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세제 개편은 재정적자 누적, GDP대비 낮은 재정부담 비율과 조세부담 비율등 우리나라 재정에 대한 해묵은 논쟁에 다시금 불을 붙이도록 하였다.
◆ 2015세법개정, 세수 변동 주요 요인
기재부는 2015 세법개정으로 인해 증가하는 세수효과는 1조 892억 원으로 예상하였다.
세수 증가하는 요인으로, 법인세에서 업무용 승용차 과세합리화(사업소득에 도 일부적용), R&D설비· 에너지 절약 시설· 생산성향상시설의 투자세액 공제율 인하를 들 수 있다. 소득세에서는 주식양도소득세의 대주주 범위 확대가 눈에 띤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매출 10억원 초과 사업자의 신용카드 매출전표 발행공제(매출액의 1.3%)대상에서 제외,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특례 대상 확대에 철 스크랩 추가등이 세수증가 요인이 된다.
세수 감소요인으로는 개인종합자산 관리계좌(ISA)도입, 청년 고용증대세제 신설,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 신설등이 있다.
증가하는 1조892억 원은 세 부담 귀속자별로 분류할 수 있다. 기재부는 이번 세법개정은 서민 중산층· 중소기업에게 1,525억원 세부담 감소를 가져오고, 고소득자 대기업의 경우 1조529억원의 세 부담 증가, 그리고 외국인등에게 1,888억원의 세부담 증가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하였다.
◆ 재정적자 GDP 3%에 접근
하지만 올해 관리재정수지가 47조에 이르고, 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3%에 근접하게 되는 상황에서, 1조원의 증세로 재정적자비율을 낮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관리재정수지(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과 국민연금등의 수지를 차감한 수지)적자는 46조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 인해 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1%에서 3%까지 높아지게 된다. 지난달 추경편성을 고려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7.5%에 이른다.
세수결손(예산대비 세금징수액 부족)은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 2014년 10조9000억원으로 증가하였다.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국민주택기금등이 예탁한 공공자금관리기금을 빌려 적자를 메꾼다. 예탁기간이 종료된 후, 국채를 발행하여 기금을 다시 늘려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경협의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무려 18조 원에 달하는 국민주택기금을 국가채무상환에 사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공자기금 수익률이 낮아 1100억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김의원은 지적하였다.
이처럼 누적되어 가는 재정적자를 방치하면 유럽연합 권고 비율인 재정적자 비율 3%를 뛰어넘을 위험이 존재한다.
◆ 낮은 조세부담률, 경제성장에 장애
만약 정부가 강력한 정책으로 재정적자를 현재수준으로 묶는다고 해도, 경제가 활성화될까?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6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정부의 경제 정책을 통해서 경기가 활성화 되고, 그렇게 되면 세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세수 결손이라든지 그런 문제들은 자연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실장의 예측이 실제로 맞아, 향후 국가부채비율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유럽연합이 권고하는 재정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인 GDP대비 재정적자비율이 3%이내, GDP대비 국가부채비율 60%이내로 머물게 된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정규모는 2013년 기준으로 GDP대비 30.4%인 반면, OECD회원국들의 평균 정부지출규모 비율은 41.7%에 이르고 있다. 스웨덴은 53.0%, 일본은 42.9%, 독일은 44.5%, 그리고 미국은 38.7%이다.
재정지출이 낮은 까닭은 조세부담률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총조세부담률은 2013년 기준으로 17.9%인 반면, OECD는 25%(2011)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조세부담률이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소득세와 법인세율이 낮기 때문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우리나라는 41.8%(지방세 포함)이나, OECD평균은 43.6%, 미국 46.25%, 일본 50.84%, 프랑스 54.5%에 비해서 낮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한국은 24.2%, OECD평균인 25.3%, 일본의 37.0%, 독일 30.2%보다 낮다. 단 영국은 21.0%이다.
이렇게 조세부담률이 낮게 된다면, 정부지출의 소득재분배와 인적자본투자용 복지가 줄어들게 된다.
재정규모가 커지게 되면 재정을 통해 교육, 보육, 일자리등의 인적자본투자인 사회투자가 가능해져 잠재성장률을 높이게 된다. 또한 재정지출확대로 노령연금, 고용보험등의 소득재분배가 가능해져 소득 불평등이 완화된다.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성장과 소득불평등의 완화로 재정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므로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고소득자들의 최고세율인상이 이루어져야하는 것이다.
문실장은 2013년 기준으로 “대기업 실효세율이 17.4%이고, 법인세법상 세액공제인 외국납부세액공제 전 감면 후 세액을 기준으로 하면 실효세율이 19%”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국납부세액공제는 이중과세를 조정하기 위한 항목이므로, 실효세율은 이를 차감한 세액인 17.4%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이 낮은 국민 부담률로는 우리나라의 미래성장을 견인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 적정 국민부담률에 대한 논의 시작되어야
OECD회원국들 중에서 저 부담 저 복지로 포지셔닝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에서, 이번 세제 개편은 선진국 수준의 재정부담 비율과 국민 부담률을 높여 소득불평등 완화와 인적자본투자를 위한 복지지출증대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다시 접게 하였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 노력이 여기저기에 엿보이지만, OECD회원국 수준으로의 조세부담률을 높이기 위한 정공법은 회피하였다. 대기업의 낮은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한 최저한세율 인상, 대폭적인 법인세 감면 철폐, 고소득자들의 최고세율 인상등을 외면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제의 체질을 건실히 다지겠다는 의지보다, 단기적인 총수요증대등의 가시적인 지표에 관심이 높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 되겠다.
그러므로 이번 개정 세법안은 이제 우리나라의 장기 성장에 적절한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시점임을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