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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국가의 성공은 시민과 군주의 비르투에 달려 : 운명(포르투나)은 역량(비르투)으로 극복 가능

유승민, 심상정 약진 기대

윈스턴 처칠이 2차 세계대전 후의 총선에서 패배한 것은 의외였다. 그는 영국을 승리로 이끌어 국민의 영웅으로 추앙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국국민은 처칠에게 배은망덕한 행동을 저지른 것일까?

 

이에 대해 영국국민들은 시대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인물을 요구했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그들은 전쟁의 지도자보다 베버리지 보고서가 그리는 복지국가를 이끌 지도자를 원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사회보장 체계를 구축할 역량있는 인물로, 보수당의 처칠 대신 노동당의 클레멘트 애틀리를 선택한 것이다.


 

 

비르투와 포르투나

 

국가의 흥망성쇠를 이끄는 요인은 무엇일까? 마키아벨리는 국가의 성공은 비르투(virtu)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시민과 지도자가 비르투(역량)를 발휘하여 변덕스러운 포르투나(운명)를 통제하게 되면, 국가는 위대함을 성취한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운명의 힘인 포르투나를 격렬히 흐르는 강물에 비유하였다. 격렬한 강물은 파괴적이다. 홍수가 평야를 덮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그는 홍수에 그대로 휩쓸려 패배한 것처럼 체념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강물의 범람을 막기 위해, 둑을 단단히 쌓는다면 강물의 공격에 능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홍규)

 

여기서 비르투는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말한다. 강의 범람을 예측하고 제방을 쌓는 대처 능력이 비르투의 대표적인 의미이다. (비르투는 원래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역량, 활력, 용맹, 미덕(virtue), 인내, 결단력이 합쳐진 개념이다.)

 

시민들의 관점에서 홍수를 막기 위해 제방을 준비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에 적합한 지도자를 선택한다는 의미이다. 영국민이 전후 총선에서 처칠대신 애틀리를 선택한 것처럼, 영웅보다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인물을 고른 다는 뜻이다. 이처럼 시대의 요구를 잘 살펴 그의 행동을 일치시킬 때 운명의 힘인 포르투나를 지배할 수 있다.

 

 

군주의 덕목

 

그렇다면 시대의 요구에 답하는 지도자는 어떠한 특징을 가질까? 마키아벨리에게 있어 군주의 덕목도 비르투이다.

 

그는 포르투나를 질병에 비유하였다. “병을 미리 멀리에서 알아차린다면 조속히 치료되지만 그것들이 인지되지 못한 채 자라나도록 내버려두어 모두가 알아차릴 정도가 되면 그것들에 대한 치료책은 없게 된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위험을 멀리서부터 내다보고 항상 대비책을 마련했다.(군주론)”고 말했다.

 

이처럼 마키아벨리는 멀리서 질병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군주의 덕목이라며, 이를 비르투라 칭하였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비르투를 여우와 사자의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함정을 알아차리기 위해선 여우가 될 필요가 있고, 늑대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사자가 될 필요가 있다.(군주론)”고 강조하였다. 선견지명으로 위험을 예방하는 대비책의 수립이 군주의 덕목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포르투나의 힘을 알아차리고 이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여우의 능력인 비르투를 갖출 때, 포르투나를 통제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 제고

 

5.9 대통령 선거는 유권자들의 비르투를 부르고 있다. 포르투나를 제압하는 역량을 갖춘 후보를 선출하는 유권자의 비르투가 요구되는 것이다.

 

마키아멜리는 노하여 평야를 덮치고 나무나 집을 파괴하는 격류의 강인 운명은 아무런 제방이나 둑이 없는 곳을 덮치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비르투를 갖춘 지도자가 제방을 쌓아 평야를 파괴하는 홍수를 막아야 한다. 멀리 내다보고 그 위험을 알아차리는 비르투가 체화된 지도자가 포르투나를 담대히 관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닥쳐오는 포르투나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 쌓아야 하는 제방은 무엇인가?

 

먼저 경제의 공급측면에서 잠재성장률의 하락과 수요측면에서 가계부채 누증이 잠재적인 위기로 꼽힌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실제성장률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잠재성장률보다 실제성장률이 낮게 되면, 디플레이션 갭으로 실업이 나타난다. 잠재성장률보다 실제성장율이 높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11~20143.4%, 2015~20183.2%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러므로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결국 실제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잠재성장률은 생산함수로 계산할 수 있다. 노동 자본등의 요소가 투입된 생산은 총요소생산성을 통해 증대된다. 총요소생산성은 기술혁신과 인적자본의 증대로 높아진다. 그러므로 저출산의 위기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초래하여 양질의 노동력을 생산에 투입할 수 없도록 한다

 

그런데 출산력을 높여 생산가능인구를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면, 대안은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총요소생산성은 기술혁신과 인적자본의 확충에 달려 있다. 기술혁신과 양질의 인적자본 확충을 위해, 장기시계에서 양질의 교육을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모든 유아들에게 차별 없이 교육의 기회가 부여될 수 있도록 3~5세 유아의 교육을 학제에 포함하여 공교육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현재 또는 가까운 장래에 발생하는 편익과 비용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상경) 교육개혁은 단지 병설 혹은 단설등 국공립유치원을 얼마 더 짓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대통령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역임한 펠드슈타인은 정치인의 근시안적 사고방식을 비판하였다. 장기적 시계에서 결정되어야만 국가 전체적으로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정책들이 정치과정 고유의 근시안으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기적인 안목에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제도적 노력이 위기에 대한 제방이 된다.

 

 

원 포인트 양적완화

 

수요조절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포르투나는 가계부채누증이다. 전문가들은 디레버리징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현실에서, 미금리 인상의 본격적인 조치가 마련되기 전에 가계부채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저소득 취약계층의 원리금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원 포인트 양적완화도 고려할 만하다는 것이다. 은행등 금융회사들이 유동화중개회사(SPC)에 채권을 양도하고 중앙은행이 다시 이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중앙은행의 손실부담문제가 등장하는데, 중앙은행의 대손에 대한 정부의 보증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협치 유승민과 심상정의 약진 기대

 

한편 그람시는 현대의 군주는 정당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정책을 시행하는 제도화는 정당의 연합인 의회의 힘에 결정된다. 결국 현대의 군주는 의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재성장률하락에 대한 해법과 가계부채 문제도 결국 제도화가 걸림돌이다. 정부정책의 시행여부는 재원조달문제가 우선적으로 제기되지만, 실제로 정책수행을 뒷받침하는 재원이 있다한들, 반대당이 법안에 반대하면 법제화가 용이하지 않다.


절대권력의 박근혜정부도 결국 노동개혁을 이루지 못하였다. 국회선진화법에서 쟁점법안의 법사위로의 자동회부를 위한 상임위의 패스트트랙 요건은 상임위 3/5의 찬성을 요구하는데, 이는 과거 다수당이었던 새누리당에겐 실현불가능한 비율이었다. 현재 다수당인 민주당의 의석으로도 법안의 통과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아무리 대통령이 개혁을 부르짖어도 의회가 입법화를 저지하면 개혁은 좌초된다.

 

결국 국민이 원하는 개혁법안을 마련하기 위해선 지지율이 낮은 정당들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당이 이들과의 협력을 이루지 못한다면, 여당이 다수당일지라도 분점정부가 안고 있는 한계가 마찬가지로 노출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대선에는 현재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후보들의 유의미한 약진이 어느 당이 여당이 되느냐의 관심만큼 주목을 끈다.

 

새로운 보수를 강조하는 유승민 후보는 시장경제는 자본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따뜻한 열린 공동체를 강조한다.

 

심상정후보는 표준에 도전한다. ‘남성- 성인- 정상인- 정규노동자- 내국인이라는 뒤틀린 표준에 도전한다. 대신 여성- 유아청소년 장애인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 이주민등의 소수자에 주목한다.

 

유승민과 심상정 후보는 고정 상태화된 현실을 거부하고 변화와 운동을 추구하며 지배적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사자의 기개와 위기를 간파하는 여우의 현명함을 갖추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참고문헌>

모니치오 비롤리, 김동규옮김 (2014), 마키아벨리

전상경(2012) 정책분석의 정치경제

박홍규(2014) 마키아벨리, 시민정치의 오래된 미래

필립 보빗(2014) 군주론 이펙트

박이대승(2017) 개념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