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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9대 대선 평가] 문재인대통령의 당선 요인은? :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 분석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식이 10일 정오 국회의사당 로탠더홀에서 열렸다.

 

2위와 역대 최다 득표 차(557만표)로 당선된 문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낮은 자세로 일하는 대통령이 될 것을 다짐하였다.

 

문대통령은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강조하였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며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문대통령의 취임사는 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주권을 행사한 유권자들의 열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9일 지상파 319대 대선 심층출구조사에서, 문재인대통령에게 투표한 유권자들 중 29.9%부패· 비리 청산위해 투표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23.9%국민통합을 위해, 17.3%도덕과 청렴을 보고 후보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이는 달리 말해 문대통령의 당선은 유권자들의 과거 집권세력에 대한 심판적 회고 투표와 후보에 대한 기대라는 전망적 투표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고 투표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Voters are not fools.) (V. O. Key)가 말한 이 명언은 유권자는 선거를 통해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정당이 수행한 업무를 예리하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회고적 평가를 통해 과거의 사건, 과거의 업적, 과거의 행동을 수행한 집권세력을 심판한다. 유권자의 회고적 판단은 보다 청렴하고 유능한 정치인을 선택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출구심층조사에서 유권자들이 밝혔듯이, 후보 선택의 주요 결정기준이 집권세력의 국정운영에 대한 회고적 심판이었다. 문대통령의 당선 요인으로 유권자들의 집권세력에 대한 과거 심판이 결정적이었다.

 

 

공감의 회고적 투표

 

집권 세력을 지지하는 유권자도 일시적인 사건을 감정과 공감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이들의 회고적 판단의 기저에 분노라는 감정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대구 유권자들의 21.8%, 경북 유권자들의 21.7%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였다. 안철수 후보는 대구에서 15.0%, 경북에서 14.9%의 지지를 얻었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 성향을 보여 온 대구 경북의 일부 유권자들도 집권세력의 업무 행태에 분노의 심판을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의 정당에 대한 일체감과 정당에 대한 호감도는 구분된다.

 

정당에 대한 일체감(party identification)은 정당에 대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정서를 말한다. 정당 일체감은 애착심에 근거한다. 애착심은 정적(stock)이다.

 

반면 정당에 대한 호감도는 일시적 사건에 대한 감정의 파고를 말한다. 호감도는 유동적(flow)이다. 단기적인 이슈에 변화를 보인다.


실제로 지난 세월호 참사 후의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이탈자들(박근혜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 호감도의 현격한 감소(-4.77)를 보였다. 하지만 정당일체감의 약화는 1.03로 덜하였다.

 

반면 일관 투표자(박근혜새누리당)들은 3.86의 호감도 상승을 보였으나 정당일체감에서 오히려 1.50를 나타냈다. 즉 정당일체감의 변동은 적었지만 호감도의 변동은 컸다는 것이다. 이는 유권자들은 정당일체감의 큰 변화 없이도 지지하던 정당으로부터 이탈하여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호 외)

 

그러므로 정당에 대한 정서적 애착심은 일시적 사건으로 인한 정당에 대한 분노와 병존할 수 있다. 일체감을 지닌 정당이 국정운영에 파행을 초래한다면, 선호 정당에 대한 평가를 낮게 할 수 있거나 다른 정당에 지지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탈도 일시적인 분노이며,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정당일체감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대구 경북등 보수성향의 일부 유권자들이 야당성향의 후보자를 지지한 것은 이러한 감정적 공감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정적이고 장기적이어서 쉽게 요동치지 않는 정당일체감에 불구하고, 선호정당의 행태에 분노하고 심판하는 공감의 정치를 행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이러한 유권자들의 공감의 정서가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전망투표

 

문대통령에 대한 전망적 평가도 당선에 큰 몫을 하였다. 유권자는 과거에 얽매여 있다기보다 과거의 정보를 기초로 미래를 내다보는 존재로 설명된다.

 

9일 지상파 3사 심층출구조사에서, 문재인대통령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의 17.3%가 후보의 도덕과 청렴을 선택 이유로 꼽았다.

 

유권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부패 비리를 청산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기대한 것이다.

 

이는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요인과 흡사하다.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회고적평가의 영향아래에 있었다. 한국갤럽의 직무수행평가에서 임기 5년차 4분기를 기준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23%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27% 지지율보다 낮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보다 더 낮은 지지도를 기록하였지만, 박근혜후보는 부정적 회고 평가를 극복하고 당선되었다.

 

이에 대한 주요 요인은 박근혜 후보에 대한 전망적 기대였다. 박근혜 후보의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재료로 미래의 정책과 결과를 긍정적으로 전망하였다. 또한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란 슬로건도 미래 비전에 대한 공감을 자아냈다.

 

마찬가지로 문대통령이 지닌 도덕과 청렴 이미지는 유권자들에게 미래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할 수 있다. 특히 준비된 대통령이란 슬로건은 유권자들의 지도자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품도록 하였다.

 

전망적 기대는 또한 유권자의 정책 포지션에 기인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의 정책이 자신의 정책 포지션에 근접하면, 후보에 대한 전망적 기대를 하게 된다.

 

출구 심층조사에서, 세금 및 복지와 관련 내가 세금을 더 내더라도 현재보다 복지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답변이 48.1%를 차지하였다. 추가적인 세금 부담없이 현재의 복지수준을 유지해야한다는 답변은 37.7%였다. 이는 유권자들이 중부담 중복지를 선호한다는 의미로, 조세 부담률을 높이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과 일치한다. 이러한 정책 근접성도 전망적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서적 투표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라는 명언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는 심판적 회고투표를 유보하기도 한다. 눈에 콩깍지가 씌이면 상대의 결점이 안보이듯이, 좋아해 온 정당을 쉽사리 배반하지 않고 정당에 대한 일관된 충성심을 보인다. 이는 위의 감정적 회고투표와 상반되는 현상이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대구에서 45.3% 경북에서 48.6%의 지지율을 기록하였다. 회고적 심판 평가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못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태도를 갱신하기보다 기존에 이미 가지고 있는 정당에 대한 평가를 유지하는 태도로, 정서적 정당 일체감이 안정적으로 이슈나 후보에 대한 태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권자들은 이길 가능성이 없음에도 미래에 승리할 가능성이 있거나 해당 정당에 대한 지지 표명을 하기 위해 선호정당에 지지하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진성투표(sincere voting)로 해석된다.

 

혹자는 정서적 정당 일체감은 인지적인 회고 평가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를 직전의 이슈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정책 평가의 총합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지적 회고 평가도 객관적인 평가에 근거했다기보다 정당일체감의 렌즈를 통해 정서적으로 평가한다는 한계가 있다. 유권자들이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는 정당에 대해 우호적으로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엄기홍)

 

결국 회고적 투표는 모든 유권자들에게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당을 정서적으로 지지하느냐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다. (오현주외) 특정 정당에 대해 가지는 정서적 평가가 유권자로 하여금 집권자의 책임에 대한 판단을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감을 가지는 정당을 낙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홍후보에 대한 50%에 육박하는 지지는 이러한 특정정당에 대한 안정적인 애착심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을 섬기며

 

이번 대선은 회고적 투표와 전망적인 투표가 공존하는 선거였다. 과거 집권세력이 수행한 정책과 사건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다.

 

또한 일부 보수 성향 유권자의 회고적 투표는 일시적 이슈에 대한 공감으로 비롯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투표 행태는 바람직한 시민상이라는 평가이다. 공감과 연민을 바라는 공동체 지향적인 관념이 확산된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박원호 외)

 

또한 장기적으로 안정된 정서적 정당 일체감의 투표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였다.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스윙보트를 하지 않고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 것이다. 개혁보수를 내건 바른 정당의 유승민 후보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단기적인 이슈가 없다면 이슈에 반응하는 감정적인 정당호감도보다 장기적인 정당일체감의 정서적 투표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각 정당들이 선거 전 까지 유권자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선거 전략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는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보다 경제투표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장단기 경제성장에 대한 대책과 전망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후보가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시작은 박근혜정부의 그것과 비교 된다. 박근혜정부의 당선은 부정적인 회고평가를 긍정적 전망적 기대로 극복한 사례이다. 문재인 정부의 당선은 회고평가와 전망평가 모두 긍정적이어서 압도적인 승리로 이어졌다.

 

18대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전망적 투표를 행사하여 박근혜정부에 대한 남다른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실제는 기대를 배반하였다.

 

19대 대선에서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기대를 품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과거처럼 기대와 실제 간의 갭이 나타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

 

정의롭고 깨끗한 공동체, 중부담 중복지로 구성원들이 두루 행복한 따뜻한 공동체, 소수자들도 어깨를 펴고 살 수 있는 공동체를 국민들은 고대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열망의 실현은 문재인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하였던 것처럼, 임기동안 항상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길 때 가능할 것이다.

 

 

<참고문헌>

 

박원호 신화용(2014), “정당선호의 감정적 기반”, 한국정치학회보 vol.48.no5

엄기홍(2017), “합리적 선택 이론과 투표행태”, 투표행태의 이해

오현주외 (2014), “정당호감도와 회고적 평가”, 한국정당학회보 제13권 제3

강원택(2012), “왜 회고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한국정치학회보 제46

이내영 안종기(2013), “18대 대통령 선거와 회고적 투표”, 한국정당학회보 제12권 제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