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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재팬 프리미엄] 유로 엔화시장에서의 마이너스금리

재팬프리미엄과 코리언 프리미엄

1998년에 유로엔화 시장에서 현재가치보다 미래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현재시점의 화폐가치가 유동성선호로 인해 미래시점의 화폐가치보다 크다는 일반론이 유로 엔화거래시장에서 무너진 것이다. 

즉 일본은행이 외국계 은행에 엔화를 빌려줄 경우 이자를 받는 대신, 이자를 지불하거나 혹은 대출 이자를 깎아주는 기이한 사건이 나타난 것이다.  

그 당시 엔화 대출자가 보관료를  지불하고 엔화 자금을 빌려주는, 즉 돈을 맡기는 현상이 왜 발생했을까? 


◆ 마이너스 금리 발생과정

유로 엔화시장에서 엔화가 마이너스금리로 거래된 배경은 엔화거래를 차입, 대여를 할 때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이 서로 밀접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발생하였다. 

그 당시 한국금융연구원의 임준환 부연구위원은 유로 엔화시장의 마이너스금리는 ‘재팬 프리미엄’(Japan Premium)이 통화선물시장에서 재현된 현상으로 설명한다. 

당시 일본은  자산가치의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은행의 채권이 속절없이 부실채권으로 휴지조각이 되면서, 일본은행의 신용도가 급격히 하락하였다. 그 결과 일본은행은  달러유동성 확보에 곤란을 겪게 되는 외화자금고갈에 직면하게  된다.  

이 문제의 타개책으로 일본은행은 유럽 선물외환시장으로 달려가 외국계은행과 통화스왑을 체결하여, 달러를 가까스로 확보하게 된다. 

이러한 외환 선물시장에서의  엔화/달러 자금거래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발생하게 된다.  

일본계 상업은행들은 우선 현물가격으로 엔화를 팔고 달러를 매입하게 된다.  그리고 거래 시점부터 만기까지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에 이 거래와 반대되는 거래를 선물가격으로 체결한다. 즉 만기시점에 차입금인 달러를 상환하고 빌려준 엔을 돌려받는 자금 재교환이 발생한다. 

이처럼  선물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입/엔화매도의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발생한 것이다. 


△통화스왑의 일반구조 

통화스왑은 두 거래자가 서로 필요로 하는 통화자금을 교환하고, 만기시점에 다시  빌려준 통화를 재 교환하는 거래이다. 

통화스왑 계약을 맺게 되면, 당사자들은 그 당시의 현물환율에 따라  통화를 서로 상대에게 대여하고, 계약기간 동안에는 상대방이 빌린 통화의 이자를 대신 지급하게 된다. 그리고 만기에 다시 원금을 재교환 한다. 

예컨대 일본은행이 엔화를 저렴한 이자로 빌려,  독일 은행에게 엔을 빌려준다. 마찬가지로 독일은행은 달러를 저렴한 이자로 빌려, 일본은행에게 달러를 공급해준다. 그리고 일본은행은 독일은행이 빌린 달러이자를 대신 지급해주고, 독일은행은 일본은행이 빌린 저렴한 엔화 이자를 대신 갚는다. 이를 통해 서로 이자를  절감할 수 있다. 


△ 통화선물  

스왑의 거래 구조를 그 당시의 거래에 적용해보자. 일본계 상업은행이 달러당 118엔의 현물시세로 엔화를 팔고  달러를 매입한다. 그리고 동시에 3개월 후에 역으로 달러매도/엔화매입의 통화스왑, 선물계약을 맺는다.  재교환은  미리 결정된 금액인 116엔 40전의 선물가격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되면 달러를 빌려주고 엔화를 빌린 은행은 엔 이자를 지급하게 되고, 엔화를 빌려주고 달러를 받은 일본은행은 달러이자를 지급한다. 

만기에는  선물가격으로 일본은 달러를 인도하고 상대방은 엔을 인도한다. 

여기서 116엔 40전의 선물거래이므로 3개월 후 상대 외국계은행은 달러의 매도포지션이 된다. 그리고 일본은행은 달러의 매입포지션이 된다. 외국계은행은 엔을 상환하기 위해 달러를 팔아야하고, 일본은행은 달러를 구입하여 달러를 인도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달러의 매도포지션인 외국계은행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선물가격보다 실제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래야 외국계은행은 일본은행과 통화선물을 체결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 일본은행은  외국계 은행에 선물가격인 116엔 40전보다 낮은 116엔을 제시하게 된다.   즉 별도의 40전을 프리미엄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외국계은행이 엔화를 3개월간 빌린 후 연 1.4%정도의 프리미엄을  지급받는 것과 같은 성격이 된다. 

따라서  외국계은행의 실제 엔화자금 조달 비용은 3개월 후 1.1~1.2%(엔화평가절상률)에서 선물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인 프리미엄 1.4%를 합한, 마이너스 0.2~0.3%엔이 된다. 즉 외국계 은행은 엔화를 빌릴 경우, 차입 이자를 지급하는 대신, 이자를 받는 기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 재팬 프리미엄 

유로시장에서 일본은행이 엔화를 빌려줄 경우  이자를 지급하는 이러한 현상은 일본의 신용도 하락으로 인한 재팬 프리미엄에 기인한다. 

재팬 프리미엄은 1990년대 일본의 자산버블이 꺼지면서 은행들이 담보로 설정받은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나타났다. 즉  원금이 부동산 가치보다 커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결국 은행의 채권이 부실채권으로 처리된다. 

이러한 일본은행의 부실이 불어나면서 일본은행은 신용도가 떨어지고, 외화의 유동성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외국은행은 일본은행이 달러를 빌려줄 경우 가산금리를 요구하였고, 이를  ‘재팬 프리미엄’이라고 하였다. 

이  달러 현물시장의 재팬 프리미엄이  선물환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결과,  엔화의 마이너스금리가 나타나게 되었다. 


◆ 시사점 :코리안 프리미엄 

현재 정부는  저성장기조, 자산시장의 침체등의 디플레이션 징후를 극복하기 위해 내수 경제 활성화를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구체적 전략은 부동산담보대출확대 등으로 자산가치 상승으로 인한 부의 효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기업의 자본비용감소로 인한 투자활성화, 그리고   기업소득 환류세제등의 도입으로  기업의 투자확대 유도, 임금증가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완화와 기준금리 하락으로 인한 부동산 담보대출증대는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대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이자율 상승등의 충격으로 부동산의 거품이 꺼지게 되면  부동산  가치 하락을 야기하게 되고, 이는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지가 나타난다. 

이 디레버리지는 부채상환을 위해 소비를 줄이거나 자산을 매각하게 되고, 대부분의 채무자가 비슷한 디레버리지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초과공급으로 자산의 가격은 더욱 더 하락하게 된다.  

결국 과거 일본은행처럼 채권가치보다 부동산담보 가치 하락으로, 은행의 부실이 쌓이게 되고, 은행은 신용도 하락으로 국제시장에서 외화등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를 ‘코리안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코리안  프리미엄이  IMF외환위기 때 나타났다. 재벌들의 부도로 채권이 대손 처리되면서 은행도 동시에 부실해지고, 달러시장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이 달러를 빌릴 때  가산금리가 붙게 되었다. 

이처럼 부동산거품의 붕괴와 코리안 프리미엄으로 인한 은행의 자본조달비용의 증대는 기업의 자본비용을 높이게 되고 경기는 더욱 침체 될 수 있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