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의 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는 그의 저서 <사회계약론>에서 “모든 정당한 정부는 공화제”라고 설파하였다.
공화주의 정치체제는 각 개인이 법에 의존하면서, 자유와 평등이 조화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이 사상은 자유와 평등을 기치로 내건 프랑스혁명의 모태가 되었다.
루소는 이러한 정치체제가 일반의지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일반의지는 공동체 안에서 공동이익을 향하는 의지를 말하는데, 개별의지· 전체의지와 구분되는 개념이다.
개별의지는 개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의지이며, 전체의지는 개별의지의 단순 총합으로, 개별의지들의 분포를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일반의지는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이익, 발전, 그리고 긍지를 바라는 의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루소의 공화주의는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일반의지가 구현된 정치체제이다. 이는 공동이익의 도덕적 기반이 자유와 평등에 기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반의지 속에서 인간은 자신을 위하면서 모두를 위하고, 모두를 위하면서 자신을 위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명한 입법자가 일반의지를 정당화 할 수 있어
그렇다면 개별의지를 일반화하여 어떻게 일반의지를 생성시킬 수 있을까? 루소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좋은 사회제도와 현명한 입법자를 등장시킨다.
그는 사회제도가 인간의 탐욕적인 사적이익을 일부 파괴하는 모순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았다. 좋은 제도가 개인을 공동체의 한 부분으로 포섭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의 저서 에밀에서 “좋은 사회제도는 인간을 어떻게 탈자연화 시킬지를 가장 잘 알며, 인간에게서 절대적 존재감을 빼앗아 상대적인 존재감을 부여하고 나를 공동단체의 한 부분으로 이입시킬지를 가장 잘 아는 제도이다.”라고 말한다.
또 인간이 일반의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위해, 유효한 사회계약을 보장하는 현명한 입법자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루소는 인식하였다.
사람들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유의지로 일반의지를 시민의 자격으로 따르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계약의 약점은 강자의 교묘한 기획에 의한 약속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정당성이 없는 체제의 출현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므로 현명한 입법자의 등장이 사회계약의 정당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현명한 입법자의 등장 없는 일반의지는 사람들을 사적이익만 추구하는 개별의지에 종속시킨다는 것이다.
루소는 현명한 입법자의 예로 모세, 누마와 같은 정치가를 든다. 누마 폼필리우스는 로마 제2대왕으로, 인간의 행동원칙을 법률에 맡겼으며 가난한 시민에게 토지를 분배하였다.
이처럼 현명한 입법자는 고립된 개인을 공동체 속에 위치시켜, 자연인의 성향과 공동체 시민의 의지를 한 인간 안에서 결합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이는 사적이익의 고립 속에서 움직이는 한명의 부르조아를 공동의 이익으로 유도하는 제도의 생성을 현명한 입법자가 담당한다는 것이다.
◆홍종학, 공화주의의 씨앗으로
문재인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를 이끌 후보자로 지명된 홍종학전의원은 대기업중심의 성장에서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 간 상생을 통한 성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구축하는데 적임자라는 평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목표는 고립된 사적이익만의 추구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는 일반의지의 구현에 있다. 개별적 성향이 공동체의 의무로 발전하는 패러다임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루소의 일반의지의 실현 과정처럼,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와 제도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현명한 입법자를 요구한다.
홍후보자는 19대 의원시절에 개혁적 성향으로 보수진영의 공격 타깃이었다. 현재 그가 언행불일치라는 부정의 프레임으로 공격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 할 수 있다. 그가 표리부동하다는 표면상의 이유보다 그의 개혁성향에 대한 보수진영의 두려움이 그에 대한 공세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보수진영의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 그가 대기업의 해체나 약화를 주장하기보다 강자와 약자가 공존하는 공화주의 정치체제를 지향하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가 최근 혁신성장, 협업을 통한 집단지성, 그리고 성장을 위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주류경제학의 장기성장이론과 접점을 이루고 있다. 이는 홍후보자가 재벌의 지대추구에 강력히 경고하지만 재벌과 중소벤처기업간의 협업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신호이다.
공화주의 정치체제는 산통 속에서 서서히 동 터 오르고 있다. 뿌리 깊은 고립된 정체성에서 공동체의 장으로 나아가는 횡단은 결국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믿음이 피어오르는 새벽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홍종학은 공화주의를 이 땅에 뿌리내리는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