반응을 통해 해소됩니다. 


여기서 자기대상은 유아의 욕구와 필요를 채워주는 대상을 말하는 것으로, 자기 구조를 구축해주는 심리적 자양분을 일컫습니다. 그러므로 자기대상은 자기의 내적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에너지원으로 역할하게 됩니다.



◆자기는 어떻게 발달하나? - 최적의 좌절과 자기 대상의 변형적 내재화


유아의 건강한 자기는 어떤 조건에서 발달 할까요? 자기의 발달을 막는 조건은 무엇일까요?

코헛에 의하면,  유아의 성숙한 자기애는 부모의 공감적 보살핌의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유아가 겪는 자기애의 발달적 장애는 유아가 부모 혹은 양육자로부터 따뜻한 공감과 사랑을 지속적으로 충분히 받지 못한 결과로 발생합니다. 


일차적 자기애의 두 축인 유아의 과대 과시적인 자기애적 욕구를 부모가 공감적으로 채워주지 못하고, 유아가 전능하다고 믿는 부모의 이상화를  부모가 받아들이지 않고 유아와 융합해주지 않게 되면, 유아의 자기애적 발달은 중지된다는 겁니다. 


우선 엄마는 유아의 과대과시 욕구등에 공감적으로 반응합니다. 엄마의 온화한 표정과 따뜻한 목소리, 다정한 손길을 감지하는 아기는 엄마와 눈을 맞추면서 젖을 먹습니다.


그런데 유아의 자기대상은 완벽하게 공감을 할 수 없습니다. 유아는 공감의 단절이 발생할 때 불안과 초조를 가져오는 좌절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유아와 엄마와의 공감적 관계가 유지 된다면 이러한 좌절은 최적의 좌절 (optimal frustration)이 됩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배가 고플 때 아기가 불안을 느끼고 울기 시작합니다. 이때 아기의 욕구가 우유를 준비하는 시간의 필요등으로 즉각적으로 채워지지 못할 경우, 엄마는 아기를 따뜻하게 달래거나 안아주며 아기의 심리적 좌절을 낮추어 줍니다.  이처럼 엄마의  따뜻한 표현의 공감은 아기의 긴장을 진정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아기는 좌절과 이에 대한 공감적 반응을 통해  현실을 내면화하게 됩니다.  과대적 욕구에 대한 포기를 받아들이고 이상화 했던 자기 대상에 대한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게 되어, 아기가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최적의 좌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최적의 좌절은 ‘자기 대상의 변형적 내면화’에 이르게 됩니다. 유아는 자기대상이 수행하던 심리적 기능을 내면화하여 스스로 혼자서 담당하게 됩니다. 


결국 성숙한 자기 발달은 최적의 좌절, 자기 대상의 변형적 내면화에 인한 것으로, 이는 자기대상의 공감적 돌봄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중독, 성도착 왜 나타나나?


그런데 자기애적 욕구가 변형적 내면화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아이의 과대적 자기와 이상화된 부모의 원상은 건강하게 발달하지 못하고 초보적 자기(rudimentary self)에 머무는 ‘자기의 결함(defect)’이 나타나게 됩니다.


먼저 과대적 자기가 방어적으로 부정되면, 자기구조는  수직적 및 수평적으로  분리됩니다.

자기에 수직적 분리가 발생하여 과대적 자기가 억압되면, 거만하고 과시적인 부분들이 현실적으로 자기로부터 분리되어 공존하게 됩니다. 현실적인 자기로부터 차단된 자기는 허풍을 떨거나 독단적인 과대주장을 펼치게 됩니다.


과시욕구가 강하고 나서기를 좋아하며 허풍을 잘 떠는 사람들의 내면에는  과대적 자기가  유아기에 반영 받지 못한 상처가 잔존하고 있습니다.    .


또 과대적 자기가 수평적 분리로 방어적으로 억압되면, 막연한 우울감, 줄어든 자신감, 의욕상실등 자기애적 결핍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게다가 이상화된 부모원상의 발달장애는 평생 자기대상을 갈망하고 추구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중독, 성도착적 행동등입니다. 알콜 중독이나 마약중독, 성 도착적  환상이나 행동은 이상화 자기대상의 기능의 결여로 자기 결함이 나타날 때, 그 결함을 메우기 위한 시도로 해석됩니다. 


자기대상으로 역할을 담당하는 부모 혹은 양육자가 공감적으로 유아의 이상과 융합되지 못할 경우,  자기 대상을 대체할 마약이나 성도착등 다른 대상들에 의존하는 자기 병리적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경향들은 자기애적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한 시도로 이해됩니다.


결국 이상화된 부모 원상의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를 진정시켜주고 위로해 주는 외부의 이상적인 대상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성숙한 자기를 발달시키는 요건


그렇다면 부모가 유아의 자기애적 욕구들에 반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육아에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적 여건, 부모의 공감적이지 않은 성품,  부모의 해결되지 못한 정신적 외상의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직장인들의 육아를 보장해주는 사회적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거나, 부모가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애정을 쏟지 못할 경우, 아이의 과대적 자기와 이상화된 부모의 원상은 건강하게 발달하지 못하고 초보적 자기(rudimentary self)에 머물게 됩니다.


특히 부모가 어린 시절 자기애적 상처를 가지고 있다면, 유아의 자기애적 욕구를 반영하기 힘들게 됩니다.  이러한 자기애적 외상적 상처를 지닌 부모는  유아에 대한 자기대상의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유아를 최적의 좌절로 인도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아기의 성숙한 자기 발달을 위해,  부모의 공감적 돌봄이 가능한 사회적 여건, 아이에 공감과 애착을 가능하게 하는 부모 교육등이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제공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거시경제적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입니다. 이와 아울러, 아이를 많이 낳는 것 뿐 만 아니라,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에도 우리 사회가  우리 사회의 질적 성장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한다는 점을  ‘me too’운동은 암시하고 있습니다. 



◆ 지속적인 자기 대상과의 관계는 자기의 자양분


코헛에 의하면, 건강하고 응집적인 자기를 세우기 위한 힘은 자기대상 (selfobject)입니다. 자기의 과대과시 욕구에 반응하는 대상,  자기를 지탱해주고 불안을 없애주는 완전한 대상을 자기의 일부로 경험할 때, 자기의 결핍은 충만으로 변화됩니다.


자기 대상으로 기능하는 것들엔 부모, 형제, 사랑하는 연인, 멘토, 그리고 자신이 믿는 종교들이 포함됩니다. 또는 책, 예술, 음악, 이상이나 사상들도 자기 대상으로 경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감적 돌봄을 제공하는 자기 대상들은 건강한 자기를 세우는 힘이 되어, 자기에 건전한 에너지를 공급해줍니다.


하지만 중독적 물질이나 성 도착등은 병든 자기, 파편화된 자기를 구성하는 대상들입니다. 자기 대상의 왜곡된 변종들에 대한 의존은 자신을 반사회적 행동으로 내몹니다. 이러한 변종들에 대한 의존의 힘이 사라지면,  자신의 갈급함과 공허감이 몰려오게 되고, 사람들은 이를 채워 줄 또 다른 대상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그러므로 건강한 자아를 수립해주는 공감적 자기대상과의 관계는 치유와 돌봄의 기능을 담당합니다.


자기대상과의 관계에서 주의할 점은 이러한 관계가 단발성이 아닌 지속성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자기대상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자기 대상을 경험할 때, 자기를 강화하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코헛은 공감적 자기대상은 생애 전체를 통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자기는 자기 대상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쁘게 반영 받고, 자기 대상과의 융합을 통해 힘을 지속적으로 제공받게 됩니다. 


이러한 자기와 자기대상과의 부단한 관계를 통해 우리는  생애 내내 튼튼함을  경험합니다.


“우리의 개인적인 감성적인 모든 문제들의 뿌리가 함께함의 결여, 즉 우리가 생명을 공급받는 것을 방해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방해하는 ‘연결의 실패’에 있다.”(김준 2013)


<참고문헌>
홍이화 (2011), 「하인즈 코헛의 자기 심리학 이야기 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