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회사 주식 51%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박씨는 감사 위원회의 위원들을 자신이 마음에 드는 사람들로 모두 채우고자 한다. 상법은 사내이사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지만, 박씨는 이 3%룰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감사위원들을 선출할 수 있다.
왜일까? 이는 현행 감사위원회의 선임방식이 일괄선임방식이기 때문이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하고, 감사위원회의 위원은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들 중에서 선출되고 있다.
그런데 이사 선임 시에는 최대주주의 의결권 3%룰이 적용되지 않아, 과반수 이상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는 자신의 뜻대로 이사를 정할 수 있다. 이렇게 선출된 이사들 중에서 감사가 선임되므로, 감사위원 선출에서의 최대주주 의결권 3%제한은 형식적일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주식회사의 경영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 감독의 부실을 초래하는 일괄선임방식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러한 한계를 내포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률안을 발의하였고,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의원의 상법개정안에 대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개정안 입법 공청회>가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발제와 패널들의 토론으로 열렸다.
이 법률안에는 감사위원회 위원의 독립성 확보이외에도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감시 감독 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 도입 △ 대표소송제도 개선 △집중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전자투표 단계적 의무화등이 포함되어 있다.
◆집중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소수주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이사의 선임을 가능하게 하는 집중투표제는 실제로 거의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다수의 주식회사들이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의원의 상법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집중투표제
# (주)A는 주주총회에서 이사 3명을 선임하고자 한다. A사의 발행수식총수는 100주인데, 최대주주인 김씨와 기타주주인 이씨는 각각 74주와 26주를 보유하고 있다. 후보는 갑·을·병·정 네 명이며, 김씨는 갑·을·병에 투표하고자하고 이씨는 정에 투표하고자한다.
우선 단순투표의 경우, 과반수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김씨는 자신이 원하는 이사를 모두 선출할 수 있다. 보통 3명의 이사를 하나의 결의로 선임하게 되어, 이 경우 이사선임의 결의 요건은 발행주식총수의 1/4, 출석주식의 과반수이므로 김씨는 모든 이사를 선출 할 수 있다.
반면 집중투표제를 실시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수에 선출되는 이사 수를 곱한 의결권을 가지고, 이를 집중 분산하여 투표 할 수 있다.
위의 예에서 김씨는 74주×3=222개의 투표권을 가진다. 이씨도 26×3=78주를 가진다. 그러므로 김씨가 갑·을·병 모두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한 후보당 79표 이상이 배분되어야 한다.
김씨는 갑과 을에는 79표씩을 배분할 수 있지만, 마지막 병에는 나머지 64표만이 배분된다. 하지만 기타주주인 이씨는 79표를 가지고 있어, 이씨가 지지하는 병이 이사로 선임될 수 있다.
이처럼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 측 이사의 선임을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상법에서 ‘정관에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집중투표제의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여, 대부분의 주식회사는 정관으로 집중투표제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또한 정관에 집중투표제가 명문화되어도, 상법에는 3%이상(자산총액 2조이상인 상장회사는 1%)의 주주가 이를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지분율에 미달될 경우 집중투표제 적용이 불가능해진다.
이번 우윤근 안은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 할 수 없도록 하여, 집중투표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일정규모 이상의 상장회사는 집중투표제 청구요건을1%로 완화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집중투표제 청구 요건은 단독주주권이다.
◆감사위원회 이사,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방법에는 현행의 일괄선출방식과 개정안의 분리선출방식이 있다.
분리 선출은 주주총회에서 일반이사와 감사위원인 이사를 분리하여 선출하는 방식이다.
반면 일괄선출은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경우, 2단계 결의가 필요하다. 우선 주총에서 이사를 선임하고 이 선출된 이사 중에서 감사를 선임하게 된다.
여기서 사외이사(위원중 2/3)와 사내이사(1/3)로 구성되는 감사위원의 선임에서, 의결권 제한이 존재한다. 사외이사의 경우는 개별 주주의 의결권은 발행주식총수의 3%로 제한된다. 사내이사의 경우는 제한대상이 최대주주로 제한되지만, 이 3%를 판단할 때 특수 관계인등이 보유하는 주식까지 합산된다.
현재 일괄선출방식은 장단점이 있다. 집중투표제가 채택된 경우, 소수주주는 이사 선임시에 자신이 원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어, 선출된 이사중 감사를 선임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집중투표가 배제된다면 이사선임 1단계에서 대주주는 자신이 원하는 이사를 모두 선출한 후 2단계에서도 이 중 자신이 원하는 감사를 뽑을 수 있다. 2단계에서 감사위원회 선임단계에서 대주주의 투표권이 3%로 제한되어도 미리 1단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든 이사를 선출할 수 있기 때문에, 대주주 의결권 제한 3%룰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개정안은 감사위원의 일괄선출대신 일반이사와 감사이사를 분리하여 선출하도록 하여, 대주주의 의결권제한이라는 3%룰의 효력이 실질적으로 나타나도록 하고 있다.
◆ 다중대표소송
개정안은 대표소송에 다중대표소송을 도입하여, 모회사의 발행주식총수 1/100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에 대하여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표소송은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등 이사의 책임을 회사 대신 주주가 추궁하는 제도이다.
만약 이사가 횡령을 하였을 경우, 회사는 이사에게 손해배상책임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이사와 회사 간의 소송은 감사가 제소하여야 하나, 감사가 동료이사에게 소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회사의 자발적 제소가 힘들다. 이때 주주가 회사를 대표하여 발행 주식 총수 1%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소수주주가 원고가 되어 소를 제기하게 된다.
그런데 모회사(50%+ 1주)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제도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었다.
예를 들어 자회사 대표이사가 횡령을 했을 경우, 지분율 80%를 가지고 있는 모회사의 주주는 자회사를 대신하여 자회사 대표이사를 피고로 하여 원고의 자격으로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피라미드 구조의 기업집단이 많아 이중대표소송의 필요성이 줄곧 제기되어 왔다.
◆전자투표제 의무화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총회에 출석하지 않고 인터넷등을 통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이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명의 주주가 다수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의결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주총은 3월 셋째와 넷째 주 금요일에 집중적으로 개최되고 있기 때문에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은 주주가 적극적으로 주총에 참여하도록 유도하여 주주이익을 지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 개정안의 반대 주장들
상법 개정안의 입법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의 일부는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 반대 논거를 제기하였다.
△다중대표소송=
다중대표소송과 관련 전문가들은 모회사 주주가 투자한 자금은 결국 자회사의 자산구입에 이용되므로, 모회사주주가 자회사 경영성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고, 따라서 모회사 주주에게 이에 상응한 견제권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정재규 한국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반대론자들이 우려하는 남소유인은 실질적으로 거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주주대표소송은 연평균 약 4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모회사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자회사의 회계장부열람등사 권한을 모회사 주주에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채이배 회계사는 지적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법인격의 독립성을 강조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모회사와 자회사는 엄연히 법인격이 다른데, 이처럼 모회사가 자회사를 통제할 경우 법인격의 독립성이 무시된다고 주장한다.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선출=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 선출은 지배주주로부터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찬성론에 대해,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지주회사의 경우 단순 3%룰· 합산 3%룰에 따라 의결권이 크게 제한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국제 헤지펀드들이 감사위원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 상법에도 모회사 감사에게 자회사 조사권이 부여되고 있으므로 모회사 감사에 대한 대표소송제기가 가능하다고 정우용 한국상장회사 협의회 전무는 지적한다.
△집중투표제=
집중투표제 단계적의무화와 관련, 반대론자들은 일본의 사례를 들어 소수주주의 부당한 요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1950년대에 집중투표제도를 도입하여 부분 의무화하였으나, 소수주주들이 회사에 대해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례가 있어, 정관에서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였다.
또한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집단적으로 모아 이사선임을 할 가능성은 낮고, 투기형 펀드등이 오히려 집중투표제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고창현변호사는 주장한다.
△전자투표제=
전자투표제 의무화의 반대론자들은, 의결권행사수단까지 강행 법규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자시스템상 기술적 오류 발생 가능성과 보안성 문제가 제기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