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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미스터 터너>이야기 : 터너의 진실- 아방가르드와 경외

이 영화는 19세기 영국의 대표적 풍경 화가인 윌리암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의  마지막  25년간(1825~1851)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이다. 

전기 영화가 그러하듯이, 이 영화도  여러 에피소드들을 제시하며  주인공의 ‘진실’을 찾아 나선다.  


◆ 양극성 

셰익스피어와 견줄 만큼 명성이 높은 인물로 알려져 있는 터너의 진실에 대한 실마리는  우선 두 여자의 양극성이다.  

평생 터너의 등만 바로 본 그의 하녀 한나와 터너의 위로이며 안식처 역할을 한 여인 부스. 이 두 여인은 각각 슬픔과 따뜻함이며, 수동과 능동이다. 또한  그들에겐 어둠과 빛이다. 이 대조는 터너의 양가감정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이러한 양극성은 그의 작품에도 동시에 나타난다. 파랑, 청록(blue green), 보라색등의 마이너스 색깔과  노랑, 빨강, 녹색(green)등의 플러스색의 대조는  터너의 작품세계의 대강을 가늠하게 한다.  

 

그의 대표작인 <해체를 위하여 최후의 정박지로 끌려가는 전함 테메레르>는  냉기의 파랑과 온기의 노랑을 대립시켜 쓸쓸함과 안쓰러움을 묘사한다.  
 
노을빛과 수평선 주위의 푸른빛은 각각 산업화 시대의 도래로 등장한 증기선과  낡은 전함을 상징한다. 이러한 붉은 빛과 푸른 빛의 대조는 과거 화려함의 종말에 대한 안쓰러움을 묘사하고 있다. 

 과거 자랑이었던 전함이 해체를 위해 증기선에 끌려가는 광경은 고전주의 풍경화의 종말과  새로운  상상력의 등장에 대한 기대를 안겨준다. 


◆ 형태의 해체

터너에게 있어 과거의 해체로 나타난  새로운 아이디어는 형태의 해체이다. 뚜렷한 대상의 윤곽을 지우는 작법은  추상성의 세계로의 진입으로 이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작품이 <비 증기 속도>이다.  



기관차가 증기를 뿜어내며 테임즈강 다리 위를 달리고 있다.  둥근 아치가 보이는 이 다리는 새로 건설된 메이든 헤드 철도교이다. 그림의 왼쪽에 희미하게 보이는 다리는 철교보다 60년 전에 건설된  구식 메이든 헤드 도로교이다. 

이처럼 구식 도로교와 최신 철로교를 대비시켜 한 시대가 사라짐을 나타낸다.  또 철교 위를 대기 속으로 퍼져나가는 노란색과 푸른색이라는 긍정과 부정의 색감의 대립은 한 시대의 종언을 쓸쓸하게 상징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질주하는 기관차가 흐릿하게 그려져 있다. 기차의 윤곽과 섬세한 묘사가 생략되어 있고, 기차는 단지  부차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동시에 비, 증기라는 습기와 속도가 흐릿한 기차의 형태를 감싼다. 

이러한 추상성은 과거에 대한 반동으로 느껴질 만큼 혁신적이었다. 

전위는  전통의 반격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이 영화에서 터너의 추상성의 아방가르드 작풍에 빅토리아 여왕은 경멸을 보낸다. “ a dirty yellow mess!”. 

하지만  터너는 명확한 사물의 묘사를 회피하여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음을 통해 관객들에게  짜릿함과 흥분을 선사한다. 그 결과 형태를 지우고 대기와 습기를 흡수하면서  그는  아이디어의 약진을 이루며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등극한다. 


◆ 자연에 대한 경외

터너가 양극성과 아방가르드의 추상성에서 말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그의 작품 <눈보라: 알프스를 넘는 한니발과 그의 군대>에서 찾을 수 있다. 




한니발 장군이 알프스를 넘고 있다. 하지만 이 위대한 장군과 그의 부대는 알프스의 눈사태로 자연을 정복당하기보다 자연에 무릎을 꿇는다. 이 영화에서  병사들과 코끼리는 하늘과 대조적으로 작고 보잘 것 없게 그려져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터너는 그의 작품을 통해 인간은  자연의 위력에 대항하지만 이 투쟁은 무력하며,  자연은 위대하다는 진리를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동시에 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를 드러낸다. 

 
◆ 터너의 진실

이 영화는  양극성, 대기의 흡수, 형태의 파괴, 자연의 경외를 통해  터너의 진실에 다가가도록 돕는다.  

이 전기영화가 말하는 진실은 아방가르드이다. 현상에 더 이상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전위가 되어 실험과 창조를 만들어내는 정신이다. 

하지만  그의 아방가르드는  믿음 위에 서 있어,  무분별한 일탈과 분명한 선을 긋는다. 

즉  그의 전위는  경외와 두려움이라는 제약 하의 아방가르드이다.  자연과 절대자의 위대함을 수용하고 인간의 오만함을 거부하는 겸허함의 아방가르드이다. 

터너가 미술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